최저임금 인상으로 요동치는 코리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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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인상으로 업주들 밤낮 없는 고민

‘버티다 더 이상 못버티면 폐업 고려’

LA시에서 7월1일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되자 타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되어 왔지만 실제로 7월부터 인상된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업주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도 연방 기준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 달러인데, 이 기준에 거의 갑절에 가까운 13.25달러(26인 이상 고용업체)를 지불해야 하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봉급으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는 ‘적어도 생활 수준에는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임상이 근로자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는 논리에서 시작됐지만 정작 이 논리대로 현실이 따라 주지 않는다는데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제도가 원래 목적대로 잘 운용되는가, 아닌가로 논쟁 중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요즘 점심때나 저녁때 타운내 식당에 들르면 빈자리가 많고 또 하나 테이블에 치우지 않은 음식 식기들이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선 종업원 자체가 많이 줄어 제때 서비스나 테이블 청소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실제 현상이다. 최저임금이 인옷공장상 됐기 때문에 기존의 종업원을 해고하거나 이미 지난해부터 종업원 수를 줄여 왔기 때문에 서비스에도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식당업을 중심으로 소규모 업체들과 노동집약적인 봉재업 등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비단 LA뿐만 아니라 미국 전국적으로도 문제이고, 유럽 등에서도 난리이고, 한국에서도 최근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타운에서 인쇄업을 하는 P씨는 지난해부터 타인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고 가족들로 채웠다. 그는 지난 2015년에 LA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단계적 인상안이 통과되는 것으로 보고 직원 2명을 단계적으로 이직시키기로 결심했다. 그에게는 대졸 아들 딸이 3명이 있다. 이들에게 가족회사로 인쇄업을 운영하겠다고 설명해 허락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100% 가족 회사로 운영했다. P씨 자신 과 부인 아들 2명 딸 1명 모두 5명이 인쇄업에 달라 붙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됐다. 일감을 성실히 이행해주기에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해 주어 일감도 많이 들어왔다.

P씨는 “가족끼리 일을 하다 보니 우선 소통면에서 아주 좋다”면서 “가족 고용원들이 회사를 자기 가족 것으로 여기고 있어 애사심도 자연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임금도 올라도 가족에게 주는 것이니 아깝지가 않다”고 밝혔다. 타운 중형식당에서 웨이추레스로 일하는 L씨(32)는 요즘 즐겁다. 한 달에 두 번 받는 체크의 액수도 올라갔고 더 기분이 좋은 것은 팁 액수가 많아졌다. 비록 일은 전보다 고단해도 한 달 수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L씨는 “이런 현상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나 우선 들어오는 수입이 많아저 너무 좋다”면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우선 짤리는 줄 알았더니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하여 해고를 면했는데 결과적으로 짤린 종업원 몫까지 일을 하지만 수입이 증가해 그 생각으로 살아간다”고 만족해 했다. 이처럼 좋으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웨스턴가의 한식집을 운영하는 J씨는 “종업원을 줄일 수 없는 처지여서 우선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으며, 설상가상으로 도매점에서 오는 재료비가도 올라 식대를 올려야 하는데 그게 더 문제다”면서 “타운 경기도 좋지 않아 이래저래 고민만 쌓여가는데 식당을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타운 경기도 좋지 않은데 최저임금 인상이 실시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식당의 경우 재료비도 덩달아 올라 그 가격으로 전처럼 음식을 서빙할 수가 없다고 한다. 자연히 음식 가격을 올리든가, 음식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건비 줄이기 작전

LA시와 LA카운티의 최저임금은 지난 2016년 7월 1일 부로 10.50달러로 상향 조정됐다가, 지난해 7월 1일부터는최저임금인상 12달러로 되었고, 다시 올해 7월 1일 13.25달러, 내년 2019년 7월 1일 부터는 14.25달러를 거쳐 2020년 7월 1일부터는 15달러로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것이 핵심이다. 단 직원 26명 미만 업체의 경우 시행이 1년 유예된다. 따라서 지난 1일부터 LA시와 LA카운티내 직할지의 비즈니스 가운데 종업원 26명 이상인 업체는 시간당 최저 임금 13달러 25센트를 지급해야 한다. 종전의 12달러에서 1달러 25센트가 인상된 것이다. 직원 25명 이하인 업체는 현행 10달러 50센트에서 1달러 50센트가 오른 12달러가 됐다. 라크라센타와 하시엔다 하이츠 , 발렌시아, 스티븐슨 랜치, 마리나 델레이, 알타네다 등이 LA시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적용을 받는 카운티 직할지들이다. LA시와 카운티 직할지 업체가 아닌 경우 각 시가 정한 최저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다운타운 한인 봉제업소의 경우, 직원이 수 십명에서 100명 이상인 경우도 있어 이번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간당 1.25 달러를 더주어야 하니 100명인 경우는 시간당 125달러를 업주가 더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8시간 임금 기준으로 하면 1,000달러가 더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 22일 기준으로 하더라도 무려 2만 2천 달러를 더 지급해야 한다. 1년이면 26만 4천 달러가 된다. 업주 측에서 볼 때 이들 직원 100명이 과연 올해 7월부터 업주에게 년간 26만 4천 달러치 생산성을 주고 있는가를 생각할 때, “물론 아니올시다”라고 할 것이다. 한인 봉제협회 측에서는 ‘문제는 13달러 25센트를 줬을 때 그만큼 일을 하면 상관이 없는데, 그만큼 일을 못해내니까 문제다. 결국 경험이 없는 사람을 최저임금을 주고 쓰느니, 시간안에 더 많은 일을 해내는 숙련공들을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건비 상승으로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LA에서 계속 영업을 해야하는지 업주들의 고민이 늘고 있으며, 네바다주 등 타 지역으로 옮기는 봉제업체도 늘고 심지어 멕시코 등 외국으로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다운타운에서 봉재업을 하는 L씨는 지난해부터 멕시코에 공장을 차리기 시작해 지난 6월부터 멕시코 현지에서 가동을 하기 시작했다. L씨는 “다소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일단 여러가지 면에서 절약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최저 임금이 인상되는 것과 동시에 업주입장에서는 종업원 상해보험과 페이롤 택스 등이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경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강신용 공인 회계사는 “업주들이 가능하면 종업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모색하고 있다” 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가족들이 총동원 되는 경우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 임금 인상의 후유증이 커서 과연 좋은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운영시간을 줄이는 타운 업소들도 생기고 있다.

타주나 외국으로 공장 이전

엎친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불법 이민자 단속 정책도 식당업계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식당 근로자의 상당수가 서류미비 이민자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상당수가 이민 당국 에 체포돼 추방될 것이 두려워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7월 1일부터 달라지는 것들 중에 최저임금이 다시 오른 것도 영향을 주고 있지만 여기에 판매세도 인상되고 유급병가도 확대되어 이래저래 주민생활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LA카운티의 각 지역별 판매세가 7월과 10월 연속 인상된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기본 판매 세율은 7.25%이지만 각 지역 정부가 필요에 따라 여기에 추협의안가로 세율을 더해 매기고 있기 때문에 판매세율은 각 지역마다 달라진다. LA카운티 지역에 적용되는 판매세율은 지난 1일부터 0.5%포인트가 인상되고, 오는 10월 1일부터는 또 다시 0.25%포인트가 추가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LA시에 적용되고 있는 판매세율은 현행 8.75%에서 지난 1일부터 9.25%로, 이어 10월 1일부터는 9.5%로 인상된다.
한편 유급병가 확대도 직장마다 변화를 주고 있다. LA시의 경우 유급 병가가 지난 1일부터 종전 24시간에서 48시간으로 확대, 적용된다. 유급 병가 확대 조례는 LA시내 위치한 영업장에 적용되는 것으로 풀타임이나 파트타임에 관계없이 주당 2시간 및 연간 30일 이상 동일한 고용주를 위해 근무했을 경우 조례안에 맞춰 최소 48시간의 유급 병가가 제공돼야 한다. 이래저래 업주들은 직원 눈치 보게 됐다. 최저임금(Minimum Wage)은 원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섬유·의류·제지 공장 등 저소득 근로자들이 대거 몰린 사업장(sweat shop)에서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아동노동 착취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다수 경제학자들은 이를 시장에 대한 개입으로 해석한다. 경쟁시장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일자리 킬러(job killer)̓라고 까지 부른다.

최저임금은 ‘일자리 킬러’

미국 내에서 최저임금 관련 연구 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교수로 알려진 데이비드 뉴마크 (59, David Neumark) UC어바인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는 그동안 많이 발표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당국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의 설명대로 고용효과가 별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주장도 나왔다. 뉴마크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를 종합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첫째,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연구는 엄청나게 많다. 둘째로 사회 전반적인 빈곤을 감소시키지 못한다는 증거도 많다. 셋째로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도 적지 않다. 넷째는 어떤 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타격을 입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섯째 일자리가 줄지 않는다는 연구는 아주 적다. 뉴마크 교수는 최저임금 정책의 문제점은 당초 의도대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정책을 고집하는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논리는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꼭 저소득층 가구에게 혜택이 돌아가진 않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미국 내에서 저소득층 가구가 갖는 가장 큰 고민은 최저 임금의 인상이 중요한게 아니라 아예 직업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미국에서 최저임금 대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상당수는 청소년이다.

그가 발표된 소득분포 통계를 면밀히 살펴본 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혜를 보는 빈곤층은 13~14% 정도다. 그 다음 저소득층이 18~19%, 그런데 중산층은 30%가 넘는다는 것이다. 뉴마크 교수의 논리를 분석하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그 돈은 누가 지불하는가를 보면 결국 투자 은행(IB)이나 대기업이 아니고 결국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부담을 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가 많이 나가면 어쩔 수 없이 제품값을 올리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이다. 대형 백화점보다는 타운 식당 같은 작은 상점들이 될 것이란 것이다. 그런 식당과 상점들은 주로 저소득 계층이 될 것이란 점에서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 층이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으로 봉재공장 같은 곳이 문을 닫는 경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뉴마크 교수는 한 예를 들었다. 실제로 다운타운에서 많은 한인 봉재업소들이 폐쇄되거나 타주 또는 타국으로 이전해 갔다. LA시가 최저임금을 올린 데 불만을 지닌 한 업체 사장은 철 지난 면 티셔츠 등 재고 의류를 헐값에 구입해 청소용으로 가공하는데, 직원이 하는 일이라곤 의류업체에 가서 트럭으로 한가득 싣고 온 뒤 잘라서 기계에 넣는 게 전부다. 그 사장은 ̒이 정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저숙련인 근로자는 존재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시간당 12달러(현재 LA시 최저임금 기준)를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LA시가 최저임금을 올린다? 그럼 최저임금이 낮은 인근 도시로 본사를 옮기면 된다. 굳이 LA에 있을 필요가 없다. 결과는? 그 회사 직원은 일자리를 잃는다. 맘대로 회사를 옮길 수 없는 세탁소나 음식점은 다르다. 고스란히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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