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주군에 책임전가 …‘문고리 3인방’ 잔혹사
‘청와대 안살림’ 주무르다가…비극적 종말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35억원을 상납받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전원에게 유죄선고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뇌물방조혐의는 인정 하지 않고 국고손실혐의를 적용,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는 실형을,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본보가 판결문을 확인 한 결과, 박근혜 정부내내 국정원 살림을 책임졌던 이헌수 기조실장은 사실상 안봉근 비서관이 추천했고, 이같은 인연으로 안비서관은 이실장으로 부터 별도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실장은 자신의 정년연장문제, 추명호국장과의 갈등문제등에 대해서도 안비서관에게 부탁하는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 들이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또 안비서관은 국정농단의혹이 일자, 정비서관에게 특활비를 대신 받도록 하는등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고 문고리3인방중 유일하게 자신의 죄를 뉘우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 재판을 담당한 부장판사는 판결거래의혹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인물로, 판결선고에 앞서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보도에 대해 해명,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는 지난 12일 특가법상 뇌물방조 및 국고손실방조혐의로 기소된 이재만 총무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6개월 실형과 벌금 2700만원및 추징금 1350만원, 정호성 전비서관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20일 기소된지 약 8개월만이다. 이들 3명은 박전대통령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등 국정원장들로 부터 특수활동비 35억원을 상납받는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특히 안전비서관은 박전대통령과 상관없이 이헌수 당시 국정원기조실장으로 부터 135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이 박전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한 것은 직무와 관련된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오는 20일 박전대통령 특활비수수와 관련한 선고공판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박근혜가 국정원장에 직접 특활비 요청
본보가 판결문을 입수, 검토한 결과, 국정원이 박근혜 전대통령에게 특활비를 보낸 것은 박전대통령의 요청으로 2013년 5월부터 시작됐다. 박대통령은 2013년 3월 22일 취임한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특활비를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같은 해 5월 안봉근비서관에게 ‘국정원에서 봉투가 안오니 남재준원장에게 확인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직후 남원장에게 대통령의 말을 전했고, 남원장은 ‘알았네’리고 답변하면서 청와대 특활비의 흑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남재준원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5월22일 퇴임할 때까지 매달 5천만원씩 6억원의 박대통령에게 특활비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돈은 국정원장의 연간 특활비 40억원에서 조성됐다. 이때 남원장은 정책특별보좌관 오모씨에게 지시했고, 오씨는 국정원장 비서실장 박모씨에게 지시, 박씨가 청와대를 방문, 이재만 총무비서관에게 특활비를 직접 전달했다. 남원장 재임시 특활비전달은 모두 비서실장 박씨를 통해 이뤄졌다.
그 뒤 2014년 7월 16일 이병기원장이 취임하면서 국정원의 상납액은 매달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두배나 늘어났다. 지난주 본보가 보도한 최경환특활비 판결문에서도 드러났듯이 최경환 당시 부총리가 이병기원장에게 특활비를 2배로 증액시켜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부총리가 이같은 요구를 했다는 사실은 문고리 3인방 특활비 판결문에도 그대로 기재돼 있다. 이병기 원장때는 국정원 비서실장이 아니라 이헌수 기조실장이 직접 돈을 전달했고, 돈을 받은 사람도 청와대 예산을 담당하는 이재만 비서관이 아니라 안봉근 비서관으로 바뀌었다. 이실장이 청와대 연무관인근 골목길에서 안비서관의 차에 타서 1억원을 전달하는 등 안비서관이 돈을 받았고, 그 다음 이 돈을 이재만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이병기원장 재직때는 2015년2월 28일 퇴임때까지 8억원을 상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39회에 걸쳐 33억원 박대통령에게 전달
이병기원장의 뒤를 이어 2015년 3월 17일 국정원장이 된 이병호원장은 박근혜대통령 탄핵직후인 지난해 5월 31일까지 재직했다. 박대통령은 이병호원장에게 ‘그동안 국정원에서 지원한 자금이 있지 않습니까, 그거 계속 지원해 주세요’라고 지시했다. 이병호원장때는 지원규모가 더 커져서 매달 1억원에서 2억원씩 모두 19억원을 지원했다. 2016년 7,8월께 국정농단의혹이 일자 청와대가 이를 중단시켰던 것이다. 약 16개월동안 19억원이 상납된 것이다. 이때도 국정원에서 돈을 전달한 사람은 이헌수기조실장, 청와대쪽 수령자는 안봉근비서관이었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 2013년 6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모두 39회에 걸쳐 33억원이 박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청와대가 국정원의 상납을 중단시킨 직후인 2016년 9월 이 기조실장은 안비서관에게 ‘대통령 에게 뭔가를 해드리고 싶은데 어떤 것을 해드리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안비서관은 ‘국정원에서 지원받는 돈이 중단돼 대통령이 어려우니 명절에 사용할 돈을 국정원에서 지원해달라’고 답했 다. 이에 따라 이실장은 이병호원장에게 이를 보고한 뒤 2억원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아 안비 서관에게 이를 알렸다. 이때 전혀 뜻밖의 반응이 왔다.
그동안 2년이상 국정원상납금을 직접 받아왔던 안비서관이 이번에는 자신이 전달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안비서관은 이실장에게 ‘2억원은 대통령에게 직접 올려드리는 돈이니 전달방법은 정호성비서관과 상의하라’고 말했고, 정비서관에게도 ‘이실장과 연락해 정비서관이 이번에 한번 돈을 받아 대통령계 올려드려달라’ 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이때문에 정비서관이 마지막에 2억원을 전달받는 역할을 함으로써 국고손실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안비서 관이 정비서관을 범행에 끌어들였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정비서관은 2016년 9월 청와대 연무관인근 골목길에서 이실장으로 부터 2억원을 전달받았고, 이 돈이 든 돈가방을 박전대통령 관저에 있는 탁자옆에 내려놓은 다음, 박전대통령 에게 전화해 ‘국정원에서 추석때 쓰시라고 좀 보내왔습니다. 앞에다 두었습니다’ 라고 보고했고, 박전대통령은 ‘그래요, 알았어요’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2016년 추석때 다시 한번 2억원이 전달됨으로써 박전대통령에게 상납된 국정원 자금은 모두 35억원으로 집계됐다. 그 러나 재판부는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업무를 고려할 때 대가성이 있는 뇌물은 아니며, 국고를 축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특활비사건의 재판부도 이 돈이 뇌물이 아니라 고 판단했기 때문에 2개 재판부에서 무죄로 판단했고, 이제 20일 박근혜특활비 선고공판에서 도 특가법상 뇌물죄는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안봉근, 조응천 통해 이헌수 실장에 추천
이번 판결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안비서관과 이실장과의 끈끈한 인연이다. 국민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내밀한 내용이다. 재판부는 안비서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국정원 기조실장 추천을 의뢰했고, 조비서관이 이헌수를 기조실장으로 추천함에 따라, 안비서관이 이를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안비서관이 이씨가 기조실장으로 발탁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실장 또한 2013년 5월 조응천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소개로 안비서관을 알게 됐으며, 자신의 임용때 안비서관이 관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얼마나 끈끈한 관계였는지는 또 다른 사건을 통해 드러난다. 이실장은 국정원 보안정보 국장으로 재직하던 추명호가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국정원내에서 안좋은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안비서관에게 알리고 ‘추명호국장을 자제시켜 달라’고 부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안비서관을 통해 추명호 국장을 견제하려 한 것이다.
박근혜 특명받은 안봉근이 국정원 좌지우지
국정원 고위 인사문제까지 ‘뒷돈’ 받고 개입
이뿐 아니다. 이실장은 지난 2014년 10월 정년을 맞았기 때문에 박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이실장은 국정원 기조실장 정년초과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정년초과에 대한 해명서류, 즉 정년에 관계없이 근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안비서관에게 팩스로 보냈다는 것이다. 전에도 그런 전례가 있었으므로, 큰 문제가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실장은 안비서관에게 이 서류를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뒤 박대통령은 이실장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것이다. 문고리, 특히 안비서관의 파워가 얼마나 강했는 지가 잘 드러난다. 무소불위였던 셈이다.
이같은 끈끈한 관계는 뇌물수수로 이어졌다. 2013년 5월 19일 이실장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 대로의 센트럴시티 에이호텔서울에서 안비서관에게 2백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실 장이 안비서관의 관여로 기조실장에 임명된 직후였다. 또 정년초과에 따라 박대통령에게 제출 했던 사표가 반려된 2014년 10월 9일, 안비서관은 이실장에게 전화해 사표반려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그날밤 두사람은 저녁을 같이 했으며, 이날도 이실장은 안비서관에게 2백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실장은 2015년 2월 1일까지 8차례에 걸쳐 호텔이나 식당, 횟집등에서 1350만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안비서관도 ‘내가 청와대 비서관이었기 때문에 돈을 준 것이 맞다’고 진술했지만 직무와 무관하게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무소불위 권력 휘둘렀던 문고리 3인방
재판부는 이재만비서관과 정호성비서관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고, 특히 정비서관은 대통령 비서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자책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밝혔다. 반면 안봉근비서관은 2016년 7월이전에는 국정원 특활비전달에 개입하지 않았던 정호성에게 2016년 9월 2억원을 받게 하면서 범행에 끌어들였고, 이실장이 준돈이 국정원 돈임을 분명하게 알았다고 보이는 데도 이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판시 했다. 재판부는 반성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어조로 안봉근을 꾸짖었다. 그러면서 문고리 3인방 3명중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운전사로 일했던 사람이 안비서관이다. 운전사가 권력의 핵과 가까워 짐으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불법을 저질렀것만, 이에 대한 죄의식이나 반성은 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번 재판을 담당한 이영훈부장판사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중앙지 법 형사합의33부 이영훈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당시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으로 근무한 인물로, 판결전 일부 언론이 ‘사법농단에 관여한 판사들이 국정농단재판을 담당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더욱 부적절하고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이부장판사는 이날 판결선고에 앞서 ‘판결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며칠전 이번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기사가 난 것과 관련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판사는 ‘보도된 내용에 관해 저에게 사실관계 확인도 없었는데, 이번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삼는 것은 지금 법원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문제를 바로 잡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판사는 ‘기사를 쓴 기자나 법조계 관계자라는 분 모두 지금 위기에 빠진 법원의 잘못을 바로 잡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한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문건내용은 저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기사내용이 문건 내용과 다른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판사는 ‘개인적으로 이번 보도가 국정원 특별사업비 뇌물사건에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까지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오해될 여지가 있다는데 대해 이번 보도에 유감스럽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담당판사 ‘양승태 대법원장당시 전산정보관리국장’ 재직
이부장판사는 또 검찰이 발언기회를 요청하자 ‘여기서 그것과 관련한 논란을 궂이…‘라며 검찰에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재판장은 신성한 법정에서 마치 개인신상발언과 같은 속풀이를 하고는 검찰은 왜 말을 하려 하느냐며 발언을 막은 것이다, 검찰은 재판뒤 ‘재판중인 사건과 무관한 재판장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은 해당언론과 사적으로 말할 내용이지, 그와 무관한 사건의 선고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할 내용이 아니다,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지만 판사도 개인적 의견을 밝힐 수 있다. 하지만 선고공판에서 부장판사 개인에 관련된 문제를 언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며, 대한민국 사법부에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당시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으로 재직했다. 사법권남용 조사위원회가 공개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의혹파일에도 이판사가 작성한 글이 포함돼 있다. 지난 2017년 2월 6일 이부장판사는 ‘중복가입된 전문분야연구회 탈퇴등에 관한 안내’라는 문서를 통해 국제법인권연구회등에 대한 중복가입탈퇴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언론은 전산정보관리국이 하창우 전 대한변협회장의 사건수임내역을 조회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부장판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법정에서 말한 것은 변협회장 수임내역 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거래의혹을 받는 법원행정처 재직판사가 문고리 3인방재판을 맡는 것이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도는 사법부가 그토록 목매달았던 상고법원과 관련,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대통령의 독대를 바로 이들 문고리에게 부탁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부탁을 했던 당사자들에 대해 과연 올바른 사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사법농단 관련 판사가 국정농단사건 재판 논란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국정원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김연학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 부장판사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으로 근무하던 2016년 3월 10일 작성한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검토’등의 문건이 공개돼, 사법농단에 관련된 판사들이 국정농단사건을 재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권에 유리한 판결이 무엇일까, 박대통령이 좋아할 판결을 많이 내렸다며 조목조목 목록까지 작성한 정치적인 인물들이 이 나라 사법부에 존재한다. 이들 일부 인물들이 자신들이 충성하려 했던 국정농단세력이 관련된 사건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지에 대한 의문은 합리적 의심에 속한 다. 과연 이부분에서 일부 재판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일반국민은 합리적 의심을 해서는 안되는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