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 관리들 전·현 정권서 잘나갔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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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청와대비서실, 국정원, 한국은행, 경찰, 국세청도  재취업 100%

취업심사도 받지 않고 ‘대물림’ 취업
5년 전부터 퇴직 후 갈 곳이 정해져

▲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

▲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에 앞장선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 고위관리들이 퇴직한 제식구들을 재벌기업 등에 취직시키기 위해 온갖 불공정과 불법을 일삼은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공정위 관계자들은 퇴직자들이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제한심사를 피할 수 있도록 퇴직 5년 전부터 이들이 기업관련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경력관리’를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 재벌기업의 특정보직은 아예 공정위 퇴직자들 간에 대물림해온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뒷거래위원회였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또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고, 취업심사 조차도 받지 않고 자기 맘대로 기업에 취직한 공직자중 63%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1978년 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 뒤 줄곧 공정거래위원회에 재직했고 지난 2014년 12월부터 문재인정부 출범직전까지 제18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정재찬씨. 1982년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 뒤 경제기획원에서 공정거래정책을 담당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정거래업무를 담당해온 김학현 전 부위원장, 정 전위원장과 김 전부위원장의 경력을 보면 ‘대기업의 저승사자’로서 ‘미스터 공정’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평생을 재벌 감시를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은 뒤로는 불공정 뒷거래를 일삼아 왔던 것으로 드러나 추악한 두 얼굴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기업에 퇴직자 취업 전 공정위 원장 구속

서울중앙지법은 공정위 퇴직자들이 대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정씨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4급 이상 퇴직자 명단을 관리하며 재벌기업에 퇴직자들을 취업시킨 업무방해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퇴직자 16명, 김 씨는 퇴직자 14명의 재취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는 지난 2012년 공정위 부위원장으로 퇴임한 뒤 2013년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재취업하면서 본인스스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2016년에는 현대 자동차에 청탁, 자신의 자녀를 특혜 취업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사실상 김 씨는 불공정의 백과사전인 셈이다.

이들은 행시출신 퇴직자는 연봉 2억5천만원내외, 비고시출신은 연봉 1억5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도록 한다는 계획아래, 사기업에 채용을 강요했고, 기업들은 이른바 ‘2 +1’ 원칙에 따라 2년간 취업기간을 보장한 뒤 추가로 1년 더 근무기간을 연장해줄지 여부를 공정위에 물어본 것으로 드러났다.

▲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검찰수사결과 공정위는 2009년, 이른바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위한 퇴직자 관리방안’이라는 문건을 만들었으며, 이는 공정위가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정년을 앞둔 퇴직자들의 대기업 취업을 위한 갖가지 꼼수를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제식구들이 퇴직과 동시에 대기업이나 대형로펌으로 곧바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경력세탁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 전 업무가 재취업할 회사의 업무가 겹칠 경우 취업가능판정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우려, 아예 퇴직 5년 전부터 공정위 본연의 기업 감시업무와는 거리가 먼 부서로 배치하며, 치밀하게 경력을 관리해준 것이다.

최근 10년간 공직자윤리위의 재취업심사를 통과한 공정위 퇴직자들은 모두 41명, 이들의 보직 변경현황을 보면 취업 5년 전부터는 아예 외곽부서로만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4급 이상 공직자는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에는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퇴직 후 1개월 만에 대기업인 ‘만도’의 비상근고문으로 취업한 공정위 전 과장은, 퇴직 5년 전부터 기획재정담당관실 등 이른바 관리부서에만 근무했다. 특히 제조하도급개선과로 발령난뒤 18일만에 비경제 부서로 다시 인사발령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부서로 인사발령난 뒤 보름 만에 다시 인사발령이 난다는 것은 공정위원장이 퇴직예정자를 위해 직접 경력관리를 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공직자윤리위 유명무실화

법무법인 광장에 전문위원으로 취업한 공정위 퇴직자도 국외훈련, 위원장 비서실 등을 거쳤고, 또 다른 퇴직자는 경찰대 파견, 소비자안전정보과 등을 거쳐서 포스코건설 자문역으로 취업했다.
법무법인 광장에 취업한 퇴직자는 공정위 4급으로 2017년 1월 퇴임 직후 바로 그 다음 달인 2월에 공정위 취업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확실한 경력관리로 전광석화처럼 공직자윤리위 재취업심사를 통과, 1개월 만에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위가 조직적으로 공직자윤리위를 유명무실화시킨 것으로, 공정위가 단속해야 할 불공정행위 그자체이다.

또 이 같은 행위는 공정위의 본연의 임무를 해칠 수 밖에 없다. 퇴직예정자들이 5년 전부터 대기업입사를 목적으로 경력관리를 받기 때문에 퇴직 전 5년간은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옮겨갈 대기업을 위해 관련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고위관리들이 조직적으로 이같은 공정위 기본업무에 해가 되는 행위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2017년 취업제한심사현황

▲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2017년 취업제한심사현황

삼성, SK등 5대 재벌기업이 아예 공정위 퇴직자를 위한 전용 보직을 마련해뒀고, 공정위는 마치 산하기관에 직원을 파견하듯이 요직에 퇴직자들을 줄줄이 꽂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자리에 퇴직자를 보내고, 이들이 물러나면 또 다른 퇴직자들을 이 자리에 박는 등 아예 대물림을 한 것이다.

2010년 공정위 대구사무소장출신 퇴직자는 삼성카드에 재취업했고, 5년 뒤 퇴직하자 공정위제조하도급과장출신이 이 자리를 차지했다. 또 다른 공정위 하도급과장은 퇴직 뒤 SK하이닉스 상근고문자리를 꿰찼고, 3년 뒤에는 공정위 경쟁과장출신이 같은 자리에 재취업한 사실도 드러났다. SK하이닉스 고문 자리로 간 이 퇴직자는 지난 3월 퇴직한 뒤 2개월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놀라운 것은 이때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이며, 지난해 6월 김상조 현위원장이 취임한 이후이다. 문재인정부들어서도 이 같은 불법이 자행됐다는 의혹이 짙은 것이다. ‘재벌 갑질을 뿌리 뽑겠다, 혼내주겠다’며 아슬아슬한 말을 서슴지 않았는 김상조 위원장 체제에서도 자리 대물림이 계속된 셈이다.

▲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2018년 취업제한심사현황

▲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2018년 취업제한심사현황

이 정도면 ‘우연’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재벌기업이 어떤 이유에서건 사실상 공정위 몫의 자리를 마련해 둔 ‘필연’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이 크다. 그 ‘필연’에 공정위가 일정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공정위에 재벌의 공정거래를 감시하라는 책무를 맡겼지만, 재벌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는 그 직무를 악용,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긴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다. 김상조위원장의 묵인하에 이뤄졌는지, 아니면 공정위 관리들에게 김위원장의 말발이 먹혀들어가지 않는 지 명백한 조사가 필요하다.

미취업심사 적발돼도 63.4%가 제재 안 받아

공정위가 앞장서서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윤리위의 취업심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공직자윤리위에 정보공개를 신청,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취업제한심사를 받은 공직자 1465명중 1340명, 93.1%가 업무연관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 취업가능 결정을 받았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특히 시간이 갈수록 취업가능 결정률이 높아지고 있어, 유명무실화된다는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취업가능 결정률은 2014년에는 212명중 178명으로 84%였으나 2015년에는 89%, 2016년에는 95%, 2017년에는 93.1%를 기록했다. 퇴직공직자 10명중 9.5명 정도가 무난히 취업제한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다.

또 취업승인심사에서 2급 이상 고위직에 해당하는 기관업무기준 심사대상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 취업승인심사결과 취업이 승인된 퇴직공직자중 기관업무 심사대상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5년 35.7%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60%, 2017년에는 72.1%를 기록했다. 이는 2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취업심사를 강화했지만, 취업제한심사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취업승인을 받는 경우가 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아예 취업제한심사도 없이 취업하는 사례가 많고, 설사 이 같은 사실이 추후 적발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4년에서 2017년까지 취업제한심사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취업했다 발각된 퇴직자는 648명으로 집계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누구나 취업하면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점을 이용,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가입자자료를 받아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등에 보내서 퇴직공직자의 취업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불법취업여부를 조사했다. 그나마 이처럼 조사가 강화된 것은 세월호참사때 청해진해운과 해수부등 일부 공직자와의 밀월관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사에 따라 2014년에는 40명 정도였지만, 2015년에는 155명, 2016년에는 224명, 2017년에는 229명으로 점점 임의취업으로 적발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중 취업가능 승인결정이 내려진 사람은 393명, 취업제한 결정이 내려진 퇴직자가 255명으로 39.3%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취업제한심사나 승인심사를 받은 사람중 약 90%가 승인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무단취업한 사람이 직무와 연관된 업체에 취직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이중 63.4%에 달하는 411명이 과태료부과 등 전혀 제재를 받지 않고 면책된 것으로 드러났다. 처벌을 받은 사람도 해임요구를 받은 퇴직자는 18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219명은 과태료부과요청을 받는데 그쳤다. 면제사유는 생계형 취업이 281명, 68.4%로 가장 많았고, 자진퇴직자가 105명으로 25.6% 국가선발시험을 거친 퇴직자가 23명, 이미 사망한 경우가 1명이었다. 또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도로시설국 도로공사과에 6급으로 근무했던 공직자는 경동엔지니어링전무로 취업했다 적발됐으나 면책을 받았고, 면책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공무원끼리 봐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며, 이를 어기면 처벌받아 마땅한 것이다.

국정원 퇴직자 33명 전원 취업허가 100%

2014년부터 2017년 취업제한심사결과를 보면 이른바 힘이 센 기관의 승인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기관에서 근무한 공무원들은 퇴직 뒤에도 쉽게 사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이 기간 중 국정원은 33명이 퇴직, 취업제한심사를 받았으나 33명 전원이 취업승인을 받아 승인률 100%를 기록했다. 또 금융권의 갑중의 갑으로 불리는 한국은행도 퇴직자 13명전원이 취업제한심사를 통과, 국정원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경찰청도 같은 기간 328명이 취업심사를 받아 5명을 제외한 323명이 취업승인을 받음으로서 98.5%를 기록했고, 청와대비서실은 37명중 단1명을 제외한 36명이 승인받아 97.3%를, 국세청은 32명중 32명이 승인받아 96.9%를 기록했다. 이들 5개 국가기관의 취업가능판정비율이 가장 높은 것이다.

▲ (왼쪽) 임의취업발각자 제재조치현황, ▲ 임의취업발각자 면책사유현황

▲ (왼쪽) 임의취업발각자 제재조치현황, ▲ 임의취업발각자 면책사유현황

반면 조달청은 14명중 9명이 취업허가를 받아 취업비율이 64.3%로 가장 낮았고, 방위사업청은 15명중 12명으로 80%, 한국전력기술은 14명중 12명으로 85.7%, 국토교통부는 38명중 33명으로 86.8%, 해양수산부는 16명중 14명으로 87.5%를 기록했다. 취업승인율이 낮은 5개 기간도 조달청만 제외하면 10명중 8-9명이 무난하게 취업가능판정을 받은 셈이다. 취업가능판정비율이 가장 낮은 조달청은 시설사업국의 공사관리팀장과 건축설비과에 근무했던 퇴직자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회 전무로 취업하려다 거부됐고, 공사관리팀장 출신이 서울경인아스콘공업협동조합에 전무로, 전자조달국 물품관리과 출신이 한극계측제어공업협동조합 전문로 취업하려다 거부판정을 받았다. 직무와 너무 연관됐기 때문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조달청도 사실상 85%이상의 취업가능판정을 받은 것이다.

앞으로는 재벌 감시, 뒤로는 재벌과 뒷거래, 바로 이게 공정위의 참모습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공정위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재벌천하로 변한지 오래, 재벌과 재벌감시기구의 허물을 탓해봤자 모두 헛일인 세상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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