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포도주를 대표할 ‘이노바투스’ 개발자
와인은 미국의 문화와 철학을 이해하는 또 다른 창
‘나파 밸리’(Napa Valley)는 캘리포니아 포도주의 대명사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와인이라고 하면 프랑스 와인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오늘날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미국 포도주의 본산 ‘나파 밸리’는 이태리계 이민자나 프랑스계 이민자들이 개척한 땅이다. 이 땅에서 새로운 이민자 한국인 세실 박(45, Cecil Park)와인 컨설턴트가 ‘나파밸리’의 명성과 전통을 이어 “새로운 와인 창조자”로 도전하고 있어 미국 와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실 박 컨설턴트는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계의 유일한 한국인 와인 컨설턴트이다. 이미 그녀는 비즈니스계 권위지 Forbes 잡지나 와인 전문지 Wine & Vines로부터 “세실 박은 도전 정신으로 와인계를 변화시키는 선두 주자의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파밸리 본고장에서 활동하는 Winefornia의 세실 박 대표를 만나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오늘과 내일을 알아보았다. <나파 밸리에서 – 글.사진- 로사 H. 장 객원 기자>
지난 7일 나파 밸리 중심가에 있는 옥스포드 마켓에서 만난 세실 박 대표는 이국적인 미모에 열정이 철철 넘쳐나는 느낌을 주는 프로페셔널한 여성 사업가였다. 이날 약 6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자신이 컨설팅하는 포도 농장과 자신이 개발한 ‘이노바투스’ 와인 생성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보여주었다. 또한 마침 인터뷰 도중 만난 고객도 소개하면서 자신이 어떠한 활동을 하는가도 보여주었다. 세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연세대학교 식품 생명공학과를 졸업한 후 국내 한 식품회사 마케팅 팀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했었다. 그녀는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기위해 미국으로 왔다. LA 다운타운에 있는 한 호텔에서 일하는 동안 나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호텔 관리나 운영보다는 프로덕션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호텔 일을 그만두고 와인 사업에 대해 알아보던 중 Napa Wine Company(나파 와인 컴퍼니)에서 연구원으로 취직하게 되었다. 와인 메이킹에 직접 참여하면서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느꼈다. 미국 문화도 문화였지만 특히 언어 문제가 제일 컸다. 와인에 대한 전문지식의 필요성을 느끼고 UC Davis에서 Viticulture(포도재배)와 Enology(와인 양조학)를 공부했다. Viticulture는 포도재배의 과정과 방법에 대해서, Enology는 와인 양조 공장에 대한 학문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대화하기가 편해지고 자신감도 높아졌다. PGA와 LPGA 대회를 앞두고 ‘나는 토너먼트를 위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라고 제안을 했더니 운이 좋게도 3년 동안(2008, 2009, 2010) 후원을 받으면서 골프 토너먼트 행사 와인을 만들 기회가 생겼다. 그 당시는 그 자신이 개발한 브랜드를 창업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의 와인을 생산해 주는 일만 했다. 그러다가 2014년에 정말 운이 좋게 사업 파트너를 잘 만나서 그자신의 와인 브랜드를 생산하고 판매할 기회가 생겼다. 그가 자신만의 블렌드 와인인 ‘Innovatus’(이노바투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중국에 좋은 파트너가 생겨서 어느 정도의 판매가 보장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은 세실 박 대표와 인터뷰한 요지이다.
와이너리 컨설팅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나파 밸리에는 소규모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와인을 제조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농장 자체가 소규모이다 보니 큰 커머셜 와이너리에서 요구하는 규모를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나파밸리에서 와인산업 쪽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또 그 사람들이 내가 와인 메이커라는 걸 알고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의뢰하게 되면서 ‘와이너리 디자이너’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구 전체의 토양은 9가지로 분류되는데 나파 밸리에는 총 7가지의 토양이 존재하며, 작은 땅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류의 토양이 있어 포도를 재배하기 적합하다. 토양에 따라 어느 종류의 포도를 심을 것인지, 포도를 재배할 때 어떤 방법으로 땅을 일궈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어떤 때는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서 전체를 갈아엎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이 나의 전문 분야이고 고객이 와인 제조를 위해 땅을 사려고 할 때 가격과 적합성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와이너리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 고객이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고 싶다고 의뢰를 하면 그에 맞는 적합한 땅을 우선 찾는다. 실제로 포도밭이 있는 땅을 살 수도 있고 포도를 새로 심어야 하는 땅을 살 수도 있다. 사전에 미리 조사를 해서 의뢰인에게 추천을 한 후 고객이 선호하는 와인의 스타일에 맞춰 포도재배를 시작한다. 집안에서 와인을 제조할 것인지, 커머셜 와이너리에 가져가서 제조할 것 인지도 따져야 한다. 포도밭을 일구어 주고 포도를 직접 키워서 관리를 해주기도 한다. 와이너리 자체를 고객이 원하는 와인을 만들 수 있게끔 디자인을 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전반적인 와인 제조에 대한 컨설팅을 해준다.
고객이 선호하는 와인을 만드는 과정은?
– 먼저 본인이 좋아하는 와인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와인에 대한 공부를 같이 한다. 특정한 와인을 만들기 전에 내가 추천하는 와인을 고객에게 몇 개 가져와서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 상표를 숨기고 와인을 마시게 한 다음 그 상표를 식별하는 방법)를 한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어떤 와인이 가장 잘 맞고, 안 맞는지에 대해 상의한다. 그러면 대강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을 알 수 있다.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찾게 되면 그것에 걸맞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지역, 포도품종, 와인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귀하가 개발한 Innovatus(이노바투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 이노바투스는 그리스어로 ‘이노베이션’(Innovation), 즉, ‘혁신’을 의미한다. <Napa’s Innovative Spirit>이 바로 내 슬로건이다. 비록 나파 밸리에서 와인산업이 생성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항상 도전하고 개발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하면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라왔다.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서 미국이 이루어진 것처럼 나파 밸리도 마찬가지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나파 밸리에서 다시 와인 산업에 도전해 일궈낸 역사이다. 어떤 사람들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보다 나파 밸리 와인을 더 좋아한다. 그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혁신적인 노력이 있었을 텐데 나도 이민자이고, 또 새로운 공간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답습하는 형태로는 무언가를 이뤄낼 수 없는 공간이다. ‘이노바투스’를 통해 끊임 없는 도전정신과 창의적인 발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노바투스 와인 제조 과정과 걸리는 시간은?
– 먼저 좋은 포도를 구매한다. Atlas Peak(아틀라스 픽)에서 나오는 포도가 있는데 향이 좋은 고품질 포도이다. 와인을 만들기에 아주 고급 품종인데 거기에서 가져온다. 와이너리에서 공간을 빌려 와인을 제조하는데 수확까지 포함해서 보통 2년 정도가 걸린다. 지금 나와 있는 빈티지는 2014년산과 2015년산이 있다. 2016년산은 아직 와인 통속에서 숙성 중에 있다.
귀하의 브랜드 ‘Innovatus’(이노바투스)에서 판매하는 와인의 종류는?
– Innovatus 와인에는 Red Blend(레드 블렌드), Cabernet Franc(카버네 프랑), Cabernet Sauvignon(카버네 소비뇽) 이렇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들 세 가지의 성격이 매우 다르다. 세 가지 와인 모두 고객들에게 인기가 좋은데 무엇을 선호하는가에 대한 것보다는 누가 선호하는지에 따라서 다르다.
귀하가 생각하는 이노바투스 와인만의 특징은?
– Red Blend(레드 블렌드)는 굉장히 흥미로운 와인인데, 프랑스에서는 레드 블렌드 와인을 만들 때 다섯 가지의 포도 품종을 사용한다. 이노바투스의 레드 블렌드는 그런 기본적인 틀을 깨고 syrah(시라)와 Pinot(피노)를 메인 품종으로 사용한다. 만들 때마다 사용하는 품종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는 Metlot(멀롯)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발랄한 느낌을 주는 흥미로운 와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접근하기도 쉽다. 「심각하지 않고 접근하기 쉬운, 그렇지만 가볍지 않음」이 이노바투스 레드 블렌드의 컨셉이다. 고객들은 Innovatus의 레드 블렌드가 주는 가볍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그러한 맛을 느끼면서 굉장히 흥미로워 한다. Cabernet France(커버네 프랑)은 와인 산업 쪽에서 굉장히 트렌디한 품종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친숙한 Cabernet Sauvignon(카버네 소비뇽)과는 달리 카버네 프랑은 단일 품종으로써 웬만해서는 만들지 않기 때문에 흔치 않은 와인이다. 사실 나파에서 생산되는 카버네 프랑과 카버네 소비뇽은 맛이 거의 같아서 구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노바투스의 카버네 프랑은 그렇지 않다. 카버네 프랑만의 맛과 개성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에 살아있는 카버네 프랑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카버네 프랑을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 나파 밸리의 카버네 프랑은 카버네 소비뇽과 비슷해서 그의 독특한 맛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하지만 이노바투스의 카버네 프랑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무척 인기가 많은 편이다. Cabernet Sauvignon(카버네 소비뇽)은 향이 진하면서도 복합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그것만의 특별함이 있다. 현재 나파 밸리의 카버네 소비뇽은 무척 남성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굉장히 진하고 힘이 넘친다. 하지만 이노바투스의 카버네 소비뇽은 여성의 섬세함이 담겨 있다. 섬세하지만 그렇다고 맛이 아주 얇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중성적이다. 그러면서도 유럽의 카버네 소비뇽에 비해서는 좀 더 진한 편이다. 이노바투스의 카버네 소비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좋아한다.
이노바투스의 한국 진출 상황은? 그리고 다른 나라 진출 상황은?
– 나파 밸리에서의 일이 너무 바빠 한국에 직접 나가서 판매 사업을 하기가 무척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과 판매를 담당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내 와인을 단순히 상품으로만 보지 않고 이노바투스 와인에 대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한국에 가서 직접 알아보아야 하는데 기회가 많지 않다. 현재 중국, 캐나다, 일본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캐나다와 일본 쪽에 좀 더 주력하고 있다. 일본이 생각보다 시장이 크고 캐나다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나파밸리에 투자하려는 기업이나 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 내가 생각하기에 요즘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귀농하는 하는 것이 트렌드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나파 밸리나 소노마 같은 곳에서 살고 싶어 한다. 캘리포니아는 여러 면에서 축복받은 땅인데 특히 기후가 매우 좋아 풍요로운 자연환경에서 무엇인가를 재배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나파밸리는 그런 자신의 삶을 투자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 좋은 기회가 많기 때문에 투자를 많이 하면 좋을 것이다. 꼭 추천하고 싶다.
포도주의 본산인 프랑스나 이태리 등지로도 진출할 계획이 있는가?
– 물론 기회가 되면 진출하고 싶다. 특히 지중해성 기후는 포도를 아주 잘 자라게 하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데 그런 기후를 가진 프랑스나 이태리는 좋은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모두 축복받은 땅이라고 생각한다. 그 곳에 진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지역들 뿐만 아니라 어디든지 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좋다.
귀하는 ‘와인은 미국의 문화와 철학을 이해하는 창이다’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설명은?
– 나는 이민자이다. 미국에 단지 영어만 배우기 위해 왔더라면 그들의 삶을 몰랐기 때문에 여기서 살아가는 데 한계가 많았을 것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중요한데 나에겐 와인이 그런 매개체였다. 와인에는 역사,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과학, 농업 등 모든 게 전부 담겨 있다. 그걸 통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단지 책이나 뉴스로 접한 게 아닌, 새로운 세상을 열고 가까이 보며 직접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매개체가 와인이다. 나에게 새로운 역사를 알게 해주었다.
오늘날의 위치에 오기까지 시련이 많았을 거라 생각된다. 힘들었던 점은?
– 처음 와인사업을 시작했을 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미 형성된 조직에 들어가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새로운 것들에 대해 배우는 게 쉽지는 않았다. 이제는 11년 차가 되었으니 나만의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편해진 면도 있지만 처음엔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그 안에 소속되고 사람들과 친하게 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진심을 다해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통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이 사람은 누구지?’, ‘어디서 왔지?’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래도 끝까지 소통하려고 노력을 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나를 받아 주기 시작했고, 지금은 나만의 커뮤니티가 생겼다.
앞으로 이 분야에 도전하려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나파 밸리는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와서 열심히 일을 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며, 또한 그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도 철학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느껴보고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처음 왔을 때 단순히 와인 시음만 해도 좋고 포도밭에서 일을 도와줘도 좋았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나아가 경험을 쌓다 보면 어느 순간 문이 활짝 열린다. 많이 와서 일을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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