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국민아빠 빌 코스비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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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만 둘렀다하면 닥치는 대로…’

사악한 색마로 변해버린 국민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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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하고 따뜻한 국민 아빠 빌 코스비(80)가 끝내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얼굴 뒤에는 추잡하고 음탕한 늑대의 얼굴이 숨겨져 있었고 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수십명의 여성들이 법정에서 줄줄이 증언하면서 그의 마수가 백일하에 들어난 것이다. 빌 코스비는 8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장수 시트콤인 <코스비 가족>의 주인공으로 큰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국민아빠로 명성을 얻었다. 이번 연쇄 성폭력 재판으로 그의 마수에 걸려든 여성들은 10대 배우 지망생부터 30대 여성까지 다양했지만 한결같이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에 입을 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빌 코스비의 상습적인 성폭행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민들은 그의 이중적 삶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5년 가까이 끌어 온 재판에서 스티븐 오일 판사는 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야한다고 특별히 강조하며 가석방 없는 10년형을 선고하며 코스비의 악행에 분노를 나타냈을 정도였다.
김 현(취재부기자)

1984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1992년 종영될 때까지 미 NBC의 최고 인기 시트콤이었던 <코스비 가족>은 미국인들에게 가족의 사랑과 의미를 부여하는 인상 깊은 드라마였다. 주인공인 빌 코스비(클리프 헉스터블)의 이름을 따서 시작한 출연진 모두 흑인으로 구성돼 주목을 끌었고 딸 넷에 아들 하나를 둔 5남매의 아빠 의사로 분장한 코스비의 자상하고 인자한 연기에 국민들은 아낌없는 찬사와 갈채를 보냈었다. 시트콤이 종영된 이후에도 코스비는 미국인들에게 이상적인 아빠이자 모범적인 남편으로 사람을 듬뿍 받았다. 그 어느 누구도 빌 코스비가 수십 명의 여자들은 성폭행했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흑인들의 우상이자 미국인들의 롤 모델로 확실하게 각인됐다. 2009년에는 코미디언 최고 영광인 ‘마크 트웨인상’까지 수상하면서 절대적인 국민아빠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그는 지옥으로 떨어져야했다.

코미디언 한니발 뷰레스의 공개로 촉발

2013년 10월 코미디언인 한니발 뷰레스가 필라델피아의 한 무대에서 코스비를 가르켜 ‘연쇄 강간범’으로 지목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뷰레스의 이 발언을 계기로 그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바바라 포먼(당시 47세)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열면서 그의 악행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코스비는 내가 자신을 아버지처럼 여기도록 쇄뇌시켰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성폭행 사실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배우 지망생이었던 포먼은 17살 되던 해인 1985년 코스비

▲ 빌 코스비는 8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장수 시트콤인 의 주인공으로 큰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국민아빠로 명성을 얻었다.

▲ 빌 코스비는 8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장수 시트콤인 <코스비 가족>의 주인공으로 큰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국민아빠로 명성을 얻었다.

를 만났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던 코스비에게 오디션을 받으면서 비극은 시작했다. 어느 날 코스비의 아파트로 포먼을 불러들인 코스비는 ‘젖은 머리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만취한 여자연기를 해보라고 하면서 뒤에서 그녀의 목과 가슴을 찍어 눌렀다’ 고 말하면서 ‘저녁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셨는데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코스비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을 뿐 모두 벗겨져 있었다’고 말하면서 ‘그 때 분명히 약을 먹이고 성폭행 했다 확신한다’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배우로서 성공하고 싶었던 포먼은 그 뒤에도 수차례나 약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하다가 결국 그의 본색을 알고 성관계를 거절하자 그 때부터 점점 본색을 드러내면서 모든 후원을 중단하고 외면했다. 변호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코스비의 성폭행 사실을 털어 놓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코스비는 너무도 자상하고 인자한 국민아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04년 템플대 여자 농구팀 작전 코치이자 대학 농구스타였던 안드레아 콘스탄트(46)라는 여성이 코스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녀 역시 가족같이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시작했으나 어느 날 그녀에게 알약 3개를 건네주면서 악몽은 시작됐다. 알약을 먹자 무릎이 떨리고 전신에 힘이 빠지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눈을 떴을 때는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알몸이였다. 그제서야 코스비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고 코스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녀의 변호사는 코스비가 비슷한 수법으로 성폭행을 당한 13명의 피해자 증언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재판 전 코스비와 콘스탄드는 합의금을 주기로 하고 소를 취하했다.

독한 술과 수면제 먹여 잠재워 능욕

코스비의 성폭행 소문이 돌자 제2, 제3의 피해 여성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 음반 홍보담당이었던 조앤 타시스는 “19세 때 코스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라고 말하면서 그는 심각하게 병에 걸린 괴물이라고 비난했다. 코스비의 성폭행 수법은 독한 술과 함께 약을 먹인 후 의식을 잃게 한 뒤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그녀는 재치를 발휘해서 성병에

▲ 뉴욕매거진에서 ‘코스비: 그 여자들(Cosby: The Women)'이라는 제목으로 빌 코스비에게 성폭행당한 35명의 여성이 나란히 앉아 얼굴을 공개하는 파격적인 표지를 내걸었다.

▲ 뉴욕매거진에서 ‘코스비: 그 여자들(Cosby: The Women)’이라는 제목으로 빌 코스비에게 성폭행당한 35명의 여성이 나란히 앉아 얼굴을 공개하는 파격적인 표지를 내걸었다.

걸렸다고 둘러댔으나 코스비는 다른 구멍을 찾았다고 술회했다. 조앤은 ‘대통령으로부터 오프라 윈프리까지 코스비를 칭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말을 믿으려하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제니스 디킨스였다. 슈퍼모델인 디킨스가 코스비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동안 코스비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여성들의 증언이 시작되었고 전 미국인은 충격에 빠지며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디킨스는 1982년 <코스비 가족> 캐스팅 건으로 코스비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한잔의 와인과 알약을 받아 먹은게 화근이었다. 그리고 디킨스가 기억하는 건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침대에서 알몸이었으며 심한 통증과 함께 다리사이로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 후 자서전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코스비측의 압력과 회유로 무산됐다

고 말하는 그녀는 “이제라도 그의 상습적이고 지능적인 성폭행 악행을 고발하려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그녀는 “모든 여성들이여 침묵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을 꽃뱀으로 모는 코스비는 천벌을 받아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여성들은 코스비 재판 법정에서 한결같이 “어떤 남자가 당신의 딸이나 손녀에게 똑 같은 짓거리를 한다면 어떻게 할건가요? 그를 죽일건가요? 아니면 축하할 건가요?”라고 맹렬히 비난 했다.

가석방 없는 10년 형 ‘말년은 감옥에서’

코스비는 피해여성들의 생생한 증언에도 불구하고 반성은 커녕 법정에서 까지 위증을 했다. “모두 자신을 모함하기 위한 중상모략이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 검찰은 30년의 구형을 때렸지만 법원은 그에게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펜실베니아 몽고메리 카운티 법원의 스티븐 오닐 판사는 벌금 2만달러 부과명령과 함께 관련기관에 성범죄자 리스트에 등재시킬 것을 지시했다. 코스비의 변호인들은 80세가 넘은 고령인 점을 감안해 가택연금 정도로 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오닐 판사는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켜야하며 가석방 없는 10년형을 선고했다. 미국인들은 코스비의 중형 소식에 “올 것이 온 것 뿐이다. 우리는 코스비의 가면을 벗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며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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