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이냐-기부했나’등 5개 비밀평가로 당락
아무리 성적 좋아도
빽 없고 돈 없으면 입학 못해
2014년 시작된 하버드대 아시안학생 입학차별의혹 소송이 마침내 재판에 돌입했다. 4년간의 재판준비과정에서 아시안학생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속속 드러났다. 아시안학생은 하버드대 입학여부를 결정하는 10가지 사정요인중 성적은 물론 교사평가, 과외 할동평가, 심지어 하버드대가 자체고안한 성적평가에서도 백인들보다 월등히 우수했다. 그동안 아시안학생이 백인에 비해 과외활동 등에서 밀린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부모가 하버드대 출신이 아니고 하버드대에 기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입학에서 차별받고 있음이 명백해 지고 있다. 이같은 요소들은 아시안학생들의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시안학생들이 이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불공정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이 아시안입학차별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2014년 11월 17일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라는 시민단체가 제기한 하버드대 아시안학생입학차별소송, 마침내 4년만인 지난 15일부터 3주간의 벤치트라이얼에 돌입했다. 원고측의 배심원재판요청에도 불구하고, 메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사실관계만을 정확히 따져 판단을 하겠다’라며 지난 5월 23일 배심원없는 벤치트라이얼을 선언했고, 원피고양측의 약식 판결요청을 모두 기각한뒤 10월 15일부터 벤치트라이얼을 시작할 것이라고 9월 28일 명령 했었다. 아시안학생 입학차별재판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디스커버리등을 통해 밝혀진 차별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버드대 신입생선발 10개 사정항목 밝혀져
지난 18일 하버드대측은 재판에서 차별이 없었다며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아시안학생 들에게 충격적인 자료가 공개됐다. 지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졸업연도로는 2000년 클래 스부터 2017년 클래스까지의 아시안학생 평균합격률이 8.1%로 하버드대 지원자 전체평균 합격률 9.3%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기간 중 백인은 11.1%, 흑인은 13.2%, 히스패닉은 10.6%로 아시안학생은 인종별 최저를 기록했다. 18년간 아시안학생 합격률이 전체 평균합격률을 앞섰던 적은 2005년도, 단 한해 뿐이었으며 17년간 아시안합격률이 전체 합격률에 미치지 못했다. 또 18년 내내 아시안합격률이 각 인종중 가장 낮았다.
그렇다면 과연 아시안학생은 하버드대 입학사정에서 각 인종 중 가장 저조한 평가를 받았을까. 결과적으로 아시안학생의 입학사정 평점이 가장 낮아 합격률이 최저를 기록했지만 아시안 학생은 학교성적뿐 아니라 과외활동성적등에서도 백인학생을 앞지른 것으로 드러났고, 흑인과 히스패닉은 비교자체가 되지 않았다. 하버드대는 재판과정에서 2014클래스부터 2019클래스 까지 6년간의 입학사정정보를 먼저 제공한데 이어, 2000클래스부터 2017 클래스까지의 입학사정정보를 추가로 제공했고, 2018클래스와 2019클래스의 일부 사정정보를 SAFF측에 건넸다.
SFFA측이 이 정보를 검토한 결과 하버드대의 입학사정기준이 10가지항목이라는 점이 처음으로 밝혀졌고 지원자들에 대한 항목별 평가결과도 드러났다. SFFA는 이 방대한 자료를 피터 아키디아코노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건네고 정밀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듀크대는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명문사립대로, 하버드대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아키디아코노 교수는 원고측 전문가로 나설경우 학교측으로 부터 불이익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원고측 의뢰를 마다하지 않았다.
분석결과 하버드대가 입학사정에서 고려하는 10개 항목은 SAT1과 SAT2, 동문개인평가, 동문집단평가, 가이던스평가, 교사평가1, 교사평가2, 개인인성평가, 과외할동평가, 고교성적평가로 밝혀졌다. 아시안학생은 10개항목중 SAT1과 SAT2, 동문집단 평가, 교사평가1, 과외활동평가, 고교성적평가등 5개항목에서 백인학생을 압도했다.
학교성적 역시 아시안이 두배이상
구체적으로 아시안학생은 고교성적평가3등급이상이 60.21%에 달한 반면 백인은 45.29%에 불과했다. 과외활동평가에서도 3등급이상은 아시안학생이 28%인 반면 백인은 24%에 그쳤고, 교사평가1에서도 3등급이상은 아시안이 31.49%인 반면, 백인은 31,31%였다. 동문집단평가 3등급이상도 아시안학생이 51.14%인 반면 백인은 46.65%로 아시안학생이 우수했다. 특히 학교성적 최상위등급인 10등급이상의 아시안지원자 비율은 17.92%로 백인 8.64%보다 두배이상 많았다. 하지만 성적 10등급이상중 아시안학생 합격률은 12.69%에 불과했고, 백인학생 합격률이 15.27%로 아시안보다 월등히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그러나 교사평가2, 3등급이상은 아시안학생이 32.16%인 반면 백인이 32.98%, 가이던스 카운셀러평가 3등급이상은 아시안학생이 26.17%인 반면 백인은 26.62%, 동문개인평가 3등급이상은 아시안학생이 62.25%인 반면 백인은 63.13%를 기록하는등 백인학생이 1%도 안되는 근소한 격차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단 하나 개인인성평가에서만은 3등급이상 백인학생이 21.27%인 반면 아시안학생은 17.64%로 백인보다 4%가량 낮은 것은 물론, 흑인, 히스패닉보다도 낮았다. 도대체 개인인성평가가 무엇을 평가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며 계량적으로 평가하기가 힘들어 지극히 자의적일 수 밖에 없다. 교사평가, 가이던스카운셀러 평가, 동문개인평가등도 자의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아시안학생과 백인학생의 차이는 크지 않다. 사실상 개인인성평가 1개 항목에서만 아시안학생이 백인학생에게 뒤지는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아시안학생이 하버드대 자체평가에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아시안계 일각에서 과외활동평가등에서 아시안이 백인에게 밀린다는 추정이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이다. 학교성적뿐 아니라 과외활동평가에서도 아시안학생이 우수한 것이다.
아시안학생이 우수하지만 왜 합격률이 낮은 것일까. 입학사정 10대항목외에 다른 요인이 고려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하버드대학은 지원자들에게 대략 36개 문항의 질문에 답하도록 요구하지만 비공식적으로, 5가지 요소를 더 고려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첫째 인종이 무엇이냐, 둘째 부모가 하버드대나 레드클리프에 다녔느냐, 세째 하버드대학에 기부를 했느냐, 네째 하버드대 교직원의 자녀인가, 다섯째 체육특기생인가 하는 점이다. 인종과 동문여부, 기부여부가 입학사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점이 개인인성평가 점수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Z리스트 존재 – 70% 백인학생, 아시안 14%
바로 이같은 비공식 입학사정요인을 바탕으로 유예결정[DEFER]리스트, 이른바 Z 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예결정이란 지원자가 당초 지원한 학과가 아니라 다른 과로 입학으르 시키거나, 입학은 허가하되 한해뒤에 입학하게 하는 것이다. 해마다 이 Z리스트로 입학하는 학생이 50-60명에 달했다. Z리스트는 이른바 특혜입학리스트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 특혜입학에도 최소 4가지 이상의 범주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첫째 동문자녀특례 입학이다. 하버드대는 동문자녀를 뽑지 않을 경우 동문들이 기부를 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동문들을 특례입학시킨다는 것이다. 둘째 학장 및 국장추천 특혜입학이다. 학장및 국장이 관심있는 학생이라고 할 경우 입학을 시키는 것으로, 이 범주는 그 대상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세째는 교직원자녀 특혜입학이다. 말그대로 하버드대 교수나 직원의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다. 하버드대이 교직원자녀 특혜에 대한 답변이 걸작이다. 교직원자녀가 하버드대가 아닌 다른 대학에서 특혜를 받을 경우 교수등이 그 학교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특혜를 준다 는 것이다. 역으로 하버드대 교수의 자녀가 다른 대학에 지원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네째는 체육특기생 특례입학이다. 하버드대는 스포츠를 통해 학생과 동문을 결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체육특기생에게 혜택을 준다고 답했다.
하버드대학 아시안학생 입학차별 곳곳에서 드러나
아시안 인종별 최저 입학률
숨겨진 기막힌 이유와 까닭
하버드대가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클래스에서 2019클래스까지 Z리스트는 342명이며 이중 백인이 238명으로 70%를 차지했고 아시안은 49명으로 14%에 불과했다. 체육특기생 합격률이 86%에 달했지만 이는 특수경우이므로 예외로 본다면 입학보증수표는 대상기준을 전혀 알 수 없는 학장 및 국장리스트였다. 학장 및 국장리스트의 합격율은 58.8%에 달했다. 동문자녀 합격률이46.5%, 교직원자녀 합격률이 33%의 순이었다. 체육특기생이 아니고 동문이 아닌 지원자의 합격률이 6%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특히 이른바 Z리스트 특헤입학생들의 학업수행능력은 일반입학생보다 월등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반합격생중에는 얼리액션합격률이 정규지원합격률보다 5.7배에서 7배, 얼리디시즌합격률이 정규지원 합격률보다 4.3배에서 5.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자체조사서도 아시안학생이 우수
하버드대도 아시안학생차별의혹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오랫동안 자체조사를 해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학교기관리서치오피스라는 OIR은 지난 2013년 2월 입학생 차별의혹을 조사, 피츠시몬스 입학처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버드대 내부기관인 OIR의 자체조사에서도 아시안학생이 월등히 우수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만약 성적만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면 아시안학생이 전체의 43.04%를 차지하는 반면 백인은 38.3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때 흑인은 0.67%, 히스패닉은 7.42%, 아메리칸인디언은 0.21%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동문특혜입학과 체육특기생 특혜입학등 2가지 요소가 추가되면 그 결과는 역전된다. 아시안학생 비율은 31.4%로 하락하고, 백인학생은 48%로 증가한다.
또 여기에다 과외활동평가와 개인인성평가를 보태면 아시안학생비율은 26%로 추가 하락하는 반면, 백인은 50.63%로 증가한다. 여기에 인종절 요소까지 추가고려하면 아시안비율은 17.97%, 백인은 44.08%를 차지한다. 실제로 분석기준이 된 2012년 입학생비율은 아시안 18.66%, 백인 43.21%였다. 성적순으로만 뽑을때보다 아시안학생비율이 60%이상 감소하는 것이다.
합격률도 마찬가지다, 성적만으로 선발하면 아시안학생의 합격률은 17.35%인 반면 백인학생 합격률은 9.43%에 불과하다. 여기에 동문특혜입학과 체육특기생 특혜입학이 추가로 고려되면 아시안 합격률은 12.66%로 하락한 반면, 백인합격률은 11.81%였다. 동문특혜입학과 체육특기생 특혜입학이 추가돼도 아시안 합격률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과외활동평가와 개인인성평가가 추가되면 아시안합격률은 10.48%로 떨어지고 백인합격률은 12.45%로 역전된다. 과외활동평가도 아시안이 우수한 것을 감안하면 기준을 알 수 없는 자의적 평가인 개인인성평가가 합격의 당락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인종적 요소가 고려되면 아시안합격률은 7.24%, 백인 합격률은 10,84%가 되고 이는 2012년 지원생의 실제 인종별 합격률과 비슷해 지는 것이다.
2013년초 OIR은 피츠시몬스입학처장에게 ‘어드미션파트2 리포트’를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서 OIR은 아시안학생의 합격률은 10년간 백인학생보다 낮았으며, 백인학생이 우대받고 있다는 명백한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또 학업성적이 비슷하면 백인 학생이 합격하며, 개인인성 평가가 가장 중요한 합격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인성에 이어 흑인여부, 동문여부, 인디언여부순으로 합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피츠시몬스입학처장은 이같은 보고서를 총장등 자신의 상관은 물론 입학처내 다른 교직원들에게도 공유하지 않았다며 꼬리자르기에 나섰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하버드대측이 아시안입학차별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장기간 방치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인 것이다.
‘아시안학생 할만큼 했다’ 이제 부모가 나설 때
하버드대아시안입학차별소송은 아시안 대 아이비리그대학 및 유명사립대의 다툼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지난 7월 30일 브라운대, 콜롬비아대, 코넬대, 다트머스대, 듀크대, 에모리대, 조지워싱턴대, 존스홉킨스대, MIT, 프린스턴, 스탠포드, 펜실베이니아대, 반더빌트대, 워싱턴대, 예일대,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등이 인종차별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단체로 몰려와서 하버드대를 편드는 것이다. 이들은 만일 하버드대가 질 경우 자신들의 대학도 소송에 직면할 것을 의식,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하버드대가 승리하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하버드대 학생들도 학교측을 지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특히 하버드대측 변호인단의 대표변호사는 윌리암 리 라는 중국계 변호사로 밝혀졌다. 지적 재산권문제 전문가로서 애플대 삼성소송에서 애플측을 변호하기도 한 윌리암 리는 하버드대 출신이다. 하버드대가 아시안차별소송에서 보란듯이 아시안변호사를 내세워 차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연방법무부는 지난 8월 30일 원고인 SFFA의 주장이 타당하며 하버드대측의 기각요청은 근거가 없다며 원고측을 지지하는 이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소송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불꽃튀는 소송과정을 통해서 명백히 밝혀진 것이 있다. 하버드대 자체 보고서에서도 아시안학생이 백인학생들보다 월등하게 우수하며, 백인학생이 우대받고 있다고 드러난 것이다. 아시안 학생은 성적뿐 아니라 과외활동평가에서도 백인학생을 압도했다. 사실상 이제 아시안학생들은 더 노력할래야 할 것이 없는 셈이다. 우리 자식들이 이제 할만큼 했음이 명백히 입증됐다. 남은 것은 부모몫이다.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는 것, 그것이 미국땅에 사는 부모의 마지막 소명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