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재인은 김정은의 교황 방북 메신저 자청했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여부가 다시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고통 받는 이들의 벗’으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그때 북한 신자도 초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며 한국 한 곳만 방문했다. 한국 천주교 신자수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많은데다, 아시아의 여러 교회 중 분단된 한국의 교회를 제일 먼저 찾은 것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염원했기 때문이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재인 대통령의 알현을 맞이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은의 방북 초청 의사에 교황은 이탈리어로 “가능한 일”(영어로 available라는 의미)이라면서 ‘공식 초청장을 받은 다음에 결정 하겠다’라고 밝힌 것을 두고 한 쪽은 ‘방북할 것’이란 긍정적인 입장으로 보고, 또 한쪽은 공산 독재 국가에 ‘방북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언론을 포함한 외신들은 한국정부의 성명을 인용 해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보도 하면서도 종교를 탄합하는 북한에 대한 교황의 방문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계속 교황은 방북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새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강조 하지만, 한국천주교수호단체는 “신부 수녀 신도들을 처형한 북한정권을 미화시키는데 교황을 이용 말라”며 청와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NBC방송은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장을 받았고, 교황은 방북 가능성을 밝혔는데 이는 종교를 탄합하는 독재국가를 방문한다는 기념비적 방문이 될 것이라고 한국정부 관리가 밝혔다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35 분 간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하면서 김정은의 교황 방북 초청을 구두로 전했다. 만약 교황이 방북할 경우, 이는 사제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독재국가에 대한 교황의 첫 번째 방문일 것이다. 현재 북한에 얼마나 많은 가톨릭 신자가 있는지, 또는 종교인들의 신앙 생활에 대하여 알려진 사항이 거의 없다.
교황, 초청장 받으면 갈수있다
현재 북한 헌법은 국가를 훼손하지 않는 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지만 평양에 있는 카톨릭 교회(장충 성당)를 포함하여 소수의 기독교회의 개방적인 종교 활동은 허용되지 않으며 북한 정권은 외국 선교사들을 반복적으로 수감해왔다. 한편 한국의 문 대통령의 발언에 따르면 프란시스코 교황 대변인은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 노력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면서 문 대통령은,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교황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한 교황은 문 대통령의 구두 초청 메세지에 대하여 “귀하의 메시지가 충분하지만 정식으로 초청장 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으며, “나는 초대장을 받으면 분명히 대답하겠다”면서 “나는 갈 수 있다”(I can go)라고 말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편 NBC방송은 교황은 내년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 방문은 중국이 주교 임명에 관한 교황청과의 관계를 개선함에 따라 중국 방문과 함께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방송은 최근의 교황과 문 대통령간의 만남을 두고 바티칸 성명서는 북한 김정은의 교황 구두 초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유엔은 북한이 총체적이고 제도적인 인권 유린 국가로 지적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황의 북한 방문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교회 당국자들은 북한에 1950-53 한국 전쟁 직전에 약 55,000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존재했다고 추산했다. 일부 종교 단체들은 현재 북한에 천주교 신자들이 수 백 명에서 약 4,000명 정도로 추산했다. 그리고 남한에서 가끔 성직자들이 북한을 방문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구호 원조 등 인도주의 목적으로 방북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VOA 방송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받은 뒤 직접 초청장이 오면 응답할 것이며 갈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국 정부 측이 전했다고 보도 했다.교황의 방북은 북한의 억압된 종교자유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반면에 김정은이 비핵화와 관계없이 대외적으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교황을 초청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앤드루 여 미국 가톨릭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중국 지도자에 이어 가톨릭 교황까지 세계 주요 지도자들과의 잇따른 만남은 김정은의 지위에 더욱 정당성을 부여해줄 것이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종교 활동을 한 주민을 체포해 고문하거나 처형하는 인권탄압 국가 북한이 교황 방문으로 개선될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앤드루 여 교수는 “현재의 평화로운 대화 국면에서도 인권 얘기는 꺼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교황의 북한방문은 종교 자유를 장려할 수 있지만 북한 내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북한에 변화를 줄 것”방북 초미의 관심
과거 교황은 두 차례 방북 논의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성사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
다. 북한은 지난 1991년 요한 바오로 2세 초청을 추진하며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가 2개월 만에 포기한 배경도 가톨릭 신자가 급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밝혔었다.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의 두 번째 방문은 1989년 10월 7~9일이었는데 당시 교황은 65만명이 모인 세계성체대회 본 미사에서 북한신자들을 초청하였고, 마지막까지 판문점에 차량을 대기시키며 북한 신자들이 내려오기를 고대하였으나 무산됐다. 또 북한은 2000년에도 교황 초청을 추진하다 내부 사정으로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교황청과 북한 양측이 디테일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북한은 현재 천주교 사제가 한 명도 없다. 신자 수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교회법에 따르면 북한 지역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할 지역이다. 분단 전 3개 교구, 57개 성당이 있었지만 지금은 1988년 만든 평양 장충성당 한 곳 뿐이다. 현재 평양교구는 서울대교구장, 함흥교구는 춘천교구장, 덕원교구는 왜관 베네딕도수도회 아빠스가 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다. 교황의 방북이 이뤄지면 평양 공항에서 한국의 주교·사제가 교황을 영접할 수도 있다. 교황이 집전하는 행사는 최소 수 만 명 규모다. 북한이 300석이 채 안 되는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진행할 지, 대규모 군중 집회식 미사를 열 것인지도 관심이다.
교황청은 지난 18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 이후 낸 공식 성명에서 교황의 북한 방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교황청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교황은 (방북)의향을 표명했다. 우리는 그것(북한의 초청장)이 공식화 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계는 교황이 밝힌 것처럼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도착한 이후 북한 방문 문제에 관해 교황청이 공식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초청장 문제’가 해결된다면 최초의 교황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북한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문제는 교황의 독재 국가 방문에 따른 논란이다. 기본적으로 교황의 외국 방문은 기본적으로 모두 ‘사목 방문’, 즉 신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교황의 방문은 예상 외의 ‘정치적 효과’를 낳곤 했다. 특히 독재 국가 방문은 개혁개방과 종교 자유 의 바람을 일으켰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과 쿠바 관계 개선의 중재자로 나서 이듬해 양국이 국교 정상화에 이르는 데 일조했다. 쿠바는 공산화 이전엔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였다는 점에서 극심한 종교 탄압을 해온 북한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교황의 방북은 교황 본인과 김정은 양쪽 모두에게 위험 부담이 큰 모험이다. 교황으로서는 북한의 정치적 선전에 이용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국내 천주교계 일각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김정은은 교황의 방문으로 종교 자유와 인권에 대한 요구가 쏟아질 가능성을 우려 할 것이다.
“북한엔 신부 수녀 신자 한 명도 없어”
만약 교황이 방북하게된다면 언제 어떤 형식으로 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톨릭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사를 밝힌 만큼 빠르면 내년 1월 동북아시아 방문 일정의 일환으로 북한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교황은 최근 “내년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중국 선교에 적극적인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공을 들여 왔다. 16일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시노드’에 참석한 중국 주교 2명은 교황을 만나 중국 초청 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평양을 함께 방문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시기를 속단하긴 어렵다. 교황의 해외 순방 일정은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교황청 내부의 일정 조율은 물론 북한과 방북 관련
실무 협의와 실사단 파견 등을 먼저 거쳐야 한다. 2014년 한국을 방문할 때도 그랬다. 2013년 말에 교황청 내부에서 방한 결정이 났으나 교황청의 공식적인 방한 계획 발표는 3월에 있었고, 실제 교황의 방한은 8월에 이루어 졌다. 그렇게 따져본다면 빨라야 내년 4월에나 방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천주교 평신도들로 이뤄진 ‘대한민국 수호 천주교인 모임’이 지난 15일 주교회의가 열리는 중곡동 주교 성당과 명동성당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 북한방문 추진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수호 천주교인 모임’은 성명에서 “북한은 김일성이 집권하면서 천주교회의 신부와 수녀 들을 모두 처형하고 교회를 탁아소, 공연장, 공공시설로 만들어 공산혁명에 이용하였다”면서 “지금도 숨어서 미사를 보다 들켜 끌려가 수많은 신자들이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짐승 취급을 받으며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수호 천주교인 모임’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천주교회를 집권을 위해 이용한 것도 모자라 천주교의 역적 김정은을 지키기 위해 교황 북한방문을 주선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의 교황 방북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대한민국 수호 천주교인 모임’은 규탄 집회 후 염수정 추기경에게 호소문을 전달하였으며, 오후에는 교황청 서울 대사관을 방문하여 교황이 북한을 방문해서는 안 되는 이유와 북한 방문 반대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 성명서에서 <문대통령은 북핵폐기를 앞세워 김정은과 3차례 만나며 핵폐기는 뒷전이고 ‘김정은 대변인’으로 변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