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치의 정말 믿을 수 있습니까’
미국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동포들은 주치의를 두고 있다. 주치의는 자신의 환자나 환자들의 가정에 건강을 챙겨주는 고마운 의료진의 한 분야다. 하지만 주치의가 다 좋은 의료진이 아니다. 주치의만 믿고 있다가 자신의 신체 증세의 크나 큰 문제점을 간과하는 바람에 생명의 위험이 닥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당신들은 얼마나 자주 주치의를 만나는가. 만나면 무슨 유익이 있었는가. 한번쯤은 되새겨 보아야 한다. 자신의 건강은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일지라도 서로의 건강을 나누어서 살아갈 수가 없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최근 K모씨는 유방암 검사에서 암이 발견되었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그리고 불과 2개월만에 정밀검사를 통해서 유방암 4기에 이르렀다는 결과를 알게 되었다. 일부 암세포가 전이가 됐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응급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K모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들게 됐다. 의료진들은 ‘만약 유방암을 더 일찍 발견했다면 좀 더 치료를 쉽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주치의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사전에 검진 등 조치를 취했으면 훨씬 달라졌을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수년 전 한인사회에 원로인 W씨는 안구 수술을 받고 한 쪽 눈을 잃어버렸다. 당시에 의료진들은 ‘주치의가 평소에 자신의 환자에 대하여 관심을 주었다면 안구 질환에 대하여 초기에 전문의에게 의뢰를 하였을 것’이라면서 ‘안구 전문의가 일찍 그 환자를 진료하였다면 안구 적체 수술은 필요 없었을 것’이란 의견이었다. 이 같은 두가지 케이스는 주치의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환자의 이상유무를 제일 처음 진료하게 되는 주치의가 태만과 불성실로 인하여 결국 환자의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주치의가 태만과 불성실이 생명 위협
문제는 이같은 케이스가 언제나 우리 주변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코리아타운이나 한인사회를 상대로 진료하는 한인 의사들에 대한 평판은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병원에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 의사와의 대화는 너무 짦다” 이같은 반응은 요즘 대부분 환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어느 병원 광고 문구에는 ‘짧은 기다림, 긴 진료’라는 문구까지 나타나고 있을 정도이다. 대기시간이 길고 의사 만나는 시간이 짧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가능한 환자는 많이 받고 진료시간은 짧다>는 의미다. 그것은 진료 시간 보다는 환자를 더 많이 받겠다는 의도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취재진이 직접 일부 병원들을 방문했을 때, 여러개의 진료실에 환자를 대기시켜 놓고 의사는 한 진료실마다 들어가서 평균 7분 정도로 있다가 나오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여전히 대기실에는 환자들이 평균 한 시간 이상씩 기다리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치료보다는 환자를 많이 받아 돈을 벌겠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주치의의 태만과 불성실로 인해 고통을 겪는 J모씨는 40대 말 환자인데, 주치의는 적어도 1년에 1회 이상 유방암 검사를 실시하던가, 전문의에게 검진을 의뢰했어야 했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이야기다. 여성들은 일방적으로 20대가 넘으면 정기적인 유방암 검사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대부분 의료진들의 조언이다.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의 의료기록을 살펴보고 만약 이 환자가 오랫동안 검진을 받지 않았으면 직접 환자에게 통보를 하여 필요한 검진을 받도록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쪽 눈을 잃어버린 W씨의 경우도, 평소 주치의가 나이가 든 환자를 만났을 때 신체 전반에 대하여 비교적 세세하게 관찰하고 질문을 통해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았다면 분명히 눈 문제에 대하여 알았을 것이다.
주치의 소홀한 잘못 판단이 환자 생명좌우
서울메디칼그룹 소속 닥터안종합병원의 알버트 안 박사는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바쁘더라도 반듯이 정기검진을 받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면서 “평소 자신이 불편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주치의의 책임도 중요하지만 환자들도 함께 협력해야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안박사는 “환자들이 의사들보다 더 바쁜것 같다”면서 진료 통보를 하면 바쁘다는 핑계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의료체계는 한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일단 미국에서는 병원(Hospital)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크게 의사 진료실이라 불리는 Doctor Office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Hospital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의사 사무소는 예약제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당장 아프다고 응급환자가 예약 없이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만약 긴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Hospital(병원) 또는 ER Center(응급센터)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주치의는 전문 치료를 담당하지는 않는다. 보통 HMO 플랜에 가입한 환자들이 주치의를 두고 있는데 여기서 주치의는 건강 삼담, 검진 또는 예방 이른바 Wellness Service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당장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주치의를 찾아가도 긴급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만약 즉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험카드를 들고 보험이 지정하고 있는 Hostpital 또는 ER Center 로 가야 한다. 아주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치의 또는 Doctor Office에 예약을 하고 방문하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주치의 제도는 미국 초기에 의사 수가 부족했던 시대에 생겨난 제도로서 주치의가 평소 환자의 의료기록을 관리하면 긴급 상황에서 치료를 전담하는 전문의들의 신속한 판단에 유용하다는 점에서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제도이다.
보통 1년에 한번씩 정기 검진 받고, 어떤 이상이 있다면 처음 연락해서 물어볼 수 있는 정도면 주치의라고 할 수 있다. 정기 검진을 통해서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주기적으로 보기도 한다. 좀 심각한 문제면 스페셜리스트(전문의)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주기적으로 주치의를 방문하면 병력 히스토리가 쌓이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를 좀 더 자세히 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서 아기들이 태어나면, 분만 후 퇴원할 때 소아과를 의무적으로 지정하고 첫 약속을 잡아야 퇴원이 가능했다. 1년 안된 아이의 경우 몇 달 단위로 첵크를 하고, 그 이후에는 1년에 한번씩 할 정도다. 만약에 지정 병원을 바꾸게 되면 새로운 병원에서 그 전 히스토리를 요구하거나 자기들이 알아서 전달할 것이다. 그냥 평소에 자주 갈, 그리고 문제있으면 방문할 패밀리 닥터 한 명을 정해 놓는게 주치의이다. 당연 패밀리 닥터이기때문에 심각한 병에 걸렸을 경우에는 스페셜리스트를 연결해 주거나 대형 병원으로 가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주치의 한명 정해 놓는게 히스토리 관리에도 좋다. HMO의 경우 패밀리닥터(주치의)는 필수나 마찬가지인데 의외로 상당히 편리하고 합리적인 제도이다. 몸에 어떤 증상이 있을 때 그걸 개인이 판단해서 무슨 병원을 가야하나 결정하는게 아니라 필요한 경우 주치의부터 만나서 상의를 하고 주치의 선에서 해결이 되면 거기서 끝나고 좀 더 자세한 검진 및 전문의가 필요하면 그때부터는 주치의가 하라는대로 하면 된다. 주치의를 정해두고 1년에 한 번 방문해 검진을 받으면 더 큰 병을 사전에 예방하기에 더 큰 의료지출과 건강의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잭스 주치의 과실치사 유죄평결
주치의가 돈은 많이 받고서도 중요한 순간에 환자를 돌보지 않고 또한 환자 상태를 적절하게 모니터 하지 않아 태만했다는 이유로 세계적인 이목을 끝 사건으로 “팝 황제 마이클 잭슨” 사망 사건 재판이 있다. 지난 2011년 11월에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은 마이클 잭슨 사망을 두고 그의 주치의에 대한 과실치사 재판이 있었다. 당시 11월 7일 LA형사법원 배심원단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주치의 콘래드 머레이(58) 박사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당시 남성 7명, 여성 5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틀동안 8시간 30분에 걸친 숙의 끝에 주치의 머레이 박사가 잭슨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는 검찰의 기소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고 형량이 징역 4년에 이르는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이 내려지면서 머레이 박사는 즉각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의 의사 면허도 자동으로 정지됐다.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던 머레이 박사는 평결이 발표되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갑을 차고 퇴장하는 순간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담당 판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만장일치로 유죄가 결정된 지를 확인하려고 13명의 배심원에게 일일이 “유죄냐”고 물었고 배심원들은 한결같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당시 6주 동안 이어진 재판은 “팝의 황제”를 잃은 잭슨의 팬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사건이었다. 이보다 2년 전인 2009년 6월 25일 복귀 공연을 준비하던 잭슨이 자택에서 숨진 뒤 미국 검찰은 불면증을 앓던 잭슨에게 강력한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과다하게 처방, 주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머레이 박사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던 것이다.
검찰은 머레이 박사가 한 달에 15만 달러라는 엄청난 보수를 받으면서도 잭슨의 불면증 때문에 치명적인 약물을 투여하고도 중요한 순간에 잭슨을 돌보지 않아 결과적으로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은 머레이 박사가 의사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는 적절한 장비조차 갖추지 않아 잭슨이 사망했다고 공박했다. 반면 그의 변호인단은 잭슨이 약물 중독 상태에서 주치의 머레이 박사의 처방 없이 스스로 추가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고 반박해왔다. 변호인단은 불면증에 시달린 잭슨이 “(수면제 효과가 있는) 약을 달라”고 머레이 박사에게 애원했으며 이미 진통제 등 다른 약물에 중독된 상태였고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직접 과도한 분량의 프로포폴을 투여해 사망했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배심원들은 6주 동안 무려 49명의 증인의 증언을 청취했다. 33명은 검찰이 내세운 증인이었고 16명은 변호인 측 증인이었다. 증인끼리 공방도 치열했다. 검찰 측 증인들은 머레이가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잭슨을 보살피는데 태만했다는 증거를 제시했고 변호인단 증인들은 잭슨이 심신 미약 상태에서 머레이의 지시를 무시 했다고 반박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잭슨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이 드러나기도 했다. 약물에 취한 채 복귀 공연을 멋지게 치러내겠다고 다짐하는 잭슨의 전화 목소리와 바짝 야윈 창백한 시신이 공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