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후
요동치는 미국과 트럼프의 입지
민주당 하원 장악으로
트럼프 조속한 레임덕 온다
미국 ‘중간선거(off-year election)’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다. 이번 중간 선거는 최근 연달아 터진 각종 대형사건이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막판 판세가 크게 요동쳤다. 얼마 전만 해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불거진 성추문 의혹의 반작용과 중앙아메리카 이민자 행렬(캐러밴)로 거세진 반이민 정서 등에 힘입어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자 결집을 이끌어 내며 전통적으로 여당이 불리한 판세에 변화를 주는 듯했다. 하지만 반트럼프 인사들을 겨냥한 폭발물 소포 배달,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사건 등 잇단 증오 범죄에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발언과 행보가 부각되면서 다시 민주당 쪽으로 무게추를 가져 온 모습이다.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현재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에 내준 것으로 보도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레임덕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관련 탄핵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중간선거의 이모저모를 짚어 보았다. <특별취재반>
워싱턴포스트(WP)는 차기 의회가 지금보다 더 ‘젊어지고’, ‘여성이 많아지고’, ‘다양’해진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역사상 최초로 무슬림 여성이 미의사당에 입성한다. 미시간 주 하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의 라시다 틀레입 후보는 공화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아 승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그는 팔레스타인 이민자 부부의 자녀로, 첫 무슬림 여성 연방 하원의원 탄생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 미네소타 주 연방 하원에 도전하는 여성 무슬림이자 소말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 일한 오마르 민주당 후보 역시 민주당 텃밭인 곳에서 당선됐다. 뉴욕주 14선거구에서 민주당의 오카시오 코르테즈(여)후보가 29세 최연소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일단 민주당의 경우 당선이 예상되는 ‘텃밭’에 상당수 청년, 여성, 유색인종 등을 출격시켰다.
아시아계 비롯 소수계 여성들 눈부신 약진
텍사스주 하원에서는 13번의 임기를 마친 백인 진 그린 현역 의원 대신 라틴계 여성 실비아 가르시아가 민주당 후보로 출전한다. 콜로라도주 하원은 주지사에 출마하는 현직 재러드 폴리스 민주당 의원 자리에 흑인 남성 조 니거스 후보가 당선됐다. 폴리스는 게이인데 주지사에 당선됐다.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에서는 라이언 코스텔로 공화당 의원 자리에 나선 그레그 맥콜리 후보 보다는 민주당 소속 여성 후보 크리시 훌러핸의 당선이 유력하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민주당 여성 후보 3명 모두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로비단체 더라벤그룹(The Raben Group)이 분석한 하원 전망에 따르면 민주당이 현 의석을 유지 하면서 40여석을 더 확보하면 여성은 4석 중 1석을 차지하게 되며, 유색인종은 27%로 급증한다. 현재 의회에서 여성은 5석 중 1석, 유색인종은 23%를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민주당보다는 여성 후보들의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플로리다주에서 은퇴하는 여성 하원의원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자리에 언론인 출신 마리아 엘비라 살라사르가 나섰지만 도나 샐레일라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타주에서 유일한 흑인 공화당 여성 의원인 미아 러브 하원의원은 벤 매케덤스 민주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고 있다. 단 캘리포니아주 하원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출신 여성 공화당 후보 영 김이 길 시스네로스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다면 공화당은 아시아계 여성 한 명을 확보한다고 WP는 전했다. 중간선거는 임기 4년인 미국 대통령의 집권 2년 차에 시행되는 상·하 양원 및 주지사, 주의회, 시장 등 공직자를 선출하기 위해 열리는 선거다. 임기 중간에 열리는 만큼 현직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띤다. 11월 첫 번째 월요일이 속한 주 화요일에 실시되는데 올해는 11월 6일이 선거일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100석 중 35석, 주지사 50명 중 36명이 선출된다. 50개 주마다 2명씩 배정된 상원의원은 임기 6년으로 2년마다 3분의 1 (33∼34석)씩 새로 선출된다. 올해는 33개 의석과 공석 2개가 합쳐져 35명을 뽑는다. 각 주의 인구비례에 따라 배정된 하원의원은 2년마다 새로 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미 상원은 공화당 51석에 민주당 49석, 하원은 공화당 240석에 민주당 195석이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던 경제, 외교 등 각종 정책에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국제사회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는 이색 출마자이 많았다.
게이 주지사 탄생
올해 중간선거에는 트랜스젠더(성 전환자)와 무슬림 등 다양한 이색 후보가 출마했다. 먼저 눈길을 끄는 이는 트랜스젠더인 크리스틴 홀퀴스트 후보로 버몬트주 주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40% 득표율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버몬트 주 전기협동조합 대표를 지낸 홀퀴스트 후보는 2015년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네소타주, 미시간주에서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일한 오마르, 라시다 틀레입 후보는 무슬림 여성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 언론은 이들의 당선을 보도했다. 최연소 출마자는 연방 하원의원 뉴욕주 제 14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28)이며, 최고령 후보는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한 6선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85·민주) 의원이다. 럿거스대 여성정치학센터 집계에 따르면 올해 중간선거 상원의원 입후보자 중 여성은 53명(공화 22명·민주 31명)으로 기존 최다인 지난 2016년 선거의 40명을 훌쩍 넘어섰다.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여성 입후보자가 476명(민주 356명·공화 120명)으로 2012년 298명을 크게 앞질렀다. 현직이 아닌 후보자로 한정할 경우 민주당 하원 후보 중 여성
비율은 252명 중 125명으로 49.6%나 되고 공화당도 18.0%에 이른다. 현재 현역 여성 의원은 상원 23명, 하원 84명으로 선거 전문가들은 올해 하원에서만 여성 의원이 역대 최초로 100명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여성 당선자가 대거 나온 1992년 ‘여성의 해’가 올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청문회 과정에서 성추행 당했다고 폭로했던 ‘애니타 힐 사건’이 올해 브렛 캐버노 대법관 청문회 당시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의 성폭력 폭로로 재연됐기 때문이다. 중간 선거는 전통적으로 경제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다. 이번 선거도 의료, 이민정책 등과 함께 경제·일자리 문제가 유권자의 주 관심사였다. 그러나 캐버노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불거진 성추문 의혹 여파가 남녀 표심을 갈라놨다.
트럼프의 잇단 행보와 극단적 발언 발목
월스트리트저널(WSJ)·NBC 여론조사에서 백인 대졸 여성 61%가 민주당을 지지한 반면 고졸 이하 남성은 66%가 공화당을 지지해 두 유권자 집단의 지지율 차이가 1994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온두라스 등 중앙아메리카를 출발해 북상 중인 대규모 캐러밴도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캐러밴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트럼프 진영에 대한 폭발물 소포 배달,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사건 등 잇단 증오범죄가 막판 변수로 급부상했다. 붙잡힌 용의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열성지지자였던데다 평소 극단적 발언을 일삼아 온 행보 탓에 상승세를 보이던 대통령 지지율이 뚝 떨어져 여당인 공화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임이 가능한 미 대통령은 첫 임기 중 실시되는 중간선거 결과가 재선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 지표로 작용한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현재 구도가 유지된다면 미·중 무역전쟁 등 각종 트럼프표 정책에 힘이 실리고 국정운영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여론조사대로 민주당이 하원을 접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경제, 국방, 이민 등 모든 정책 추진에 있어 깐깐한 검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중간선거 직후 수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미·북 대화 국면은 민주당도 기본적으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미·북 정상회담 등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거나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계속 늦어지면서 대북 강경론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대통령 임기 도중 치러지는 미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올 가능성이 커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을 장악할지와 공화당이 어느 정도 선전할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졌으나 민주당이 장악했다. 1846년 이래 전국적으로 치러진 43차례의 중간 선거에서 집권당 의석수가 증가한 것은 1934년과 1998년, 2002년 단 3차례 뿐이다. 1934년은 대공황 시기였고 1998년은 최대 경제 호황기, 2002년은 9·11테러 이듬해라는 특수성이 있었다. 올해는 이 같은 역사적 변수가 없어 언론들은 야당인 민주당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CNN은 하원에서 민주당이 225석을 차지하고 공화당이 210석을 얻을 것으로 분석했으며,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2석을 차지하는 반면 민주당은 48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원, 민주당 225석… 공화당 210석 전망
이번 중간 선거가 치러지는 35개 상원의원 지역구 중 공화당이 현역인 곳은 9곳, 민주당이 현역인 곳은 26곳인 탓에 민주당이 26개 지역구를 모두 지켜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였다. 정치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35개 지역구 중 공화당이 유리한 지역구는 8곳, 민주당이 유리한 지역구는 21곳, 경합지역이 6곳이다. RCP는 애리조나, 플로리다, 인디애나, 몬태나, 미시간, 네바다 등 6곳을 경합지역으로 분류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예측대로 유리한 지역구를 가져가면 공화당은 50석, 민주당은 44석이 된다. 여기에 경합지역 6곳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하면 상원 의석수는 50 대 50으로 동수가 될뻔했다. 상원은 표결에서 여야 동수가 나올 경우 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 때문에 공화당이 주도권을 쥐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주요 이슈에서 반란표가 나올 경우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합지역 선거 결과가 주목된다.
미 민간정치감시단체 책임정치센터(CRP)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를 위해 사용한 총지출 규모가 중간선거 사상 최초로 5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최대였던 2016년 40억 달러를 약 25%이상 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같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사용될 수 있는 것은 부자들로부터 사실상 무제한 모금을 할 수 있는 ‘슈퍼팩(Super PAC·민간정치자금위원회)’이 2010년 연방대법원으로부터 합법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거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해 중간선거를 위해 모금된 액수는 민주당 12억9000만 달러(1조4500억 원), 공화당 12억3100만 달러(1조3800억 원)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부자들의 지지가 많은 공화당이 슈퍼팩 모금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해 중간 선거에서는 민주당 모금액이 공화당과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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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주 민주당 앤디 김 후보, 7일 밤 “우리가 해냈다” 승리 선언
미 연방하원에 공화당 영 김과 함께 2명 진출 쾌거
지난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후보 2명이 미 연방 하원에 진출하게 됐다. 김창준 전 의원 이후 20년 만에 한국계 하원 의원 2명 탄생이다. 캘리포니아의 영 김 후보의 연방하원의원 당선에 이어 뉴저지주 연방하원의원 제3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의 앤디 김(36) 후보는 박빙의 접전끝에 7일 밤 기자회회견을 통해 “우리가 해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또 “이제 새로운 지도자 세대가 우리 나라를 통합해 통합, 명예, 정중함으로 이끌 때”라고 밝혔다. 99% 개표 현재 김 후보는 49.8%로, 공화당의 현역 톰 맥아더 후보(48.9%)에 0.9%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맥아더 후보는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후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라크 담당으로 일했고, 국무부와 상원 외교위에서 근무했다. 앞서 이날 오전 캘리포니아주 제39선거구에서는 공화당의 영 김(56·한국명 김영옥) 후보가 100% 개표결과 당선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