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사태 책임 통감…돌아서 무릎 꿇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박근혜 석방 운동하자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본국 정치권에 반문연대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보수정당들은 반문연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인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제는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고 나서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무성 전 의원은 정치적 변신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한 때 친박의 좌장으로 불렸다가 박 전 대통령과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2012년 대선 때 다시 백의종군 하겠다며 박 전 대통령을 도왔고, 2016년 탄핵 때는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탄핵에 동조했다. 그러고는 대선 때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는 또 다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며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박쥐도 이런 박쥐가 없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가 사위의 마약 논란, 장녀는 허위 취업 등 그야말로 온갖 구설에 휘말리면서도 정치생명을 유지하는 방법은 때에 따라 진영을 바꾸는 철저한 변신감각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해 유승민과 함께 바른정당을 만들었던 김무성 의원은 소리소문 없이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그러고는 최근 친박계와의 화합을 도모하기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본국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최근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등을 만나 화해를 위한 결의안 작성을 부탁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김 의원 본인도 친박과의 화합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고 다니고 있다.
그는 12월 5일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 인사들과 만나)지난 과거 잘못을 총론적으로 서로 인정하고 화해하고 통합해서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자는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보수가 더 강하게 결집해 싸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계파 싸움에 대해서 비판을 많이 받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비박계 좌장인 김 의원은 최근 비박계인 권성동 의원을 대동하고 친박계 핵심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을 만났다.
이 자리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 마련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석방 촉구 결의안에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손사래를 치면서, 전직 대통령이고 증거 인멸 여지도 없는데 석방을 요구할 의사가 없느냐는 제안을 받고 ‘얼마든지 요구할 의사가 있다. 내가 앞장설 수 있다’고 얘기했을 뿐”이라고 보도가 잘못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쪽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고 있으며, 그게 동의가 되면 실행에 옮기고 당 지도부에, 양 진영에 또 설득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시작하는 단계고 지금 과정 중에 있다는 걸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최측근인 김학용 의원이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한 것도 비박계와 친박계의 두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촉구에 공감대를 형성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비박, 결의안 작성
하지만 김 의원의 이런 행태는 그야말로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후안무치한 행동이란 말이 정치권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와 박 전 대통령의 헌정질서 유린을 막지 못한 것을 사죄하며 탄핵에 앞장섰던 장본인들이 아니던가. 박근혜 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겠다며 바른정당을 창당시켰던 주역이다. 김무성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 대회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했다며 무릎까지 꿇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 이름으로 대통령 헌법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사죄하며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의 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국회 측 대리인으로 나와 “그들은 공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권력을 남용하고 특권계급 행사를 하면서, 민주주의를 희롱하고 법과 정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와구속수사가 부당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재판을 입에 담고 있다.
탄핵에 앞장섰던 두 사람이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결의안’을 거론한 배경은 최근의 한국당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당 물밑에서는 계파간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4선의 나경원·유기준, 3선의 김학용·김영우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원내대표 경선은 차기 당권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세 결집을 위한 단일화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비박계의 대표주자격인 김학용 의원과 잔류파인 나경원 의원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친박계가 암묵적으로 나경원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관건은 중립지대에 머물고 있는 의원들의 표심이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세가 엇비슷한 상황에서 원내대표 경선의 향배는 결국 중립지대 의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김무성 의원 등 비박계가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결의서’를 추진하려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비박계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탄핵 찬성과 보수 분열의 책임론을 희석시키는 한편,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로 중립지대의 표심을 끌어 모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와 3번 갈라서
김 의원의 정치적 변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1월 박근혜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정치적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경선 시절 김 의원은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 안된데이”라며 지지 후보를 옮겨 탈 것을 권유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제가 (박 대표 캠프에서) 나가면 배신자 됩니다. 각하 수하가 어디 가서 배신자 소리 들으면 쓰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근혜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던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08년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했지만 김 의원과 박 전 대통령의 사이는 조금씩 벌어져갔다. 김 의원은 사석에서 격의 없이 비속어를 섞어가며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를 불쾌해했다. 두루 역할을 나눠 사람을 쓰는 박 전 대통령은 카리스마적 2인자 역할을 해 온 김 의원과 부딪혔다. 결국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김 의원이 찬성하면서 두 사람은 갈라섰다. 그러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탈당을 할 것이라는 김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다시 물리적으로 결합했으나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여당 대표를 하면서 청와대와 빈번하게 부딪쳤다. 결국 지난 총선 때 도장까지 들고 도망갈 정도로 친박계와 극심한 갈등을 보이다 탄핵 과정에서 바른 정당으로 분리됐다. 그런 그가 이제는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며 다시 나오려하니 정치권에서는 ‘역시 김무성’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김 의원은 자녀들 관련 논란으로 발이 묶인 상황에서도 정치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서 오히려 자녀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셈이 되고 있다. 그가 유력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자녀들이 지금처럼 주목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김 의원은 본지가 최초로 보도했단 MB아들 이시형 씨의 마약 논란에 연루된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최근엔 큰딸 A씨가 시아버지 회사에 허위 취업해 5년간 4억원의 급여를 받아 기소됐다. 김 의원 큰딸 A씨는 2011년 대학 때 만난 동갑내기인 박 회장 아들과 결혼했다. 당시 김 의원은 주변은 물론 보좌관들에게도 결혼식 사실을 숨긴 채 양가 가족 10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 화제를 모았다. 본국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김 의원의 딸 A씨는 자신의 시아버지가 소유주인 부산의 한 조선기자재업체 엔케이에서 차장으로 있었다. A씨가 5년 반 동안 받은 돈은 총 3억9600만원에 이르지만, 하루도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월급 실수령액은 약 307만원이라고 한다. A씨는 2012년부터 2년 동안 중국에서 지내면서 엔케이 중국법인과 한국법인 두 곳으로부터 동시에 월급을 받았다가 국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약식기소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수신제가도 못하면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본국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루며 김무성 의원의 사위를 검찰이 약식 기소한 것은 돈 있는 사람에게 면책권을 주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2년간 7천만원을 횡령한 한 아파트 보안팀장은 정식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5억2천만원을 횡령해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경리 직원 등 일반 사건과 비교할 때 김무성 의원 사위에 대한 약식기소는 쉽사리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4억원에 가까운 돈을 횡령했는데도 약식기소한다면 유전무죄, 유전무죄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 자녀들 관련 봐주기 수사 논란은 본지가 처음 보도했던 마약 사건 때도 불거졌던 일이다. 검찰은 필로폰 투약 의혹과 관련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수사팀은 김 의원 사위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마약 투약용 주사기 17개를 확보했다. 그 중 15개 주사기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었는데 9개의 주사기에서는 이 씨 본인의 DNA가, 3개의 주사기에서는 이 씨와 제3자의 혼합 DNA가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전부 공소제기를 한 것이 아니라 코카인과 필로폰 주사 투약에 대한 6건에 대해서만 공소를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