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팍팍…어디로 샜을까
남가주한국학원(KISC)은 그동안 “미주 유일의 민족교육 도장”이라고 불려왔다. 지난 46년간 이 한국학원을 거쳐간 이사장들과 이사진들을 헤아린다면 족히 수백여 명이 넘는다. 이들의 면모를 보면 LA한인사회에서 명망이 있거나, 재력가, 유명 단체장, 실력가들이다. 한마디로 동포사회에서 시쳇말로 “알아주는”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말하자면 70년대 80년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그당시 한인사회 영향력이 많다는 사람들이 이사장 또는 이사로서 포진해 있었다. 이를테면 그당시 KISC이사회는 한인사회 최대 막강한 그룹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사회는 “애물단지” 로 변해버렸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는 이유를 짚어 보았다. <성진 취재부 기자>
본보는 지난 호(제1149호, 2018년 12월 9일자)에서 남가주한국학원 이사회(이사장 심재문)가 고집스럽게 주장한 ‘임대 계획’이 무산됐다는 소식과 함께 임대를 요청받았다가 최근 취소한 타운의 명문 사립 NCA(뉴 커버넌트 아카데미, 설립자 겸 교장 제이슨 송 박사)의 소개 기사에 많은 독자들이 여러 가지 반응을 보였다. 코리아타운에 거주한다는 40대의 제레미 강씨(주부)는 “남가주한국학원과 NCA학교와 너무나 차이가 난다”면서 “NCA는 20년 만에 자력으로 명문 사립이 되었는데, 남가주한국학원은 40년이 지나도 발전은 고사하고 두개 사립학교가 모두 폐교되고 빚더미에 앉았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타운 거주 70대의 피터 리(은퇴자)씨는 “문제의 이사회는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해산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학원에 대한 전면적인 외부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30대의 제니퍼 최씨(리셉션니스트)는 “지금까지 이사회가 책임을 느끼고 반성하겠다는 자세가 안보였다”면서 “한마디로 후안무치한 철면피들이다”라고 지적했다.
1000만 달러 후원금 사용처 불분명
본보 취재반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남가주한국학원은 지난 46년의 역사 속에서 갖가지 의혹스런 사건이 먼지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동안 한인사회와 한국정부가 합하여 거의 1,000만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기금을 쏟아 부었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록이 거의 없다. 한 예로 2000년에 ‘남가주한국학원 살리기 운동’으로 한인사회에서 총 263만 4천 7백 38달러 88센트가 모였는데 이 돈의 사용처나 구체적인 지출 내역은 알아보기 힘들다. 성금을 정확하게 어디에 무슨 목적으로 누가 어떻게 얼마를 사용했는지가 구체적으로 알아
보기가 불분명하다. 이 학원은 이미 1998년부터 적자가 누적되면서 학사 경영과 운영에 빨간 불이 켜졌는데 10년 후인 2008년에 이미 적자폭이 연간 35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도 이사회 측은 S모 국장에게 연 6만 달러에 달하는 보수를 지급했다. 폐교된 윌셔초등학교는 1989년에 학생수가 240명으로 최고수에 이르렀으나, 2008년에 70명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이후 계속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이후 사립학교 학생수가 10여명 정도로 되었는데도 풀타임 교사(한국어, 스페니시)와 음악 교사, 보조교사 등은 그대로 두면서 봉급이 계속 나갔다. 또 이들이 자랑하는 주말학교 역시 문제였다. 1995년에 주말학교 학생수가 3,469명으로 최고수에 달한 이후 계속 줄어들기 시작해 2012년에는 무려 1,795명대로 거의 50%나 줄어들 정도였다. 한편 1989년에는 재정 염출을 위해 비영리단체 규정도 지키지 않고 소유 주택 2채를 학원 관계자인 당시 사무국장을 지낸 심재문 현 이사장을 포함 조 모씨에게 매각하였으며, 학교를 담보로 융자 신청에서도 불리한 조건에서 계약하는 등 부조리한 면이 많았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비상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제대로 손을 쓰지 않았고, 역대 이사장들이나 이사들은 자기 임기내에 문제가 터지지 않기만 바랬다. 그것이 곪아서 올해 5월에 급기야 윌셔초등학교 폐교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꼼수로 일관
남가주한국학원의 난맥상은 윌셔초등학교 폐교에 따른 이사회의 대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학원 이사회는 공식적으로 지난 5월에 주정부 교육부에 윌셔초등학교 폐교로 등록했다. 주정부 학교 현황보고서에 5월에 폐교로 등록이 된 것은 이미 그전에 폐교 신청을 주정부에 신고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폐교 등록 이전에 이사회는 이미 작년 봄철(Spring of 2017)에 윌셔초등학교 부지를 임대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윌셔초등학교가 정식으로 폐교가 됐다는 사실이 동포사회에 알려진 것은 지난 8월이었다. 하지만 이미 폐교 절차가 완료된 것은 지난 5월이었다. 따라서 폐교 방침은 지난 5월 이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런 사실들을 수개월동안 은폐시켜왔다는 의혹이다.
또 이들 이사회는 폐교 조치를 하기 훨씬 이전인 1년 수개월 전에 부지 임대를 결정했으면서도, 세상 눈을 속이기 위해 지난 8월에 한국학원 강당에서 개최된 공청회 자리에서 심재문 현 이사장 (당시 임대추진위원장)은 폐교 이후 향후 과제를 설명하면서 임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포장했다. 마치 임대 계획을 폐교에 맞추어 방침을 전한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LA총영사관 측의 실책도 포함된다. 이 같은 사실은 학원 이사회가 윌셔초등학교 폐교했다는 발표(2018년 8월)를 하기 오래전인 지난해 봄에 이미 부지를 제 3의 학교(뉴 커버넌트 아카데미)에 임대하기로 하고 계약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이 최근 본보 취재에서 밝혀진 것이다.
뉴 커버넌트 아카데미 관계자는 최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가 먼저 임대를 요청하지 않았다. 남가주한국학원 측이 지난해 봄철에 한국학원 부지를 임대할 것이니 원한다면 협상하자며 제의해 왔다” (WE DID NOT APPROACH KISC(남가주한국학원) TO LEASE THE PROPERTY. WE WERE APPROACHED BY KISC, AND THEY’VE ASKED US IF WE WERE INTERESTED IN LEASING. THAT’S HOW THIS WHOLE THING STARTED, IN SPRING OF 2017.)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학원의 심재문 이사장은 지난 8월 공청회에서 당시 임대추진위원장 자격으로 임대 계획을 설명하면서 마치 뉴 커버넌트 아카데미 측에서 먼저 임대를 요구한 것처럼 반대로 설명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누가 임대를 먼저 요청했는지가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한국학원 이사회 측은 매번 의혹만 키워왔다. 물론 이사회 측은 윌셔초등학교 폐교가 학생 모집이나 학교의 커리큘럼 변화 등 다른 방안을 모색했지만 별다른 대
안이 없었기에 할 수 없이 내려진 이유라고 변명했으나 이는 모두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기 싫어 어떻게 하든지 이를 모면하려고 ‘꼼수’를 부렸다는 것 이외는 설명할 길이 없다. 최근까지도 이사회 측은 타운내 한 사립학교와 10년 임대를 논의 중이라고 계속 밝혔다. 임대 대상 학교가 특히 <그 학교 학생들 가운데 90%가 한인 학생들이고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윌셔초등학교 설립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에 임대가 적절>하다고 설명했었다. 이사회는 내부적으로 부지를 임대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이를 반대하는 한인사회 의견이 강해 지난 10월 4일 총영사관이 주관하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의견을 더 들어 볼 것이라고 지난번에 밝혔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술책이었음도 이번에 나타났다.
뿌리교육 명분으로 임대주장 ‘덜미’
캘리포니아주 법에 따르면 비영리재단은 건물을 매각이나 임대하기 20일 전에 주 검찰에 사용 용도를 설명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가주 한국학원 측이 윌셔사립초등학교 시설을 임대하겠다는 방안에 대하여 주 검찰에게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아 이에 대한 주검찰 통고장까지 받아 현재 이에 대한 조치가 진행 중이라 현재 이사회 측이 곤혹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심재문 이사장은 지난 5일 미주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4일 전에 캘리포니아 주 검찰로부터 경고 서한을 받았다”며 “하지만 아직 윌셔사립초등학교를 임대할지, 뿌리교육센터로 설립 할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서한에 답하기 위해선 시일이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밝힌 심 이사장의 설명 역시 꼼수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본보 취재 결과 학원 이사회 측은 이미 지난 11월 말경에 임대 대상이었던 뉴 커버넌트 아카데미로 부터 ‘더이상 임대 논의는 하지 않는다’라는 임대계획 철회 통보를 변호사를 통해서 통보받아 임대계획은 무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 이사장은 미주한국일보에게 <임대할지, 뿌리교육센터로 설립할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LA총영사관) 서한에 답하기 위해선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누가 보아도 ‘꼼수’였다. 이 같은 꼼수를 모르고 LA 총영사관의 황인상 부총영사는 5일 “남가주 한국학원 이사회 측으로 부터 총영사관이 보낸 공문에 대한 답신을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며 “공식적인 서한으로 뿌리 교육센터 설립안 수용 조건을 밝히고, 서로 협의 가능한 지점을 파악해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미주한국일보에게 말했다. 이렇게 꼼수를 부리면서 이사회는 윌셔사립초등학교 부지에 뿌리교육센터를 설립하자는 한인사회의 요구에 한국 정부 추가지원 등 ‘조건’을 내세우며,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시 임대방안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니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그동안 LA총영사관이나 한인사회는 이사회의 꼼수에 놀아난 격이다.
운동장구입 명분 100만 달러 지원금 꿀꺽
또한 이사회는 과거 폐교된 멜로즈 중고교 운동장 부지 구입을 위해 지원한 100만 달러 한국 정부 지원금을 다른 목적으로 불법으로 사용하여, 지원금 상환조치를 받고서는 20년 분할 상환키로 했으나 달랑 5만 달러만 상환한 채 지금껏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신용불량 이사회”다. 사연은 이러했다. 한국정부는 지난 1996년 당시 남가주한국학원 소속 멜로즈 중고교 운동장 부지 구입을 한다고 하여 100만 달러를 지원했는데, 학원 이사회는 이 돈을 엉뚱한 곳에 불법 사용해버렸다. 이 바람에 한국정부로 상환 요청을 받자 5만 달러만 상환하고 나머지 95만 달러는 18년이 지나도록 현재까지 상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100만 달러 지원금이 일반 보조금 차원이 아닌 ‘운동장 부지 구입’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예산 지원이기 때문에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환수가 불가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국고 예산 규정이다. 그래서 원래는 일시불로 상환해야 하지만 당시 한국학원이 어려운 처지라 매년 5만 달러씩 20년에 걸쳐서 상환하도록 조치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측은 첫 번 5만 달러만 상환하고는 나머지 95만 달러는 “배 째라”식으로 지금까지 버티어 왔다. 만약 미국의 기관들과 이처럼 ‘배 째라’식으로 했다면 벌써 한국학원은 차압에 이어 경매처분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학원 일부관계자와 학부모 등은 학교가 운영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99년 이사진 퇴진과 한국학원 정상화를 조건으로 “상환 백지화”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한국 정부는 국민의 세금이 잘못 쓰였다는 점에서 한국정부가 환수 방침을 재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편 당시 한국학원은 재정난으로 폐교된 멜로즈 중고교 운동장 부지 약 620평을 나성개복교회에 71만달러에 매각, 윌셔초등학교 융자금 상환 등 부채를 줄이는 데만 사용해왔다. 최근 한국학원 사태에 대하여 새로 개혁을 도모해야 한다며 정당한 뿌리교육 센터 건립에 100만달러 기금 후원을 모색하고 있는 단체의 한 관계자 J위원장은 “학원 이사회는 마땅히 지난날의 운영 부조리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고 사퇴해야 한다”면서 “한인사회의 개혁요구에 불응할시에는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를 해서라도 응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국학원 이사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운영 난맥상을 지난 수십년 동안 은폐시켜왔다. 자… 이제 한국학원 이사회가 할 일은 무엇일까. 이 학교 탄생은 한인사회가 했으니, 한인사회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이사회는 무조건 전원 사퇴해야한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에 의해 이사진들은 민사, 형사 책임을 받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