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 유묵
‘과연 어느것이 진본일까’ 진실 논란
오는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순국일이다. 안 의사가 ‘동양의 적’ 이토 히로부미를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르빈역에서 암살한 후 불과 6개월 만에 일본은 안 의사를 사형(1910년 3월 26일)에 처했다. 안 의사의 의거(1909)는 그 후 10년 만에 3·1독립만세운동(1919년)으로 이어졌다. 안 의사는 국제법상 불법인 중국 땅 일본 법정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나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겸 특파 독립대장으로서 독립전쟁 중 한국 침략의 괴수를 처단 응징한 것” 이라면서 자신을 독립군 포로 신분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편 대한민국 정부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남북 공동으로 안 의사 유해 찾기 운동’을 정했다. 안 의사 의거 110년이 되었어도 지금껏 우리는 안 의사가 어디에 안장되어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한편 안 의사가 순국하기 전 뤼순(여순)감옥에서 쓴 유묵 2호<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보물 569-2호)진본여부를 두고 미국의 소장자와 한국의 동국 대학교박물관과의 진실공방(본보 954호, 2014년 11월 23일자 및 본보 980호 2015년 6월 7일자 보도)은 3·1운동 100주년에도 계속 중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안중근 유묵 보물 2호와 관련해 동국대학교박물관 소장품과 진본 논쟁을 벌여온 LA동포 경성현(고미술품 수집가)씨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 한국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활발히 일고 있는데,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선데이저널이 보도한 안 의사 유묵 진실공방에 대하여 동국대학교 측이나 관련 기관들이 지금껏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불쾌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숭모회 측이나 예술의 전당의 안중근 유묵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내가 지닌 안중근 의사 유묵에 대하여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중근 유묵 2호 보물에 대하여 선데이저널과 국내 서울의 방송에서도 진실공방에 대하여 보도를 하였으나, 유묵 2호를 소장하고 있는 동국대학교박물관과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숭모회 등을 포함한 관련 기관 단체들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씨가 지난 1999년에 우연하게 수집한 족자 한 폭에는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고 쓰여 있다. 이 글의 의미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뜻이다. 이 글씨를 쓴 사람은 바로 안중근 의사이다. 안 의사는 옥중에서 순국하기까지 약 200편정도 유묵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 중 발견된 24편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보물로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경씨가 소장하고 있는 ‘일일부독
서구중생형극’와 똑같은 글씨는 이미 국내에서 지난 1972년 8월 16일에 보물 제2호 지정되어(지정번호 보물 제569-2호) 현재 동국대학교박물관(서울 중구 필동3가 26)에 소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장자 경씨는 지난 2008년부터 세 차례 한국을 방문해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숭모회 등을 포함 각계 전문가들과 만나 자신이 소장한 족자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안중근 유묵의 최고의 권위자들이라고 한 관계자들은 경씨가 소장한 안중근 유묵에 대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안중근의사숭모회에서는 ‘기증해주면 좋겠다’라고 까지 하면서도 진품 여부에 대한 감정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소장자 경씨는 “기증해 달라는 것은 이 물품이 가짜는 아니라는 증거”라면서 “만약 내가 지닌 작품이 안중근 의사의 진품 유묵인 경우에는 현재 동국대가 소장한 보물이 가짜 일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씨는 지난 1999년경 코리아타운 인근 워싱턴 불러버드 길거리 야드 세일장에 놓여있는 아름다운 족자 글씨가 눈에 들어와 구입했는데, 그 물품을 판매한 라티노는 “오래전에 청소 페인트 일을 일본인 집에서 했는데 주인이 이사를 가서 집을 치우면서 남기고 간 족자와 다른 물품들을 가져 왔다”라고 했다는 것. 경씨는 나중 이 족자가 ‘안중근 의사의 글씨’라는 사실을 알고서 진본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무려 3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처음 서울에 회를 위시하여, 예술의 전당, 인사동에 있는 고미술협회, 한국의 중앙일보와 SBS 방송사 등의 조언을 들으면서 자신의 소장한 안중근 유묵이 진품임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안중근 유묵의 전문가들은 경씨가 소장한 유묵에 대하여 ‘국내 관련 기관에 기증할 것’만을 종용하는 한편, 경씨가 요청한 ‘안 의사 유묵 진품 확인’에 대하여는 감정조차 협조를 하지 않았다. 경씨는 “이들 관계자들이 내가 지닌 소장품이 동국대학교박물관이 소장한 유묵과의 진품 논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
경씨가 지난 2014년에 처음 한국에 나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숭모회를 방문해 당시 김호일 안중근 의사기념관장을 포함해 관계자들 앞에서 가지고 간 족자를 펼쳤다. 그 자리에서 경씨가 자신이 미국에서 안중근 유묵 족자를 구한 경위를 간단히 설명하자 김호일 관장은 대뜸 ‘기증할 의사는 없는가’라 고 물었다고 했다. 당시 김호일 관장은 한국에서 안중근 유묵 글씨에 대하여 최고의 권위를 지닌 학자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경씨는 무엇보다 이 족자가 안의사의 진품 유묵 인지를 판정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기증할 의사’에 대한 질문에 당황했다. 숭모회 측은 ‘6천 달러 감정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일단 감정은 중지했다. 경씨는 다시 이 족자를 들고있는 고미술협회에 갔더니 관계자가 ‘이 족자는 인쇄본
이다’ 면서 ‘동국대학교에 원본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이에 경씨는 그 자리에서 “글자 형체가 동국 대학교 소장본과 틀린데 어떻게 인쇄본이라고 말하는가’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경씨가 소장한 유묵과 동국대 소장본과는 글자 형체가 다르다. (별첨 사진 참조) 경씨는 “안 의사는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라고 쓴 다음 말미에 ‘경술 3월 어여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書)’라는 낙관이 있고 그 아래 장인을 찍었다” 면서 “동국대 소장본과 내가 지닌 유묵을 비교하면 어느 것이 진본인지 확연히 구별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말미 글씨체나 장인 자체가 틀리다”고 강조했다. 경씨는 2009년에 두 번째로 다시 한국에 나갔다. 인사동에서 골동품상을 하는 임 모씨를 통해 다른 골동품상을 하는 공창호씨를 소개받았다. 그러나 공 씨는 족자를 다 펼치기도 전에 반쪽만 보고서는 “이것은 동국대 원본의 인쇄본이다”라는 얼토당토한 설명을 해서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 후 경씨는 미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동국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는 안중근 의사 유묵 2호 보물에 대해서도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 결과 동국대 소장 안중근 유묵에 대해 많은 의문이 들었다.
본문 글씨와 글씨를 적은 년대기, 필체 등에도 많은 의문이 일어났다. 이러는 과정에서 경씨는 LA소재 SBS Internati-onal의 소개로 서울 본사의 협조를 받아 안중근 유묵 전문가의 한 사람인 예술의 전당의 이동국 큐레이터를 소개받았다. 경씨가 그동안 만난 관계자들의 이름을 언급하자 이동국 큐레이터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을 만났다’면서 유묵 족자를 보더니 ‘나중에 연락하겠다’라는 말만하고는 더 이상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몇일 후 경씨는 SBS의 C기자를 통해서 ‘이동국 큐레이터가 한
말을 다 전할 수 없다’면서 ‘현재로는 모든 사람들이 동국대학이 소장한 유묵을 진품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한편 경씨는 2012년경 평소 알고 지내던 P모기업의 류 모 회장에게 안중근 유묵에 대해 사정을 이야기했다. 류 모 회장은 자신의 지인인 한국의 중앙일보 고위 관계자에게 협조를 받겠다며 한국을 방문을 했으며,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류 모 회장은 ‘중앙일보 측에서도 경씨가 지닌 유묵이 진본으로 보인다’면서 ‘청와대에 기증하면 좋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지난동안 세번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 경씨가 만난 관계자들은 안중근 의사 글씨에 대해 누구보다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 최고의 권위자들이라고 하는 관계자들은 진품여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며, 기타 일부 관계자들은 ‘인쇄본’ 또는 ‘쌍구 본’이라는 언급을 할 뿐이었다. 경씨가 한국을 방문하고 난 후 인사동 골동품상 주변에서 나도는 소문에는 ‘만약 LA동포 경씨가 소장한 유묵이 진품으로 판정나면 엄청난 폭풍이 불지도 모른다는 것’이며, ‘이 유묵이 한국 경매에 오르게 되면 한국이 뒤집어 질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이 같은 사정을 전한 경씨는 “국내 관계자들이 냉대를 하는 바람에 한 때는 내가 이 유묵 족자를 들고 일본이나 중국에 가고 싶은 욕망도 생겼다”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이 족자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씨는 “서울에서 전해 온 이야기 중에 안중근 집안에서도 현재 유묵 2호에 대해 의문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