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문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일갈
국가원수 ‘모독’인가
국가원수 ‘비판’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외로 까십꺼리의 주인공이 되가고 있다. “김정은의 수석대변인”(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in UN)이란 소리로 한국 정가가 시끄럽다. 원래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란 이야기는 문대통령이 지난해 9월 UN총회에 참석, 연설을 한 후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하면서 회자된 이야기다. 그 당시는 아무 소리도 없던 청와대가 최근 나경원 자유한국 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를 인용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소동에, 이해찬 대표는 “국가원수 모독죄”라며 거들었으며 청와대도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여권은 기사를 보도한 블름버그 한국주재 이유경 기자를 “매국노”라며 비판에 나서자, 서울외신기자 클럽 이사회는 성명서를 발표해“기자 개인 신변 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우려를 표명한다” 며 논평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미북정상회담의 중재자” 라는 긍정적 소리 도 이제는 미국과 UN 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이다. <데이빗 김 객원 기자>
문제의 발단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에서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더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강력 항의했고, 연설도 30여분간 중단됐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외신 보도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권 민주당은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한국당 나 원내대표가 인용한 외신 보도는 지난해 9월 블룸버그 기자가 쓴 악명 높은 기사”라며 “문제의 기사는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발표해 “민주당이 블룸버그 기자 개인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 개인 신변 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논평 철회를 요구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한국 주재 이유경 기자는 당시 기사에서 “김정은이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위한 칭송의 노래를 불러 주는 사실상의 대변인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그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올해 김정은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문 대통령은 연설과 TV 출연 등을 통해 북한의 독재 자를 자국 국민들의 경제 번영을 바라는 정상적인 세계 지도자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당시 문 대통령이 미 외교협회(CFR)와 코리아소사이어티(KS), 아시아소사이어티(AS)가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한 연설 내용도 상세히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내가 경험한 것에 따르면 김정은은 젊지만 매우 솔직하고 예의 바르며 원로들을 존경스럽게 대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경제발전을 위해 얼마든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김정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진정성 있다는 말은 현재 상태를 보면 얼마나 허구인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이유경 기자는 “문 대통령이 미국과 전 세계의 회의론자들을 겨냥해 북한이 수십 년 동안 도발하고, 약속을 어겼으나 이번에는 진정으로 핵무기를 포기하려 한다는 확신을 심어 주려 한다”고 서술했다.
‘김정은은 정상적 지도자’(?)
또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하는 것 이외에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 있다”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경제난으로 인해 급락했다가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다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보도한 해당 기사는 이후 크게 회자됐다. 지난해 9월 이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은 정치 공세적인 소재도 됐는데 대표적으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기사를 공유하고 “한국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대변이 되었다”라고 SNS에 쓰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순화해 “(문 대통령이)북한 에이전트로서 남북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실망스럽다”라고까지 말했다.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표현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재개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하자 더욱 확산됐다.
이런 가운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더 이상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말아 주기 바란다”고 한 것을 문제 삼고 나왔다. 한편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외신을 통해 익히 알려진 내용”이라며 민주당 등 반발 목소리에 답했다. 외신 보도를 통해 이미 확산된 내용으로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 은 대북관계를 잘 풀어가라는 메시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편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17일 민주당이 블룸버그통신 기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매국에 가깝다”고 논평을 낸데 대해 “외국 언론을 검열하겠다는 (집권 여당의) 언론독재 선언”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이는 외국언론 검열을 하겠다는 언론독재 선언으로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을 문두환 정권으로 만들려고 작정한 것”이라고도 했다. 하 의원이 ‘문두환’이라고 한 것은 ‘문재인 + 전두환’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 정권이 블룸버그 기자를 ‘매국노’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는)블룸버그를 매국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며 “블룸버그가 문재인 정권에 애국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히틀러 시대 때나 있을 법한 야만적인 국수주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의 DNA는 촛불이 아니라 검열과 독재인 것 같다”고 했다.
하 의원은 민주당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실명을 함께 언급해 당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데 대해서도 “블룸버그가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고 표현한 것은 (해당 언론) 회사의 결정이다. 그 최종 책임은 블룸버그에 있지 기자 개인에 있지 않다”며 “(기사가 문제되면) 반론보도 요청을 해야지, 기자 개인을 매국노로 몰아가는 것은 문명국가가 아니라 야만독재 시대에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국회에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논란에 대해 인터넷 등에서도 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Cjy 아이디는 <ㅎㅎㅎ 그냥 웃지요! 세계적 망신이다~ 더불당은 뭐가 문제고 비웃음 거린지 도대체 구분도 못하는 소아적 집단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으며, limsk은 <옳바르지 못한 표현이다. 전두환대통령은 사나이다운 사나이다. 재인이는 문정인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네. ㅎㅎㅎㅎ 재인이나 정인이나 둘다 모자라는 자들. 문두환 표현은 취소하시요.>라고 했다. chrisd라는 아이디는 <오늘날 민주당은 대한민국에 유일신사상을 확립하고자 한다. 오로지 문재인 만이 우리의 영민하시고 특출난 지도자이니 온 국민이 떠 받들어야 한다고.>라며 비꼬았다. manso라는 아이디는 <일본의 한 언론이 한국의 대통령을 김정은이의 개로 보도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맞다. 그는 돼지의 개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바꿔서 부른다. 문풍산으로… 그런데 실제로 그가 풍산개의 지적수준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무 말이나 내뱉고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주면서 히죽히죽 웃어대니 과연 풍산개들이 가만히 있을지 걱정이다. 자기들은 자존심을 짓밟혀도 되느냐 고 집단행동이라도 벌일까 싶어서다.>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도 ‘매국’(?)
한편 워싱턴 포스트(WP)는 15일 한·미 대북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북한의 타협하지 않는 행동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량의 한계를 부분적으로 반영한다”고 했다. 특히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2일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댄 것에 대해 “이런 공격은 한국 내 정적들 뿐만 아니라 미국 워싱턴과 유엔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WP는 15일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신뢰성이 위태롭다(on the line)’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중립적 중재자(neutral intermediary)’로서의 신뢰성은 거의 의심 받지 않았었다”며 “(그러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한국 지도자의 통치 중심축인 북한과의 화해 국면이 찢겼다”고 했다. 이는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북 간 중재 역할을 자임해 왔던 문재인 정부에 미국과 유엔 등 국제 사회의 ‘경고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앞으로도 대북 경협과 중재자 역할을 계속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맞서는 모양새가 되면서 외교적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조야 곳곳에선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대북 제재 공조를 허물려고 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명시적으로 반대하는데도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추진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이 국제적 논란 대상에 오른 것”이라며 “미·북 간 공전이 계속될수록 이런 목소리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최근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내면서 한국 정부가 탈북민의 대북 비판 활동을 줄이려 했다고 지적했다. WP는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의 비참한 인권을 경시했다는 이유로 끈질긴 비판에 직면한 것”이라고 했다.
유엔도 최근 개성 남북연락 사무소에 제공된 유류에 대해 제재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 과 김정은이 평양에서 탄 벤츠 차량을 제재 대상으로 명시하며 청와대 경호실에 질의서를 보내기 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 공조가 약해지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자칫 고립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17일 미·북 간 대화 촉진을 위해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했다. 동남아 3국 순방을 마치고 16일 밤 귀국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복귀하자마자 국가안보실 로부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비핵화 협상 중단’ 시사 발언 이후 미·북의 반응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북 회담 결렬 이후) 이번에는 남북 간의 대화 차례가 아닌가 고민 중”이라며 “우리에게 넘겨진 ‘바통’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
고민 하겠다”고 했다. 이어 “부분적이긴 하나 대북 경제 제재(해제 여부)가 논의된 것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완전한 비핵화를 일시에 달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스몰딜도 충분히 좋은 딜”이라고 했다.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빅딜’ 식으로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는데도,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적 비핵화를 얘기한 것이다. 경협과 제재 해제뿐 아니라 비핵화 방식에서도 미국과 입장차를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또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도 “당장은 어렵지만 조만간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경협 논의에 다시 힘이 실릴 것”이라고 했다. 여권 안팎에선 ‘대북 특사’ 파견이나 남북 정상 간 ‘판문점 회담’ 카드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복심’으로 불리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지난 12일 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북·미 간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