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쥐떼들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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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쥐 잡는다는 말은 옛말…

‘이제는 쥐가 사람을 잡는다’

지구상에서 사람 인구보다 쥐가 몇 배 더 많다고 한다. 번식류도 인간보다 몇 배다. 뉴욕같은 도시에 싼 호텔에 들어가면 쥐와 함께 잠을 자야 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한다. LA 시청 건물은 페르시야 풍의 유서 깊은 백색 고층 빌딩인데 요즘 쥐들이 설쳐대는 바람에 이를 박멸하라고 아이디어를 구했는데, ‘고양이를 풀어 쥐떼를 잡으면 어떨까’하는 제안도 들어 왔다고 한다. 하여간 LA시의회가 쥐 소탕 작업을 위한 조례안까지 상정시킬 정도였다. 최근 LA타임스가 LA 시청에 티푸스성 질병을 옮기는 쥐·벼룩 등 ‘불청객’이 득실거리고 있다고 지난 달 7일 보도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쥐와의 전쟁은 비단 LA뿐만 아니라 뉴욕, 서울까지 물론 전 세계적 과제로 등장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뉴욕쥐LA명물 빌딩 시청 건물에 쥐 소동으로 갖가지 박멸대책이 쏟아져 나왔는데, “고양이를 풀어 쥐를 박멸하면 된다”라는 제안도 있지만, 동물학자에 따르면 “고양이가 쥐를 잡으려면 배가 무척 고파야 한다”라는 이론에 손을 들고 말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허브 웨슨 시의장은 “시 직원들이 쥐 때문에 더러운 환경에서 근무하는건 곤란하다”면서 시 측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웨슨 의장은 이미 시 청사와 부속 건물에 대해 ‘유해동물 및 해충 박멸을 위한 발의 안’을 제출했다. 웨슨 의장과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할로윈’ 행사 때 쥐 한 마리가 장식으로 가져다 놓은 호박을 갉아 먹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또 시청 청소 담당 직원들은 얼마전 천장에서 부패한 설치류 사체를 수거했다. 시 직원들 사이에서는 곳곳에서 쥐가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는 얘기가 자주 나왔다. 한 여직원은 책상에 올려놓은 서류에 쥐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시 직원 2명은 벼룩에 물렸다고 주장했다. 다리가 따끔거려 봤더니 물린 부위가 발갛게 부풀어 올랐다는 것이다. 시청 측은 쥐와 벼룩이 전염병을 옮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건물 전체를 방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벼룩의 서식 환경으로 의심되는 오래된 카펫을 전면 교체할 계획이다. LA 시청 건물 바닥에는 수년 또는 길게는 수십 년이나 된 카펫이 깔린 상태다.

수십 년 넘은 시청 안 카펫이 진앙지

LA 시청사는 1998년부터 약 3년간 내진 보강공사를 했으나 근래 내부 리모델링을 한 적은 없다. 이처럼 쥐 소동은 LA뿐만 아니라 미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그중 뉴욕은 악명높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쥐가 많기로 악명 높은 미국 뉴욕시가 ‘쥐와의 전쟁’을 지난 2014년에 대대적으로 선언했으나 별무효과로 아직도 전쟁 중이다. 뉴욕시는 지난 2014년 7월 달부터 45명인 ‘쥐 점검반’에 9명을 충원하고 지역 사회 및 건물주와의 협력을 강화엘에이시청해 대대적인 쥐 소탕 작업에 나섰다. 뉴욕시는 61만 1천 달러를 들여 공원과 하수관, 쓰레기 처리장, 지하철 같은 쥐 서식지를 집중적으로 점검, 쥐 소굴인 구덩이와 구멍을 막고 쥐약을 놓았으나 아직까지 큰 수확은 없었다고 한다. 뉴욕시는 들끓는 쥐 때문에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뉴욕에 840만 시민의 두배에 이르는 약 1,700만 마리의 쥐가 들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뉴욕시에서는 빗발치는 주민 항의에 덫과 쥐약을 놓는 것은 물론 쥐 피임약까지 써가며 쥐 번식을 막아 왔다. 심지어 쥐 서식지와 당국의 점검 완료 지역을 표시하는 정보 사이트까지 개설 했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특히 쥐가 많은 양키스타디움 인근 사우스브롱크스를 비롯해 워싱턴하이츠, 웨스트할렘, 차이나 타운 등의 지역에서는 쥐 소탕률이 10% 안팎에 머무는 형편이다. 워싱턴하이츠의 아파트에 사는 아이네스 무어 씨는 “매일 밤 쥐가 뛰어다니는 소름끼치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면서 “우리 모두 인간이고 깔끔하게 살 권리가 있는데 화가 난다”고 말했다. 재스민 구즈먼 씨는 “(쥐는) 그냥 일상의 일부”라며 “쥐가 엄마 다리 사이로 지나가기도 하고 아이의 유모 차 밑에서 발견되기도 했다”고 진저리쳤다. 쥐 소탕작업을 벌이는 조엘 그래시 목사는 “쥐는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먹고 살기 때문에 뉴욕에 사람이 사는 한 쥐가 있을 것”이라며 “쥐 숫자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먹이가 될 만한 것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고양이도 쥐잡기 포기”

쥐 소동으로 난리도 일어났다. 뉴욕 지하철 객차에 커다란 쥐 한 마리가 나타나 한바탕 소동을 벌인 사건은 전세계 토픽 깜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4월 7일 뉴욕 지하철 역에서 커다란 쥐 한마리가 올라탄 것이다. 달리는 열차 내에서 쥐가 돌아다니자 승객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의자 위에 올라서는 등 진땀을 뺐다. 110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지하철은 원래 지저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출근 시간 뉴욕 지하철이 맨해튼의 한 지하철역을 출발할 때 누군가가 “객차에 큰 쥐가 탔다”고 소리치자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이 지하철로 출근하던 지나이스 로남파디칼 카데르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이날 한참 벌어진 공포의 순간을 녹화했다. 이로서 뉴욕 시민들은 겁쟁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그의 동영상에는 큰 쥐가 객차의 끝에서 끝으로 뛰어 다니자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많은 사람이 쥐를 피해 의자 위로 올라갔다. 지하철이 브루클린에 있는 다음 역에 도착해서야 소동이 끝났다. 이 장면을 녹화한 카데르는 뉴저지에 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사건 후 2일동안 유튜브에 공개된 이 동영상의 조회 수가 70만을 돌파했다. 쥐들이 뉴욕 지하철 철로를 돌아다니는 광경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지하철 역 플랫폼이나 객차 안을 돌아다니는 일은 드물었다.

지난해 1월에는 알래스카 항공 여객기에 쥐가 뛰어들어 항공편이 취소되는 소동도 일어났다. 당시 북가주 오클랜드 공항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향할 예정이던 알래스카항공 AS915편에 승객들이 탑승하던 중 쥐 한마리가 기내로 들어오는 것이 포착되면서 항공편 운항이 취소됐다고 CBS 뉴스가 3일 전했다. 지난 2월 11일에는 뉴욕 맥도날드 햄버거 샵에 대형 쥐가 나타나 고객들이 혼비백산했다. 한 남성이 패스트푸드점에 대형 쥐를 풀어 손님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2월 11일 뉴저지주 뉴어크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에 거대한 흰색 쥐를 풀어 놓는 남성의 영상을 공개했다. 한 흑인 남성이 쥐가 든 투명 상자를 들고 맥도날드 매장에 들어섰다. 일행으로 보이는 소년은 “내가 들어볼래”라고 말하며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 남성은 손님들이 가득한 매장 한가운데서 상자 뚜껑을 열더니 안에 든 쥐를 풀어줬다. 풀려난 쥐는 매장 안을 돌아다녔고, 손님들은 겁에 질린 듯 소리를 질렀다. 쥐를 피하기 위해 의자와 테이블 위로 올라가거나 밖으로 뛰쳐나가는 등 매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영상이 매장 입구부터 촬영된 것으로 보아 해당 남성은 사건을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으로 추측된다. 쥐를 풀어 놓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매장 주인은 “쥐를 풀어 놓은 고의적인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고객의 안전과 매장의 청결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뉴욕 지하철 쥐는 친구(?)

세계적인 대도시 뉴욕은 아이러니하게도 쥐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길거리는 물론 지하철 내를 돌아다니는 쥐들 때문에 해마다 시 당국이 골치를 썩이고 있다. 심지어 맨해튼에선 쥐를 없애기 위해 150만 달러의 예산을 따로 책정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2012년에는 고양이마저 줄행랑을 칠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지닌 ‘자이언트 쥐’가 뉴욕 한복판에서 발견돼 더욱 망신살이 뻗쳤다. 지난 2011년 이어 벌써 두 번째였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괴물 쥐들은 약 6년 전부터 뉴욕 일대에서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물학자들은 이 거대 쥐를 ‘감비아도깨비쥐(Gambian Pouched rat)’로 추정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이들 쥐들은 한때 애완동물로 주택가에서 길러지다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뒤 뉴욕 밤 거리를 배회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2년 1월 6일 허핑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보도된 쥐 역시 ‘감비아 도깨비쥐’의 일종으로 보이나, 몸집은 학계에 보고된 평균치를 상회하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괴물 쥐는 뉴욕의 한 유명 신발판매장에서 잡힌 것으로 전해졌는데 몸길이가 무려 70cm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 100년이 넘은 뉴욕 지하철은 들끓는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급기야 번식력이 강한 쥐에게 불임이 되게하는 약을 쓰자는 계획까지 나왔다. 뉴욕에 지하철이 생긴 것은 지난 1904년. 사람도 아랑곳 않고 태연하게 지하철을 기다리는 쥐. 객차 안까지 들어와 소동이 벌어지기 일쑤이다. 높은 계단을 껑충껑충 오르고 가끔 토끼만 한 것도 나타난다. 이렇게 무슨 문화 유적처럼 보일 정도로 낡고 지저분하다 보니, 사람만큼 많은 쥐가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2012년 허리케인 샌디 때 지하철로가 물에 잠겨 쥐들이 몰살됐을 거라는 순진한 기대도 빗나갔다. [쥐는 물에 떠서 헤엄치면서 길게는 나흘까지도 견딜 수 있다.] 생후 4개월부터 일년에 4번씩 새끼를 낳을 만큼 번식력이 좋은 쥐 때문에 고민하던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불임약’이다. 들어간 연구비만 100만 달러. 폐경을 앞당기는 영구 불임약을 뉴욕 쥐들이 특히 좋아하는 피자, 감자튀김, 치킨너겟 향을 첨가해 살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쥐도 뉴욕 지하철의 일부라는 주장까지 나오자 뉴욕지하철 측은 번식을 통제할 뿐이지 멸종시키려는게 아니라는 해명아닌 해명까지 내놓았다.

‘몸통 70cm 거대 쥐’

서울도 쥐 소동이다. 개장 5개월만에 200만 몰린 명소인 서울식물원에 밤엔 쥐들이 출몰하여 꽃을 갉아먹어 전문업체 동원해 대대적 소탕 작전을 계획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이 5개월 만에 200만명 가까운 방문객을 모았다. 시민들 사이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이곳을 명소로 여기는 것은 시민 뿐만이 아니었다. 매일 오후 6시 폐장 후 인적이 끊기면 쥐들이 식물원에 출몰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서울식물원 관계자는 “온실을 둘러보다 보면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쥐들이 쉽게 눈에 띈다”며 “하와이무궁화를 갉아 먹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 국민 쥐잡기 운동이 벌어진 197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이 관계자는 “50년 만에 쥐 소탕 작전을 벌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지중해 12개 도시 식물 3100종이 들어선 서울식물원이 최근 대대적인 구서(驅鼠·쥐잡기)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겨울부터 온실에서 쥐가 빈번하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름 100m, 아파트 8층 높이 온실(7555㎡)은 한겨울에도 섭씨 10~20도가 유지될 정도로 따뜻하다. 겨울을 나려는 쥐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다. 갉아 먹을 꽃과 나무, 열매가 가득하고 필요할 때마다 목을 축일 커다란 인공 연못도 조성돼 있다.

바르셀로나, 이스탄불 등 세계 12개 도시 식물 3100종이 빼곡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온실의 내부. 지난해 10월 마감 공사가 끝나지 않은 채 개장한 이곳은 외부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쥐들이 잠입해 최근 대대적인 쥐잡기에 나섰다. 밤에만 몰래 드나들던 쥐는 갈수록 대담해지며 최근에는 방문객이 붐비는 낮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식물원 측으로 민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식물원은 지난 두 달간 쥐덫과 끈끈이를 구매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설치했다. 놓기만 하면 쥐가 잡힌다고 한다. 식물원 관계자는 “1~2마리 정도로 예상하고 금방 소탕하겠거니 했는데 오판이었다”며 “두 달간 여러 마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잡히는 쥐는 직원이 직접 땅에 묻어 폐기 처분한다. 서울식물원에 쥐가 출몰하게 된 것은 원래 마곡지구가 논두렁이었기 때문이다. 마곡지구를 현장 방문했던 전문 방제업체 관계자는 “원래 논이었던 곳이라 사실상 이 땅의 원주민은 사람이 아닌 들쥐”라며 “서울식물원뿐 아니라 인근에 지어진 LG사이언스파크 등도 개관 초반 출몰하는 쥐로 골치를 앓다가 방제업체의 도움을 받아 최근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 쫓겨난 쥐들은 마감공사가 끝나지 않은 채 개장한 서울식물원을 노렸다. 완벽하게 차단 처리가 되지 않은 건축 마감재 사이나 외부 연결 통로 등을 통해 잠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처음 목격된 이후 공조시설, 전선 배관 등 곳곳에서 쥐 발자국과 분변이 발견 됐다. 쥐가 드나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도 3개나 발견됐다.

자체적인 쥐잡기 운동이 버거워지자 서울식물원은 지난달 말 전문 방제업체에 쥐잡기를 의뢰했다.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더라도 요소요소에 잠입한 쥐를 전부 잡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제업체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게 몇 마리 수준이라면 뒤에 숨은 것은 수백 마리”라며 “초기 퇴치에만도 4개월 정도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오는 5월 정식 개관을 앞둔 서울식물원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쥐는 진드기와 함께 대표 적인 바이러스 감염 매개체로 분류된다. 질병관리본부 조은희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은 “쥐의 분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가 피부나 호흡기로 침투해 전파되는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에 감염되는 환자는 연간 600여명”이라며 “쥐의 오줌에 오염된 물에 피부가 닿는 것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식물원 관계자는 “정식 개장할 5월이 되기 전에 식물원 내에 있는 쥐를 전부 소탕해 식물원을 찾는 시민에게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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