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장 긴장시킨 스페인 북대사관 습격사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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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민방위 ‘자유조선 임시정부’ 선포

실체가 있는 단체인가
북이 만들어낸 조직인가

북한여성제2차 미북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개최되던 날 2월 27일, 유럽 스페인에서 날아온 보도가 회담장을 긴장시켰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북한 대사관에 아시안인들로 보이는 10여명으로 구성된 일단의 그룹이 북한대사관을 침입해 무려 4시간 동안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컴퓨터,휴대폰 등과 함께 중요 서류들을 갖고 대사관 차량으로 도주했다는 보도였다. 마치 영화 같은 장면이 실제로 대낮에 스페인 수도에서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문제의 스페인 북한대사관에서 북한 대사로 있다가 추방된 김혁철은 바로 하노이 정상 회담에서 김정은의 대미 실무담당관으로 나타나 있었기 때문에 미국 측도 아연 긴장했다. 이 사건을 두고 스페인 언론들은 ‘미국 CIA가 관여한 것 같다’ ‘친 북한 계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 ‘반북한 단체 가 벌렸다’ 등등의 보도를 내보내 초유의 미스터리 사건으로 부상했는데 최근 워싱턴 포스트(WP)가 ‘배후에는 천리마민방위(자유조선)라는 단체가 관련됐다’고 보도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고 있다.북한체제를 멸망시키려는 단체가 3·1절 100 주년을 기해서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데이빗 김 취재부기자>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 스페인 북한대사관 인질사건과 관련해, “2월 말 작전의 배후 세력은 김씨 왕조 타도에 전념하는 비밀 조직인 천리마민방위(Cheollima Civil Defense)로 알려졌다”고 보도하면서 “이 임무의 계획과 실행에 정통한 사람들이 WP에 전했다”고 밝혔다. 이 천리마민방위(Cheollima Civil Defense)라는 단체는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 공항에서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아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한 단체로, 지난 1일부터 이름을 ‘자유 조선’(FREE JOSEON)으로 바꿨다. WP는 “이 단체의 역할에 대한 주장은 이전에 보도되지 않았다”면서 북한, 미국, 스페인 정부 관리들은 이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최초의 북한 저항세력 무장단체

그리고 이 신문은 “이번 습격은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고 대량 탈북을 격려하려는 무명 조직의 현재까지의 가장 야심찬 작전”이라고 설명한 이성윤 터프츠 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WP에 “이 단체는 그 활동이 매우 뉴스거리가 되는, 처음으로 알려진 북한 저항세력”이라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습격 주체들은 이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측 실무협상 책임자로 활약한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에 대한 정보를 노렸으며, 언제든 배포할 수 있는 습격 당시 동영상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사건 당시 스페인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 사건 주체들은 습격 당시 대사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한국 말로 질문을 던졌으며, 외형도 아시아 사람으로 보였다고 한다. 이 단체는 지난 하노이 정로고상회담을 앞두고 ‘중요 뉴스를 보도하겠다’고 공지했는데 지난 3·1절 100주년을 맞은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조선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북한을 대표하는 임시정부 건립을 주장했다. 마치 3.1운동 독립선언서를 본 따서 북한해방을 위한 ‘자유조선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한 것이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 단체는 그들 의도의 진지함과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능력을 보여줬다”며 “향후 몇 달 간 그들 능력의 크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WP에 밝혔다. 한편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지난 13일 미 중앙정보국(CIA) 배후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스페인 경찰과 스페인 국가정보국(CNI) 소식통을 인용해 북 대사관에 지난달 22일 침입한 괴한 10명 중 최소 2명의 신원이 폐쇄회로(CC)TV 분석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들이 CIA와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WP는 “이 사건에 정통한 사람들은 그 단체(천리마민방위)가 어떤 정부와도 협조해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WP는 “미 정보기관들은 민감한 시기와 임무의 대담성으로 볼 때 그렇게 하기를 특히 꺼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가 “가해자들은 침입 중에 찍은 비디오 녹화물을 갖고 있으며 이를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이례적 미스터리 사건”

스페인에 북한대사관은 북미 핵 협상에서 실무를 맡은 북한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가 2017년 9월까지 대사로 재직한 공관이다. 스페인은 당시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대한 항의로 그를 추방 했다. 스페인 언론인 엘 파이스는 괴한들이 김혁철에 관한 정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닷새 전인 지난달 22일 발생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달 27일 스페인의 인터넷 신문에 처음 보도됐다. 그리고 이어 지난 10일 스페인 일간신문 엘 콘피덴시알은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인 국가경찰과 국가정보국(CIA)은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만 미국 정보기관이 다른 해외 카운터파트와 함께 이번 공격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CNI는 북한 대사관 공격 방식이 북미 정보기관이 비밀 작전 중 수행하는 작업 방식과 흡사하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엘 콘피덴시알은 미국 정보기관의 해외 카운터파트로 한국을 지목했다. 엘 콘피덴시알에 따르면, 사건 당시 대사관 건물에 있던 직원들이 수사관들에게 ‘괴한 중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국 국적 소지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엘 콘피덴시알은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동맹국”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북쪽 외곽 주택가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지난 22일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직원들이 감금되고 컴퓨터를 도난 당했지만 사건을 스페인 경찰 당국에게 즉각 신고도 안했다. 경찰 확인 결과 사건 당시 사용된 차량은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 차량이었다.

엘파이스 신문은 “북한 대사관에 침투한 괴한은 10명 안팎의 동양계 남성들로서 총으로 중무장 했다”며 “이들이 대사관 직원과 외부에서 온 손님 등 피해자 8명에 대해 머리에 봉지를 씌우고 손을 묶은 뒤 폭행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중 3명은 심하게 얻어맞아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괴한들이 북한의 특수공작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스페인 대사를 지내다가 북한 핵실험 직후인 2017년 9월 추방된 김혁철이 요원을 보내 자신이나 북한 정권에 중요한 문서 파일을 급히 수거했

▲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북한대사관 정문

▲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북한대사관 정문

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또 김정은이 김혁철의 충성심을 확인하려는 차원에서 김혁철의 개인 파일들을 대사관 에서 가져올 것을 지시했을 수 있다고도 했다. 현재 천리마민방위의 구성과 조직, 특정 국가의 지원 여부 등은 베일에 가려있다. 그런데 천리마 민방위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선 하얀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한 여성이 선언문을 낭독했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선언문을 낭독했으며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한국 내에 조력자가 있음을 시사함과 동시에 1919년 3월1일 탑골공원 터에서 5000여명의 학생, 청년 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상징성을 감안해 장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천리마민방위는 김정은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비운 지난 25일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때문에 이들이 김정은 해외 방문에 맞춰 김정은 정권에 타격을 주는 행동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잠적한 조성길 주 이탈리아 대사대리 등 제3의 거물급 망명 인사를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한 정보 소식통은 ‘이 사건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는데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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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민방위’ 명칭을…
<자유조선>으로 “북한임시정부” 선포

“인권·인도주의 존중…김정은의 권력에 맞서 싸울 것”

지난 2017년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후 그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해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단체 ‘천리마민방위’가 지난 1일 “자유 조선의 임시 정부 건립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천리마민방위는 이날 새벽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올린 7분 35초 분량의 영상과 ‘자유 조선을 위한 선언문’이란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단체 이름을 ‘자유조선’(FREE JOSEON)으로 바꾼다면서, “자유조선 임시정부는 북조선 인민 을 대표하는 단일하고 정당한 조직임을 선언한다”고 했다. 이어 “이 임시 정부는 인권과 인도주의를 존중하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근간을 세우고 모든 여성과 남성, 아동의 존귀하고 분명한 존엄성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들은 “100년 전 오늘, 선조들은 무자비한 박해와 견딜 수 없는 치욕의 구조를 전복하고자 독립과 자유를 외쳤다”며 “그러나 거사는 마무리되지 못하고, 오늘까지도 수천만 동지들은 타락한 체제의 힘없는 노예로 남아있다”고 했다. 또 “남조선의 번영과 발전의 놀라운 업적을 바라보며, 뒤에 남겨진 형제자매를 기억해 주길 바랐지만, 해방은 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단체는 이어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체제의 죄”라며 북한 정권의 죄상을 나열했다. 수백만 명을 기아에 허덕이게 한 죄, 정부 주도의 살인과 고문·감금의 죄, 감시와 사상 통제의 죄, 살상의 목적으로 만든 거대한 파괴력을 지닌 현대적 무기 개발 및 유통의 죄, 전 세계에서 저지르는 정치적 암살과 테러 행위의 죄 등이었다.

이들은 “지난 수십년간 인도주의에 반하는 막대한 범죄를 저지른 북의 권력에게 맞서고자 일어선다”며 “광복이라는 밝은 빛이 평양에 다다르는 날까지 인민을 압제한 자들에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인류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을 요청한다”며 “노예가 되기 싫은 사람들아, 일어나라”고 했다. 단체는 “조선은 자유로워야 하고 자유롭게 될 것”이라면서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 하려는 목적과 혁명의 탄생을 선포한다”고 했다. 또한 단체는 “뜻을 함께하는 디아스포라 동지 들이여, 혁명에 동참하라. 수천년의 역사, 선조들의 희생과 수천만 동포들의 공유된 유산은 자리를 찾으라고 울부짖는다. 우연이 아니었다면 자유롭게 태어난 동포들도 노예로 귀속되었을 것이다. 업적과 용기, 타고났거나 희생과 맞바꾼 재능,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했다. 그리고 단체는 “이 체제를 정당화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자들이여, 역사는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당신이 어디에 서 있었는지 기억할 것이다”면서 “과거 독재와 억압의 상처를 지닌 국가들이여, 우리와 연대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와 당신의 자유를 위하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 단체는 “이상을 함께하는 전 세계 동지들이여, 과거에 우리의 고통을 몰랐더라도, 오늘이라도 알면 된 것이다. 어떻게 도울지 몰랐더라도, 오늘 그 방법을 알면 된 것이다. 함께 싸울 것을 요청받은 적이 없었다면, 이제 인류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을 요청한다. “고 밝혔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단체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한 세대라도 더 암흑 속에서 태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은 자유로워야 하고 자유롭게 될 것이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 싫은 사람들아!”면서,”한스러운 역사의 고리를 끊고, 이로부터 새 시대를 선언하며, 새 조선을 위한 길을 준비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 민족의 진정한 정으로 어우러진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려는 목적과 혁명의 탄생을 선포한다. 자유 조선을 위하여!”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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