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김정은의 폐부를 찌른 스페인 북한대사관 피습사건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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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긴박감과 치밀함에 대하여…

국제적 전략가들 조차 혀를 찼다

배경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제2차 하노이 정상회담을 5일 앞둔 지난달(2월 22일) 스페인의 북한 대사관을 습격했던 주동 인물이 미국 거주 한국계인 ‘에이드리언 홍 창’(Adrian Hong Chang)’이라고 NK News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지난달 27일 보도해 세계 첩보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007 첩보원 ‘제임스 본드’를 능가하는 솜씨로 이번 사건을 총지휘한 에이드리언 홍 창의 신출귀몰한 작전은 영화보다 더 스릴 만점이었다. 더구나 에이드리언 홍 창은 스페인 경찰이 낌새를 눈치 채자 경찰을 따돌리고 대사관 소유 아우디 차량으로 유유히 대사관을 탈출해 숙소 호텔에는 ‘파리로 간다’고 하고는 옆나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달려 미국행 항공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라 FBI에 극비 정보를 넘기고는 다시 유유히 사라졌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이번 계획을 앞두고 미국, 한국, 멕시코 등 국적자 10여 명을 모아 글로벌 사업가로 위장해 무려 8개월 동안 스페인 북한 대사관 ‘현장 사전답사’ 등과 나중에는 “북한과 사업하려 한다”면서 직접 접촉하다가 끝내 지난달 22일에는 기습작전을 펴는, 그 치밀함에 국제적 전략가들 조차 혀를 차고 있다. 더군다나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지는 문제의 ‘에이드리언 홍 창’은 미국에서 알려지고 있는 북한인권단체 링크 (LiNK)’의 설립자인 에이드리언 홍(Adrian Hong)과는 동일 인물이라고 보도해, 미주한인사회도 “아….그 사람…”이라고 놀라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스페인 북한대사관 기습작전의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과 LiNK의 설립자 ‘에이드리언 홍’과는 거의 동일 인물로 보여 지고 있다.LA의 본부를 두고 있는 LiNK의 책임자인 송한나 회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우리도 소식 듣고 많이 놀랐다. 에이드리언 홍은 우리 단체를 떠난 지 11년이 되어 지금 우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면서 “외부 사람들이 우리의 LiNK와 이번 스페인 북한대사관 사건과 연결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LA출신 한인계 ‘에이드리언 홍 창’의 활약

그리고 송한나 회장은 SCMP지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최근 에이드리언 홍의 활동에 대해 아는바가 없다”면서 “다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사항 정도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언 홍은 12년 전까지 미주한인사회에서 북한 인권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대학을 갓 졸업한 LiNK의 20대 청년지도자였다. LiNK는 주로 한인 대학생들로 조직 된 북한인권 단체로 미국 대학 캠퍼스 내에서도 유명세를 떨쳤다. 특히 에이드리언 홍은 미국내 대표적 북한인권 운동가인 수잔 솔티(Suzanne Scholte) 여사와도 연결 관계를 갖고 활동하였다. 한편 에이드리언 홍은11년 전부터 LiNK와는 관계를 끊은 채 그의 활동 소식은 다른 단체에서 간혹 언급 될 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 이후 배후 단체가 북한의 체제 반대 단체인 ‘자유조선’ (전 천리마 민방위)이었고, 에이드리언 홍 창이 북한대사관에서 확보한 극비 북한 관련 정보를 미국 연방 수사국(FBI)에 전달했다고 보도한 NBC는 30일 이 사안을 잘 안다는 미국의 법 집행기관 소식통이 FBI의 정보 입수를 확인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직 정보 당국자를 인용, 보안에 철저한 북한 정권의 특성을 고려하면 북한 대사관에서 확보된 자료는 꽤 중요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미 지난달 21일 보도한 데 이어 주요 외신들이 다투어 이 사건을 계속 조명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스페인에서 현지 일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미국의 CIA와 연관된 사건이라고 주장 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과 미국은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스페인 당국과도 협조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지금 북한의 김정은은 최근 잇달아 유럽의 북한 대사관들에서 벌어진 미스터리 사건들로 갈피를 못잡고 있다. 더구나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를 안고 평양으로 돌아온 그에게 설상 가상으로 스페인 대사관의 정보 기밀이 탈취되어 북한의 극비 암호 정보망이 온통 노출되는 바람 에 주요 대사들을 직접 평양에 불러 지시를 내리는 등 고심에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 2월 27일, 스페인에서 날아든 “북한 대사관 기습 사건” 보도는 김정은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다. 불안한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가 정상회담 첫날에만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그처럼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적인 ‘회담 결렬 통고’로 암흑이 덮쳤던 것이다. 이번 사건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감추고 있는 것이 많다’며, 회담을 중단시킨 것과 상관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하여간 이번에 미국이 중요 정보를 많이 확보한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스페인 고등법원이 밝힌 수사 내용에 따르면, 007의 ‘제임스 본드’ 보다 더 날쌔고 신출귀몰한 작전을 편 주인공인 재미 한국계 청년이 탈취한 고급 정보를 몽땅 미국 FBI에게 공유되었다고 지목해 세계 언론들이 계속 흥미진진하게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김정은에게 일격을 가한 신출귀몰 사건’

지난달 26일(스페인 현지 시간) 사건 수사를 지휘한 스페인 법원(담당 판사 호세 데 라 마타, Jose de la Mata)이 발표한 사건 전말서를 보면 그야말로 에이드리언 홍 창의 활약은 007의 ‘제임스 본드’를 뺨치는 수법이었다. 세계 첩보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드문 이번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은 치밀한 사전 준비로 전격적으로 감행됐던 것으로 보여진다.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는 한 수 아래에 속한다. 스페인 법원 당국이 발표한 수수 사건 보고서를 토대로 사건 현장을 재구성해본다. 지난 2월 22일 오후 4시 34분. 스페인 마드리드 북서쪽 외곽에 있는 조용한 고급 주택지에 자리 잡은 북한 대사관 앞에 일단의 동양계 청년 10명이 조용히 다가갔다. 리더 격인 에이드리언 홍 창이 당당하게 문 앞으로 다가가 현관에 부착된 인터폰을 눌렀다. 다른 일행은 대사관 앞에 정차 시킨 렌터카 알람브라 밴 차량 안에서 대기했다.
‘누굽네까?’라는 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바론 스톤 캐피털에서 일하는 매슈 차오입니다. 서윤석 서기관(당시 대사관 책임자 겸 경제 참사 관)을 만나러 왔습니다.” 대사관의 최 모 직원은 마치 사전에 약속한 것처럼 의심 없이 문을 열어 주었다. 이미 2주 전인 지난 달 7일 오후 4시 에이드리언 홍 창이 대사관을 방문하여 서윤석 서기관을 만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그는 대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마당에서 서윤석 상무관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두바이와 토론토 주소의 캐피털 투자금융회사(Barron Stone Capital) 회사 명함을 건네며 “내 이름은 매슈 차오로 북한 투자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말해 환심을 사 놓았던 것이다. 이날 대사관 안으로 들어간 에이드리언 홍 창은 대사관 직원들이 부주의한 틈을 타 밖에 있던 동료 9명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대사관은 2년전 김혁철 대사가 추방 당한 뒤 스페인 당국에 의해 대사관 직원수를 축소 당했다. 직원과 정원사 등 7명이 있었다.

대사관 안으로 들어간 이들은 차례대로 직원들을 제압해 팔을 결박했고 일부는 머리에 봉지를 씌우기도 했다. 회의실, 화장실 등 곳곳에 가뒀다. 구매한 가짜 총으로 서 상무관 목덜미를 겨눴다. 서 상무관은 2017년 북핵 실험에 대한 제재로 김혁철 대사가 추방된 뒤 대사관에서 유일하게 외교관 신분으로 근무 중이었다. 서 상무관을 결박한채 지하실로 데려갔다. 일단 서 상무관의 손을 풀어준 뒤 “탈북하고 기독교로 개종하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우리는 북한 해방을 위해 일하는 인권단체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 상무관이 “조국을 배신할 수 없다”며 거부하자 일행은 다시 그의 손을 결박한 후 검은색 비닐을 머리에 씌웠다. 이들은 대사관 내부를 뒤져 암호 장착 컴퓨터 2대, 하드디스크 2개, 휴대전화 1개, 다수의 USB를 수거했으며, 대사관의 보안 카메라 하드 드라이브 역시 수집했다. 또한 다량의 문서들도 수집했다. 이들은 대사관 진입 당시부터 특히 초소형 카메라로 그들의 활동을 촬영했는데, 이에 대하여 스페인 수사당국은 이는 침입을 지시하고 자금을 댄 ‘누군가’에게 증거로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한쪽에서 대사관 직원들을 제압할 당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2층에 있던 대사관 정원사 부인 조 모 여성이 2층에서 뛰어내린 뒤 밖으로 뛰어나가 비명을 지르며 한국말로 도움을 요청했고, 이웃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이 여성은 “한 무리의 남자들이 대사관에 들어가 직원들에게 재갈을 물렸다”고 말했다. 뛰어내릴 때 부상으로 조 모씨는 병원으로 후송됐고, 사건 발생을 접수한 3명의 순찰 경찰은 북한 대사관으로 가서 정문 인터폰을 눌렀다.

‘작전 활약상 모두 카메라에 담아’ FBI에 전달

이 같은 경찰의 갑작스런 출동에 당황함도 없이 예상이나 한 것처럼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은 제임스 본드처럼 임기응변에도 능했다. 마치 자신이 대사관 고위 관계자인 것처럼 김정일 배지를 달린 재킷을 걸치고 문으로 나갔다. 출동한 경찰에게 에이드리언 홍 창은 유창한 스페니시어로 “나는 대사관 소속 직원인데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만약에 대사관 직원 중 다친 사람이 있다면 경찰은 우리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하겠다”고 안심시켰다. 경찰은 이후 대사관 앞에서 계속 대기했다. 한편 스페인홍 경찰관의 방문에 다급해진 에이드리언 홍 창과 일행 중 한 명은 대사관 담벽을 넘었다. 이를 보고 수상히 여긴 주차해 경비를 서던 스페인 경찰은 차량에 타고 있다가 차에서 내려 담벽을 넘는 수상한 사람을 쫓고 있는 중에, 다른 일행 8명은 대사관에 있던 아우디 차량 3대와 자신들이 타고 왔던 하얀색 알람브라 밴 차량에 각각 나눠 타고 대사관을 쏜살같이 빠져 나갔다. 경찰은 닭 쫓던 개의 입장이 되어 도주 차량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일행 10명은 4개조로 나뉘어 흩어진 것이다. 대사관 벽을 넘은 에이드리언 홍 창과 다른 한 명은 풀 밭을 건너가 길거리로 나가 우버 (Uber)를 불러 타고 사라졌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평소 스페니 시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가 저녁 9시 40분이었다. 이처럼 에이드리언 홍 창 일행 10명은 무려4-5시간 동안 북한 대사관 안에서 작전을 폈던 것이다. 이후 스페인 경찰들은 대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버려진 차량을 발견했다. 대사관 주변 풀밭에 서는 리더 격인 에이드리언 홍 창이 이태리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운전면허증도 발견 했다. 이름은 가명이었다. 이 운전면허증에 부착된 사진 때문에 그의 신원이 결정적으로 밝혀지게 됐다. 스페인 경찰은 나중 북한 대사관 주변을 포함해 마드리드 시내 수천개 CCTV회로선에서 에이드리 언 홍 창의 행적을 샅샅이 뒤졌다.

한편 숙소인 유로스타 호텔에 돌아온 에이드리언 홍 창은 ‘급한 용무가 생겨 파리로 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오스왈도 트럼프’(Oswaldo Trump)라는 가명으로 Uber로 예약한 렌터카를 타고 옆 나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Lisbon)으로 달렸다. 이튿날인 2월 23일 미국 뉴저지주 뉴와크행 여객기를 타고 유유히 미국으로 날라 갔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유로스타 호텔 숙소에서 나머지 멤버들이 함께 이동했는지 여부는 불확실 하지만 일행은 4개조로 나뉘어 흩어졌다. 미국에 도착한 에이드리언 홍 창은 2월 27일 FBI에 접촉해 북한 대사관에서 가져온 정보물을 넘겼다. 이날 사건 발생 전 2일 전인 에이드리언 홍 창은 2월 20일부터 22일 오전까지 마드리드 시내를 돌아 다니며 모형 권총 6정, 권총집 5개, 전투용 칼 4개, 고글 4개, 수갑 등을 미리 구입했다. 같은 시기 다른 한국계 미시민권자인 샘 류(미국 시민권자), 한국국적자 이우란 등도 마드리드에서 결박용 양면 테이프 33개, 사다리, 대형 가위 등을 사 모았다. 스페인 현지 소식통은 “북한대사관이 인적이 드문 외곽 주택가에 있고 평소 경비가 허술했다”고 했다. 스페인 정보 당국은 “에이드리언 홍 창이 북한 대사관에서 탈북을 원하는 직원과 사전에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에이드리언 홍 창을 제외한 미국 국적의 한국 출신 샘 류와 한국 국적 이우람 등 6명이 지난달 22일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에 앞서 처음으로 마드리드 땅에 발을 디딘 건 8개월 전인 지난해 6월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15일부터 열흘간 북한대사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한 유로스타 호텔에 머물렀다. 호텔의 높은 층 방의 창문에서 보면 북한대사관 마당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범행 보름 전인 2월 6일 스페인에 입국했다. 사전답사를 위해서였다. 다음 날 2월 7일 오후 4시경 에이드리언 홍 창은 처음으로 북한대사관을 방문했다. 그는 대사관 건물 안 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마당에서 서윤석 상무관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두바이 와 토론토 주소의 캐피털 회사 명함을 건네며 “북한 투자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말해 환심 을 샀다. 명함 이름에는 1979년 1월생 ‘매슈 차오’로 적혀 있었다. 실제 에이드리언 홍 창은 1984년생 35세이다. 그는 이날 총포상에서 습격에 사용할 무기들을 둘러본 뒤 다음 날인 2월 8일 스페인을 일단 떠났다. 에이드리언 홍 창을 제외한 샘 류 등 일행들은 범행 9일 전인 2월 13일 스페인에 입국해 북한 대사관 근처 유로스타 호텔에 다시 묵었다. 리더 격인 에이드리언 홍 창은 2월 19일 체코 프라하를 거쳐 마드리드에 입국했다. 다음 날 멕시코 대사관에 가서 멕시코 여권을 갱신했다. 스페인 수사 당국이 문건에서 신원을 적시한 이는 모두 7명이다. 이 중 에이드리언 홍 창을 제외한 6명은 모두 1990∼1995년생으로 20대 중·후반의 청년들이었다. 멕시코 미국 국적인 에이드리언 홍 창, 미국 국적인 샘 류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의 국적은 모두 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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