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맞는 평신도와 성직자의 자세
“부활절을 맞아 우리는 갈등을 지닌 형제들과 화해를 해야 하고, 예수가 이땅에서 보여주신 남을 섬기는 자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부활의 의미입니다”
올해 부활절을 맞는 성 바실 한인 성당 신자들은 다른 어느 해보다도 큰 기대를 지니고 있다. 올해 사순절(수난절)을 시작하면서 김창신(아오스딩, 전주교구) 주임신부(사진)는 강론이나 모임을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부활을 맞이하는 영혼과 육신의 준비를 성의껏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본질이시지만, 높은 자리 마다하시고, 우리를 찾아 이땅에 와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셨고, 우리 죄를 씻어주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에 고난을 당하시고, 또 우리를 위해 부활을 준비하셨습니다”
매 주일 김 신부의 강론을 듣는 신자들은 주일날이 진정 의미있는 날임을 되새기며, 스스로 은총이 다가옴을 느끼고 있다. 의례적으로, 그리고 의무적으로 일요일을 지키기 위해 성당에 출석했던 과거의 지루했던 주일미사가, 이제는 자신들의 생활의 일부가 매주일 그리스도를 만나는 좋은 날이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김 신부는 미사를 예절로서만 집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원동력이 되도록 미사를 신자들과 함께 신자들이 이해하도록 집례하기 때문이다. 그의 미사 강론(설교)은 성경 말씀을 알려주고, 가르쳐 주는 것 보다, 2000여년 전 그리스도가 삶을 살았던 그 시각, 그 장소로 안내하여, 그리스도를 만나게 해주고, 다시금 2000년이 지난 오늘의 LA 한인 사회로 이끌어 와서 우리와 함께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의 강론은 신자들에게 항상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호소한다. 그래서 신자들은 그의 강론을 통해 위로를 받고 은총을 느낀다고 한다.
무엇보다 김 신부는 병자나 고통받는 신자들을 다른 누구보다 먼저 찾아가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 주임신부이기에 마땅히 신자를 돌보는 의무감 보다,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로를 주는데 마음을 모은다. 그래서 신자들도 감동을 받는다. 장례식이 있으면 가능한 먼거리 장지도 마다 않고 직접 집례를 하고, 망자가 땅속에 안장할 때까지 유족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며 기도한다. 그는 공동체를 중요시한다. 신자 한사람을 양치는 목자의 심정으로 손을 잡고 함께 공동체를 이끌어 가자며 솔선수범한다. 올해가 성 바실 한인성당 설립 30주년이다. 지금 모든 신자들이 묵주 기도(Rosary Prayer) 100만단을 목표로 매일 기도하고 있는데 14일 현재 86만단을 넘어섰다. 조만간 100만단 기도 목표는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보여진다. 지난 2017년 2월 김 신부가 LA 성 바실 한인 성당의 주임신부로 처음 부임한 이래 모든면에서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한국에서 8년 넘도록 이주민 사목을 담당해 왔기에 누구보다도 미주땅의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그 삶으로 들어왔다. 한국에서의 그가 담당한 이주 사목의 목표는 ‘외국인 노동자, 국제 결혼한 사람과 자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한 한국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임금 체불 및 고용주와의 갈등, 고부간 갈등, 자녀의 왕따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 포함되며 이들이 동등한 이웃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미국에서의 사목도 다를바가 없다.
섬기는 사목자의 표상
과거 천주교 한 부서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한국 천주교회의 사제들의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사목자(양치는 목자)라고 응답한 평신도 지도자는 약 절반 수준인 51.0%였고, 나머지는 정신적 스승(15.3%), 독불 장군(13.3%), 교구의 행정 관료(10.7%), 윤리 교사 (3.4%), 수행(도)자(2.8%), 평범한 직장인(1.2%), 정치인(1.0%) 등이라고 응답하였다. 곧 평신도 지도자들은 5명에 1명 꼴로 사제들을 본래 모습인 사목자보다는 부정적인 모습(독불 장군, 교구의 행정 관료, 평범한 직장인,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전체 적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성직자들은 신자들의 바람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조사로 「가톨릭 신문」 창간 70주년 기념 조사(1998년)에서 ‘신앙심을 제외하고 성직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을 물었을 때, 신자들은 ‘신자들에게 모범이 되는 영성과 기도 생활’ (35.7%), ‘신자들에 대한 겸손과 자상한 태도’(24.7%), ‘신자들에 대한 헌신적이고 봉사적인 태도’ (15.6%), ‘신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폭넓은 지식과 안목’(12.5%), ‘검소하고 절제 있는 생활’ (9.3%), ‘맡은 소임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행정 능력’(1.5%)의 순으로 꼽았다. 그리고 평신도 지도자 대상 조사(1998년)에서도 ‘성직자들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태도’를 물었을 때, ‘기도와 영성 생활에 성실한 태도’(44.2%), ‘검소하고 절제하는 생활 태도’(14.3%), ‘가난한 이와 소외된 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태도’(13.7%), ‘희생적인 봉사 태도’(10.4%), ‘신자들에게 겸손한 태도’(9.2%) 등의 순이었다. 두 조사의 결과를 볼 때, 신자들이 가장 바라는 성직자의 모습은 기도와 영성 생활에 충실한 사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천주 교회의 성직자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물었을 때,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생활 태도’(28.6%), ‘기도와 영성 생활의 부족’(18.5%),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 태도 결여’(17.1%), ‘사목 활동에 불성실한 자세’(10.3%), ‘인격적인 미성숙’(9.5%), ‘사치스런 생활 습관’(8.0%) 등의 순이었다. 신자들의 입장에서 성직자들이 충실해 줄 것을 가장 바라는 ‘기도와 영성 생활’이 부족하다는 점을 성직자들의 두 번째 고질적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가톨릭 신문」의 1998년 조사에서도 신자들이 본당 사제들에게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미사 강론의 중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를 물어 보았다. 그 결과 과반수의 신자들 (53.3%)이 ‘신앙인이 갖추어야 할 삶의 자세’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는 ‘마음의 위로와 평화’(19.6%), ‘이웃에 대한 나눔의 실천’(17.9%), ‘교리나 교회에 대한 이해 증진’ (7.5%) 등의 순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른 조사에서도 신자들은 본당 신부에게 신앙인의 바람직한 삶의 자세나 정신적 위로와 평화 등 신앙과 영성 생활에 관한 지도를 받기를 가장 강력하게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한국 천주교 신자들은 충실한 기도와 영성 생활을 함으로써 신앙과 영성을 지도해 주는 사제, 본당 운영 등 사목 활동에서 독선적이지 않고 평신도의 신원 특성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사제, 검소하게 생활하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살피는 데 적극적인 사제를 원한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현재의 성직자들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나, 불만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9년 부활절을 맞아 진정 우리 주위에 ‘양치는 목자’들이 풍성해 지기를 기도해 본다. <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