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트럼프와 문재인 만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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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김정은의 대미특사” 왜 그런소리 나오나 했더니…

미국 백악관(White House)은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하여 발표한다.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했는가를 몇시 몇분까지 기록한다. 이번에도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양자회담 (Bilateral meeting)에 들어가기 전 11일 낮 12시 19분에서 12시 45분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기록했다.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7차례중 가장 짧았던 ‘26분 회담’ 이었다. 정상외교에서 의전은 매우 중시된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대통령”(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이라고 하지 않고, “남한의 대통령” (President of South Korea)이라고 칭했다. 정상회담의 반이 의전이라는 말이 있다. 이를테면 국가의 대표자에 대한 경칭, 회합 때의 좌석순 같은 것들이다. 과거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은 “this man”으로 부른 적도 있다. 요즘 문 대통령의 외교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문 대통령의 이번 7차 한미간 정상 회담은 그의 또다른 ‘외교참사’ 였다. <성진 취재부 기자>

청와대는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를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누가보면 거창한 한미정상회담(US-Korea Summit meeting)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막은 그게 아니었다. 문북미회담 대통령 측에서 만나 달라고 요청해 공식실무회담 (official working meeting)으로 포장해 형식상 초청이었다. 그래야만 미국 영빈관에서 묵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양 대통령의 회담을 “정상회담”이라고 백악관도 표기하지 않았고, 미국의 ABC, NBC, CNN등 주요 언론 대부분도 ‘남한의 문 대통령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 만나다’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to meet with Trump in Washington) 등으로 보도했다. 한국 언론에서만 “단독정상회담” 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지난 10일 저녁 워싱턴 앤듀르스 공항에 공군 1호기로 도착한 문 대통령을 맞이한 미국 측 인사는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와 국무부 의전장이 직접 공항에 출영했다. 보통 정상간의 회담에서는 ‘정상회담’이 끝난후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기자단을 자신의 집무실에 불러놓고 미리 자신의 입장을 다 공개해 버렸다. 문 대통령이 무엇을 갖고 왔는지 이미 다 알고 그것에 대한 답변을 기자들 앞에서 다 불어 버린 것이다. 그러니 다음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논의할 수 있었을가. 점심이나 할 수 밖에.

“트럼프 원맨쇼에 들러리”

문 대통령은 자신의 대망 행사의 하나인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행사도 빠지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온 것은, 하루 빨리 3차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해달라는 것, 그 회담은 ‘굿 이너프 딜’로 하자는 것,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을 지원해 달라며 대북 제재를 완화시켜 달라는 것, 한국을 방문해 달라는 것 등이 골자였다. 그러나 이 모든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모두 거부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하노이 미북정상 회담에서 김정은을 회담장에 두고 혼문재인자 걸어나와 회담을 결렬시키듯이, 이번에는 동맹국의 파트너인 문 대통령을 보고 ‘훌륭한 동맹자’라고 했으나 중요한 논의는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안보보좌관을 시켜서 사전에 통고(?)식으로 홀대했다. 그는 또 모두 발언에서 느닷없이 ‘한국이 제트전투기 미사일 등 대량무기를 구매해 주어 대단히 감사하다’고 공개하여 한국 측을 매우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초청한 외국 정상을 이처럼 물먹일 수 있는가?

그것도 최고의 동맹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정상과의 단독정상회담(청와대 측의 주장)을 어정쩡한 오찬 회담으로 떼웠다. 청와대 측이 발표한 ‘미국 대통령 부부의 이례적 부부 초청 회담’이란 것으로 보이고 싶어서였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한국의 한 논객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 실책이 다채롭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약 2시간(116분)에 걸쳐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은 양국 퍼스트레이디가 동석하는 회담(29분), 핵심 참모들이 배석하는 소규모 회담(28분), 업무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59분) 순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비공개 단독회담은 없었다. 물론 공동 합의문도 없었다. 따로따로 입장문만 발표됐다. 공동 합의문이 없다는 것은 아무런 결정이 없었다는 것이고, 특별히 내세울 주제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미사려구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방안에 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비핵화’가 주제였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 주장이다.

“공동의 목표 달성했다(?)”

또 청와대 측은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 “하노이 회담 이후에 제기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북미 간 후속 협의를 개최하기 위한 미 측의 의지를 북미회담2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두 정상은 3차 북미정상회담의 여러가지 방안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에서 발표한 내용 어디에도 “3차 북미정상회담의 여러가지 방안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라는 내용이 없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단호하게 확고하게 문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 한 것이 뚜렸하게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핵심 쟁점마다 두 나라 정상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만 부각됐고,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스몰 딜(부분 비핵화)을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가지 스몰 딜이 있을 수 있고 그 내용을 봐야겠지만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빅 딜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빅 딜은 바로 핵무기를 없애는 것”(There are various smaller deals that maybe could happen. Things could happen. You can work out, step by step, pieces. But, at this moment, we’re talking about the big deal. The big deal is we have to get rid of the nuclear weapons.)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설명하는 ‘굿 이너프 딜’ 또는 ‘조기 수확’이라는 개념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도 안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질문에도 “제재가 유지되기를 원한다. 제재를 상당히 강화할 수도 있지만 현 수준의 제재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We want sanctions to remain in place. And frankly, I had the option of significantly increasing them. I didn’t want to do that because of my relationship with Kim Jong Un. I did not want to do that.) 고 했다. 그나마 제재를 더 강화할 수 있지만 ‘김정은을 생각해서…이 정도 제재를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가 되면 큰 지지 를 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This isn’t the right time.)라며 선을 그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나는 한국이 북한에 식료품 등을 지원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인도적 지원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심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요청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서두르지 않겠다. 서두르면 좋은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것”(And it’s step by step. It’s not a fast process; I’ve never said it would be. It’s step by step.)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방문 요청을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따따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Thank you’라는 의례적인 말로 지나갔다. 예전 같은면 ‘초청해 주어 감사하며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겠다’ 정도는 해야 하는데 관심이 없다는 자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과 6월에 두차례나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는데, 최고우방국이라는 한국을 잠깐이라도 방문 할 수 있을 것인데 이에 대한 언급 조차 없었다. 애초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일본을 두차례 방문 일정 조차 몰랐다고 한다.

“서두르지 않는게 좋을 것”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식, 제재 완화 문제, 미·북 정상회담 시기, 한국방문 초청 등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의 희망 사항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밝혔다. 외교의 상식으로는 두 국가 간 정상간의 회담은 실무 차원에서 논의와 합의가 끝난 문제를 추인 하는 것이다. 만약 실무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그야말로 두 정상이 깊은 얘기를 나누며 협상하고 담판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양 정상간 회담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는 것이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내 입장은 이것이다’라는 소리만 듣고 백악관에서 점심 먹고 끝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양국 정상의 뚜렷한 시각차이와 엇갈린 생각을 청와대 측은 <양국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이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정상 회담을 추진할 계획을 설명하고, 차기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되도록 트럼프

▲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간 회담 표정들

▲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간 회담 표정들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내 방한을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에 사의를 표했다>고 구렁이 담넘어가듯 발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트위터를 통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며 “서로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이 전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 한다면 한번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도 제재 문제를 거론하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3차 정상회담 개최에 같은 뜻을 밝힌 것 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지않아 핵무기와 대북 제재가 사라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며 “이후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되는 것을 지켜보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핵무기 사라질 날 고대”

한편 한국정부 외교의 문제점은 이번에도 여실히 나타났다. 한때 강경화 외교장관은 “영어를 잘하 는 외교통”이라고 추천을 받았으나, 이제는 “영어 통역이나 해야 할 사람”으로 취급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교부의 의전 결례는 양손으로 꼽기도 모자란다. 체코를 26년 전 국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하고, 발트 3국을 발칸 3국이라고 부르는 오류를 저질렀다. 이를 손수 지적한 주한 라트비아 대사가 굉장히 불쾌해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청와대 의전팀도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이 엘리베이터를 못 잡아 정상들의 기념 촬영에 빠지게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하고 음주를 금기시하는 이슬람 국가 브루나이에선 건배 제의를 하게 했다. 매번 기강해이를 이유로 들지만 실수가 잦으면 그게 실력으로 간주된다.

해외 방문에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그 나라의 국격을 보여 주는 상징성을 띤다. 의전을 통해 상대국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표할 수 있어서다. 그런 만큼 외교에서 국격은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곧 국가 또는 구성원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신뢰와 품위를 의미한다. 그 가치가 충만하다면 품격있는 국가이고 그것이 한 나라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른 시일내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외교라인으로 다시 봉합해야 하는 이유다. 실수 당사자 몇 명만 문책하고 넘어가면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될 건 자명하다. 최근의 주름진 태극기처럼 국격이 구겨지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우리 정부 외교는 이번 양 정상간 회담에서처럼 최고의 동맹국인 미국과 계속 엇박자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반성해야 한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은 비핵화 일괄 타결인 ‘빅딜’을 목표로 나가는데 여기에 가장 협력해야 한국 정부가 사실상 단계적 비핵화인 ‘굿 이너프 딜’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행정부나 의회에서는 문 대통령이 핵협상 중재자가 아니며 이제는 ‘북한 편’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국내에서는 “문재인은 김정은의 대미특사”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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