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한은행 불법자금 수사 대충대충 넘어간 ‘속사정’
문재인, 신한은행에 무슨 약점이 잡혔기에…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 중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성접대 사건이다.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별장으로 수시로 고위공직자들과 여성들을 불러다 대가성 섹스파티를 했다는 것이 사건의 핵심인데, 여기에 박근혜 정부에서 차관으로 임명된 김학의 씨가 포함되면서 사건이 커졌다. 두 차례에 걸쳐 검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가 최근 법무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재조사 권고에 따라 검찰이 특별수사단까지 꾸려 재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로 장자연 사건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데 유독 검찰이 사력을 다하지 않는 사건이 있다. 바로 신한은행이 연루된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전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서울 남산 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정권 실세에게 3억 원을 전달한 사건이다. 특히 3억 원을 받은 사람으로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지목돼 왔다. 검찰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한 과거사위의 재조사 권고로 재수사에 들어가긴 했지만, 검찰 안팎에서 유독 이 사건과 관련해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올해 1월 16일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에 대해 “공명정대하게 행사해야 할 검찰권을 사적 분쟁의 일방 당사자를 위해 현저히 남용한 사건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은 라응천 전 신한금융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측이 신상훈 전 사장을 축출하려는 의도로 기획한 허위고소에서 시작했다.
당시 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다분했는데도, 검찰이 이를 무시한 채 적극적으로 수사해 신 전 사장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게 과거사위 판단이다. 과거사위는 “수사 도중 드러난 남산 3억원 의혹 등 ‘정금(政金) 유착’ 진상은 철저히 수사하지 않아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고, 허위고소를 주도한 라 전 회장 측의 형사 책임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결론은 과거사위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남산 3억원’ 사건의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내린 결정이다. 조사단 역시 지난해 11월 라 전 회장이 신 전 사장을 무고했다고 결론 내렸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이명박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2월, 라 전 회장 지시로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불법비자금 형태로 3억원을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한 사건이다. 성명불상자는 이상득 전 의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3억원 수수자를 밝히지 않았고, 라 전 회장은 무혐의 처분해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법무부 과거사위가 재조사를 권고한 다른 사건과 달리 여론의 주목을 그다지 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11월 이 사건과 관련해 라 전 회장 등 신한금융그룹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한 검찰수사를 권고했다. 그런데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노만석 부장검사)에 배당돼 관련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을 소환조사하고 전직 신한은행 임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긴 했지만,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 특별수사단까지 꾸려져 수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180도 다른 검찰 스탠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신한은행에 대한 소극적 수사의 배경에는 신한금융지주와 정치권의 특별한 유착이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담긴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남산 3억원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신한금융지주는 매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런 맥락에서 현 정권과 신한금융지주와의 관계 등을 잘 봐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들이 세운 은행으로 과거에는 정치권 외풍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은행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신한사태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이후 사실상 정치권과의 유착관계가 생겨났다. 신한 사태는 2010년 당시 신한은행 행장이었던 이백순 전 행장이 당시 신상훈 금융지주 사장을 횡령, 배임으로 고소하며 일어난 경영권 분쟁을 말한다.
당시 이백순 전 행장의 뒤에는 라응천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라 전 회장은 신상훈 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이 전 행장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일로 신한금융내부의 경영진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라응찬 전 회장, 이백순 전 행장, 신상훈 전 사장은 불명예 동반퇴진을 해야했다. 또, 고소건으로 이백순 전 행장과 신상훈 전 사장은 법정에 서야했고, 1심에서는 횡령 일부와 지주사법위반이 인정되어 유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 지주사법위반에서 무죄를 받고 횡령에 대해서도 자문료관리에 소홀했던 책임만을 물어 벌금 2000만원의 사실상 유죄를 받았다. 경영권 갈등이 법정까지 이어지자 2014년 당시 한동우 지주 회장이 신상훈 전 행장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해결에 나섰으나, 잘 마무리 되지 못하였다. 경영진 내부적으로도 라응찬 사람과 신상훈 사람으로 나뉘어 갈등은 계속됐다.
남산 3억원 사건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기 2년 전이었지만 이때도 신한은행의 경영권 갈등은 잠복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도 신한은행 측은 당선축하금 성격의 3억원을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후에는 신한은행과 정치권의 유착이 의심되는 정황이 여럿 발견되고 있다. 2012년 대선 전에 일어났던 일이 그 중 하나다.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치열하게 다툴 때 신한은행 측은 양 캠프에 모두 보험을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본국의 한 매체와 <선데이저널>을 통해 보도됐던 우리들병원 1400억원 대출건의 경우 신한은행 핵심 간부가 연루되어 피소까지 당했다. 이 간부는 다소 무리한 방법을 통해서 ‘친문 병원’으로 불리는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사실상 도왔다. 그리고 이 간부의 변호를 현 정부 차기 민정수석으로 거론되면서 문재인 캠프에서도 일했던 변호사가 맡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인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민간자문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이 인물은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동향 후배이자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당시 우리들병원이 산업은행으로 받은 대출금의 일부가 어디에 사용됐는지는 여전히 병원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에도 접점
신한금융지주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권과 만남을 가졌다. 대표적 인물이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이다. 그는 초선이기는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했고, 참여정부에서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조용병 회장은 정재호 의원 등을 만나 정 의원의 민원을 해결했다는 말도 본국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두 사람이 민원을 주고받으며 남긴 메모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일 때문인지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3곳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곧바로 동시에 대통령 표창을 받는 전무후무한 일을 해냈다. 신한금융지주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신남방정책에 부응해 베트남 하노이에 지점을 늘려가는 것도 결코 무심코 흘려서는 안된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 우리들병원 1400억원 대출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을 때 이 사건의 발단이 신한은행이 제공했다는 말이 많았고, 이 문제를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는데 청와대 등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신한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는 매우 소극적인 편이다. 사실 남산 3억원의 성격은 신한은행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전한 당선축하금의 성격이 매우 짙다. 이 사건을 파헤칠 경우 현 신한금융지주 수뇌부도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사건 뿐만이 아니라 앞서 나온 신한은행 간부의 피소 사건에서도 검찰의 축소수사 흔적은 여러 군데서 발견되고 있다. <선데이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던 김수남 전 총장은 총장 취임과 동시에 이 사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실제로 사건 담당 검사가 외압이라고 느낄 정도의 의견을 건네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남 전 총장은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의 전처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이런 일련의 일 때문에 검찰이 유독 신한금융지주 사건에 대해서는 약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논란이 된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도 수사를 받긴 했으나 봐주기 수사라는 평가도 있다.
남산 3억원 사건 역시 김학의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에 견주어 보면 검찰 수사진의 구성 자체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보면 남산 3억원은 대선자금과 관련한 사건이기 때문에 그 무게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비해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김 전 차관 사건에는 대표적 특수통인 여환선 검사를 필두로 한 특별수사단까지 꾸렸고, 신한은행 사건은 검찰은 조사부에서 담당하는 선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검찰 수사의 배경에 현 정권과 신한은행 간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닌지 검찰 내부에서부터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