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임대주택 ‘투자자 무덤 됐다’
미군임대주택사업의 위험성을 우려했던 지난 2월 본보보도가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본보는 재미동포들을 상대로 준공완료라고 광고하던 미군임대주택이 준공은 고사하고 과수원만 있다며 투자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경고했었다. 불행히도 이 같은 우려가 맞아 떨어졌다. 한국 언론들은 평택 등에 미군임대주택이 봇물을 이루면서 투자자들의 무덤이 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부동산 업자들은 ‘공급과잉을 모르고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안개 낀 날 앞이 안보여 15중 충돌 사고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재미동포들이 봉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평택 미군임대주택사업의 문제점을 짚어 보았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3일 ‘미군만 바라보다가 – 투자자 무덤 된 평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택에 미군임대용주택이 쏟아지면서 분양업체들만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오산 등지에서는 투자자들이 과장광고혐의로 분양업체를 소송, 승소했다고 보도했다.
한경은 이 기사에서 ‘평택미군임대주택시장이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규모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지나치게 많은 미군임대용주택을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경은 한 재미교포투자자들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1년 전 미국에서 은퇴해 한국으로 돌아온 고모씨가 월 2백만원씩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의 미군임대용주택 [단지형 빌라]를 3억원에 매입했으나, 입주 때가 됐지만 미군임차인을 구할 수 없으며 고 씨가 산 빌라의 절반이 비어있다. 고 씨는 임대수익은 고사하고 이자비용만 내고 있다며 분양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참담한 실상을 보도했다.
영외거주자 3천명 – 임대주택은 1만채
그렇다면 과연 몇 명의 평택주둔 미군이 영외에 거주할까,
한미협력사업단은 군무원과 도급업자를 포함, 평택에는 4만4천여명의 미군이, 오산에는 1만7천여명이 미군이 각각 이주할 것으로 추측했었다. 하지만 평택미군기지내 아파트가 2천여가구가 준공 된데다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10평 규모의 원룸이 있기 때문에, 영외거주자들은 2천명, 많아야 3천명에 그칠 것으로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예상했다고 것이라고 전했다. 평택에 미군 4만5천명이 오지만 영외거주는 5%에서 7%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 부동산중개인은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인상적인 말을 했다. ‘투자자들이 미군기지주변에 공급이 넘쳐나는 걸 모르고 계속 들어오고 있다. 마치 안개 낀 날 15충 충돌사고가 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오리무중속의 충돌사고’ 즉 깜깜히 투자에 따른 피해속출이 바로 미군임대주택사업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오산기지인근 빌라를 매입한 일부 투자자들은 분양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1심에서 승소했다. 분양업체의 허위과장광고에 속아서 빌라를 매입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분양업체들이 분양홍보를 할 때 평택과 오산으로 이주하는 미군수를 부풀렸다고 주장했고, 분양업체들은 ‘평택시 한미협력사업단이 발표한 숫자를 그대로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1심은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손해를 배상할 길이 없는 분양업체들은 현재 항소를 한 상태다.
한경은 기사에서 한 분양업체의 과장광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평택미군기지 영외에 필요한 주택수가 4만8900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완공했거나 짓고 있는 주택은 1만 가구에도 못 미쳐 턱없이 모자란다’라고 홍보했고, 또 다른 분양업체는 ‘연 7% 이상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광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과장광고로 눈먼 투자자들을 모았다는 것이다.
조성근 한경 건설부동산부장도 같은 날 ‘투자하면 안 되는 부동산’이라는 칼럼을 통해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는 상품을 바꿔가면서 위험한 분양의 명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선 경기도 평택일대에 지어진 미국 임대주택 문제가 불거졌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게 화근이 됐다. 입주 때가 되자 미군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투자자가 속출하고 있다. 자칫하다간 비싼 대출이자를 물면서 미군 얼굴 구경 한번 못할 판이다’라고 주장했다.
재미교포들, 과장 광고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
본보는 지난 2월 10일자 1157호를 통해 한국부동산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했으며, 당시 한인 언론에 전면광고를 내며 마케팅을 하던 평택미군임대주택사업에 대한 투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었다. 공교롭게도 한경이 보도한 투자실패사례는, 투자자가 재미교포이며, 대상지역은 평택시 팽성읍, 대상주택은 단지형 빌라로, 올해 초 LA 한인언론에서 본 광고와 엇비슷했다. 1년 전 귀국한 애꿎은 재미교포가 피해를 본 것이다. 당시 본보는 한국부동산 분양 광고가 한국부동산의 내역과 다른 경우가 있으며 저금리시대를 맞아 한국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훌륭한 재테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꼼꼼한 사전조사가 없다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었다.
본보는 평택 미군임대주택광고에 준공완료라고 기재돼 있지만, 실제 해당부지 부동산을 조회한 결과 4개 지번 모두 과수원이고, 준공은 고사하고 건축물이 없는 상태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었다.
본보가 2월 보도 뒤 해당부동산 4개 지번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발급받는 등 추가 취재한 결과 4개 부동산 모두 주인이 각각 달랐고, 4개 부동산, 즉 과수원을 담보로 한 대출액이 126억원에 달했다.
토지거래시기도 2개 부동산은 미국에서 광고를 하기 약 3개월 전으로 드러났다. A부동산은 지목이 과수원으로 5348제곱미터 면적이었으며 2018년 11월 1일 주인이 바꼈고 16억원정도의 대출을 받았다. B부동산도 역시 지목이 과수원으로 6391제곱미터였으며 2017년 12월 11일 매매됐고 45억원 상당의 담보채권이 설정돼 있었다. C 부동산도 지목은 과수원, 면적은 6470제곱미터였으며, 미국광고 약 3개월 전인 2018년 11월 1일 매매됐고 18억원정도의 대출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D부동산도지목은 과수원, 면적은 6188미터로 2017년 11월 1일 매매가 이뤄졌고, 47억원의 담보가 설정돼 있었다. 이 4개 부동산에 단지형 빌라를 짓는다면 4명의 주인의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 또 4명이 한데 모여 빌라를 짓더라도 건축을 하면서 의견이 엇갈릴 경우 큰 갈등이 불가피하고, 사전분양을 받은 투자자의 재산권이 침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분양업체라고 소개된 웹사이트에는 이미 준공된 빌라단지가 소개돼 있었지만 미국광고와 빌라 이름이 달랐고 분양이 모두 끝났다고 기재돼 있다. 만약 이 빌라를 팔려고 했다면, 분양완료라는 말이 거짓이 되고, 다 짓고도 팔리지 않는 미분양빌라를 팔려는 것이 된다.
평택미군기지내 아파트 – 원룸등 이미 준공
미군이 2060년까지 주둔한다고 한미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미국이 수백억달러를 들여서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미군기지를 포기할 리가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2060년 이후는 물론 영구주둔할 가능성이 크다. 또 임대료는 미군이 직접 지급하므로 고정적 수입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의 귀가 솔깃해 지는 사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물건을 살 사람이 있어야 팔 수 있다.
가장 근본적 문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이미 임대주택물량은 건축충인 주택을 포함, 1만 채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 언론의 분석이고, 미군 임대자는 코빼기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1만 채라면 영외거주추정 인원의 3배에 달한다. 어떤 시장이던 수요공급의 원칙이 작동한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주택은 많고 임대할 사람이 적다면, 집이 남아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스럽게도 내가 투자한 주택만 몇 십년간 임차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