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은 비하인드 특별취재] 포스코건설-게일인터내셔널 뉴욕법원 피소 사건 간단치 않은 이유

이 뉴스를 공유하기

박근혜-최순실 해외비자금,
뇌관은 바로 ‘포스코건설’이다

<선데이저널>이 2017년부터 보도해왔던 포스코건설과 미국 게일인터내셔널 간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미국 법원으로 넘어왔다. 본지는 1165호 보도를 통해 게일인터내셔널측이 3월 20일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양측 간의 분규는 내규대로 싱가포르 국제중재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번 소송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그동안 한국 사법당국이 외면했던 포스코건설 관련 의혹들이 미국 내지 싱가포르에서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본국에선 이 사건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면 마치 미국 기업의 편을 드는 ‘매국노’라는 프레임을 포스코건설이 덧씌워왔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한국 정치권이 자국 기업의 단물을 빨아먹기 위해 갖은 수를 동원했고, 여기에 미국 기업이 ‘호구’가 된 것이다. <선데이저널>은 이 사건에 제기된 의혹들의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지 않으면 결국 국제문제로 비화되고, 이 경우 한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 정부나 기업의 시선이 좋지 않아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 사건의 골격과 의혹들을 <선데이저널>이 파헤쳤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포스코

이 사건의 실체는 이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우디 방문 후 포스코건설의 해외매각이 추진됐고, 여기에는 박근혜 정권 실세들이 다수 개입이 됐다. 실제로 지분 과정에서는 재무구조를 탄탄하게하기 위한 포스코건설의 광범위한 작업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미국 회사까지 피해를 본 것이 오늘날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결국 사건은 미국과 싱가폴로 넘어왔고, 향후 재판이 진행되는 정치권의 비자금 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 국제적 망신까지 당할 상황으로 비화됐다.

사우디국부펀드와 1조원 기브앤 테이크

포스코건설과 미국 게일 인터내셔날의 분쟁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포스코건설이 자사 상장 계획을 돌연 취소하고, 지분의 38%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 매각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포스코 건설 회장이 된 권오준 전 회장은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포스코 개혁 방안을 마련해 외부에 공개했다. 그 중 하나가 포스코건설 상장이었다. 하지만 권 전 회장은 돌연 상장 계획을 취소하고, 지분의 일부를 포스코건설 국부펀드에 매각하려는 방침을 세웠다.

▲ 제1084호(2017년 8월 6일 발행)

▲ 제1084호(2017년 8월 6일 발행)

포스코건설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회사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포스코건설은 제철소 건설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해외에 이를 매각할 경우 기술 유출의 우려가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 특히 국가정보원 등의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다. 권 전 회장이 취임 후 6개월 간 고민 끝에 발표한 사안을 돌연 취소하고, 포스코건설 지분 해외 매각을 결정한 것은 결국 정권이 주도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다.

실제로 매각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본지가 2017년 8월 1084호를 통해 상세하게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지분 38%를 1조 2391억원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 매각했는데, 두 달 뒤인 2015년 12월에 국민연금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약 1조원 가량을 투자한다는 매일경제의 보도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포스코건설이 매각해서 받은 지분가치 만큼의 돈을 사실상 우리나라의 국부펀드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이 사우디에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1조원의 돈을 ‘기브 앤 테이크’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기에 포스코건설은 자신들의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재무 회계 등에 있어서 편법을 동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여러 사업장에서 수 백 억씩의 돈을 일시에 당겨와 일단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나중에 다시 되돌리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동원된 것이 포스코건설과 게일인터내셔널의 합작사업인 송도국제도시 사업이었다. 포스코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지분 매각을 앞둔 시기였던 2015년 6월 송도국제도시 사업을 위해 게일과 합작한 돈 중 700억을 포스코건설에 선 지급했다. 선 지급을 위해선 합작법인 이사회 승인 등을 거쳐야 했지만 포스코건설 측은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게일 회장의 인감도장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이에 게일 측은 포스코건설 측 인사를 배임,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위조사문서행사 등 4가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것이 오늘날 두 회사 간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사건이었다.

검찰의 일방적 포스코 편들기 수사

이 사건을 무마하는 데는 검찰도 동원됐다. 그동안 게일 측은 포스코건설이 문서를 위조하고, 사기 및 횡령을 저질렀다며 관련자들은 한국 검찰에 고소하면, 한국 검찰은 대부분 포스코건설에 무혐의를 내렸다. 심지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수장이 포스코건설 임원과 골프를 치는 사진이 본국 언론에 걸려들기도 했다. 그는 현재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금로 수원고검장이다. 이처럼 포스코건설의 사우디 지분 매각은 다소 무리한 방법까지 동원되어 현실화 됐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포스코건설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함께 만든 회사의 대표가 바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최명주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이었다는 점이다. 최 전 부사장은 박근혜 정권의 포스코 이권 개입 의혹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최 전 부사장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옥스퍼드대학 동문이며 친구다. 2016년 12월7일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최 전 사장과 관계를 묻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조 전 수석은 ‘절친’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즉 일련의 과정을 보면 2015년 3월과 10월 사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이 급하게 유동성이 필요한 이유가 있었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최 전 부사장이 깊숙하게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 전 부사장은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을 거부한 바 있다.

포스코건설의 지분 매각을 돌연 추진한 권오준 전 회장은 대표적 최순실 인맥으로 꼽히는 사람인 것도 의혹을 더하는 요소다. 2014년 1월 권 회장이 정준양 전 회장의 후임으로 내정되는 과정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개입한 흔적은 부지기수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조 전 수석은 자신의 옥스포드대 동문이자 청와대-포스코 간 ‘메신저’ 역할을 했던 최명주 포스코건설 부사장에게 “차기 회장은 권오준으로 결정됐다”고 통보했다.

▲ 본지는 1165호 보도를 통해 게일인터내셔널측이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양측 간의 분규는 내규대로 싱가포르 국제중재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보도했다.

▲ 본지는 1165호 보도를 통해 게일인터내셔널측이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양측 간의 분규는 내규대로 싱가포르 국제중재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보도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최 부사장을 만나 “포스코 내부 절차에 따라 권 회장 선임이 이뤄진 것처럼 처리하고, (청와대 개입이) 외부에 알려져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민간기업인 포스코의 회장 선임은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주주총회’의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어서, 청와대가 이에 개입했다면 엄연한 불법이다. 의혹의 핵심은 포스코 등기이사도 아니었고, 기술전문가 출신으로 경영 일선에는 나서 본 적도 없는 권 회장이 예상을 깨고 전격 발탁된 배경이다. 최순실 씨가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인데, 권 회장 부인인 박충선(64) 대구대 교수가 최씨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리하자면 박근혜 전 대통령 사우디 방문 후 포스코건설의 해외매각이 추진됐고, 여기에는 박근혜 정권 실세들이 다수 개입이 됐다. 실제로 지분 과정에서는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하기 위한 포스코건설의 광범위한 작업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미국 회사까지 피해를 본 것이 오늘날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안팎이나 본국의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결국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의 해외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일전의 아랍에미레이트와 문재인 정부와 갈등에서도 드러났듯이 정권이 바뀌어도 아랍의 국부펀드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가서 조성된 자금은 그특성상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박근혜 정부는 잘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안이 아니고서는 청와대나 국정원, 국민연금, 검찰까지 동원되어 이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쫓겨난 게일, ISD도 고려

사실 포스코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으나 당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이를 승인하지 않아 현재까지 검찰 캐비넷에 묻혀 있다. 포스코건설 관련 의혹들은 정부 기관의 광범위한 은폐로 면죄부만 내려졌다. 본국 다수의 언론들도 포스코건설의 언론 플레이에 놀아났다. 한국 언론들은 게일 측을 이득만 빨아먹은 론스타식 먹튀 자본으로 몰아갔지만, 게일과 론스타는 성격이 다르다. 게일 측은 여전히 한국에서 사업할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한국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으나 불가항력이었다. 결국 게일 측은 포스코건설에 의해 일방적으로 쫓겨났고, 그 자리를 정체불명의 홍콩 자본이 차지했다. 하지만 게일 측을 대신해 들어온 홍콩 자본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다. 유독 포스코건설이 손잡은 회사들이 사우디, 홍콩 등 자금추적이 가장 어려운 나라의 회사들인 것도 우연의 일치로만 볼 수 없다.

결국 사건은 미국과 싱가폴 등으로 넘어왔고, 소송 과정에서 일련의 의혹들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게일 측은 한미 FTA 규정 등을 들어 정부가 민간 기업의 사업에 끼어들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논리로 ISD(국제투자자중재소송) 까지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 또 한 번 드러날 수 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