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트림 한인2세들 차별소송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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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정’, ‘대나무천정’ 차별의 벽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마지막 길을 택했다’

메인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더라도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이룰 수 없는 꿈일까. 한인 1.5세, 2세들이 명문대를 졸업, 좋은 직장에 취직했지만, 수십 년을 근무하고도 차별을 당해 중년의 나이에 눈물을 머금고 밀려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40대의 한 한인남성은 2백억달러이상의 자산을 운영하는 투자회사에서 리서치책임자로 근무했지만, 정작 실권은 주지 않았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50대의 한 한인여성은 뉴욕대 치대를 졸업한 뒤 모교 강사로 근무했지만, 전임교수 채용을 위한 인터뷰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메인스트림에 진출한 한인들의 차별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메인스트림 한인2세들 차별소송 봇물 내용을 짚어 보았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유리천정’, ‘대나무천정’이란 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 한인1.5세, 2세도 결코 피할 수 없는 벽으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2백억달러이상의 자산을 운영하는 옥타곤 크레딧투자회사에 근무하는 한인 이성호씨가 지난 15일 고용차별을 당했다며, 이 회사와 최고경영자 앤드류 고든씨를 상대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는 소송장에서 지난 1998년 이 회사에 재정분석전문가로 취직한뒤 20년이상을 일했지만 회사의 가장 중요한 기구인 투자위원회 위원에 임명해 주지 않았고, 마지못해 투자위원에 임명하고도 실권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자 결국 사직하도록 강요, 지난 3월 8일 회사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체이스와 멧라이프 등을 거쳐 1998년 옥타곤에 입사해 2006년 승진을 한 뒤 15년만인 지난 2013년 재정분석팀 최고 책임자로 임명됐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 승진할 수 없었다. 이 씨는 당연히 자신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투자위원회 위원에 선임될 것으로 생각했다. 투자위원은 최고위직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이 씨는 재정분석팀 최고책임자로 임명된 뒤 앤드류 고든 최고경영자에게 투자위원 선임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고, 자신보다 늦게 입사한 백인후배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직책으로만 따지자면 이 씨는 이 회사 최고경영진 10여 명 중 1명이었지만, 고위직중 유일한 유색인종인 이 씨에게는 투자위원 자리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 이성호씨는 옥타곤크레딧투자회사에서 재정분석팀 최고책임자에 임명됐지만 투자위원에 임명되지 못하는등 차별을 당했다며 지난 5월 15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 이성호씨는 옥타곤크레딧투자회사에서 재정분석팀 최고책임자에 임명됐지만 투자위원에 임명되지 못하는등 차별을 당했다며 지난 5월 15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고위간부직 올랐지만 투자위원에는 배제

이 씨는 해마다 최고경영자에게 투자위원으로 임명해달라고 요구했고, 5년이 지난 2018년에야 정식투자위원으로 임명됐다. 2017년 투자위원에 임명됐지만 아무런 권한이 없는 옵저버 자격이었고, 인종차별이라는 항의 끝에 2018년 정식투자위원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당시 앤드류 고든 최고경영자는 이 씨를 정식 투자위원에 임명하면서 더 이상 당신을 승진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이 씨는 마지막자리임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정식투자위원이 됐음에도 옵저버나 다름없었다. 회사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때는 투자위원들이 효율적으로 그를 따돌렸다. 중요한 투자전략논의에는 제외시켰고, 투자자미팅 참석도 막았다. 이름뿐인 투자위원이었던 것이다.
이 씨는 옥타곤의 모회사인 코닝은 인종다양성을 추구하지만, 옥타곤은 모회사 방침에 따르지 않았고, 코닝과의 미팅 때도 앤드류 고든 최고경영자는 인종다양성을 보고사항에서 제외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옥타곤의 최고경영진은 오로지 백인남성으로 구성됐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신규채용때 유색인종 직원들이 채용되도록 노력했지만, 결국 위로 올라갈수록 백인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재정분석팀에도 10명의 시니어 분석가가 있지만, 유색인종은 책임자인 이씨 1명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지난 1월 11일 앤드류 고든 최고경영자를 만나 이같은 불공평한 상황을 항의했다. 자신이 더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고, 특히 자신의 재정분석팀 직원에 대한 업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앤드류 고든 최고경영자는 이를 거부했다. 부하직원들에 대한 평가조차 허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씨가 곧 퇴직할 것이라는 말을 퍼트리며, 퇴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씨는 2월에도 최고경영자와 주주들에게 이같은 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했고, 이씨는 마침내 옥타곤이 자신에 대해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종차별을 언급한 뒤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회사 측은 이 씨에게 사실상 사직을 강요했다. 이 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 변호사를 고용해 회사 측에 인종차별이라고 정식으로 항의했고, 회사 측은 이 씨가 거짓주장을 하고 회사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3월 8일 이 씨의 퇴직일로 정하고, 그 날짜로 고용계약을 해지시켜 버렸다. 결국 이 씨는 인종차별, 보복방지법 위반 등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 재클린 박씨는 2009년부터 NYU치대 임상강사로 일하며 2014년부터 5년간 전임교수 임용에 지원했지만 학교측이 자신을 차별했다며 지난 1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 재클린 박씨는 2009년부터 NYU치대 임상강사로 일하며 2014년부터 5년간 전임교수 임용에 지원했지만 학교측이 자신을 차별했다며 지난 1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경험 적은 백인남성만 교수발탁 항의

뉴욕대 치과대학에서 강사로 근무하는 재클린 박씨도 지난 1일 고용차별을 당했다며, 치과대학과 데이빗 힐시코비츠씨를 상대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55세인 재클린 박씨는 1991년 뉴욕대 치대를 졸업한 뒤 치과의사로 25년 이상을 일했으며, 지난 2009년 9월부터 뉴욕대 치대에서 치과의사 겸 충치치료학과 시간강사로 일했다고 밝혔다. 뉴욕대 치대 어전트케어클리닉에서 임상담당 시간강사로 일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소송장에서 파트타임이지만, 실제로는 항상 클리닉에서 진료를 하는 것은 물론 모든 진료를 감독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어 야근을 하기 일쑤였고, 특히 학생들이 환자들을 정확히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박씨는 뉴욕대 치대가 학생들의 의료실습을 전적으로 자신에게 의지했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시간강사로 근무한지 5년만에 지난 2014년 충치치료학과 전임교수 모집에 지원했으나 채용을 담당하는 부학과장인 데이빗 힐시코비츠씨로 부터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힐시코비츠는 합당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박 씨를 계속 탈락시켰고, 심지어 지난 2016년 전임교수 심사 때는 ‘당신은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다’며 박씨에 대한 면접조차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채용책임자인 부학과장은 박씨가 기다리고 있음에도 면접을 하기 싫다며 나가 버렸고, 다른 전임교수만 박 씨에 대해 면접심사를 헀다는 것이다. 박 씨는 이때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런 식으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5차례나 전임교수 심사에서 탈락했다. 2018년 전임교수 심사 때도 박 씨는 면접장에 도착했지만 힐시코비츠 부학과장은 또 다시 박 씨에 대한 면접을 거부했다. 특히 박 씨가 잠깐 인사라도 드리겠다는 요청도 단호히 거부했다. 대신 학교 측은 박 씨보다 경험이 적은 백인 남성들만 전임교수로 임용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박 씨는 뉴욕대 치대의 채용담당 부학장에게 문제를 제기했고, 부학장은 충치치료학과의 학과장을 만나도록 조치했다.

2014년부터 5차례 전임 지원했지만 탈락

충치치료학과장인 안드레아 슈라이버는 박 씨에게 신입생 인터뷰 등 학교를 위해 더 많이 자원봉사를 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 2017년에도 신입생 인터뷰를 돕기 위해 지원했지만, ‘당신은 어전트케어를 책임지고 있으니 신입생 면접을 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며 거절당했었다. 학과장과의 면담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월 전임교수 합격자를 발표했을 때, 박 씨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박 씨 대신 2명의 백인남성이 임명됐다. 두 명 모두 박 씨의 후배였다. 박 씨의 동료나 후배들도 모두 박씨가 ‘SHOO-IN’, 즉 쉽게 우승할 사람이라고 점쳤고, 지난 2월 발표 전 일부 동료들은 박 씨가 합격할 것이라며 미리 축하를 건네기도 했었다. 특히 전임교수로 임명된 백인 후배 중 1명조차, 박 씨가 임명될 것이라며 축하를 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5년 이상 낙방하면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의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이 박 씨의 주장이다.

특히 박 씨는 뉴욕대치대 어전트케어클리닉에서 가장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이 주말진료이며, 주말진료의 책임자가 힐시코비츠 부학과장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자신도 주말진료를 하겠다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힐시코비츠 부학과장은 이를 거부하고, 박씨의 후배인 백인남성들에게 기회를 줬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자신이 뉴욕대치대에서 차별을 당한 유일한 아시안여성이 아니라며, 중국계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박씨는 소송장에서 ‘중국계 여성인 수이잉박사도 20년이상 근무했지만, 전임교수가 되지 못했다. 많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지역의 클리닉에 자리가 비자 마지못해 수이잉박사를 승진시켰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또 현재 뉴욕대치대학생의 25%가 한국인 학생이며, 한국유학생과 코리안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도 한국인 전임교수는 채용하지 않고 백인남성만 집중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이는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유리천정 실감 – 대기업간부, 변호사등도 차별당해

이에 앞서 지난 3월 6일에는 46세 한인남성 장정환씨가 워너브라더스가 자신을 차별했다며,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장씨 또한 워너브라더스의 디지탈부분아시아시장 회계담당 부사장을 맡을 정도로 성공한 전문직 남성이다. 장씨는 한인사회는 물론 중국인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피버’를 탄생시켰으며 손정의 소프트방크사장으로 부터 투자를 유치한 장본인중 한명이다. 장씨는 ‘지난 2016년 2월 워너브라더스가 소프트뱅크로 부터 드라마피버를 인수한 뒤 회계담당부사장으로 계속 근무했으나 지난해 10월 드라마피버 서비스를 중단시키면서,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 타임워너사는 지난해 10월 15일 드라마피버서비시를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 타임워너사는 지난해 10월 15일 드라마피버서비시를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드라마피버의 저작권 침해우려가 제기되면서 워너브라더스가 서비스를 중단했으므로 이에 따른 해고나 감원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안 임원 3명이 모두 해고된 반면 백인부사장 4명은 1명도 해고되지 않고 다른 부서로 재배치된 것은 차별로 인식될 가능성이 많다. 장씨는 ‘드라마피버와 워너브라더스 합병뒤 첫 임원회의에서 경영진이 드라마피버측 한인임원의 영어발언을 듣고 놀랍다는 말을 했다’며 이는 한인들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씨는 이 같은 인종차별에 대해 항의하자 업무에서 배제된 뒤 내부감사를 받았고 라이선스비용등의 문제로 해고됐다고 강조했다. 저작권비용등의 문제는 회사차원의 문제이며, 전적으로 장씨가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 뿐 아니라 지난 1월 25일에는 한인사회 차세대리더로 널리 알려진 황준철변호사가 로펌을 상대로, 또 1월 17일에는 조우정씨가 시네리서치를 상대로 각각 고용차별소송을 제기했다.

능력있고 열심히 해도 아시안 이란 이유 때문에

황씨는 지난 1992년부터 대형로펌에서 일하다 지난해 5월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았다. 26년간 재직한 로펌에서 한순간에 잘린 것이다. 황 씨도 로펌의 수익을 나누는 에쿼티파트너가 되는데 무려 23년이 걸렸다. 다른 사람들보다 2배 이상이 더 걸린 것이다.

뉴욕지역에서만 메인스트림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고 평가받은 전문직 한인 최소 5명이상이 줄줄이 고용차별소송을 제기했다. 능력 있고 열심이 일해도 파트너가 되지 못하고, 전임교수가 되지 못했고 파리 목숨처럼 짤려 나갔다.
이 같은 차별에 맞서서 몸을 사리지 않고, 과감하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제2,제3의 피해자를 막겠다는 뜻일 것이다. 한인사회가 직장에서의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만 우리 아이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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