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정치’ 어디까지 갈 것인가
내년 총선에 ‘막말 정치인’에게 본때를 보여야…
대영제국의 명재상인 윈스턴 처칠이 정치한 입문한 1990년 선거에서 상대후보가 “처칠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게으른 사람이다”라고 처칠을 공격하자 그는 이렇게 반격했다. “글쎄요, 저처럼 아름다운 아내 (11세 연하로 미인이었다. 이름은 클레멘타인)와 같이 산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힘들지 않겠습니까.” 연설을 들은 대중들은 처칠의 재치 있는 유머와 함께 풍기는 여유있는 모습에서 감동받아 처칠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요즈음 한국 정치판이 꽤 어지럽다. 특히 ‘막말’이 툭툭 튀어나와 빈축을 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막말’을 잘 튕기는 주인공이 정치권 스타가 된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에서 ‘막말 파동’은 오랜 역사가 있다. 특히 대통령을 겨냥한 ‘막말’이 판동을 일으킨다. 1998년 당시 한나라당 (새누리당 전신)의 김홍신이라는 작가 출신의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하여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야 한다”는 막말로 파문을 일으켰다.
야당이 된 민주당도 폭언에 가세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쥐박이, 땅박이, 2MB”라고 비난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새해 소원은 뭔가요, 명박 급사”라는 글을 리트윗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폭언도 줄을 잇는다.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는 ‘귀태(鬼胎)’ 표현까지 동원했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 대표의 막말이 발단이 됐다. <문빠>니, <달창>….이니… <문빠>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을 일컫는 말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 <달창>은 생소한 말이라 화제가 되었다. ‘달빛 창녀단’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원래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달빛 기사단’이라고 불렀는데 야권에서 기사단 대신 창녀단이라며 비아냥댔다고 해서 이런 말이 생겨났다. 그런데 나 의원은 원래 <달창>의 뜻을 모르고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빠른 사과를 했는데, 문 대통령이 “막말”이라고 해서 논란이 더 확산됐다. 야권이 이처럼 막말을 해대자, 여권도 마찬 가지로 자유한국당을 <왜구>라고 불렀다. 여기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아예 노골적으로 욕을 퍼부어 댔다. <도둑놈>들이라고 했는데 그거 역시 ‘막말’이다. 문 대통령은 여야 가릴것 없이 이제 ‘막말’은 그만이라고 해야 하는데 여권 편만드니 한국당도 가만 있을리 없는 것이다.
‘죽기 살기로 내뱉는 더러운 말’
미국 정치권에서도 막말이 많다. 정치판은 동양이나 서양이 다 비슷하지만, 질적인 면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다. 미국의 잔 매케인(John McCain)이라는 정치인이 있었다. 월남전 영웅으로 지난해 아깝게 암으로 타계했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와 맞붙었다. 오바마 쪽에서 매케인을 향해 ‘막말’을 해댔다. 맥케인을 “McSame”으로 불렀다. 맥은 매케인, 세임(Same)은 “같다”는 뜻이다. 매케인이 누구와 같다? 바로 전직 대통령 조지 부시와 세임이라는 의미로 불러, 둘이 한통속 이라는 것이다. 바로 매케인이 백악관 주인이 되면 부시처럼 전쟁을 계속할거고 경제도 엉망 진창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맥세임”을 뽑을 것이냐는 ‘막말’이다. 결국 대선에서 오마바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막말’ 효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힐러리도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상대 오
바마 쪽에 네거티브, 즉 ‘막말’을 해댔다.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새벽 3시의 전화벨’이란 거였다. 미국이 곤히 잠들고 있는 그 시각, 백악관에 비상벨이 울린 다면 힐러리와 오바마, 둘 중 누가 받는 것이 안심이 되겠느냐. 힐러리는 퍼스트레이디 출신에 상원의원 등 정치경험이 훨씬 많다. 당연히 초짜인 오바마 보다 힐러리가 국정을 책임지는 것이 더 낫겠다는 그런 뜻이었다. 하지만 그 ‘막말’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처럼 미국도 정치인의 ‘막말’은 수준급이다. 다시 윈스턴 처칠 수상의 일화를 소개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대륙이 히틀러에게 점령당하고 영국만이 버티고 있던 상황에서 영국의 마지막 희망은 미국의 참전이었다.
당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정세를 주시하며 참전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처칠은 워싱턴으로 루즈벨트 대통령을 만나러 갔다. 처칠의 방으로 찾아온 루즈벨트는 욕실 문을 벌컥 열었고 그만 알몸의 처칠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당황한 루즈벨트에게 처칠은 오히려 주요 부위를 가리고 있던 수건마저 치우고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각하, 보시다시피 영국은 미국에게 아무것도 숨기는 것이 없습니다.” 루즈벨트는 처칠의 이런 솔직한 모습에 반했다. 그리고 협상은 긍정적으로 진행되어 미국은 참전을 결정한다. 처칠의 말 한마디가 세계를 변화시켰다. 말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막말이 아니라. 독재자를 영어로 dictator 라고 한다. 그 어원이 라틴어다. 로마제국시절엔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기면 ‘독재자’ 또는 ‘독재관’을 임명했다. 그 당시 비상대권을 잡은 독재자들은 사명을 끝내면 자리에서 물러나 그향으로 돌아가 쟁기를 잡고 밭을 갈았다.
‘막말에도 수준과 유머가 있어야’
사실 ‘독재자’의 의미는 태생부터가 자비였다. 외적이 침입하거나 국가 비상상태가 발생하면 일신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고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한 사람이 ‘독재자’였는데, 후세에 들어서 권력을 남용하거나 영구집권을 꾀해 원래의 뜻이 변질됐다.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 가운데 가장 오래 집권한 사람은 프랭클린 루스벨트로 4선 까지 했다. 마지막 4선은 임기시작 몇 달만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당시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4선 장기집권을 두고 “올바른 독재자에게 정부를 맡긴다면 독재가 가장 훌륭한 통치 형태”라고 말했다. 오하이오주에 신시내티(Cincinnati)라는 도시가 있다. 신시내티가 원래 유명한 ‘독재자’ 이름이다. 로마 제국 시절의 ‘독재자’를 했던 루시우스 신시나투스(Lucius Quinctius Cincinnatus)로 기원 전 5세기 무렵 로마의 최고 통치자, 곧 ‘독재자’였다. 신시나투스는 자신을 일컬어 ‘나는 로마의 시민이자 병사, 그리고 농부다’라고 했다. 그는 주어진 임무를 끝내고는 곧바로 귀농해 농사를 지었다. 신시나투스는 ‘독재자’를 두번 했다. 미국의 초대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을 딱 두번만 하고 물러난 것도 신시나투스를 벤치마킹한 게 아닌가 싶다. 신시내티 다운타운에는 ‘독재자’ 신시나투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왼손엔 권력의 상징인 지휘봉, 오른손엔 농기구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신시나투스를 흠모한 나머지 그의 이름을 따 미국인들이 도시를 세운 것이다.
세월이 변해 좋은 말도 변질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좌파 독재”이다.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야당이 당신을 좌파 독재자라고 부르는데 느낌이 어떠시냐’라고 질문한 것을 두고 여권에서 난리가 났다. “우리가 왜 독재냐,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정권인데”라며 뿔난리가 났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사실상 현재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진보 좌파 쪽이 독재를 해본 경험이 없다. 오히려 자유한국당 쪽이 “독재 정권의 후예”라고 지적을 받고 있다. ‘막말’은 정치인만 하지 않는다. 자칭 “천재”라는 도올 김용옥은 지난 3월 16일 공영방송인 KBS에 출현하여 ‘이승만은 미국의 괴뢰로서 국립현충원 이승만 묘소를 파내야 한다’는 패륜적 망언을 해 지탄의 대상이 되고있다. 이에 정규재 논객은 김용옥은 대중의 관심을 안 받으면 안되는 ‘각광병 증세의 환자’라고 일갈하였다. 오성(이항복)과 한음(이덕형)은 조선선조 때 명신으로 어려서부터 친구로 지내면서 장난이 심하고 기지가 뛰어나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어느날 오성이 한음부인과 정을 통하였다고 한음에게 거짓 장난으로 말했는데, 이 말을 들은 한음부인이 오성을 초청해서 떡에 똥을 넣어 오성에게 먹이고 “거짓말을 하는 입에는 똥이 들어가야 한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막말하는 정치인에게도 똥을 먹일 방법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