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화제] ‘미 한국전 무명용사’ 장례식에 ‘기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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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무명용사 장례식에
수천명 참석 ‘추모행사’로 이어져

한국에서는 “6‧25전쟁”으로 알려진 한국전쟁(Korean War 1950-53)이 미국에서는 간혹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미국 국민들은 결코 그 전쟁을 잊지 않고 있다. 지난주 메모리얼 데이(27일) 연휴에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거행된 한 무명의 한국전 참전 용사의 장례식에 고인과 일면식 없던 수천명의 시민이 참석해 미국과 한국 등을 포함해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CNN방송을 포함해 많은 언론사들은 지난달 25일(토) 오후 2시 신시내티 인근 스프링 그로브 묘역(Spring Grove Cemetery)에서 거행된 6‧25 참전용사 헤즈키아 퍼킨스(90, Hezekiah Perkins )씨의 장례식에는 유족 대신 6‧25참전용사와 베트남전 이라크전 재향군인 회원을 포함한 수천명의 주민들이 참석했다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주국군 포로송환위원회 회장 정용봉 박사는 “미국민들의 6‧25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는 극진했다”며 영면한 참전용사 묘역에 조화를 보내고, 장례를 치룬 스프링 그로브 장의사에 감사를 표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이 장례식에 헤즈키아 퍼킨스 노병의 유족들이 건강상의 문제로 장례식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소식에, 평소 그를 알

▲ 6·25 참전 미군 헤즈니아 퍼킨스 묘비

▲ 6·25 참전 미군 헤즈니아 퍼킨스 묘비

지 못했던 한국전 월남전 이라크전 향군 동지들과 시민들 수천여명이 대신 찾아와 운구도 해주고 조화도 보내고 조문도하고 기도도 올리고 찬송가도 불렀다. CNN방송은 “미시시피 등에서 한 부부는 400여 마일을 달려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하마터면 홀로 쓸쓸히 떠나갈 뻘 했던 한 노병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고, 특히 “어메이징 크레이스”의 연주속에 훌륭한 커뮤니티 장례식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인근 켄터키주 소재 포트 낙스(Fort Knox) 군기지에서 특별히 엄선된 군의장대가 출동하여 노병의 마지막 가는 장례식에서 미합중국의 영예로운 군의식을 치루었다. 식을 마치고 장지로 가는 운구행열을 노병을 추모하는 수백대의 조문 차량들이 줄을 이었다.

노병추모 운구행렬 장사진

이런 성대한 장례식은 불과 24시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초 퍼킨스씨의 장례식엔 그의 딸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그의 딸은 건강상 문제로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러자 스플링 그로브 묘지 측은 24일 오후 3시 30분쯤 페이스북에 안내문을 올렸다. “한국전 참전용사 퍼킨스씨는 지난20년 넘게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장례 비용도 미리 지불 했지만, 현재 그의 유가족은 모두 마을을 떠나 다른 먼 곳에 거주하고 있으며 특히 건강상 이유로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소식을 우리는 받았습니다. 국가의 명을 받아 1950년 한국전쟁에서 미국을 위해 싸워온 한 남자의 마지막을 기리기 위한 25일 장례식에 뜻있는 여러분께서 참여해 유족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장례식 장소와 시간을 알렸다. 퍼킨스씨는 20년 전에 자신이 묻힐 묘지를 이미 사놓았고 모든 장례비용도 선불로 마첬다.

25일 장례식 날이 밝자 베트남전부터 이라크전까지 전쟁에 참전했던 재향군인들이 제복을 입고 대거 스프링 그로브 장지로 몰려들었다. 장지로 관을 운구하는데는 굉음을 내는 가죽 조끼를 입은 ‘참전용사 오토바이연합’ 회원들의 오토바이 수십 대가 앞장서 호위했고 고급 리무진 운구차량이 퍼킨스 씨를 태우고 따라갔다. 장례식에선 지역 바이올리니스트와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 Amazing Grace)를 연주했고, 켄터키주에 있는 육군 부대 ‘포트 녹스’ 소속 군인들이 참석해 관 위에 덮어 놓았던 성조기를 접어 유가족을 대신한 장례식 의전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퍼킨스씨의 딸은 아버지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타주에서 실시간 영상통화로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스프링 그로브 묘지 장례 담당 국장인 스킵 펠프스(Skip Phelps, Funeral home’s Director of Operations) 씨는 “우리가 보낸 글에 주민들이 어떻게 나올지 전혀 몰랐다”며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어 진정 놀라운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놀라운 은총’의 장례식

노병 헤즈키아 퍼킨스씨는 6‧25전쟁에 참전한 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시청에서 일했다가, 말년을 요양원에서 보내다 지난 5월 4일 쓸쓸히 숨졌다. 요양원에서 그는 늘 밝은 모습을 보였 지만, 생전에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5일 오후 3시 신시내티의 스프링 그로브 묘지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엔 생전에 그가 알지 못했던 수천명이 찾아와 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이날 퍼킨스씨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한 차량 행렬로 교통체증이 발생

▲ 장례식에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참전 용사들이 운구를 맡았다.

▲ 장례식에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참전 용사들이 운구를 맡았다.

해 많은 사람이 제때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장례식을 위해 지역 방송국의 노력도 빛났다. 마침 장례식은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27일)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이었다. 지역 방송 국인 WLWT5는 24일 오후 퍼킨스씨가 묻힐 묘지 앞에서 생방송으로 “1952년부터 1954년 까지 6‧25에 참전했던 퍼킨스씨의 장례식이 내일 열린다”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6‧25전쟁은 1953년 7월 휴전으로 끝났으나 이후에도 미군은 한국에 주둔하여 왔다. 퍼킨스씨가 6‧25 때 어느 부대 소속으로 어떤 전투에 참여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지역 언론에도 소개되지 않았다. 다만 스킵 펠프스 묘지 장의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퍼킨스씨의 딸은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해외에서 싸웠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장례식에 나타난 많은 사람들은 서로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조객들을 보며 다시금 놀랬다고 한다. 퍼킨스씨를 요양원에서 돌봤던 도냐 마틴씨는WLWT5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껏 나는 그를 찾는 사람을 거의 못 봤었는데 이건 놀라운 일일 뿐”이라고 했다. 그로브 묘지 측은 교통체증이 일어난 현장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로버트 브리스커씨는 NBC 방송에서 “참전했던 사람은 모두가 형제인 것을 알고 있다”며 “나는 마치 그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전 참전 용사인 테런스 그레그스톤씨도 이 방송에서 “두 차례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장례식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참전 용사에겐) 그들이 받을 만한 존경을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케빈 모니스씨는 지역 방송국인 WTAP 방송에 “내 심장이 나에게 나라를 위해 봉사했다가 떠나는 이 사람의 마지막을 지켜보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장례식을 주관한 스프링 그로브 묘지는 이날 장례식이 끝난 뒤 성명을 내고 “우리는 참석자 수에 겸허해졌으며 지역 사회가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장례식을 페이스북에 공유해준 분들과 이를 보도해준 언론 등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그로브 묘지 관계자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 됐지만 갑자기 수많은 사람 들로 확대됐다”며 “퍼킨스씨는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평화롭게 잠들 것”이라고 했다.

“평화롭게 잠들 것”

이같은 이례적인 장례식에 대하여 미 전역의 많은 신문 방송들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언론들도 ‘한국전 참전용사 노병의 장례식 에 생면부지 의 조객들이 수천명 참례해 감동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날의 장례식은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27일)연휴가 시작되는 주말 25일에 거행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에서도 이 장례식은 화제가 되었다. <유족 못오는 ‘미 한국전 용사’ 장례식…기적이 일어났다>라고 제목을 부친 MSN보

▲ 6·25 참전 무명용사 장례식에 수천명 조객이 참례하고 있다.

▲ 6·25 참전 무명용사 장례식에 수천명 조객이 참례하고 있다.

도는 “6‧25에 참전한 뒤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시청에서 일했던 헤즈키아 퍼킨스(90)씨는 말년을 요양원에서 보내다 최근 쓸쓸히 숨졌지만, 지난 25일 오후 3시 신시내티의 스프링 그로브 묘지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엔 생전에 그가 알지 못했던 수천명이 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의 중앙일보는 <한국전 참전용사 장례식에 일면식도 없는 시민 수천명 참석>이란 제목으로 보도했으며, 서울신문은 <상주는 수천명 시민…6‧25 미참전용사 마지막은 따뜻했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런게 미국의 힘… 영웅은 외롭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뉴데일리는 “미국의 현충일 ‘메모리얼 데이’는 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라면서 ‘메모리얼 데이’임을 실감케 하는 일이 일어나 눈길을 끌었다면서 한국전 참전 90세 노병 ‘감동’ 장례식에 시민 수천명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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