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북경 지국장 ‘애나 파이필드’ 북 스토리 “마지막 계승자”에 담긴 김정은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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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지금도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영리하고 잔혹하며,
외교적인 요령까지 터득하고 있는 인물

지금 한국과 미국에서 워싱턴포스트지 베이징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Anna Pipield) 기자가 한국어와 영어로 펴낸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애나 파이필드 지음/이기동 옮김 / 프리뷰)라는 책이 화제를 모으며 판매 중이다. 저자인 애나 파이필드는 그녀의 트윗을 통해 “영어로 김정은에 대한 평전은 최초로 출간되었다”면서 “김정은이 어떻게 북한의 수장에 올라 지도자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탈많은 가족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까지, 모두 담겨있는 저의 새 책이 한국어로도 출간 되었다”고 밝혔다. 이 책에 대하여 영국의 일간 더타임스(The Times)를 비롯해 외신들이 다투어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부분 언론들이 소개하고 있지만 미국의 VOA가 이 책과 저자의 이야기를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요점은 “북한은 아직도 크게 변하지 않았으며,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로 귀결되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인 저자 애나 파이필드는 책 표지에 영어로 Great Successor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한글말 제목은 <마지막 계승자>였다. 어느 곳에서도 왜 그런 제목이 붙였는지 설명이 없지만, 아마도 한국에서 이런 제목을 붙이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는 설이다. 현재 아마존에서 하드카버로 $18.30이고, 오디오와 CD 합해서는 $35로 판매중이다. 한국 언론 등에서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김정남은 미국 CIA정보원이었다”라고 밝혔으나, 저자는 ‘김정남이 미국 정보원들과 접촉한 사실이 있다’라고 했다. 미국 등 세계 어느나라 정보원들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만난다. 만났다고 해서 모두가 정보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정남 암살 내막과정 비교적 소상히 기술

책

▲ 한국판 책자 표지

영국 더타임스는 책 내용을 인용해 “김정남은 미국 스파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했고, 통상 싱가포르 나 말레이시아에서 그의 담당자들을 만났다”고 썼다. 이 신문은 저자는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었다는 정보의 출처로 ‘그 기밀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인물’을 들었다. 지난 2005년부터 북한을 취재한 저자는 책에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미 CIA 요원들에게 돈을 받고 정보를 건네 줬다”고 했으며 “김정은으로선 (그가)조국에 대한 배신행위로 간주할 만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김정남은 피살되기 최소 10년 전부터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으며, 북한이 제작한 위조 100달러 지폐도 세탁했다”고 했다. 저자는 김정남에 대해 “도박꾼과 깡패, 스파이들에 에워싸여 어둠 속에서 살았다”며 “북한 밖에서 살았지만 동시에 북한 체제와 연결되는 끈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해 8개국을 다니며 탈북자, 북한의 고위공직자, 일반 주민들과 수백 시간에 걸친 인터뷰로 김정은이라는 퍼즐을 맞추어 나갔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과정의 내막과 오토 웜비어 사망을 둘러싸고 북한이 치료비 2백만 달러를 미국에 청구한 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의 자녀인 이한영과 이남옥 남매의 소재 등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들의 행방을 적었다. 이남옥은 파리에 살고 있었으나 가족의 안전을 걱정하는 그녀의 청을 받아들여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이는 콩가루 집안이 된 김씨 왕조의 혈육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적인 삶을 찾은 이남옥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서방 언론인 가운데 북한 정보에 가장 정통하다는 평을 듣는 저자는 이 책에서 수수께끼의 지도자 김정은의 알려지지 않은 장막 뒤 이야기를 추적했다.

김정은, 트럼프 재선 여부에 일조할 듯

김정은의 행동심리를 분석하고, 북한의 현재와 미래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김정은을 둘러싸고 있는 비밀주의와 신화의 껍질을 뚫고 들어가 이 수수께끼 같은 인물의 다층구조적인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가 그려낸 김정은은 영리하고 잔혹하며, 외교적인 요령까지 터득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권력유지라는 최종 목표에 맞춰져

▲ 저자 애나 파이필드

▲ 저자 애나 파이필드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와 북한과의 관계는 다양하다. 저자는 과거 하바드 대학 시절 니먼저너리즘팰로우쉽(Nieman Journalism Fellow)을 통해 폐쇄국가들을 연구하였으며, 2018년에는 아시아 지역 언론보도로 스탠포드대학에서 수여하는 스렌스타인 언론상(Shorenstein Journalism Award)을 수상했다. 이 책속에는 ‘김정은의 보좌관 한 명이 뉴욕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점쟁이에게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물었는데 점쟁이는 트럼프가 재선된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최근 저자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뉴욕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주유엔 북한대표부의 한 외교관이 뉴욕 코리아타운의 유명한 무속인을 찾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물었고 그 무속인이 ‘트럼프가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 시점과 소스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는 “북한이 트럼프의 재선 여부에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책에 대하여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북한외교관은 “김정은이라는 수수께끼를 이처럼 치열하게 파고든 책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자유를 찾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헌신에 경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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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는 ‘끔찍하다’ 그 자체”

(워싱턴 포스트의 애나 파이필드 베이징 지국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 주목할 만한 변화로 평양의 화려한 외관 변화를 꼽았다. 하지만 외신 기자들의 현지 취재 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 했다. VOA는 북한을 오랫동안 다뤄온 서방 기자들 특집 인터뷰 시리즈 첫번째 순서로 워싱턴 포스트의 애나 파이필드 베이징 지국장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다.)

(기자) 파이필드 지국장이 집필한 김정은 위원장 평전 ‘마지막 계승자’가 최근 출간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다룬 다른 책들과 어떻게 차별화됩니까?
(파이필드 지국장) 지금까지는 한국어와 일본어로만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책이 출간됐고, 영어로는 처음입니다. 제 책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우리가 아는 모든 정보를 취합해, 어떻게 그가 지금의 인물이 됐는지를 포괄적이고 호소력 있는 방법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자신 의 임무에 매우 전술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군 경험이 없는 20대 지도자에게 불만이 있을 수도 있는 북한 군부를 달래기 위해, 또 미국을 물리치기 위해 핵개발에 나선 것이죠.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병진정책의 두번째 단계에 착수했는데요 경제를 성장시키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 입니다. 주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기자) 북한을 10번 넘게 방문하며 현지 상황을 집중 취재하셨는데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어떤 변화가 가장 눈에 띕니까?

(파이필드 지국장) 기자들에게 있어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이 외부에 보여주기 원하는 진열장 같은 도시인 평양은 매우 많이 변했습니다. 고층 건물들이 많아졌고, 볼링장, 커피숍이 생겼습니다. 또한 평양의 일부 지역은 좀 더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 지는데, 정권을 지지하는 특권층의 삶이 나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전략적으로 지지층의 삶을 개선하려 했고, 특히 자신의 나이 또래인 밀레니엄 세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자) 2016년 쓰신 기사에선 평양을 미국 맨해튼에 빗대 ‘평해튼’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해 주목을 끌었는데요. 왜 국제사회가 이 단어에 반응했을까요?
(파이필드 지국장) 제가 만든 단어가 아니고 신문에 소개했을 뿐이니까요. 평양에 사는 외교관들과 서방인들이 ‘평해튼’이라고 이미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단어가 주목을 끈 이유는 지난 5년여 기간 동안 북한의 수도에 일어난 일을 깔끔하게 한 단어로 압축했기 때문입니다. 평양은 화려해졌고, 고층 건물들이 들어섰으며, 평양 주민들은 돈을 쉽게 빨리 벌고, 돈 많은 자본가의 삶을 누리고 있죠. 물론 뉴욕 맨해튼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긴 하지만요. 한번은 제가 대동강 남쪽에 서서 북쪽의 고층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제 감시원이 제게 “두바이 같죠?”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웃으면서 두바이를 가봤냐고 물었는데요. 그 감시원은 중국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에서는 평양을 두바이에 견줄 수 있는 도시로 발전시키려는 포부가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죠.

(기자) 파이필드 지국장님은 또 2016년에 사상 최초로 북한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페이스북 생방송을 했습니다. 외신의 취재를 엄격히 통제하는 북한 당국에 항의하는 행동이었습니까?
(파이필드 지국장) 항의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페이스북 생방송을 할 당시 북한 당국자들은 제가 뭘 하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했었죠. 북한이 제7차 노동당 대회에 외신 기자들을 대거 초대했던 2016년에는 ‘페이스북 라이브’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었는데요. 저는 그 해에 북한에 제 전화기와 SIM카드를 처음으로 가지고 갔죠. 과연 생방송이 되는지 시험적으로 시도했는데, 3G 신호가 충분히 강력한 장소는 몇 군데 되지 않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37층에 있던 제 호텔방 이었고요. 저는 그 곳에서 제 눈에 보이는 북한을 비춰주며 설명했습니다. 생방송 채팅창에는 “너무 위험하다”, “살아서 나올 수 있겠나?” 라는 등의 의견이 올라왔는데요. 저는 북한 정부가 허락한 장소만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었기에 위험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뒤늦게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얘기했죠. 그냥 제가 스스로를 영상으로 찍고 있는 줄 알았다고요.

(기자) 2016년 제7차 당대회를 취재하러 평양을 방문한 서방 기자들은 북한의 통제를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지난해에도 북한은 소수 외국 기자들을 초대해 풍계리 핵 실험장 해체 현장을 공개했지만 역시 방사능 측정 기구를 압수하는 등 엄격하게 통제했죠. 반면 미국 CNN 방송이 북한 내 미국인 억류자들이나 고위 당국자들을 여러 차례 단독 인터뷰 한 점도 눈에 띕니다. 김정은 정권이 서방 언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파이필드 지국장) 북한은 언론과 관계를 맺고 상황을 유리하게 포장하는 데 있어 좀 더 전술적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우 미미한 변화죠. 북한이 갑자기 지혜로워 지지는 않았습니다. 북한이 언론에 좋은 기사를 내길 원한다면, 공장이나 병원에 기자 130명을 한꺼번에 데려가는 것은 방법 이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쓸만한 기사를 작성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좀 더 슬기로 웠다면, 제대로 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소규모 견학들을 기획했겠죠.
(기자) 워싱턴 포스트의 서울 특파원으로, 파이낸셜 타임스의 워싱턴 특파원으로 북한을 취재하셨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수도에서 바라보는 북한은 얼마나 다른가요?

(파이필드 지국장) 매우 다릅니다. 한국은 북한을 더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언어와 역사를 공유 하고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국에서 북한 문제는 매우 정치적입니다. 보수와 진보 중 누가 정권을 잡았는지에 따라 대북 정책은 극과 극을 달리죠. 심지어 북한에 대한 정보 사안도 정권의 영향을 받습니다. 미국은 반면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또한 북한의 의도에 대한 이해와 접근법이 피상적입니다.
(기자) 북한 문제를 오래 다루셨는데, 취재 대상으로부터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워낙 독특한 국가이지 않습니까?
(파이필드 지국장) 그렇습니다. 특히 북한을 탈출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무심히 듣기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수백명의 탈북민을 인터뷰했고, 그들의 끔찍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전혀 쉬워지지가 않습니다. 강제 수용소 출신이 아니라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경험은 너무나 끔찍합니다. 또 제 자신이 어머니로서, 아이들을 북한과 중국에 두고 떠나는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가장 제게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저는 기자로서 약간의 거리를 두려고 항상 노력하지만, 저도 인간이기에 취재한 내용들에 감정을 가지게 되고, 오히려 이러한 감정들이 기사에 투영 됐을 때 독자들의 이해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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