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리포트 3] 한국의 성교육 현실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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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성교육이
위험한 10대 섹스 부른다’

미국에서 이민생활이 오래된 한인 학부모나,최근에 이민 온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성교육에 무관심할 수가 없다. 어떤 경우 자녀들이 오히려 보수적인 부모들보다 성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현실에 놀라기도 한다.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자녀가 아닌 중고등학교(8-12) 자녀들은 친구나 선배들을 통해서나,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한 성문제에 대하여 많은 상식이나 패턴을 알고 있다. 미국의 한인 학부모들은 한국에서의 학교 성교육과 미국에서의 성교육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지 못할 뿐 만 아니라 ‘학교에서 나름대로 성교육을 잘 시켜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교회 주일학교나 청소년 상담을 통해 해결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도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공립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성(Sex)을 바라보는 입장이나 성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가 차이가 있다. 한국의 성교육을 이해하면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성교육에 대하여 이해를 해야만 이민가정에서의 성교육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한인 학부모 자체가 성에 대하여 가치관을 바르게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한국의 교육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처럼 연령대별 성교육 체계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5년에 성교육 표준안은 만들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두고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너무나 현실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한예로 ‘야동’이나 ‘야설’ 그리고 성‘자위’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했으며, 피임법을 교육 시키면서 고작 가르처 주는 것이 체외사정을 강조하는 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성폭력을 예방하려면 단둘이 여행을 가지 않는다’ ‘여자는 무드에,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등 왜곡된 성 인식과 잘못된 성폭력 대처법으로 반대에 부닥쳤다. 이에 교육부는 약 1년간 수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표준안 자체는 거의 수정되지 않았다. 또 수정된 성교육 표준안을 바탕으로 만든 초·중·고교 성교육 자료와 교사지도서에는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 에게 원인을 돌리는 ‘피해자 유발론’과 ‘미혼모·미혼부 폄하’등 내용이 실려 계속 논란이 되었다. 이처럼 한국정부가 학교 성교육의 기본 자료이자 가이드라인인 표준안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기에 성교육 자체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행정 당국의 자만과 권위의식으로 교육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과외천국”의 나라다. 별의별 과외가 성행하는데 최근에는 “성교육 과외”도 성행한다고 한다. 이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퍼지성2고 있다. 명분은 2차 성 발육이 나타나는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기인 만큼, 올바른 성교육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특히 아들을 가진 부모들 사이에서 성교육 과외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는데 요즘 청소년 성범죄가 성행하는 분위기라 이같은 성범죄에 자신의 아들이 가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성교육 과외 내용은 연령별로 달라지는데, ‘앞으로 겪게 될 몸의 변화나 심경의 변화’ ‘여학생 또는 남학생과의 스킨십에서 주의해야 할 점’ ‘야동’이나 ‘피임법’ 등에 대해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교육 한다. 이같은 과외를 받은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은 “학교 성교육은 대부분 아는 내용이고 재미가 없어서 엎드려 자는 친구가 많다”며 “하지만 성교육 과외는 현실적이고 재미있어서 다음에 또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 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성교육조차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주위 환경이나 다양한 매체의 영향으로 조숙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교육은 배울 것 없다’고 여길 정도로 한국에서의 학교 공립학교 성교육은 기초적이고 시대에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에서 성교육은 배울게 없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적 행위는 ‘금기’이지만, 성적 행위를 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금기’로 인해 나타나는 피임에 대한 무지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위험한 섹스를 유발시키는데, 최근 청소콘돔년들 사이에서 ‘랩 콘돔’이란 말도 나와 성교육 상담자들을 경악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청소년 지원단체에서 일하는 봉사자 K씨는 한 고등학생과 상담을 하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성교제를 하는 10대들 중 애인과의 성관계 시 콘돔을 구하지 못해 ‘비닐봉지’나 ‘랩’을 피임 자구책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였다. “콘돔은 비싸고, 고등학생이 막 사기도 부끄러운데 피임을 안 하기엔 임신이 걱정되니까”라는 것이 이 학생의 설명이었다고 했다. K씨는 “‘깔창 생리대’는 들어봤지만 콘돔 대신 랩을 사용한다는 얘기에 경악했다”면서 “청소년들의 피임에 대한 접근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랩 콘돔’은 피임법이라고 볼 수 없는데다 여성의 몸에도 매우 위험하지만, 네이버 지식인 등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엔 이미 수 년 전부터 청소년들의 관련 문의들이 줄을 이었다. 문의 내용들을 보면 “콘돔을 못 구해서 랩으로 싸고 했는데, 너무 불안해요”, “남자친구랑 비닐을 끼고 관계를 했는데, 비닐이 살짝 찢어진 것 같은데 임신 가능성이 있나요?”, “비닐봉지로 피임하면 비위생적이라고 하던데, 그럼 봉지를 깨끗이 씻고 하면 괜찮아요?”

이처럼 한국의 일부 고등학생이나 청소년들의 성생활은 한국사회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현실로 벌어지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결혼때까지는 성관계는 절대 안된다’라는 이야기로만 중고등학생이나 청소년들에게 강조한들 제대로 교육이 가능할까. 한국사회가 인정하든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든, 청소년 중 일부는 이미 섹스를 하고 있거나 멀지 않은 미래에 이를 선택지로 받아들게 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적 실천은 여전히 ‘금기’이다. 청소년의 성성3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유예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사회가 인정하는 10대의 연애 역시 성적 행동이 배제된 관계로 한정된다. 그러나 이 ‘금기’로 인해 청소년과 성인을 막론하고 피임에 대한 무지와 오해는 여전하다. 이에 대하여 전문 의료 관계자들은 ‘정확한 피임지식, 자기결정권이 중심이 된 성지식이 성교육의 중심이 돼야 하지만 한국의 성교육은 대부분 10대의 성행위를 억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피임에 대한 무지는 더욱 위험한 10대의 섹스를 부를 것’이라며 ‘랩 콘돔’은 그 하나의 예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피임의 문제는 미국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도 고등학생들이 편하게 콘돔을 사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랩 콘돔’ 피임법에 ‘경악’

한국에서 고등학생들이 자유롭게 콘돔을 살 수 있을까? 법적으로 살 수 있지만, 쉽지는 않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도 얼마든지 구입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청소년이 콘돔을 구입하려면 여러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어떤 편의점에서는 고등학생이 콘돔을 사려고 하자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소리와 함께 기분 나쁜 표정으로 마지못해 콘돔을 팔았다면서 당사자인 학생은 “사지 못할 물건도 아니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죄진 기분이 들었다”면서 “그날 이후 지하철 자판기 싸구려 콘돔을 이용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자들이 청소년도 콘돔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청소년이 무슨 불장난이냐’는 선입견으로 판매를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의 한 슈퍼마켓 직원은 “술·담배와 마찬가지로 미성년자에겐 콘돔을 팔 수 없다”고 했다. 콘돔 진열대에 아예 ‘미성년자 구입 금지’ 딱지를 붙인 편의점도 있다. 반면 서울의 또다른 한 편의점 주인은 “중·고등학생들도 종종 콘돔을 사간다”면서 “이런것도 사가는데, 요즘 애들을 옛날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며 계산대 옆에 놓여져 있던 임신 진단 키트를 흔들었다.

중고등학생이 사가는 콘돔

온라인에서는 더 어렵다고 한다.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콘돔’을 검색하면 뉴스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정보 접근이 차단돼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하려면 로그인 등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일부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 콘돔을 검색해도 ‘19금’ 마크와 함께 “본 상품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서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뜨며, 연령 인증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에 대한 특수형 콘돔 판매를 금지한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청소년 유해물건 고시’(2011년 4월) 때문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여성가족부 고시가 정한 청소년 유해물건은 요철식 특수콘돔(돌출형 콘돔), 약물 주입 콘돔(사전지연형 콘돔) 등 특수콘돔이다. 이외에 일반형·초박형 콘돔은 청소년도 살 수 있다.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의 성교육 과정 중 중요한 과제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피임이다. 기존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적인 위험행동에 노출된 상황 일 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차원의 것이었다. 원치 않는 성 행동을 요구하는 상대를 향해 ‘싫다!’라는 의사 표현을 과감해야 한다는 골자다. 직접적으로 “안 돼!” 혹은 “아니야! 싫어!”라고 외치는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교사들이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외쳐야 해야 해!’ 정도의 행동 강령을 배웠다.

여학생들의 경우, 정확하고 단호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여 그 상황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가르쳤으며, 남학생들의 경우, 여학생들의 단호한 “안 돼!” 혹은 “아니야! 싫어!”라는 거절은 실제로 원하지 않아서 거부하는 것임성4을 알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여학생들이 속으로는 좋으면서 그냥 좋다고 할 수 없으니 거절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라는 사실도 가르쳤다. 한편 현재 성적 자기결정권의 교육은 말 그대로 ‘성 행동에 있어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 중점을 두고 가르친다. 여기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성 행동을 보류하거나 미뤄야 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다. 현재 교과서의 내용을 보면 청소년 역시 주체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음으로 성적인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여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서술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교과서들은 한결같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다양한 종류의 피임을 아주 상세하게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교과서에 대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은 자칫 ‘청소년 성관계를 부추기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인해 성 행동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본인에게 있으며 피임만 하면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으니 성관계를 가져도 괜찮다’는 논리로도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교회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교육 할 때 사전 설문지를 받으면 청소년들의 70~80% 정도가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이유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결정하에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서로 사랑하고 믿음이 간다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통해 성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에 따른다. 피임을 통해 청소년기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만 한다면 성적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라는 생각을 갖게하는 성교육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에게 이러한 내용들을 가르치면 성 위험 행동이 줄어드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청소년들이 성 위험 행동에 노출된 순간에 내리는 결정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성에 관한 지식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배우고 쌓여왔던 도덕적 힘과 성품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성교육은 생물학적 지식이나 성적 자기 결정권의 강조 혹은 피임 등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올바른 성교육은 성윤리와 생명윤리, 도덕적 성품과 도덕적 가치관 확립, 남녀의 사회적, 심리적, 생물학적 이해와 인간관계의 기술, 가족의 소중함 등을 포괄적으로 교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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