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북한 방문 ‘황제쇼’는
3차 미북정상회담 유도하려는 속셈
홍콩의 성난 민중의 200만 시위가 가까스로 진정이 되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베이징에 돌아와 오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을 두고 담판을 벌인다. 시진핑은 평양에서 김정은에게 ‘비핵화는 지켜야한다’면서 유엔제재를 의미시켰다. 이는 다분히 트럼프를 의식한 지적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번 김정은을 만나고 ‘비핵화는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사설에서 시진핑 방북에 대해 “사실상 쇼 자체가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문제에서 미국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성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한편 김정은은 시진핑 방북을 계기로 ‘황제의전’을 베풀어 시진핑의 주가를 높히게 해주면서 간접적으로 제3차 미북정상회담을 유도하려는 속셈을 보였다. 김정은은 시진핑이 베이징으로 돌아가자 트럼프에게 친서를 보내는등 G-20에 가지 않고 미북 정상과 교류한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200만명이 참여한 홍콩의 민권시위을 통해 성난 민심을 확인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공개 적으로 시위대에 사과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두 가지 핵심 요구 사항인 행정장관의 사퇴나 범죄인 인도 법안, 즉 송환법 철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송환법 문제는 두고 두고 홍콩 사회의 불씨로 남게 될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의 북한 방문이 발표된 다음날인 18일 시진핑과 전화 통화를 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은 북한의 안보와 발전 문제를 지원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중국이 비핵화 과정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며, 시진핑이 오사카 G-20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협상의 다자체제 등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현지시간 19일 비핵화 협상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언급하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으며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을 따로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건 대표는 강조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의 금융회사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가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러시아 금융회사는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로 북한 조선무역은행과 연계된 중국 내 회사에 은행계좌를 열어줘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재무부가 시진핑의 평양행에 맞춰 대북제재의 칼을 빼든 셈이다. 북한을 대화로 나오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제재인 만큼 대화와 제재를 동시에 강조함으로써 효과적이고도 유효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시진핑의 방북 시점이 미국 입장에

▲ ‘시진핑 중국주석’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만나고 있다.
서는 민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직 외교부 관료는 지적했다. 시진핑은 이번 평양에서 지나치게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이는 북한에 대한 비핵화 보다 북중 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자칫 비핵화에 대한 국제 공제 체제에 금이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북한에 가면서 6·25 전쟁, 항미 원조 전쟁까지 끄집어내서 과거 냉전 체제의 인식을 드러 내는 것이 중국이 북중 우호관계를 비핵화보다 더 우선하겠다는 의미로 오해될 소지도 있다. 미국은 시진핑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고 동북아시아 평화 질서 속에서 협조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것을 기대하는데 거꾸로 북중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바람에 비핵화 국제 공조 체제에 금이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미국에 있는 것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기싸움
이에 시진핑이 노동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보면 김정은의 새로운 전략 노선, 즉 체제보장, 위협 해소, 단계적 비핵화, 제재 완화 등을 지지하는 의미였다. 어떻게보면 미국측의 의도에도 부응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홍콩 시민들 200만여명을 거리로 나오게 한 <범죄인 인도 법안>은 대만에서 벌어진 한 홍콩인의 범죄 행위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2월 찬퉁카이(20)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홍콩으로 돌아왔다. 찬퉁카이는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여자 친구 살해를 자백했다. 그런데 홍콩은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찬퉁카이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기소되지 않고 절도죄 등으로 징역 29개월을 선고받았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인도하고 싶었 지만 대만과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았다. 이에 홍콩 정부는 올해 2월부터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곳에도 용의자를 보낼 수 있는 법안 개정을 추진했다. 홍콩 당국은 오는 10월 출소하는 찬퉁카이의 구속 기간을 고려하면 이달까지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단죄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대만 정부가 최근 찬퉁카이를 인도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법안 추진 명분이 약화됐다. 이는 사실상 무기한 법안 보류로 이어졌다.
홍콩은 현재 미국·영국 등 20개 국가와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 에서는 범죄인 인도 절차를 간소화하고, 중국 본토를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7년 이상 구형을 받을 수 있는 살인, 마약유통, 밀수, 탈세, 부패 등 37개 범죄에 해당할 경우 법원의 판단과 인도 명령 뒤 다시 행정장관의 판단과 인도 명령 등의 절차를 거치게 했다. 홍콩 정부는 정치적 박해나 종교적 신념, 고문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범죄인 송환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등 인권 보장 절차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또 항소 절차를 둬 법원과 행정장관의 인도 명령에 대한 견제 장치를 뒀다는 입장이다. 홍콩 정부는 홍콩이 더 이상 범죄인들의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내걸고, 일부 허점 보완론으로 반대파에 맞서고 있다.
그런데 범죄인 인도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인도 대상 지역에 중국 본토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홍콩인들은 중국의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다. 중국에서는 애매한 혐의로 체포영장도 없이 사람을 구금하고 외부와 연락이 끊긴 채 구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내 반체제 인사 등을 탄압하는 데 사법 시스템이 악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홍콩의 민주화 인사나 반체제 인사 등을 본토로 송환하는 데 장애물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심지어는 반중 성향의 홍콩 일반 시민도 언제든지 중국에 끌려갈 수 있다는 공포감이 광범위한 비판과 반발을 불렀다. 또한 홍콩의 사법권 이 침해되기 시작하면 홍콩 고유의 법치주의와 자치권도 갈수록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이 시민들을 엄습했다.
홍콩국민들, 중국정부 못믿어
홍콩은 지난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와 함께 향후 50년간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입법·사법·행정 등에서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 중앙정부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화했다. 이번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는 지난 20여 년간 진행된 중국 정부의 홍콩 자치권 침해에 그 뿌리를 둔 셈이다. 입법회는 친중파가 장악했다. 행정수반인 행정장관도 중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간접선거제로 인해 친중 성향의 인사들이 선출됐다. 2003년 국가에 대한 반역·선동 등을 금지하는 홍콩 정부의 국가 보안법 추진이 대규모 시위로 실패한 것과 달리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벌인 시민들의 ‘우산혁명’ 시위는 제압됐다. 여기에 이번 인도 법안마저 추진되면서 일국양제가 조기에 ‘사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홍콩 안팎에서 커지고 있었다. 특히 ‘퉁뤄완 서점 사건’이란 홍콩 시민들을 두려움에 빠지게 한 대표적 사례가 2015년 있었다. 이 서점은 중국에서 출판·판매할 수 없는 책을 파는 곳으로 유명했다. 이 서점이 시진핑 주석의 사생활 을 파헤친 ‘시진핑과 그의 여섯 여인(Xi and His Six Women)’이라는 책을 발간하려고 했는데 서점의 주주와 직원 등 5명이 2015년 2개월 동안에 모두 실종됐던 의문의 사건이다.
사건의 실상은 중국에 붙들렸다가 8개월 만에 홍콩으로 돌아온 책방 주주 린룽지가 2015년 6월 16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밝혀졌다. 홍콩인들은 홍콩 땅에서 실종된 사건을 보고 경악했다. 누구든 중국에 밉보이면 중국 본토에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린룽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중국에도 범죄인 인도를 가능케 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대만으로 떠났다. 법안이 시행되면 사건을 폭로한 자신이 중국으로 보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번 시위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사상 최대의 시위였는데 주로 10대와 20대가 주축을 이뤘다. 시위의 중심에 재야 민주 단체 들의 연합인 ‘민간인권전선’ 등

▲ ‘홍콩 반환 1997년 이후 최대 민주화 시위에 200여만명이 참가했다.
이 있지만 홍콩 젊은이들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시위를 조직하면서 판이 커졌다. 이들이 시위에 들고 나온 ‘반송중(反送中·중국 송환 반대)’이라는 손 팻말은 홍콩 젊은이들의 반중국 감정을 웅변했다.
홍콩의 자유와 민주를 위협하는 중국 정부의 간섭 배제라는 정치적 이유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이들의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다. 홍콩 반환 이후 중국 본토인들이 몰려들면서 집값 이 급등하고 좋은 일자리를 본토인에게 뺏기면서 느낀 경제적 박탈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와 민주 가치를 내세우는 국가들이 홍콩 시위 지지 대열에 줄줄이 동참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가장 먼저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문제의 법 개정은 홍콩의 자유와 기업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홍콩을 지배해왔던 영국 역시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 마크 필드 영국 아시아태평양 담당 장관은 12일 “홍콩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그들이 벌이고 있는 반송환법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고 발표했다. 또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진행될 때 미국 뉴욕, 워싱턴, 캐나다 토론토, 독일 베를린, 호주 시드니 등 12개 국가 29개 도시에서 동조 집회가 이어지기도 했다.
세계 여론도 홍콩 민주시위 지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중국의 ‘아픈 부분’ 인 홍콩 시위 사태를 의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법안 반대 시위 발생 이유를 이해한다”며 홍콩 시위 지지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실제로 홍콩 시위 사태 가 G20 정상회의 의제가 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압박을 위해 의도적으로 홍콩 시위 문제를 꺼낼 수 있지만 중국이 “내정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데다 보다 시급한 과제인 무역협상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공식 석상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번 범죄자인도조약 법안은 내년 7월 입법회 선거 전까지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자동 폐기되는 만큼 ‘자연사’할 가능성도 있다. 향후 홍콩 시위 사태의 향방은 오는 7월 1일 홍콩 주권반환일 시위 결과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일과 16일 시위를 주도한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주권 반환일 시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송환법 철회와 캐리 람 장관 사퇴 목소리가 이어질 경우 람 장관이 전격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번 시위가 홍콩 독립시위 등으로 확대돼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마지 노선을 넘을 경우 시진핑이 강경 진압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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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맞짱 뜨는 G-20 오사카 정상회의
‘북핵 문제 방향을 가늠할 주요 분수령이 될 것’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 일본의 오사카에서 열리는 제14차 회의에는 미국 등 선진 7개국 (G7)을 비롯해 한국, 중국 등 신흥 11개국 및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루마니아) 등 20개 회원국 지역 대표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에 일본이 의장국 자격으로 초청한 네덜란드, 스페인, 싱가포르, 베트남 등 4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태국), 아프리카연합(AU, 이집트),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 칠레),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NEPAD, 세네갈) 등 4개 지역 기구 의장국 수뇌가 합류한다. 또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 개발 기구(OECD) 등 9개 주요 국제기구 대표도 자리를 함께한다. 일본은 내년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점을 고려해 경제 이슈를 다루는 정상회의에 이례적으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 이에 따라 G20 오사카 회의는 38개 국가 지역 국제기구 정상이 모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G20 회의가 될 전망이다.
한반도 둘러싼 주요국 정상들의 외교전
G-20회의는 지난 1999년 9월에 개최된 국제통화기금총회에서 기존 G7과 세계 주요 신흥 발전국 들이 참여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게 됐다. ‘G’는 영어 ‘그룹(group)’의 머리글자이나 대국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영어의 ‘G’로 해석하기도 한다. 기존 G7 회원국은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도이췰란드), 일본, 이탈리아(이딸리아), 캐나다 등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 의장국, 한국, 브라질, 중국, 인도(인디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 신흥국가 12개국을 더해 G20이라는 국제기구가 탄생한 것이다. G20은 국제금융의 현안, 특정 지역의 경제위기 재발 방지, 선진국과 신흥시장 간의 협력체제 구축 등 세계 주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번에 G20 오사카 정상회의 사무국은 G20을 계기로 양자 회담이 200차례 정도 열릴 것으로 보고 소회의실 20곳을 설치했다. G20 회의는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회의뿐만 아니라 참가국 정상들이 양자, 다자협의를 가지는 세계 주요 외교 무대 중 하나이다. 참고로 한국은 제5차 G20 정상회의를 2010년 11월 서울에서 개최한 바 있다. 이번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미일 정상회담 등이 예정돼 있다. 지난 20일 중국 시진핑의 평양방문을 시작으로 G20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 정상들의 외교전이 숨가쁘게 전개된다는 의미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국제적인 문제들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겠지만 북핵 폐기 문제가 역시 주요 논의 사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번에 미중, 한중, 한미, 북중, 미일 등 나라들이 연쇄적으로 정상회담을 갖게 되는데 북핵 문제의 향방을 가늠할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핵 폐기를 위한 미북 협상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미북이 모두 자신들의 기본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남북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국의 연쇄 접촉과 회담이 꽉 막힌 북핵협상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북핵 폐기 문제가 중요 의제
시진핑이 20일부터 이틀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회담을 가졌다. 시진핑과 김정은은 지난해 3월 베이징에서 처음 만나 1차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 회담을 전후로 2018년 5월에는 다롄에서 2차 정상회담을 그 해 6월에는 베이징에서 3차회담을 가졌다. 올해에는 연초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김정은이 또 다시 네번째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과 만났다. 짧은 기간 동안 4차례나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이 그동안 얼마나 중국에 매달려 왔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북한 지도자가 베이징을 가면 중국지도자도 평양으로 답방하는 것이 관례인데 김정은이 짧은 기간 동안 중국을 네차례나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그동안 평양에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은 외교적 결례라 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그러한 결례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북중 정상간 만남이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오는 28~29일 열리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진행됐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북한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라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사카에서 시진핑과 무역갈등 문제 등 미중 간의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

▲ ‘시위에 등장한 ‘중국 송환 반대’ 구호판
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무역문제, 중국 정보통신(IT) 업체인 화웨이와 관련된 첨단기술 문제, 대만․홍콩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강하게 맞서고 있다. 국가수반의 한 나라의 방문을 위해서는 이에 앞서 외교장관 회담 등 실무진 간의 협의들이 진행 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북중 사이에 고위급 접촉이 감지되지 않았다. 이는 시진핑의 평양 방문이 급하게 결정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루고 있는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할 경우 미중 무역 갈등이 더 심화돼 중국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을 해 왔다. 그런데 시진핑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이다. 시진핑의 방북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이라고 밝혔다. 여기에서 ‘우리의 목표’라고 표현한 것은 중국이 대북압박을 유지하고 미북협상을 통해 북한의 FFVD를 달성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중국에 재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근본적 변화 없어 3차 미북정상회담 무의미
미 국무부는 또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 중국을 비롯한 다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공유된 목표 달성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FFVD가 무엇을 수반하는지, 그 목표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이 어떤 것인지 공유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다른 길로 빠지지 말라고 압박한 셈이다. G20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이렇게 되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더 낮아진 것 아닌지 궁금하다. 또 G20을 계기로 남북, 혹은 미북 등 북한 비핵화 당사국들 간의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중,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 뒤이어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일어날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나 한미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각 당사국 간의 관계 발전 문제들이 논의되겠지만 이 회담들에서의 기본적인 의제는 북핵 폐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노르웨이 오슬로 등 최근 북유럽 국가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능하면 6월 말이 되기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이 가까운 시일 내에 진행되는 것은 그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 이유는 미국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원하고 북한은 일부 핵시설만 폐기하고 핵보유국으로 남아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적인 국가인 미국과 북한의 근본적인 입장 변화가 아직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국이나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재에 나서더라도 그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