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음식·술 한세트로 한국문화 뽐낼것”
“역사적으로 도자기와 음식, 그리고 술은 언제나 함께였습니다. 이 세 가지를 활용해 우리 문화를 세계에 널리 퍼뜨리는 게 제 꿈입니다.” 1963년부터 국내 전통 도자기를 만들어 온 광주요그룹은 50년이 넘은 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덜 알려져 있다. 특히 도자기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젊은층에게 광주요는 더욱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또 다른 사업 브랜드인 증류식 소주 ‘화요’와 한식 레스토랑 ‘가온’은 다르다. 홍익대나 강남 유명 클럽에서 화요가 들어간 칵테일을 마시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다. 2014년 70억 원이던 화요 매출액은 2016년 112억 원으로 뛰었고 지난해 176억 원을 기록했다. 한식 레스토랑 가온은 2017년부터 3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최고 등급인 ‘3스타’를 받았다.
최근 서울 송파구 집무실에서 만난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71)은 이 같은 성과를 “우리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펴낸 저서 ‘문화보국’에서 그는 “한 민족의 전통과 문화 수준이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는 핵심적 지표가 된다”고 표현했다. 조 회장은 인터뷰 내내 “‘우리 문화를 후손에게 잘 물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한다”고 강조했다. 1988년 불혹을 넘긴 나이에 가업인 도자기 사업을 이어받은 조 회장은 도자기
를 특수 계층만 향유하는 것이 아닌 보편적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자기 기업인 광주요그룹이 음식 사업에 뛰어든 건 조 회장의 이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좋은 음식이 담긴다면 그릇에도 자연스레 눈이 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성북동 만찬회’라는 이름으로 주변 정·재계 인사들을 초대해 음식과 도자기 문화를 전파하던 그는 2003년 한식 레스토랑 ‘가온’을 개장했다. 조 회장은 “도자기가 유명한 나라는 음식 또한 훌륭했다”면서 “우리 그릇에 좋은 음식을 담아 세계에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5년 시작한 주류사업도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조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그는 “예부터 도자기와 음식과 술은 항상 한 공간에 있었다”며 “희석식 소주가 아닌 우리 쌀로 만든 우리 술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희석식 소주와 양주가 양분하던 주류 시장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 조 회장이 떠올린 아이디어가 ‘군(軍)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당시 군부대 강연을 하며 우리 술, 우리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양주를 즐기던 장교들에게 공짜로 증류식 소주를 맛보게 했다. 조 회장은 “군대조차 외국 술에 빠져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노력 끝에 군대에서도 증류식 소주가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증류주 문화가 고위급 장교 사이에 생겨난 후부터 군 전체로 퍼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국내에서 인정을 받은 조 회장은 이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베트남 등 10여 개국에 화요를 수출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광주요 그릇을 아마존에서 팔기 시작했다. 광주요 제품을 쓰겠다는 해외 식당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주세법에 대해서도 조 회장은 “한국 소주의 세계화를 위해선 프리미엄 소주 등 전 주종에 대한 종량세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