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저축 67억 부실채권회수 패소판결 기막힌 이유?
잘못된 주소로 소송장 전달하고
소송 기재액수도 틀려…‘어이없이 패소’
한국예금보호공사가 저축은행 부실대출과 관련, 한국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뒤 이를 집행하기 위해 지난 2017년 뉴욕에서 소송을 제기했으나 어이없게도 송달잘못으로 패소한 것으로 밝혀져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그러나 예금보호공사는 패소 뒤에도 1년여간 항소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오자 지난 7월말 다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다시 소송을 제기하면서도 지난 2017년 예보직원 진술서를 그대로 제출했다가 허겁지겁 새 진술서를 제출하는 가하면, 2017년 소송 때 송달 잘못으로 패소를 초래했던 주소로 소송장을 보냈다가 다시 다른 주소로 소송장을 보내는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예보의 소송제기가 채권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정감사에서 추궁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퇴출된 미래저축은행의 부실채권 296만달러 회수와 관련 석연치 않은 소송 과정을 짚어 보았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7월 26일 뉴욕주 뉴욕카운티지방법원에 제기된 한국예금보호공사의 약식판결소송, 정재성씨로 부터 미래저축은행의 부실채권 296만달러를 회수하기 위한 이 소송에는 엉뚱하게도 2017년 7월 예보직원의 진술서가 첨부돼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정확하게 2017년 7월 28일의 진술서로, 소송제기시점으로 부터 2년전 작성된 진술서였다.
그리고는 7일 뒤인 8월 2일, 예보는 허겁지겁 동일한 직원의 8월 2일자 진술서를 다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왜 예보는 2019년 채권회수소송에 2017년 진술서를 제출했던 것일까? 뉴욕카운티지방법원 소송내역을 확인한 결과 예보는 지난 2017년 6월 19일 정재성씨를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제기했으나, 어이없게도 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약 2년만에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예보가 제기한 소송은 약식판결소송, 한국에서 이미 지난 2012년 승소판결을 받았으므로, 이 판결을 미국법원에서 그대로 인용해달라는 소송이었건만, 패소한 것이다. 미국법원에서 사실관계를 새롭게 다투고,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여 새로운 판결을 받아내는 소송이 아니라, 이미 한국법원에서 승소한 판결을 그대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이지만, 그마저 실패한 것이다.
미 법원, 2017년 ‘한국판결인용’소송 기각
SUMMARY JUDGMENT, 이른바 약식문서재판이란 쌍방이 주장하는 팩트에 대해 분쟁의 소지가 없을때 법원에 이를 인정해달라고 청원하는 재판을 말한다. 즉, 다툼의 여지가 없이 사실관계가 입증됐으므로 이를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예보가 제기한 소송이 바로 약식문서재판이다. 예보 스스로도 이 재판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아주 간단한 청원으로 판단했지만, 예보는 약 10개월만에 송달잘못으로 이 재판에서 패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타까운 패소의 전말은 이렇다. 예보는 지난 2017년 6월 소송장에서 미래상호저축은행이 지난 2008년 12월 29일 정병섭 당시 테크노마트 대표에게 연이율 11%, 지연배상때 연이율 22%, 1년뒤 변제조건으로 56억원을 대출해 줬다가 약4억원정도만 상환받은 상황에서 2010년 1월 19일 정씨가 사망했고, 정씨의 채무가 상속법에 따라 배우자와 정재성씨등 3자녀에게 그대로 상속됐다고 밝혔다. 2012년 1월 26일기준으로 대출원금이 51억2300만원, 확정지연손해금이 16억3300만원으로, 정씨가족의 채무액은 67억5700만원에 달했다.
예보는 한국법원에 정씨유족들에게 소송을 제기해 지난 2012년 7월 9일자로 승소판결을 받았다. 채무액은 정씨의 부인이 3분의 1, 정씨의 3자녀는 각각 9분의 2로 확정됐고, 이에 따라 정씨의 장남인 뉴욕거주 정재성씨의 채무액은 131만5천여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2012년 1월 27일부터 2017년 4월 1일까지의 이자가 113만6천여달러였다. 그래서 예보는 정씨에게 245만1천여달러를 요구한 것이다.
예보는 약삭재판을 청구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문, 예보직원인 신재민씨 및 박민영씨의 진술서등을 첨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예보는 정재성씨가 맨해튼에 콘도를 매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정씨소유콘도인 68 브래드허스트애비뉴 8L호로 소송서류를 송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6월 24일과 26일, 그리고 28일 세차례에 걸쳐 정씨콘도로 소송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소송제기 약 10개월만인 2018년 5월 21일 뉴욕카운티지방법원은 예보의 약식판결요청을 기각하고, 피고 정씨의 소송기각요청을 승인했다. 예보가 패소하고 정씨가 승소한 셈이다.
뉴저지에 살고 있는데 맨해튼으로 소송장 보내
왜 예보는 이 간단한 소송에서 패배했을까. 뉴욕카운티지방법원은 제3자인 레프리를 지정, 송달이 적절했는 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도록 했고, 레프리는 지난 2018년 2월 8일 ‘예보의 송달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조사결과를 재판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예보는 소송장을 정씨소유 맨해튼 콘도의 도어맨에게 전달했고, 우편으로 발송했다. 그러나 정씨는 맨해튼콘도를 소유하고 있지만, 뉴저지 포트리에 살고 있으며,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즉 예보는 피고가 살지 않는 집 도어맨에게 전달했으므로,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송달이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피고에게 소송장이 송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뉴욕카운티지방법원의 재판관할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청원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씨에게 제대로 송달을 하지 못해 패소한 것이다.
예보는 지난해 5월 패소한 뒤에도 항소등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카운티지방 법원이 원고청구 기각판결을 내린 것은 채권채무관계의 입증에서 예보의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송달이라는 절차상 문제때문이다. 이 절차를 보완하면 이미 한국에서 판결이 난 만큼, 그 판결을 미국에서 인정받고 집행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예보는 기각된 뒤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1년여가 경과한, 지난 7월말 갑자기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예보는 왜 1년여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 7월말 소송을 한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국정감사가 코앞에 닥쳐오고, 국회의원들이 저축은행 부실채권 회수문제를 추궁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소송중’이라고 답변하기 위해 허겁지겁 이같은 조치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면피성소송이다. 소송시기는 물론 7월말 다시 소송을 하면서 허겁지겁하며 갈팡질팡한 것도 면피용소송 가능성이 제기되는 원인이다.
정신 나간 ‘예보’… 미국에서 부실채권회수 소송했다가 ‘개망신’
‘실수 아니라 의도적으로 잘못 기재’ 의혹
예보는 7월말 ‘정씨에 대한 한국판결을 인용해달라’는 약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정씨로 부터 296만달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1월까지는 245만1천여달러였지만 연 22%의 지연배상금이 적용되므로, 296만달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소송장에서 예보는 정씨의 주소를 정씨가 소유한 맨해튼의 콘도로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2017년 이곳으로 소송장을 송달했다가 제대로 전달이 안돼 결국 패소하게 됐던 그 주소였다.
예보는 이미 지난 2017년소송에서 뼈아픈 패배를 통해 정씨가 그곳에 살지 않고 뉴저지 포트리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또 정씨주소로 맨해튼 콘도만 기재한 것이다. 예보는 ‘아차’ 했음인지 닷새만인 지난 7월 31일 허겁지겁 피고의 주소를 수정한 서류를 제출했다. 소환장의 정씨 주소를 맨해튼콘도에서 ‘뉴저지주 포트리 1265 15스트릿의 2K’호로 수정[AMEND]한 것이다.
2017년 작성 예보직원 진술서 제출 망신살
‘허겁지겁’, ‘갈팡질팡’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예보는 7월 26일 소송 당시 한국판결문과 예보직원의 진술서를 첨부했다. 그러나 에보직원 박민영씨의 진술서는 지난 2017년 7월 작성된 것이었다. 예보는 소송장에서 ‘정씨로 부터 296만달러를 배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예보직원 박씨의 진술서는 ‘245만달러’를 받아야 한다는 진술서였다. 2년전 소송때 준비했던 서류를 법원에 제출한 것은 예보의 소송준비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잘 보여준다.
역시 예보는 소송제기 7일만인 지난 8월 2일 예보직원 박민영씨가 재작성한 진술서를 다시 법원에 제출했다. 역시 수정[AMEND]란 꼬리표를 붙인 진술서였다. 특히 박씨가 진술서를 작성,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공증을 받은 날짜가 8월 2일이었음을 감안하면, 예보가 몸이 달아 한국에서 진술서공증을 받는 즉시, 같은 날 미국법원에 제출했음을 알 수 있다. 몹시 다급했던 것이다.
특히 어이없는 일은 예보가 약식재판청구서류에는 ‘정씨에게 296만달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예보가 함께 제출한 판결제안서[PROPOSED JUDGMENT AND ORDER]에는 ‘정씨에게 245만달러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점이다.
예보가 같은 날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에서 1개 서류에서는 채권액을 296만달러, 1개 서류에서는 채권액을 245만달러라고, 각각 다르게 주장한 것이다. 이는 예보의 소송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7월 26일 예보가 법원에 제출한 6건의 서류는 2017년 6월 19일 제출한 6건의 서류와 동일했고, 날짜와 액수만 달랐다. 그러나 판결제안서는 날짜는 2019년으로 바꾼채 채권액은 바꾸지 않고 법원에 그대로 제출한 것이다. 그나마 2019년 판결제안서 일부날짜는 고치지 않아 2017년 으로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으로 서류를 작성한 것이다.
정씨도 예보소송에 맞서 발빠른 대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2017년 예보가 소송을 제기하자 재빨리 맨해튼 콘도를 자신의 부인에게 무상양도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강제집행면탈행위에 해당한다. 본보가 뉴욕시 등기소 확인결과 정씨는 지난 2013년 4월 2일 부인 강씨와 공동명의로 57만달러에 이 콘도를 매입했으나, 2017년 10월 18일 자신의 지분 전체를 부인에게 무상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관련서류를 2018년 1월 뉴욕시 등기소에 등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가 맨해튼콘도를 매입한 시기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정씨에게 대여금반환판결을 내린지 1년도 안된 시기였다. 한국법원 판결문 확인결과 무변론으로 종결됐다. 즉 한국재판에는 응하지 않았고, 돈을 갚으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고 뉴욕 콘도를 매입한 것이다. 이 콘도는 매입당시 모기지가 20만달러여서 이를 제외하고도 37만달러 회수가 가능하지만 이 콘도가 이제는 한국판결상 채권자 정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버린 것이다.
소송 알아채고 사전에 맨해튼 콘도 무상양도
사정이 이렇게 되자 예보는7월 31일 정재성씨와 정씨의 부인 강모씨를 상대로 맨해튼콘도 사기양도 소송과 함께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부부에게 부동산 사기양도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정씨가 부인에게 콘도를 무상증여한 시점인 2017년 10월은 예보가 소송을 제기한지 약 3개월뒤의 일이다.
정씨가 예보의 소송사실을 명백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부인에게 무상증여했으므로 이는 사기라는 것이다. 본보확인 결과 정씨는 2017년 9월 11일 뉴욕카운티지방 법원에 예보의 약식재판판결요구에 반대하는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정씨가 이때 245만달러 배상사건의 피고임을 알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이처럼 정씨는 자신이 피고임을 인지한 뒤에 콘도를 무상양도 했기 때문에 판결집행을 막기 위한 재산빼돌리기의혹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보는 현 소유주인 강씨가 콘도를 급매도, 현금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콘도에 대한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도 제기했다.
한편 정씨가 현재 실제 거주중인 뉴저지 포트리 주소지는 지난 2006년 다른 한인부부가 매입, 현재도 보유중인 것으로 확인돼, 정씨 소유의 부동산은 맨해튼 콘도가 유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국법원등 외국법원의 판결 인용요청이 있을 때 대부분 이를 받아들인다. 2017년 예보소송때도 미국법원의 인용이 확실시됐음에도 송달의 잘못으로 패했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송달만 제대로 하면 쉽게 확정판결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정판결을 집행하려 하더라도, 유일한 집행대상인 맨해튼 콘도의 소유주가 법원판결채무자인 정씨가 아닌 부인 강씨여서, 부동산사기양도소송에서 승소해야만 집행이 가능하다.
만약 승소전에 강씨가 이 콘도를 팔아버린다면, 채권회수는 더 큰 난관에 봉착한다.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이 하루빨리 받아들여져서 등기라도 돼야 매도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회수 불가능 채권 국감 앞두고 면피용 소송
예보는 유병언전 세모회장의 차남 유혁기씨의 맨해튼 콘도를 발견, 한국법원 판결을 미국법원 에서 인정받은뒤, 이 콘도를 압류하려고 했으나, 그 직전에 유씨가 3백만달러상당의 콘도를 시가보다 50만달러싼 245만달러에 매각,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예보는 최종계약인 크로징 3주전 이같은 사실을 알고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했지만, 매입계약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결국 이 콘도는 예보가 회수하지 못하고, 유씨가 새 주인에게 매각돼 버리고 말았다.
예보는 2017년 11월 14일 유씨에 대해 473만달러승소판결을 받았지만, 유씨는 그보다 두달앞선 9월 8일 팔아버리고 9월 30일 등기까지 끝내버렸다. 유씨는 패소판결에 불복, 뉴욕주 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 현재도 심리가 계속중이다. 이같은 선례를 감안하면, 정씨의 부인이 만에 하나 콘도를 제3자에게 매각하면 채권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예보는 2017년 한국법원 판결을 인용해달라는 손쉬운 소송을 송달잘못으로 기각당한뒤 항소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2년만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바로 이같은 정황이 한달앞으로 다가온 국감에서 국민들의 질책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소송’이라는 의혹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예보가 부실채권을 회수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