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미박물관 건립
또다시 힘 싣는 내막
국민회 유물이 한국의 독립기념관(관장 이준식)으로 대여하는 합의서 서명식이 유물관리 4인 운영위원회와 독립기념관과 체결되자, 동포사회의 관심은 과연 남가주에 언제 한미박물관이 완성 되는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합의서에 따르면 한국으로 대여될 국민회 유물이 영구적으로 남가주에 보전되려면, 일단 유물을 보존관리 할 수 있는 박물관이 남가주에 설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남가주에 한인 박물관이 건립할 계획은 두가지로 하나는 오래전부터 추진되어온 한미 박물관(Korean American National Museum)과 또 하나는 흥사단이 추진하는 도산박물관 (가칭)이다. 이중 최근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 박물관 계획은 ‘한미박물관’이다. 하지만 한미박물관 건립계획은 지난 2015년 이후 3차례나 건립계획이 수정 변경되는 과정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어 성사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성진 취재부 기자>
최근 한미박물관 건립계획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400만 달러 지원 결정과 이미 LA정부의 350만 달러 지원금 그리고 한미박물관 공동이사장인 홍명기 박사의 헌금 250여만 달러를 포함한 기존의 모금 등으로 과거 어느때보다도 건립 추진에 탄력을 받게됐다. 한미박물관 공동 이사장인 홍명기 박사는 최근 “가주정부와 LA시 정부 지원금 등을 포함해 약 1천 500만 달러가 확보되어 박물관 건립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본격적인 모금 캠페인 등으로 내년에 박물관 착공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홍 박사는 “2022년에 완공 을 목표하는 한미박물관에 국민회 유물이 다시 돌아와 자리잡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 였다.
3차례 설계변경 거쳐 최종설계안 확정
미주한인사회의 30년 숙원 사업인 미주 이민사 최초의 ‘한미박물관’은 2020년 착공해 2022년 완공을 목표하는데 총 3000-3500만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미박물관은 지금까지 3차례 설계 변경을 거쳐 이번에 최종 설계안도 확정했다. 한때 논란이 됐던 ‘수장고(archive)’도 설치하는 것 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지난달 7일 박물관부지인 LA한인타운 6가와 버몬트 애비뉴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가주 정부 지원금 400만 달러 전달식을 개최하면서 총건립비 3200만 달러 중 약 50%인 1500만 달러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 측은 “건축비로 2500만 달러, 기타 비용으로 700만 달러가 필요하다”면서 “건립비 1500만 달러가 확보된 만큼 대출과 기금모금을 통해 2020년 공사를 시작해 2022년 개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가주 정부 지원금 전달식에는 박물관 예산 법안(AB1742)을 발의한 미
겔 산티아고 하원의원 (53지구-LA한인타운), 공동발의자 홀리 미첼 상원의원(30지구)‧최석호 하원의원(68지구) ‧마리아 엘레나 두라조 상원의원(24지구)‧섀런-쿽 실바 하원의원‧LA시의회 허브 웨슨 시의장(10지구)‧데이빗 류 시의원(4지구)이 참석했다. 산티아고 하원의원은 “미국 내 첫 한미박물관을 LA에 짓고 (정부가) 건립을 지원하는 것은 전국적인 뉴스”라며 “해외 최대 한인 커뮤니티의 이민 역사 보존과 문화정체성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허브 웨슨 LA시의장도 “이사회가 지난 10여 년 동안 박물관을 짓기 위해 노력하고 부침도 겪었지만 더 나은 결과를 이끌었다. LA시와 가주 정부가 동참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최종 설계안도 공개했다. 박물관은 2만스퀘어피트 부지에 건물 내부 활용 면적 1만7000 스퀘어피트로 지어진다고 했다. 이번이 세번째인 박물관 디자인은 ‘LA 도심 안 한국 자연경관과 건축미 구현’에 집중했다. 박물관 외관 디자인은 2층 건물 가운데에 샘물이 솟아 오른 형태다. 건물 하단 외벽에 한국 궁궐 보호문양을 새긴다. 옥상에는 한국 단풍나무, 소나무, 대나무 등을 심어 전통정원을 연출한다. 전통정원에는 공연 마당도 들어선다. 박물관 내부 장식에도 한국 전통천장 양식을 도입한다. 1층은 주 전시관과 수장고‧다목적 공간‧회의실이, 2층은 부 전시관과 회의실로 꾸려진다. 건축회사 ‘모포시스(Morphosis)’ 파트너로 설계를 맡은 이의성 건축가는 “LA는 한인‧라틴계‧아프리카계 등 이민자 할아버지‧할머니, 아빠‧엄마의 희생과 노력이 담긴 공간”이라며 “한미 박물관에 이민자의 희생과 꿈, 미래를 담고자 했다. 현대적 도심 속에 이민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박물관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아파트박문관에서 단독건물로 원위치
하지만 그동안 두차례 설계 변경에 따른 예산상 손해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2013년 단독건물로 1차 디자인을 발표한 뒤 아파트+박물관에서 다시 단독 건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설계 등에 200만 달러가 들었다. 6년의 시간을 허송세월하면서 완공시기 역시 2019년에서 2022년으로 3년 늦춰지게 됐다. 원래 2015년 한인사회 여론 수렴 없이 결정했던 속칭 ‘아파트-박물관’ 계획안에서 2018년에 아파트 박물관을 포기하고 다시 박물관 단독 건물로 짓기로 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2015년 11월 24일 LA 시의회가 한미박물관 프로젝트를 일사천리, 만장일치로 승인하자 당시 분위기로는 금방 박물관이 건립될 분위기였다. 미주한인이민 역사에서 변변한 박물관 하나 없었던 한인사회가 그동안 염원했던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National Museum) 건립안을 LA 시의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했던 것이다. 당시 의결에 참여한 시의원 11명 전원이 다문화 사회 이민역사의 보존과 문화전승을 기원했다.
당시 한미박물관 측은 “프로젝트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2016년 7월1일 LA 한인타운 6가와 버몬트 애비뉴 서남쪽 공용주차장 부지에 한미박물관 착공식이 거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설계도에 따르면 한미박물관은 한옥 양식의 3층 전통 건축물 양식으로 지어진다. 한국 전통지붕의 선을 최대한 살리면서 지붕의 연속으로 LA의 다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이어가는 이미지를 담게 된다.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한쪽 날개로, 주류사회 및 타민족과의 교류를 다른 쪽 날개로 삼아 양쪽 날개로 날아야 할 한인 이민사회
현실을 담아낸 디자인이었다. 한옥 지붕과 전통정원, 꽃담 등 한국 전통미를 살리면서 문화교류 공간으로서의 실용성을 갖춘 독특한 건축 양식의 한미박물관은 누구나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LA 의 문화적 오아시스가 될 전망이었다. 문제는 한미박물관 서쪽과 남쪽 벽면에는 7층짜리 거주용 아파트가 들어서 박물관과 거주용 빌딩이 혼합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특히 부속 거주용 빌딩은 한미박물관의 꾸준한 운영을 가능케 할 수익원 확보라는 점을 장점(?)으로 평가됐었다. 그러던 것이 다시 ‘아파트 박물관’ 계획이 취소되면서 단독건물로 계획을 변경해 논란을 부추겼다. 박물관 측은 건축비 상승 등에 따른 예산상의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2013년 단독 건물 첫 디자인 발표후 설계안을 2차례 변경하면서 5년간의 시간과 수백만달러의 예산을 허비한 책임은 피할 수 없었다.
한인사회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을 것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아파트 박물관 건축안’은 박물관 완공 후 관리 및 운영 예산 마련을 목적 으로 추진됐다. 박물관은 2층으로 짓고 건물 남‧서쪽 2개 면에 ‘ㄱ’자 형태로 아파트 건물을 붙여 2층부터 7층까지 103개 유닛을 건축할 계획이었다. 이때문에 박물관 활용면적이 40%로 줄어들어 박물관이 아니라 ‘갤러리 아파트’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박물관측은 계획안을 강행해 왔다. 그러나 운영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지으려던 아파트는 역설적으로 ‘예산’때문에 포기하게 됐다. 당시 박물관 측은 아파트 계획안 발표 당시 3500만 달러에서 시작했던 공사비용이 지난 2018년 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면서 아파트를 짓는다 해도 100% 입주한다는 보장도 없어 이사회는 (아파트 건축안이) 타산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수정되는 단독 박물관은 2층에서 3층으로 1개층 더 증축되지만 전체 면적은 첫 단독 건축안의 절반 이상 쪼그라들게 된다. 이 역시 건축 예산 때문이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수정된 건평은 1만 4000여 스퀘어 피트로 첫 단독 건설안의 3만 2031.65스퀘어피트 보다 56% 줄었다. 부지 2만 4500 스퀘어피트 위에 1만 스퀘어피트는 정원으로 꾸미고 나머지 1만 4000 스퀘어 피트에 3층 단독 건물이 지어진다. 1층은 로비와 이벤트 용 공간을 짓고 2‧3층에 전시용 공간이 들어 서고 옥상에는 정원이 조성된다고 했다.
규모를 작게 디자인 해 전체 공사비는 2000만달러로 줄어 들었다고 했다. 단독 건물로 다시 수정 되면서 수장고가 들어서게 됐다. 박물관이 단독 건물로 변경돼 6년만에 원점으로 돌아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결과적으로 명분도, 시간과 돈 등 실리도 잃게됐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또 박물관 측은 단독 건물에서 아파트 박물관으로, 다시 단독 건물로 변경하면서 단 한차례도 공청회를 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을 받았다. 예산상 손해도 막대하다. 2차례 계획 변경으로 디자인 등에 지출된 예산은 200만달러 정도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재산상의 피해도 있다. 만약 첫 단독 건물안을 고수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적은 예산으로 더 넓은 박물관이 이미 완공돼 한인사회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시 단독 건물로 다시 수정되면서 ‘2019년 연말 완공 계획’은 ‘2020년 착공’으로 또 늦춰졌다. 그것이 다시 이번에 ‘2022년’으로 완공 목표가 변경됐다. 문제는 지난 6년 동안의 우여곡절이 앞으로는 더이상 없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대한인국민회관 유물관리위원회는 2003년 국민회관 복원과정에서 발견된 한인 이민사 유물 및 사료 2만여점을 한국 독립기념관에 대여하는 합의서 서명식을 가졌다.
유물 복원으로 해외 독립운동 연구가 재평가 기대
이날 서명식에는 유물관리위원회 최형호 장로, 권영신 이사장, 정용조 위원, 변홍진 위원과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김완중 LA 총영사와 독립운동사연구소 신주백 소장이 입회했다. 또 서재필 박사의 유일한 후손인 서동성 변호사와 USC 동아시아 박물관 켄 클라인 관장, USC 한국 학 도서관 조이 김 관장 등 미주 독립운동의 역사를 함께하고 연구한 3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한국 독립기념과 대여 체결식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 했다. 이날 독립운동사연구소 신주백 소장은 “독립기념관은 미주 한인사회의 독립운동 역사 자료와 가치를 잠시 대여하는 것으로 훼손된 유물을 복원하는
등 해외 독립운동 연구가 재평가 될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으로 보내질 역사 유물과 사료는 국민회관 공사 당시 천장에서 발견된 유물들로 수년째 국민 회관이 있는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 1층 임시 보관소에 방치 돼다 USC 동아시아 박물관과의 보존화 결정에 따라 지난 2년 간 보존처리 및 디지털화 작업이 진행됐다.
USC 동아시아 박물관 측이 지난해 12월까지 보존처리 및 디지털화 작업을 마치고 올해 3‧1 운동 100주년에 맞춰 유물을 일반에 공개한 바 있다. USC 동아시아 박물관 켄 클라인 관장은 “한국의 이민사, 미주 한인사회의 독립운동사 등 한미 양국의 역사에 소중한 자료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독립 운동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이번에 대여되는 소중한 자료들이 양국의 독립운동사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들 유물과 사료는 1900년대 초기부터 최근인 1970년대까지 사용되던 태극기와 일제강점기 서울 전경 사진, 공립신문‧신한민보 원본 및 축쇄판, 독립운동 자금 입금대장, 대한인국민회관 낙성식 휘호, 1920년대 미주한인 호적인 ‘재미동포 인구등록’, 한인 이민초기 한글 교과서, 개인 서신 및 사진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