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눈물 흘린 하청업자가 한둘이 아니거들…‘끝내’ 챕터11신청에 자바시장 ‘혼란’
‘성공기업인인가, 착취기업인인가’
포에버 21 파산설을 둘러싼 갖가지 풍문과 우려가 끝내 사실로 드러났다.
38년 전 무일푼으로 도미해 한때 연매출 41억달러를 달성, 아메리칸드림의 대명사로 불렸던 포에버21이 2억2800만달러상당의 만기도래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세간의 예상대로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포에버21의 가용자금은 5850만달러에 불과, 채무를 갚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포에버21은 무려 30여개 금융기관과 접촉한 끝에 3억5천만 달러를 긴급수혈을 받고 지분 4.5% 매각, 오프라인매장 45% 축소등 대대적 구조 조정을 약속했다. 채권자들의 동의여부에 포에버21의 운명이 달렸지만 쉽게 동의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포에버21의 파산보호신청으로 한인경제에 큰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50대 무담보채권자의 3분의 1이 한국소재 기업으로 밝혀져 한국에서도 큰 피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에버21처럼 성공한 한인 기업이 기업공개만 했더라면, 그래서 경영투명성을 높였다면 이 같은 불행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포에버21의 성공신화부터 파산보호신청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특집으로 짚어 보았다.
안치용(시크리 오브 코리아 편집인)
포에버21이 지난 9월 29일밤 델라웨어연방파산법원에 챕터 11,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법인은 주력사인 ‘포에버21’을 포함, 포에버21 인터내셔널 홀딩스, 포에버21로지스틱스, 포에버21리얼이스테이트홀딩스, 포에버21리테일과 부동산등을 소유한 알라메다홀딩스, 이노베이티브브랜드파트너스, 릴리로스등 모두 8개사로, 포에버21[이하 8개사를 포에버21로 통칭]은 이들 8건의 파산보호신청사건을 병합 심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에버21은 파산보호신청서에서 자산은 10억달러에서 100억달러의 범위, 채무도 1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범위 내이며, 채권자는 10만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실제 파산법원에 제출된 채권자리스트가 무려 2364페이지에 달했다. 파산보호신청서는 포에버21의 이사인 장도원회장과 장 회장의 딸 린다 인희 장, 옥창호씨등 모두 6명이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기존채권은행이 만기연장 등의 방법으로 2억7500만달러, 구조조정전문 금융기관이 신규자금 7500만달러등 3억5천만달러를 긴급수혈하겠다는 확약서도 제출됐다. 특히 포에버21은 ‘장도원-장진숙부부와 포에버21의 성공스토리는 아메리칸드림의 로드맵 그 자체’라며, 장 회장 부부의 일대기를 소개하고 파산보호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반드시 재기할 것이라며 승인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기도래 채무2억2800만달러 부도처리
LA비지니스저널이 2016년과 2017년 연거푸 매출 40억달러를 달성했다고 보도한 포에버21, 온라인매출성장이 더디고, 대형오프라인매장의 확충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꾸준한 매출이 이어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포에버 21은 왜 파산보호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본보가 포에버21이 지난 6월 고용한 최고구조조정책임자[CRO]의 진술서, 3억5천만달러 긴급수혈 확인서, 파산보호승인요청서등을 분석한 결과, 포에버21이 파산보호신청을 한 직접적인 이유는 만기도래채무 2억2800만달러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 채무 중 1억9450만달러는 자산담보융자로, 2017년 3월 7일 융자계약이 이뤄졌고, 1년 6개월 뒤인 2018년 10월 24일 첫 번째 수정계약, 2개월 뒤인 2018년 12월 6일 두 번째 수정계약, 올해 6월 30일 세 번째 수정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융자계약이 수정됐음은 만기를 연장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며, 수정계약일자는 기존 계약의 만기일 전후로 추정된다. 즉 6월 30일전후로 만기가 돌아왔으나 캐시플로우를 고려, 상환이 힘들다는 자체 판단이 이뤄졌고, 이때부터 구조조정전문가를 임원급 직원으로 고용, 수습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6월초 포에버21의 파산보호신청 준비설이 보도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뒤 포에버21은 다시 지난 9월 5일 4차 수정계약을 맺고 2022년 3월 7일로 만기를 연장했으며 자산담보융자의 크레딧한도를 3억7500만달러로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지난 2015년 1월 20일 빌린 뒤 만기가 올해 12월로 다가온 2천만달러의 채무, 그리고 2015년 10월 9일 빌린 뒤 만기가 내년 10월인 필리핀소재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 1320만달러가 주채무로 명시됐다. 모두 2억2800만달러 상당이다.
포에버21은 파산보호신청서에서 현재 보유한 현금은 1940만달러, 자산을 담보로 즉각 현금처럼 사용가능한 크레딧이 3910만달러로, 가용한 현금이 5850만달러라고 밝혔다. 이 돈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빚을 갚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포에버21은 지난 6월 구조조정전문가를 영입한데 이어, 7월에는 1848년 설립된 구조조정 전문업체 라자드와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추가대출을 적극 모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자드는 토이저러스, 짐보리, 라디오색, 코닥등의 파산보호신청 때 자문역할을 한 회사다. 포에버21의 의뢰를 받은 라자드는 25개 금융기관과 접촉, 비밀유지각서를 체결한 뒤 재무현황을 설명했고, 이중 4개 업체로 부터 조건부 융자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융자제안을 검토하고 내부회의를 거듭한 결과 단순한 차입으로는 난국을 타개하기 힘들고, 오래 걸리지만 회사가치를 극대화하면서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국내외 채무를 일정기간 동결하는 파산보호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절대 아니다’ 손사래 치다가 결국 챕터11
이때부터 포에버21은 내부적으로는 파산보호신청 제반서류준비에 돌입하면서 외부적으로는 파산보호신청을 전제로 돈을 빌려줄 금융기관 물색에 나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안이었 다. 만약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된다면, 자금난이 더욱 가중될 것을 우려, 13개 금융기관을 극비리에 접촉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중에는 초기융자제안 때 접촉한 25개금융기관중 일부가 포함돼 있지만 정확히 몇 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비밀은 없었다.
포에버21이 극비 접촉을 개시한지 1주일 만에 ‘포에버21일 파산보호신청을 준비 중’이라는 구체적 내용을 담은 기사가 터졌다. 포에버21은 일단 언론보도를 부인한 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판단, 이때부터는 언론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금유치에 나서, 18개 금융기관으로 추가 오퍼를 받았다고 밝혔다.
파산보호신청을 전제로 돈을 빌려주겠다며 대출을 제안한 금융기관이 31개, 물론 금융기관 마다 대출조건이 천차만별이었을 것이다. 포에버21은 이중 9개 금융기관을 선정, 3주간 집중적으로 협상을 벌였으나, 1개사는 자산담보, 8개사는 주니어 론을 제안했고 무담보신용 대출제안은 전무했다. 포에버21은 3주협상이 끝날 즈음에 파산보호신청일에 임박했다고 밝혀 당초 재정운용을 감안, 미리 파산보호신청일자를 정해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결단을 내릴 시간, 포에버21은 현재 신규대출은 무리이며 기존자산담보대출 채권은행과 DIP[채무자 경영권유지방식]대출 전문금융기관으로 부터 각각 2억7500만달러와 7500만달러를 DIP 조건으로 빌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경영권이 유지되는 만큼, 당연히 이율은 비싸질 수 밖에 없다. 라자드사 임원은 이들 금융기관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포에버21이 3억5천만달러조달에 성공했다는 확인서를 파산법원에 제출했다. 결국 제1금융권에서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고 경영권사수를 위해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는 말인데 이 경우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포에버21은 이 같은 자금조달 외에 지분 4.5%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포에버21의 지분은 장도원회장 일가가 전체의 99%를 소유하고 있고, 옥창호[알렉스]씨가 1%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발행주식 중 4.5%가 7587주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 전체 주식은 16만8600주인 셈이다. 이른바 대주주의 자구노력으로 풀이된다. 또 다음달 31일까지 전매장에서 대대적인 세일을 한다고 밝혔으며, 미국 내 매장 178개를 포함, 전 세계 350개 매장, 즉 전체매장의 43%를 폐점할 계획이다.
무담보채권 50대 리스트 중 한국기업 14개
특히 포에버21의 파산보호신청으로 자바시장 한인상인들의 피해도 우려되지만 한국소재 기업들이 납품대금 지급동결로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본보가 포에버21이 파산법원에 제출한 채권액이 큰 50대 무담보채권자 리스트를 확인한 결과 한국기업이 무려 14개나 포함돼 있고, LA한인기업은 1개로 드러났다.
무담보채권자 중 가장 채권액이 많은 업체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소재 KNF인터내셔널로 1342만여달러, 약 160억원에 달했고, 무담보채권액 4위업체도 서울 서초구 서초동소재 인텍사로, 무담보채권액이 1039만달러이었다. 또 서울 동대문구소재 극동이 7위로 829만여달러를 날릴 위기에 처했으며, 서울 서초구소재 ‘기수K트레이딩’이 747만달러, 서울 강남구소재 류콘사가 645만달러, 서울 동대문구 인경어패럴이 487만달러등으로 확인됐다.
14개 한국소재기업의 무담보채권액총액은 약 7200만달러로 한화 860억원 상당에 달했다. 일단 이들 채권을 파산보호신청과 함께 모두 동결됨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상당기간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이들 업체와 함께 일하는 원부자재 업체등과 하청, 재하청업체들까지 연쇄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재 기업 외에 로스앤젤레스 한인 정모씨가 운영하는 A&E클로딩이 747만달러로 무담보채권순위 10위로 드러나,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50대 무담보채권자 중에는 중국소재 기업이 19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업체는 9개에 그쳤고, 채권액도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업체들은 신용장등을 제공하지 않으면 납품을 하지 않는 업체가 많은 반면, 한국 업체들은 일거리를 잃지 않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납품하다 덜컥 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포에버21의 파산보호신청을 통해 상세한 회사운영내역도 공개됐다. 파산보호신청일 현재 포에버21의 미국 내 매장은 549개, 해외매장은 251개로, 전체매장은 8백개이며, 해외매장 중 181개의 소유권은 포에버21과 무관하고, 54개는 프랜차이즈, 16개는 조인트벤처라고 밝혔다. 결국 포에버21이 소유한 매장은 6백개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또 온라인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장 중 600여개만 포에버 소유 운영
특히 주목되는 것은 포에버21이 지난해 자신들이 납부한 판매세가 1억7249만달러라고 밝힌 점이다. 여기서 당장 매출액 뻥튀기 보도의혹이 제기된다. LA소재 한 미국매체는 잊을만하면 한번씩 LA지역 의류매체 매출, LA지역 소기업매출순위를 보도했고, 이 보도에 따르면 포에버 21의 매출은 지난 2016년에도, 지난 2017년에도 똑같이 40억달러라고 기재돼 있다.
포에버21이 기적적으로 2년 연속 동일한 매출액을 기록했는지 모르지만 어딘지 석연치 않다. 특히 파산보호신청을 통해 공개된 판매세를 역산하면 포에버21의 지난해 매출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연방판매세는 동일하지만, 각 주별 판매세는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계산할 수 없지만, 판매세를 7.4%로 상정할 경우 매출액은 23억2800만달러, 판매세를 6.6%로 가정하면 매출액은 25억8735만달러로 추산된다. 연방과 주의 판매세를 합쳐 6.6%수준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지난해 미국 내 매출액은 최대한도로 잡아도 25억달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포에버21은 해외매출도 있지만, 해외매장은 사실상 포에버21 소유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체매출은 미국매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인트벤처인 해외매장을 포함해 봤자 10여개이므로 해외매장은 의류를 공장도가에 납품하는 수준에 머문다고 보면 지난해 매출은 30억달러 남짓으로 추산되는 것이다. 그동안 포에버21의 매출이 적지 않게 과대 포장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또 포에버21의 미국 내 은행계좌는 약 2백여개이며, 현금관리시스템은 계좌번호 8000인 수금계좌와 계좌번호 1251인 운영자금계좌로 구성돼 있고, 두 계좌 모두 JP모건체이스뱅크에 개설돼 있다. 즉 돈이 들어오는 구좌, 돈을 지출하는 계좌가 모두 JP모건 체이스에 있는 셈이다. 미국 내 은행계좌중 약 130개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개설돼 있으며 그 외에 33개는 JP모건 체이스에, 24개는 웰스파코에, 6개는 뱅코파퓰라, 5개는 아메라칸세이빙스뱅크, 그리고 퍼스트하와이안뱅크와 HSBC에 각각 1개의 계좌가 개설돼 있다.
포에버21은 파산보호신청과 함께 회사운영에 꼭 필요한 경비의 지출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꼭 필요한 경비는 유틸리티, 판매세, 종업원 보상 및 복지혜택, 밴더 등에 대한 물품대금, 보험료 등이다. 포에버21의 월 유틸리티 부담액은 257만달러 수준으로 드러났고, 판매세 등 각종세금으로 파산보호신청일 현재 2368만달러, 파산보호신청 뒤 일정기간[INTERIM]동안 1991만달러를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중 판매세가 파산보호신청전후 각각 1687만달러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소득세와 프랜차이즈세금, 재산세, 관세등 각종 세금과 수수료 등이 포함된 돈이다.
아메리칸 드림 대명사의 추락 ‘우려가 현실로…’
‘챕터11신청해도 회생 어려워’
대금지불 승인해도 한국기업에 돌아갈 돈 없어
또 포에버21의 현재 종업원은 정규직원 5천명에 파트타임 2만3500명, 여기다 사실 상시고용이나 다름없는 임시직이 항상 5백명에 달한다고 밝혀, 2만9천명을 넘는다. 이들의 임금을 제외하고, 이들에 대한 각종 보상을 위해 최소 2173만달러, 최종적으로 2353만달러를 지출해야 한다며, 최소집행액에 대한 심리를 통해 적정성을 검토한 뒤 문제가 없다면 최종집행액을 승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종업원의 건강보험, 장애보험, 401K등 복지혜택을 위해 최소 330만달러 최종적으로 1215만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에버21의 현재 종업원은 정규직원 5천명에 파트타임 2만3500명, 여기다 사실 상시고용이나 다름없는 임시직이 늘 5백명에 달한다고 밝혀 2만9천명을 넘는다.
포에버21에 물품을 공급하는 밴더들을 위해 최소 6500만달러, 최대 1억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며 이 자금의 승인도 요청했다. 최대 1억달러 기준으로 회사운영을 기준으로 해외밴더들에게 최소 240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이 돈이 승인된다고 하더라도 무담보로 물건을 공급한 한국소재 기업들의 대금지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외에도 50대 무담보채권자 중 중국기업이 19개나 더 있음을 감안하면, 한국기업들에게 돌아갈 돈은 채권에 비한다면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이미 판매된 지프트카드 중 아직 미사용분이 1억1800만달러에 달하므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를 계속 상품으로 교환해 줘야 한다고 밝혔고, 법인카드가 185개로 지난해 1년간 사용액이 58만2천달러이며, 30일내로 갚아야 할 돈이 27만2천달러에 달한다며 이 돈도 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형오프라인매장 오픈에 열광했던 포에버21은 이미 오픈하지 않은 매장의 리스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만시지탄이다. 포에버21은 리스매장 내에 혹시 자신들의 물건이 있다면 모두 포기하겠다며, 어떻게든 계약만 취소할 수 있도록 해주면 월 30만달러를 절감하게 돼 회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랜로드는 대형상가 소유주로 잘 알려진 브룩필드리테일과 사이먼프라퍼티그룹으로, 포에버21은 브룩필드와 로드아일랜드주와 메인주 등 2개 매장을, 사이먼프라퍼티와는 캘리포니아 2개를 비롯해 9개 매장 리스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문을 열지는 않았다. 사이먼프라퍼티그룹이 폭탄을 맞은 셈이다.
‘장도원, 아메리칸드림 로드맵’ 성공스토리도 제출
특히 포에버21파산보호신청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장도원-장진숙’부부의 성공스토리를 일대기식으로 소개하고 파산보호승인을 호소했다는 점이다. 포에버21은 창업자와 포에버21의 스토리자체가 ‘아메리칸드림의 로드맴’이라고 주장했다. 또 아메리칸드림은 ‘어디에서, 어떤 신분으로 태어나든, 미국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고, 모든 사람에게 상류층으로의 이동의 가능하다는 믿음’이라고 정의하고, ‘아메리칸드림은 단순한 기회포착이 아니라 자기희생과 위험감수, 피나는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 신청서에서 ‘장도원 장진숙부부는 1981년 22살 나이에 무일푼으로 하와이에 이민와 영주권을 받은 뒤 곧장 로스앤젤레스로 왔고, 남편 장씨는 경비원, 주유소 주유원, 카페종업원 등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시급3달러를 받았고, 아내는 미용사로 일했다’고 밝혔다. 3년 뒤 부부는 악착같이 벌어 1만천달러를 모았고, 장 씨가 주유소에서 일할 때 고급차를 운전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의류산업 종사자라는 사실을 알고 옷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1984년 하이랜드파크에 패션21이라는 옷가게를 열었고, 아내는 그때도 계속 미용사로 일했다. 9백스퀘어피트짜리 작은 매장은 대성공을 거둬, 첫해 매출이 70만달러를 돌파했다. 그 뒤 1987년 포에버21로 브랜드를 변경했고, 그 뒤 6개월마다 매장을 하나씩 오픈했다고 밝혔다.
장회장부부 성공스토리는 기존 법원제출문서형식과는 달리, 사진과 도표, 박스제목 등이 들어가는 등 잡지를 방불케 했다. 포에버21은 장회장이 6학년 때인 12살 때부터 미국에 올 날을 기다렸고, ‘다음 달이면 간다, 다음 달이면 간다’ 하면서 이민비자를 기다린 세월이 10년이었다며,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그는 미국에 와 포에버21로 아메리칸드림을 일궈냈다’고 강조하고 파산보호를 승인, 아메리칸드림의 로드맵을 완성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포에버21이 긴급자금 수혈에 성공하고 매장 대거폐쇄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계획을 마련하고 대주주지분매각등 자구노력을 밝힌 만큼, 이제 채권단의 동의여부에 따라 ‘회생이냐, 청산이냐’ 가 결정되게 된다. 하지만 채권자의 이해관계가 각각 다르고, 채권자가 무려 10만명이 넘는 만큼 과연 이들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물론 채권단의 동의여부 결정전에 파산보호신청을 철회하고 독자생존을 모색할 수 있지만, 현재로는 그 가능성은 제로라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포에버21로서는 백척간두, 누란지계의 형국인 셈이다.
기업공개로 투명성 높였다면 불상사 막았을 것
포에버21사태는 한인사회에 큰 교훈을 남기고 있다. 사실 이런 좋은 업체들이 기업공개만 했더라도 이 같은 불행한 일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전역에서 성공한 한인업체들 중 수십억달러 연매출을 올리는 업체들이 열손가락을 넘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 업체들은 기업공개를 하지 않고, 대주주 1인 혹은 대주주가족지분이 사실상 거의 100%인 경우가 많다. 만약 기업을 공개, 경영투명성을 높이면서 스스로 견제와 감시를 받았더라면, 또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기업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많겠지만, 연매출 수십억달러 기업이라면 앞으로는 기업공개에 대비하며 사업을 해야 하다. 그래야 한인경제도, 한인사회도 마침내 주류사회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