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마음이 좋은 소리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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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마음이 좋은 소리를 일으킨다

‘토요풍류’ 2019 <소리와 춤으로 가을을 만나다>

▲ 토요풍류 2019 출연진들이 공연을 마치고 초청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토요풍류 2019 출연진들이 공연을 마치고 초청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 국악은 소리와 춤 그리고 악기의 일체와 조화이다. 무엇보다 태고적에서부터 울려나온 얼과 혼이 담긴 정신의 흐름이 동력이다. 우리 주위에 아름다운 공연 예술을 넓은 세상에 재현하고 보여주는 전통예술을 사랑하는 모임 토요풍류(대표 한종선)가 9월 29일의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이날 9명의 연주자들이 일으킨 새로운 바람은 한인과 주류인사들로 어울려진 70여명의 초청객들에게 우리춤과 우리가락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LA 코리아타운에서 훌쩍 떨어진 라캐나다의 언덕에 자리잡은 크리스 이 심리학 박사 자택의 아담한 계단을 지나 내려가면 잔듸가 깔린 조그만 정원이 나온다. 야외무대가 된 잔듸 공연장에 흐르는 분위기가 마치 고향집처럼 아늑했다.

가을 정취 흠뻑 느끼는 한마당

이날 토요풍류 하우스 콘서트는 심현정(Melody Shim) 공연 디렉터와 정다은 안무가가 기획한 <별 헤는 밤> <입춤> <엄마야 누나야> <판소리 ‘벗님가’ ‘강상풍월’> <장구춤> <가야금 살풀이> <설장구> <민요 ‘산도깨비’ ‘달맞이’> 그리고 <첼로와 판소리의 만남>등으로 주옥같은 공연이 가을밤을 수 놓았다. <별 헤는 밤>과 <입춤>은 이날밤 공연의 백미였다. 올해가 3·1운동 100주년. 민족의 수난 시절 일제강점기 우리의 청년 윤동주가 쓴 시가 수십년이 지나 처음으로 아메리카 땅에서 판소리 심현정의 시구절 울림속에 아메리카 여인 챈탈 체리(Chantal Cherry)의 율동으로 다시 태어났다. 별이 빛나는 가을밤 모두에게 소리의 깊은 세계로 몰입 시켰으며, 율동은 시대의 아픔으로 우리를 울리게 만들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또하나 이날 밤 ‘한국 춤의 미(美)’라고 불리는 ‘입춤’을 정다은과 심현정이 캘리포니아 전통예술 협회(Alliance for California Traditional Arts)의 후원으로 미주에서 처음 듀엣 댄스로 선보여 ‘입춤’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입춤’은 두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와 서로 호흡의 조화를 보여주면서 섬세한 발 디딤에 신명이 담긴 흥과 멋이 묻어나게 했다. 특히 두 여인의 우아한 세련미와 여성적 교태미가 매력으로 발산되면서 ‘입춤’을 한국인의 한과 애환을 담아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날 가락마다 우러나는 소리는 청중들 사이에 파고 들었고, 마치 ‘고향의 울림’을 만난 것 같았다. 심현정이 토해내는 구성진 ‘벗님가’와 ‘강산풍월’의 판소리를 듣다보면 전통음악을 듣는 귀가 저절로 열리게 된다.

‘고향의 울림’ 가득한 우리의 소리가락

이날 밤 고유진의 첼로 연주와 심현정의 판소리의 만남은 맑고 맑은 심연의 깊은 철학의 소리를 내었다. 첼로의 장중함이 묻어나는 음률속에 고향을 그리는 우리네 마음은 태평양을 넘어 가고 있었다.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특히 고유진은 이날 밤 윌럼

▲ 공연 디렉터 심현정

▲ 공연 디렉터 심현정

버틀러 예이츠의 고향을 그리는 <Innisfree>와 가곡 <청산의 살리라>를 감미롭고 슬픈듯한 선율로 연주해 초청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안무가 정다은은 어디에 서기만 해도 춤이 된다. ‘장구와 사랑에 빠진 여인’으로 불리는 정다은이 이날 밤 첫 무대로 보여준 장구춤은 전통과 창작으로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춤사위로 보는 이들을 감흥과 찬사를 발하게끔 만들었다. 이날 밤 백승신의 <가야금 살풀이>는 1200여년 전 한국 고유 선율의 멋과 오동나무 12현 가야금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가락이었다. 백승신이 한 손가락으로 뜯고, 튕기며, 다른 손은 누르며, 잡아 흔들어 나오는 소리는 청아하면서도 맑은 음률도 우리를 산신령이있는 도원의 경지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그의 유연한 가야금 한음 한음을 뜯는 소리는 우리 가슴에 희열과 전율을 느끼게 했다.

신인규의 <설장구>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한층 돋군 독무대였다. 옛날시절, 우리네는 장구, 꽹과리, 태평소 등 여러 악기와 갖은 춤이 걸판지게 어우러지는 농악단의 풍물 한 판으로 큰 즐거움을 느꼈다. 그 즐거움을 신인규는 이날 밤 홀로 해내었다. 그가 양손의 채를 움직여 장구를 울렸다. 서로 다른 음고를 가진 장구의 두 마구리에서 낮고 두터운 소리, 높고 맑은 소리가 교차하며 퍼졌다. 그의 머리와 허리는 장단에 맞춰 부드럽게 흐름을 타고, 한 손이 장구를 치는 동안 다른 손은 채를 돌리기도 하고 잡기도 하며 흥을 냈다. 장구에서 멋진 소리가 울려퍼졌다. 계곡의 물이 산세를 타고 흘러내리듯 양손의 채를 교차하며 혼을 불러내듯 몸의 율동과 함께 몸과 장구가 하나가 되어 울리고 있었다. 이쯤에서 관객들도 아니 들썩일 수가 없었다. “잘한다!”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처럼 정직한 삶의 소리를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신인규는 신기를 타고 있었다.

헌신적인 봉사 정신이 만든 값진 무대

한편 이날 밤의 새라, 데이나, 세레나 세어린이의 <산도깨비> <달맞이> 민요타령은 깜찍한 요청처럼 재치있게 불러 초청객들의 박수를 한껏 받았다.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 재원들이었다. 이날의 2019년 토요풍류의 피날레는 출연자와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강강술래’를 하면서 세번째 무대를 사랑과 베품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밤 별이 유난히도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새로운 우리 전통음악의 변화를 잉태하고 있었다. 토요풍류가 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면서 나갈 수 있는 것은 진정 우리 가락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의 헌신적인 봉사와 기부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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