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북한상대 피해 ‘보상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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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재산 압류 매각… 소송 피해 보상금으로’

미국에서 북한을 상대로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비용을 받아낼 수 있을까? 그 길이 열렸다. 최근 미국정부는 유엔 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억류해 재판에 회부 후 비공개 경매를 벌려 그 비용을 북한정권에 의한 피해자 오토 윔비어 가족에게 제공하는 길을 열었다. 2015년 북한을 방문했다가 체포되어 17개월 억류 중 사망직전에 2017년 풀려나 미국에 돌아와 죽은 윔비어의 가족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12월 미국법원은 북한정부에 윔비어에 대한 고문과 살해 임을 물어 5억 113만 달러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액수는 북한 정권의 1년 예산의 1/8에 해당한다. 판결문은 북한 외무성으로 전달됐다. 화제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얽힌 미스터리에는 한국도 관련되어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최종 매각됐다고 미 연방마셜국(USMS)이 밝혔다. 연방마셜국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달 9월 20일 오후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연방 마셜국은 억류 선박인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비공개 경매를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진행했으며 낙찰자가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절차가 9월 12일에 완료됐다고 확인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연방 마셜국은 비공개 경매의 낙찰 금액이나 구매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다” 면서, 이번 낙찰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압류 북한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배앞서 연방 마셜국은 지난 7월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경매 사실을 공고하면서 입찰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판매 조건도 ‘현 위치에서, 현 상태대로’라고 안내한 바 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지난해 4월 북한 남포항에서 실은 석탄 2만 6천 500t, 약 299만 달러어치를 운송하다 같은 달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됐다. 이후 미 검찰은 올해 5월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공식 몰수 소송을 제기한 뒤, 이 선박을 미국령 사모아의 파고파고 항으로 예인했다. 미 연방법원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최종 판결 이전에 매각하게 해 달라는 미 검찰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번 경매가 진행됐었다. 당초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건 오토 웜비어 가족이 유일했었지만, 북한 공작 원에 납치돼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가족들도 19일 뒤늦게 소유권 청구서를 제출했다.

만약 법원이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몰수를 최종 승인할 경우, 관리 비용 등을 제외한 매각 금액은 웜비어 가족 등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경매를 담당한 미 연방 마셜국은 매각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선박 업계에서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가치가 고철 값으로만 150~3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경매 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 인공위성 사진 서비스 업체 플래닛 랩스가 최근 미국령 사모아의 파고파고 항을 촬영한 위성 사진에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화물칸 덮개가 열려 있는 장면이 담겼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5월 해당 지점에 정박한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덮개가 열린 모습이 포착된 지 나흘 뒤인 7일자 위성사진에는 일부 선박들이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접선한 것으로 나타났고, 주변에는 중형 크기의 선박이 발견됐다. 또 기존에 있던 자리에서 약 280m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 사진만으론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선박의 해체나 이동을 위한 작업, 혹은 이동 중인 모습으로 추정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동력이 없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인도네시아에서 현 지점으로 이동시키면서, 선박을 직접 끌어오는 견인 방식을 이용했다. 다만 와이즈 어네스트 호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 배가 여전히 운항이 가능한 상태였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인위적으로 정지시킨 동력을 다시 가동하면 정상 운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경매로 매각 처리된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폐선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몰수 소송을 맡은 미 뉴욕남부 연방 법원은 사전심리를 위해 10월 25일 관련인들의 법원 출석을 통보했다.

매각 북한선박은 폐선 조치

UN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억류해 매각 처리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북한에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까지 한국 선박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선박이 북한으로 팔리게 됐는지 의문으로 남아있다.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2015년까지 한국 깃발을 달았던 한국 선박이었다. VOA가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정보 시스템과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등을 확인한 결과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애니(Eny)’ 호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화물선으로, 한국의 산업은행(KDB) 캐피탈과 명산해운이 소유하

▲ 경매에 붙여진 북한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 경매에 붙여진 북한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던 선박으로 나타났다.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 위원회(도쿄 MOU) 자료에도 이 선박이 한국 선박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때는 또 다른 한국업체인 J쉬핑이 소유주로 표기됐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선박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인 산업은행 캐피탈과 해운 업체인 명산해운이 공동으로 소유권을 가지고, 실질적인 운영을 명산해운이 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J쉬핑은 선원 운영이나 기술부문 지원 등을 하는 회사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한국 선박이었던 애니 호가 다른 나라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북한으로 넘어갔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제해상기구 등에 따르면 2015년 초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애니 호는 소유주가 바뀐 직후 곧바로 캄보디아 깃발을 달게된다. 언뜻 보면 캄보디아 회사에 팔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북한 회사로 곧바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애니 호가 매각된 직후 바꾼 이름은 ‘송이(Song I)’호였는데, ‘송이’라는 이름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소유했던 평양의 선박 회사 이름이다. 송이 호는 2015년 8월, 선박의 이름을 지금의 와이즈 어네스트 호로 변경하면서 선적을 시에라 리온으로 바꾸었다. 이어 탄자니아로 선적을 한 차례 더 변경한 뒤 2016년 11월 북한 깃발을 달게 됐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선적을 자주 바꾼 2016년은 시에라리온과 탄자니아 등 편의치적, 즉 다른 나라에서 운영되던 선박의 자국 등록을 허용하던 나라들이 북한 선박들의 등록을 취소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북한 깃발을 달게 된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2018년 3월 북한 남포항에서 유엔이 금지한 북한 석탄을 실은 대북제재 위반 선박이 돼 나타났다.
이어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최근 미국 정부에 의해 압류돼 강제 매각 처리됐다.

“북한 선적 이전 한국선박 수두룩”

한때 한국 깃발을 달거나 한국 해운업체가 소유한 선박이 북한 깃발을 달고 나타난 사례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 외에도 더 있다. 현재 미 재무부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유조선 백마 호는 2016년까지 파나마 선적의 ‘로얄 미라클’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는데, 실제 소유와 운영은 2011년부터 한국 업체가 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신 쉬핑이라는 한국 업체가 운영했던 ‘한국 호’는 현재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북한의 ‘금빛 1호’가 돼 있다. 또 신성하이 혹은 탤런트 에이스 호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석탄을 밀반입 했다가 억류된 선박도 2008년부터 2017년까진 한국의 ‘동친해운’이 소유했던 ‘동친 상하이’였다. 이처럼 VOA 확인 결과 보천 호와 동산 2호 등 북한 선박 여러 척이 최근까지 한국 깃발을 달았지만, 이후 대북제재 위반 선박으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선박들은

▲ 북한에서 억류 생활하다 미국에 돌아와 사망한 윔비어의  묘지

▲ 북한에서 억류 생활하다 미국에 돌아와 사망한 윔비어의 묘지

한국에서 매각된 직후 편의치적으로 잘 알려진 나라의 깃발을 달았다가 이후 북한 선적을 취득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해상 전문가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최초 한국에서 북한으로 매각됐다고 해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닐 수 있다고 해석했다. 와츠 전 위원은 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 결의 채택 시점은 2016년으로 선박의 매각 이전이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당시 유엔 안보리가 제재 중이었던 북한의 원양해운관리회사(OMM)나 그외 다른 제재 개인 혹은 기관과 이 선박이 연계돼 있다면, 이는 제재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과는 별개로 한국과 미국 등 각국의 독자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국 정부는 2010년 5·24 조치 등을 통해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금지했고, 미국도 선박 등을 거래할 때 미리 재무부와 상무부 등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제재 전문가는 한국의 업체들이 당시 이 선박이 북한으로 팔려갔는지 여부를 알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VOA는 산업은행 캐피탈과 명산해운 등에 문의를 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선박업계 관계자는 한국 선박이 북한에 판매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캄보디아 등 다른 아시아 내 국가에 선적을 두고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선박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중국 다롄이나 칭다오 등지에 차려진 위장회사를 통해 선박을 구매하고 관리한다면 외부에선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선박이 북한에게 왜 팔렸냐?

한편 북한 석탄을 실었던 동탄호의 공해상 표류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동탄 호는 지난 4월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실려있던 북한산 석탄을 옮겨 실은 선박이다. 파나마 깃발을 달았지만 베트남 회사가 선주로 있는 동탄 호는 또 다른 베트남 회사가 용선, 즉 빌려 운항했고, 이어 중국의 회사가 재용선해 운영되던 중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게 된 것이다. 동탄호는 당시 문제의 석탄을 옮겨 실은 뒤, 이 석탄의 구매자가 있는 말레이시아에 4월 19일 도착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했다. 이어 최초 출항지인 인도네시아로 되돌아왔지만 여기서도 입항 허가를 받지 못했고, 선주 회사가 있는 베트남에도 입항하지 못한채 인근 해역에 머물게 됐다. 그렇게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시간 6개월을 맞게됐다. VOA가 선박 추적시스템 ‘마린트래픽(MarineTraffic)’과 인공위성 사진 서비스 업체 ‘플래닛 랩스 (Planet Labs)’를 확인한 결과 동탄 호는 지난 6월 입항을 시도하기 위해 다다랐던 베트남의 붕따우 항 인근 지점에 계속해서 머물고 있다. 선박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동탄 호는 동남아시아 일대 화물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선박이다. 따라서 지난 6개월 간 북한 석탄을 하역하지 못한 채 공해상을 전전하는 동탄 호가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게 선박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통상 선박들은 물품 운송료로 하루 2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동탄호는 대북제재 대상 물품을 잘못 실었다가 지난 180여일 동안 최대 360만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동탄호는 북한 석탄의 운송을 의뢰 받은 선박일 뿐, 판매자나 구매자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동탄 호의 운항 불능 사태로 대북 제재에 대한 업계 내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제재나 이런 게 일반인들에게, 혹은 해운인들에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적은 없습니다. 단지 리스키(위험)하다, 북한에 배가 들어가면 문제가 있다, 이 정도였지. 제재 화물을 실었을 경우에 어떻게 된다는 건 와이즈 어네스트와 동탄호가 문제가 됨으로써 현실화됐고, 경각심을 심는 계기가 됐죠.” 아울러 표면적으론 선박 1척이지만, 여기에 연결된 용선주들과 금융회사, 보험회사, 관리회사 등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북제재 위반으로 사실상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된 건 비단 동탄호 뿐만이 아니다. 최초 석탄을 넘겨준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지난 5월 미 검찰에 의해 공식 몰수 소송이 제기됐으며, 이후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한 뒤 지난 8월 매각 처리됐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북한이 보유한 선박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선박으로, 북한의 경제적 손실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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