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 단독1] 본보, 미 국무부 틸러슨장관 14개월 일정표 입수 분석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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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대행시절
대한민국 대미외교는 사실상 ‘실종상태’였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지난 2017년 1월 트럼프대통령 취임직후부터 같은해 5월 문재인대통령 취임직전까지 대한 민국의 대미외교는 사실상 실종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트럼프행정부의 첫 외교안보 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일정표를 입수 분석한 결과, 당시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틸러슨 장관 취임 후 통성명수준의 전화통화룰 한 뒤 그뒤 5개월간은 전화통화 한번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외무장관은 전화통화 4차례는 물론 미일외무장관회담을 4차례나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8년만에 정권이 교체됨으로써 외교정책의 큰 변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반면 강경화외교부장관은 틸러슨 퇴임 때 까지 9개월간 11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집계됐고, 일본도 틸러슨장관 재임 중 외무장관이 11차례 통화를 한 것은 물론, 아베총리도 2차례나 틸러슨과 직접 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홍석현대통령특사는 2017년 국무부에서 틸러슨 장관과 약 15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박근혜 전대통령을 대신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단 한차례도 통화한 사실조차 기록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그 기간동안은 대미외교가 실종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나 황교안 한국당대표의 외교 자질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물리치고 8년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후보가 예상을 뒤업고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전세계 모든 나라가 트럼프대통령에게 줄을 대려고 아우성치던 시절, 한국은 사실상 대미외교에 손을 놓고 있었던 반면 오히려 트럼프행정부가 한국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음이 확인됐다. 트럼프대통령이 취임 뒤 외교안보사령탑으로 지명한 사람은 렉스 틸러슨 전 엑슨모빌 CEO, 틸러슨은 2017년 2월 1일 국무장관에 임명 돼 2018년 3월 31일까지 14개월간 국무장관 직을 수행했다. 그렇다면 이 기간동안 한국정부는 틸러슨장관과 몇차례나 접촉했고, 일본정부는 틸러슨장관과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맺었을까? 바로 이같은 한일양국과 미국정부의 접촉을 가늠할 수 있는 틸러슨 장관 일정표가 공개됐다.

황교안비영리단체 ‘아메리칸 오버사이트’는 정보자유화법을 근거로 국무부에 틸러슨 장관 일정표를 요구했고, 국무부는 일부 기밀사항은 가린채 2017년 1월 30일부터 2018년 4월 3일까지의 일정표를 공개한 것이다. 국무부는 지난 3월 18일과 4월 30일, 5월 1일과 2일등 4차례에 걸쳐 1174페이지의 일정표를 아메리칸 오버사이트에 넘겼고, 아메리칸오버사이트는 지난 10월 15일 이를 전격 공개했다. 이 일정표의 모든 시간은 미동부시간기준이다.

황교안 대행시절 손 놓은 대미외교

기업인출신으로 공직과는 거리가 멀었던 트럼프대통령이 취임한 가운데 북한은 핵실험을 계속 함에 따라 한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시기였지만 한국은 혼란 그 자체 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12월 9일 탄핵 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대행을 맡아 문재인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10일 오전 8시9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고,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2013년 3월 11일 취임한 뒤 2017년 6월 18일까지 장관직을 수행했었다. 하지만 이 엄중하고도 중요한 시기에 윤병세장관등 한국정부의 대미외교는 사실상 실종상태였던 것으 로 드러났다. 대통령탄핵과 상관없이 시스템이 움직여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접촉내역본보가 틸러슨 장관 일정표를 분석한 결과, 윤병세 당시 장관은 틸러슨 장관취임 직후 2017년 2월 7일 통성명수준의 전화통화를 한 것을 제외하면, 그후 약 5개월간 단 한차례도 틸러슨 전 장관과 전화통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취임직후의 전화통화도 틸러슨 장관이 각국 외무부장관과 첫 인사를 나누는 의례적인 통화였으며, 같은 날 일본의 키시다외무장관과도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야말로 틸러슨 장관이 전세계에 전화를 돌리는 과정에서 윤장관도 통화를 하게 된 것으로, 윤장관이 틸러슨 장관과 한미관계등을 논의하기 위한 통화는 아니었던 것이다.

윤장관은 2017년 6월 18일 퇴임 때까지 약 5개월정도 틸러슨장관의 카운터파트였지만 틸러슨장관을 만난 것은 3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장관은 2017년 2월 16일 독일 G20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개국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고, 같은 해 4월 28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안보리 장관회의때 20분간 한미일 3개국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자리는 윤장관과 틸러슨장관의 회담자리가 아니라, 키시다 일본외무장관과 함께한 3자회동 이었다.

윤장관이 유일하게 틸러슨장관과 한미외무장관 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 2017년 3월 17일이었다. 틸러슨 장관의 아시안순방 당시 일본방문 다음 한국을 찾았을 때였다. 한국정부의 어프로치가 아니라 미국정부의 어프로치였던 셈이다. 틸러슨일정표에는 당시 틸러슨 장관이 황교안 대통령대행을 30분간 예방한 뒤 외교부장관실에서 윤장관과 45분간 회담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근혜행정부당시 또 한번 틸러슨 장관이 한국정부인사를 만난 것은 2017년 4월 25일로 확인됐다. 당시 안호영 주미대사가 국무부에서 틸러슨 장관을 30분간 면담했으며 안대사를 수행했던 이준호 정무담당공사등은 로비에서 대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베 총리의 적극적인 대미외교

이처럼 윤장관 재임 때 틸러슨 장관과의 접촉은 모두 5차례로 전화통화 1차례, 3자회담 2차례, 틸러슨 방한때 양자회담1차례, 그리고 주미대사의 틸러슨면담이 전부였다. 박근혜 탄핵사태로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정상적인 정부라면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고, 특히 8년만의 정권교체에다 성격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인출신 대통령이 취임했음을 감안하면 윤병세 외교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발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적어도 틸러슨 일정표상 으로는 두손, 두발을 다 놓고 있었던 셈이다. 북한핵실험으로 한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처했지만 대미외교는 온데 간데 없었던 것이다.

일본접촉

같은 기간 일본이 발빠르게 움직인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자 일본 총리는 트럼프대통령의 플로리다별장으로 달려간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틸러슨 일정표를 통해서도 일본 외교부의 긴밀한 접촉이 확인됐다. 2017년 8월 3일까지 재직했던 키시다 일본외무장관은2017년 2월 7일 틸러슨장관과 취임인사수준의 전화통화를 나눴다. 윤병세 장관도 이날 틸러슨장과의 전화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이때까지는 동일했다. 그러나 키시다 외무장관은 그로부터 3일 뒤인 2월 10일 미 국무부에서 틸러슨장관과 미일외무장관 회담을 한 것을 비롯해, 2월 22일 양자회담. 4월 10일 이탈리아에서의 양자회담등 3차례 양자회담을 가졌고, 틸러슨장관이 3월 16일 일본을 방문했을때도 양자회담은 물론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확인됐다. 틸러슨장관은 한국방문 당시 윤장관은 물론 한국측 인사들과 식사를 함께 하지 않았다.

한국접촉

또 키시다 외무장관은 2월 16일과 4월 28일 한미일 3개국 외무장관회담을 가졌으며, 5월 15일과 6월 2일 각각 15분간, 7월 5일 30분간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병세장관은 같은 기간 2월 7일 한차례 통성명수준의 전화통화만 했지만 일본 외무장관은 2월 전화를 제외하고 3차례 더 전화통화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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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북핵’위기서 사실상 정부외교시스템 ‘마비수준’

틸러슨 일정표상에 드러난
‘황교안-윤병세’ 외교는 빵점

2017년 5월 10일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트럼프행정부에 대한 첫 어프로치는 대통령특사 파견이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대통령특사로서 미국을 방문했고, 틸러슨장관 일정표에는 미동부시간 2017년 5월 18일 오후 5시부터 5시15분까지 홍특사 일행을 국무부장관실에서 만났다고 기재돼 있다. 사진촬영시간을 포함, 15분간 면담이라는 것이다. 틸러슨장관은 오후 5시15분부터 6시까지 45분간은 개인일정을 소화한다고 기재돼 있다. 홍특사는 틸러슨 면담 뒤 40분간 틸러슨장관을 만났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일정표보다 2배이상 많은 시간이었다. 틸러슨장관이 개인일정인 뒷 일정을 다소 미루고 홍특사와의 면담시간을 다소 늘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일정표에는 15분으로 기록돼 있다. 그 뒤 홍특사는 이튿날 트럼프대통령을 15분간 면담하고,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키시다 일본외무장관은 틸러슨 장관이 홍특사를 만나기 사흘전인 5월 15일 틸러슨장관과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나 이때 한국대통령특사 방미에 대한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

윤병세 1차례, 강영화 11차례 통화

문재인정부 첫 외교장관인 강경화 장관이 취임한 것은 그로부터 약 한달 뒤인 2017년 6월 19일, 통역사 출신으로 유엔대표부외에는 단 한군데의 해외공관에도 근무해본 적이 없는 강장관은 틸러슨장관이 퇴임하는 2018년 3월말까지 약 9개월간 11차례나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 돼, 5개월간 단 한차례, 통성명수준의 전화통화를 한 윤병세 장관과는 확연하게 다른 행보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틸러슨장관과의 스킨십을 엄청나게 강화한 것이다.

강장관이 틸러슨 장관과 통화를 한것은 취임 사흘 뒤인 6월 22일을 시작으로, 7월 27일, 8월 28일, 9월 3일, 9월 14일, 10월 14일, 11월 3일, 12월 28일, 2018년 1월 2일, 1월 10일, 1월 11일 등으로 확인됐다. 한달에 한차례이상 통화를 한 셈이다. 11차례 통화 모두 각각 30분간이 할애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또 6월 27일 틸러슨 장관과 한차례 양자회담을 했고, 8월 6일과 2018년 1월 16일 한미일 3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가진 것으로 기재돼 있다.

또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29일 백악관을 방문, 한미정상만찬을 한 데이어, 이튿날 한미정상회담을 했으며, 7월 6일 G20정상회담당시 트럼프대통령 초청으로 함부르크미국총 영사관에서 한미일정상들이 만찬을 가졌다. 또 같은해 9월 21일 유엔총회기간중 뉴욕롯데팰리스호텔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가졌으며, 같은해 11월 6일 트럼프대통령이 방한,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을 가졌다.

틸러슨 일정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2018년 1월 10일로,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30분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트럼프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문제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다는 사실 이다. 이날 브리핑에는 틸러슨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CIA국장등이 참석 했다. 일정표에 브리핑주제에 대해서는 기재돼 있지 않지만 당시 한국상황을 살펴보면 평창 동계 올림픽 남북단일팀 합의가 이뤄진 날이다. 아마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만 될 뿐이다. 1월 10일과 1월 11일 강장관도 연달아 틸러슨 장관과 통화했다. 남북단일팀 합의에 대해 미국정부에 상세한 디브리핑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중앙일보 2017년 5월 20일자 8면보도

▲ 중앙일보 2017년 5월 20일자 8면보도

그렇다면 같은 기간 일본정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키시다 일본 외무장관은 2017년 8월 3일까지 근무했고 고노 외무부장관은 2017년 8월 3일부터 지난 9월 11일까지 근무했다. 키시다장관이 틸러슨과 약 6개월, 그리고 고노장관이 약 8개월 틸러슨 장관과 호흡을 맞춘 셈이다. 고노외무장관은 틸러슨장관과 양자회담 3차례, 3자회담을 2차례 가졌으며, 2017년 11월 5일 트럼프대통령일본방문때 틸러슨장관과 일본 이쿠라영빈관 템푸라룸에서 식사를 함께 했고, 지난 2018년 1월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미일3개국 외무장관 회담직후 틸러슨장관과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미일 외무장관회담은 30분이었지만, 그 뒤 틸러슨장관과 고노장관은 55분간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눈 것이다.

대미외교 계량적 평가할 수 있는 지표

또 고노외무장관은 2017년 8월 29일과 30일, 31일, 그리고 9월 3일과 9월 14일, 11월 28일, 2018년 1월 9일 틸러슨장관과 7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국가수반인 아베총리가 2017년 10월 4일과 2018년 3월 8일 틸러슨장관과 두차례나 직접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직접 통화한 적은 없지만, 아베총리는 국가수반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행정부의 각료인 틸러슨장관과 직접 전화로 의견을 나눈 것이다. 다소 격에 맞지 않지만, 실리를 챙기려는 일본정부의 성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 (왼쪽) 2017년 4월 25일 안호영주미대사, 틸러슨장관 면담 ▲ 2017년 5월 18일 홍석현대통령특사, 틸러슨장관 면담

▲ (왼쪽) 2017년 4월 25일 안호영주미대사, 틸러슨장관 면담 ▲ 2017년 5월 18일 홍석현대통령특사, 틸러슨장관 면담

틸러슨재임지간 중 일본정부와의 통화는 13회, 양국외무장관의 회담은 7회, 3개국외무장관 회담은 5회로 집계된 반면, 한국정부와의 통화는 12회, 양국외무장관회담은 2회, 3개국 외부장관회담은 5회로 집계됐다. 한국정부와 틸러슨의 통화 중 윤병세장관의 통화는 통성명 수준의 단1회에 그쳤고, 강경화장관의 통화는 11회에 달했다.

틸러슨장관의 일정표가 미국외교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없으며, 한국의 대미외교 전체를 설명해 줄 수 없다. 하지만 틸러슨장관은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그의 일정표에 나타난 한국정부와의 접촉내역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유일하게 계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이 일정표에 따르면 박근혜 행정부, 정확히 말하면 황교안 대통령대행 시절의 트럼프행정부에 대한 대미외교는 ‘온데 간데 없는 실종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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