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상황이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모병제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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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하자구?

‘아직은 시기상조…발상자체도 불필요’ 경계여론

군인

▲ 주한 미군병사들이 평택기지 사령부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장면

한국에서 병역문제는 가장 심각하고, 가장 논란이 많고, 가장 까다롭기 그지 없는 논제다. 병역 문제는 가수 유승준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아들의 병역 문제로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확실시 되던 정치인도 낙마시키는 주제도 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때 한국의 일반사병 의무 복무가 3년이 넘었었는데, 최근에는 1년 6개월로 단축되가고 있다. 군복무 단축은 언제든 한국 남성들에게는 가장 예민한 뉴스다. 그럼에도 모두들 군대를 가기 싫어한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정가 여야 일각에서 아예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해보자’는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이를 두고 “내년 총선을 두고 청년들 표를 얻고자 하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병제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선택할 환경이 중요한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북한은 세계에서 인구당 군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북한에서 남성은 군복무가 10년, 여성은 5년으로 세계 나라 중 가장 군복무가 긴 나라이다. 북한은 원칙상으로는 징병기간은 남자는 보병 부대 10년/ 특수부대 13년, 여자는 보병부대 5년/ 특수부대 7년인데 과거에는 자원입대 형식이었다고 한다. ‘자원입대’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의무적 입대이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군복무 경험이 있어야 “사람대접 받는 분위기”라 실제로는 징병제나 다름없다. 지금 남한의 젊은이들은 자기들 또래의 북한의 청년들이 10년 동안이나 병영에 묶여야 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인지하는지… 현재 세계적으로 징병제 폐지국은 77개국이다. 여기에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도 포함되고 중국도 바로 올해부터 징병제를 폐지했다. 각국의 징병제 폐지 이유도 다양하다. 불교 국가들은 대부분 교리상으로 징병제를 폐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일각에서 모병제 논의가 또 나오고 있다. 지난 2014년에도 모병제 논의가 나왔었고, 2016년에는 정치적으로 제기되어 관심도 끌었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모병제 논의가 나오게 된 것도 역시 정치적 관점에서 보여진다. 특히 최근 것은 내년 총선과 그다음 대선을 두고 여론몰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원래 2014년 모병제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은 한국의 국방안보 체제가 발달한 결과가 아니라 병영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들 때문이었다. 하급자들에게 왕따당한 후 병사들을 소총으로 갈겨 죽인 병장이 있는가 하면 상급 병사들의 학대와 구타에 목숨을 잃은 하급병사도 있었다. 차제에 군인 같은 사람만을 모아 제대로 된 군대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올법 한 상황이기는 했었다. 정치가들 중에도 그런 방안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고, 자유주의자들 중에도 차제에 모병제를 생각해 보자는 견해가 나오고 있었다. 2016년이나, 최근 제기된 모병제 제안은 ‘이제는 공론화 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다분히 정치적 냄새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청년들 표를 끌어 모으자는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병역 문제가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의 한가지이고, 아들을 둔 부모들 역시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그런데 군대를 가고 싶은 사람만 가도록 한다라는 제안에 어느 누군들 솔깃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많은 청년들이나 부모들은 그 정치인들에게 표를 찍으러 갈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현실상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변환이 사실상 가능한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다. 단순히 득과 실을 따져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병제가 포풀리즘이 되선 안돼”

현재 남과 북이 휴전선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현실에서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 한국군 방위력을 지금처럼 유지시킬 수 있는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모병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현재 세계나라들 중 가장 전쟁을 많이하는 미국이나, 세계전쟁사, 군사제도사를 언급하면서 모병제에서도 충분히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미국의 예를 보면 병역의 의무를 위해서 징집된 병사들 보다는 전문 직업으로서 군을 택한 모병제 아래서 자원한 군사들이 오히려 더욱 전투 효율이 높았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사례가 대단히 많았다. 오늘의 미국군은 장교들은 물론이지만 병사들도 “프로페셔널 솔져”(Professional Soldier)라고 부르기 족할 정도로 막강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징병제하에 징집된 병사들을 가지고 싸웠던 월남 전쟁과 오늘 미국이 모병제의 군대를 동원해서 싸우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보면, 모병제에 의한 군대가 얼마나 막강한 군대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모병제를 택할 경우 전문화 된 군대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군을 직업으로 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직업의식, 국가에 대한 소명 의식 등이 높은 프로페셔널 군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장점이 있다.

이런면에서 한국의 모병제 도입 논의를 주장하는 측은 지금의 한국 군대가 위기에 처했다는 상황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핵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현대전에서 “내 진지는 내가 지킨다”는 무조건적 충성과 전투의지, 재래식 전쟁의 관점으로 어떻게 안보가 유지될까? 병사들 에게 창의성이 아니라 농업적 근면성과 기계적인 업무만을 요구하는 군대가 과연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유달리 습관화되어 있는 평등의 관점때문에 징병제 유지에 대한 사회적 지지도가 높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자녀 시대에 인구가 충분하던 과거 산업사회의 고정관념을 반영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급격히 바뀐다는데 있고, 이제는 이를 앞서서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적 변곡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다.

▲ 북한의 남성은 10년 군복무가 의무이다.

▲ 북한의 남성은 10년 군복무가 의무이다.

이제는 1가구 1자녀 시대이고 사람의 목숨 값이 과거처럼 저렴하지도 않다. 인력자원을 공짜로 무제한 공급하던 과거 징병제의 토대는 이미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을 선두로 하여 유럽과 아시아의 대다수 국가가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모병제로 전환했거나 전환하는 중이다. 이들 나라들이 모병제에 수반되는 비용의 증가와 사회적 약자들이 군대에 집결된다는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모병제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적 추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전환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롭고 민주적인 환경에서 국가가 정의로운 전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이 점이 전제되지 않고 무조건 충성, 무조건 전투만 외치며 병사들을 윽박지르는 군대라면 징병제건 모병제건 성공할 수 없다. 걸핏하면 통제하고 감시하고 지시만 하는 한국의 군사관료주의와 이를 떠받치는 한국의 징병제가 더이상 존립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모병제의 성공사례가 한국에는

모병제를 하면 기업처럼 군대에서 꼭 필요한 인원만 선발하므로, 인재 활용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한국 군대에서 많이 보여지는 탈영(휴가 미복귀)율과 군 내부사고율(특히 자살)도 현저히 줄어 든다. 또한 병력이 지휘관 개인의 사병화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권침해가 상당히 적어진다. 군인 전체가 직업 공무원이므로 구타, 가혹행위, 병영 부조리, 내무부조리, 기수열외가 현저히 적어지며 조직력이 강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병제는 아직도 한국 현실에서 시기상조라고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강조하고 있다. 그는 2016년 한국의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북한은 핵실험, 안이한 대한민국: 국민은 불안하다̕ 강좌에서 모병제의 문제점과 징병제가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첫째,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들 “모두” 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헌법에서 요구한 국민의 의무인 군인의 임무를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업무로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헌법부터 바꿔야 할 것인데, 대한민국 헌법이 병역의 의무를 규정했던 당시에 한국이 처했던 안보 상황과 현재의 대한민국이 처한 국가안보 상황은 별로 달라진 바 없다.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중요한 의무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그래도 될 수 있을 정도로 국가안보 상황의 대폭적인 완화가 전제 되어야만 한다.

둘째, 2016년의 한국 안보 상황은 북한의 핵무장, 중국의 공격적 외교 정책 등으로 인해 전에 없이 안보 상황이 불안한 시점이다. 또한 북한이 급변 사태가 예상될 수 있으며 북한 급변 사태는 평정 작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 병력만 가지고 충분히 업무를 수행 할 수 있을지 조차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한국과 같은 경우 국가 안보는 미국 혹은 유럽의 나라들, 즉 국가안보 문제가 대한민국처럼 심각하지 않는 나라들과는 달리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 문제다. 국가안보가 필수인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가 이스라엘인데 그 나라는 여자들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
셋째, 최근 모병제 주장은 모병제 하에서 국방비가 얼마나 많이 드는가를 생각해 보지 않은채 하는 말 이다. 한 달에 월급을 얼마정도 주면 수십만 병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특히 군대를 가기 원하지 않는 국민이 유난히 많은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20-30만 수준의 병력유지가 어떻게 가능할까?

현재 징병제하의 군대는 사실상 거의 무임금의 군대다. 2016년 현재 대한민국 국군을 70만 대군이라고 말한다. 이중 절대 다수는 대략 월급 10만원-20여만원 정도를 받는 징집 병사들이다. 모병으로 군인이 된 병사는 최소한 공무원 평균 월급 수준 그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며(위험하고 자유가 없고, 오지에 근무해야 하고 등등⋯이유 때문에) 대략 200만원이라 생각하면 모병 병사 1인은 징집 병사 15-20명 정도의 월급이 들어가는 일이 되겠다. 현재 징 병에게 월급으로 지급되는 돈 가지고 모병 병사 5만 명도 모으기 힘들 것이다. 아무리 적어도 우리나라의 경우 (적어도 현재) 40-50만 명 정도의 병력이 필요할 터인데 그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이다. 모병의 경우 국가가 제공하는 식사 및 주거시설 역시 지금 수준보다는 대폭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돈 문제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물론 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일 것이지만 지금보다 얼마나 더 많은 국방비가 지출되어야 할지의 문제를 결코 간과 할 수 없다.

국가안보는 시장논리와 다르다

넷째, 경제적 이유때문에 군대에 가야 할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히 사회적으로 불만이 대단히 많은 계층일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약자 계층 출신인 이들 젊은이들에게 국가안보라는 가장 엄중 하고 위험한 일을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다섯째, 우리나라에 모병제를 선택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초가 있는가의 문제다. 전쟁이 나면 평민이 아니라 귀족들이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정신이 그 것이다. 과거부터 전쟁이 나면 관병이 아니라 의병이 들고 일어난 나라가 우리 선조국가의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우선 군대라는 직업이 사회에서 가장 존경 받는 직업의 하나이며 가장 훌륭한 인재가 모이는 곳이다. 미국 사회의 여러 제도들 중에서 국민으로부터 부동의 1위라는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조직이 바로 군대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는 판이하다. 기타 모병제가 되는 나라는 국가 안보가 한국처럼 심각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여섯째, 모병제로 만든 대한민국 군대가 국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지위의 문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될 수 있다. 현재 징병제 하의 대한민국 군대는 원천적으로 사회적 지위를 따져서 남과 비교해 보아야 하는 조직이 아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누구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젊은이라면 누구나 다 가야 하는 곳이기에 직업으로 인식될 필요도 없고 남보다 낮거나 높지 않다. 일곱째, 모병제를 하기위해 우선 우리 국민의 전쟁과 국제정치에 관한 본질적인 사고가 달라져야 할 것이다. “국가의 정의와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할 수 있느냐?”의 질문에 “그럴수 있다.”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수십% 이상 되는 나라여야 모병제가 가능하다. (미국 80%,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강대국은 현재 약 20%, 필자의 비과학적 여론 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거의 0%에 가깝다)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정치가, 엘리트, 국민들이 유난히 많은 나라에서 어떻게 수십만의 병사를 자발적으로 모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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