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구충제가 인간 암치료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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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야될지 의문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 미국인 조티펜스가 구충제로 폐암 치유를 설명하고 있다

▲ 미국인 조티펜스가 구충제로 폐암 치유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 코리아타운에 “구충제가 암을 퇴치한다”는 소문이 무섭게 퍼져나가고 있다. 서로들 문제의 구충제를 구하기에 열심이다. 2년 전부터 소문의 진원지는 한국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미국이라는 설도 있다. 하여간 동물에게 사용한 구충제가 인간의 암 치료에 쓰이고 있어 화제가 만발이다. 한국에서는 문제의 구충제가 동이나서 미국 등지에 주문이 쇄도한단다. 가격도 1년전에 한팩에 10불 미만이던 것이 40불로 올라갔다. 한국의 의학계나 보건당국과 식품의약처는 ‘인간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가 없다’며 ‘사용할 것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이를 사용했던 환자들과 가족들은 청와대까지 진정하면서 ‘허가하라’면서 ‘죽어가는 환자에게 마지막 소원을 들어달라’며 야단이다. 미국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지 않으나, 의학계에서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성진 취재부 기자>

1년 전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제임스 이(72, 가명)씨는 요즘 “세상 다시 사는 기분이다”면서 “살맛이 난다”고 했다. 그의 암세포가 죽었기 때문이란다. 암 말기 선고를 내렸던 의사도 고개를 갸웃등하면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씨는 6개월 전 지인의 소개로 강아지 구충제를 한국으로 부터 구입해 복용해 왔다. 우선 통증이 없어 좋았다고 했다. 어떤때는 4시간에 한 번 몰핀 주사를 맞아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PET 검사에서도 암 발생 부위가 전혀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결과다. 요즘 이씨는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구충제’ 이야기를 하며 다닌다고 한다. 기자가 만나 사연을 듣고 ‘사진 촬영을 하자’고 했더니, “나 말고 5명만 효과있으면 그때 함께 찍겠다”고 했다. 타운의 한 노인 부부는 이 구충제를 복용한 이야기를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이 약을 먹고 암을 고쳤다”면서 “내가 산증인이니 염려말고 복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은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모르고 있다”며 “하루 빨리 의사들이 이 약을 처방전에 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리아타운내 병원에서도 ‘구충제’ 이야기는 화제다. 지난 24일 D병원장은 기자를 만나자, “외래 환자 중에서 이 ‘구충제’를 먹고 있다는 환자로부터 ‘복용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면서 “그 환자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집도 의사가 나에게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 실린 ‘구충제’를 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암을 고

▲ 개그맨 김철민

▲ 개그맨 김철민

친다는 ‘구충제’ 이야기는 이미 상당히 LA한인사회에 퍼져 있었다. 웬만한 대형교회는 물론, 젊은 학생층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자가 UCLA학생 모임에서 ‘동물 구충제로 암을 고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는가’라고 했더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전해주어 알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이 약을 먹고 암치료가 됐다는 사람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암 환자들이 계속 사망하고 있다. 국내에서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이모 씨(73)는 “나는 항암 효과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강아지 구충제를 투약하지 않기로 했지만 많은 환자들이 구충제를 먹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폐암 환자와 그 가족 등 8만여 명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숨사랑 모임’ 운영진이기도 한 그는 “신약이 나와도 가격이 비싸 환자들이 쉽게 쓸 수가 없다”며 “쉽게 구할 수 있는 강아지 구충제에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절박한 심정에서 이를 투약하는 걸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암 환자들 사이에서 강아지 구충제의 주성분인 ‘펜벤다졸’(fenbendazole)이 말기암을 치료했다는 확인 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면서 보건 당국이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대한암학회는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이를 고용량으로 장기간 투여할 경우 장기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아지 구충제가 항암 치료제로 둔갑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말기 폐암으로 3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았던 조 티펜스(62, Joe Tippens)씨가 강아지 구충제를 먹고 완치했다는 증언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지난달 초 이런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공개돼 한때 조회 수 220만 회(28일 기준)를 넘어섰다. 동물약국에서는 펜벤다졸 성분이 들어간 파나쿠어, 옴니쿠어 등 동물 의약품의 품귀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문에 구충제가 동이나다’

지난 4월 미국 언론에서 조 티펜스 씨 사연이 보도되면서 큰 물살을 타고 있다. 당시 The Sun지에는 ‘암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고됐다. 기사에는 조 티펜스(Joe Tippens)의 암 극복 사연이 담겨 있었다. 조 티펜스씨는 2016년에 소세포 폐암을 진단받았다. 2017년 1월 에는 그의 상태가 간‧췌장‧방광‧위‧뼈 등 전신에 암이 전이, 의사로 부터 3개월 여명을 판정받았다. 이후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임상시험 제안받고 참여하던 중, 우연히 수의사가 온라인 포럼에서 주장한 글을 발견했다. 수의사는 쥐 실험시, 개 구충제가 여러 종류의 암치료에 효과 있었고, 4기 뇌종양의 과학자가 개구충약을 복용한 후 6주만에 암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구충약이 펜벤다졸(fenbendazole)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네이처가 발간하는 Scientific Reports에는 펜벤 다졸이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것으로 보고된 연구가 게재됐다. 조 티펜스는 임상시험 에 참여한 상태였지만, 의료진에게 개 구충제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그 외 비타민 E, CBD, 커큐민 등을 복용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2017년 5월, 조 티펜스는 PET 검사결과 암의 흔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9월 시행한 PET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왔다. 암이 치료된 것이다. 조 티펜스는 담당 의사에게 구충제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의사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2018년 1월 마지막 PET 검사 결과 역시 정상으로 나왔다. 조 티펜스의 이야기는 영국의 Dail Mail지에도 소개됐으며 ABC방송에서도 소개되면서 크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약을 처방하지 않고 치료에 대한 조언을 줄 자격이 없다”면서 “하지만…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2017년에 처음 구충제를 복용할 당시 약 가격이 불과 1주일 분이 5달러였다. 조 티펜스는 웹사이트에도 자신의 사연을 강아지구충제올렸다. 오클라호마 의학 연구재단의 스티븐 프로스콧 박사는 현재 조 티펜스의 케이스를 연구중이며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후 조 티펜스에게 펜벤다졸로 암을 치료한 40여명의 사람들이 이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 왔다고도 말했다. 온라인에서 해당 사연이 퍼지면서, 펜벤다졸 구입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관련 기사에는 “불안해서 막상 섭취하기 무섭다”거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용을 시작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CBS 방송이 아리조나에 거주하는 테리 리드(Tarley Reed)라는 여성이 2018년에 유방암 진단이 내려졌는데, 키모테라피 등 전형적인 암치료를 거부하고 자연 치유법으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고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여성은 주로 고효능의 비타민C와 올개닉 쥬스 등을 섭취하면서 암과 싸우고 있다고 CBS 방송은 전했다.

미국 신문과 방송 보도로 화제

암환자들 사이에서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에 이어, 화학구조가 비슷한 사람 구충제 ‘메벤다졸’ ‘알벤다졸’까지 인기다. 국내에서는 약이 동나면서 1000원대(미화 약 1달러)이던 약값이 웃돈을 얹어 수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암 커뮤니티에선 구충제 복용기와 복용법, 구입처 등 정보가 교환되고 있다. 국내에서의 이상 열풍은 미국의 말기 폐암 환자 조 티펜스(62‧남)가 펜벤다졸을 먹고 완치됐다는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뒤 나타났다. 폐암뿐 아니라 난소‧신장‧직장암 등 여러 암환자들이 구충제를 복용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먹어도 되냐고 정말 많은

▲ 테리 리드씨는 자연치유로 암을 퇴치하고 있다.

▲ 테리 리드씨는 자연치유로 암을 퇴치하고 있다.

환자가 묻는다”면서 “몰래 드시는 분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대한암학회‧대한의사회는 펜벤다졸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없어 효과와 안전성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상품 가치가 없어 제약사들이 개발하지 않는다는 주장부터 정부 주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국민 청원까지 나왔다.

이같은 구충제의 항암 효과는 사실일까.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논문이 대표적인데, 펜벤다졸이 세포의 형태와 분열에 관여하는 미세소관의 합성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을 어느 정도 억제한다고 밝혔다. 사람이 아닌 동물 실험 결과다. 이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는 4점대로 높지 않다. 40점대 세계적인 ‘네이처’ 출판사가 만드는 학술지라, 네이처 게재라고 잘못 알려졌다. 사람 구충제의 효과도 근거가 없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는 “메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살피는 5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지만 효과 없음 또는 미미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대호 교수는 “항암제로 쓰려면 효과가 있는 정도론 안되고, 효과가 매우 좋으면서 부작용이 적어야 한다”며 “기생충을 죽이는 약이라 체내 흡수율이 낮은데, 흡수를 높이려 많이 먹으면 간 독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간 독성이면 황달과 피로감, 식욕부진 등이 나타난다.

‘부작용으로 간 독성화 발생’

구충제처럼 미세소관을 억제하는 항암제는 이미 30여년 전 개발됐다. 파클리탁셀 등은 정상세포까지 손상시키는 1세대 독성항암제인데, 요즘은 1세대 항암제보다 2세대 표적항암제나 3세대 면역항암제가 많이 쓰인다. 실제로 미국에서 지난 4월 언론 기사로 이슈가 된 조 티펜스도 미국 전 대통령 지미 카터의 흑색종과 뇌종양을 완치시킨 면역항암제를 1년간 복용했다. 명승권 교수는 “그의 의무기록을 보면 2016년 8월 소세포 폐암을 진단 받고 10월부터 면역항암제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 12월 방사선 치료도 받았다”면서 “구충제를 2017년 1월 셋째주 부터 먹었다는데 1월말 PET-CT에선 암이 많이 사라졌고 4월 완전히 좋아졌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구충제 효과인가”라고 반문했다. 명 교수는 “산에서 암이 나았다는 환자들도 표준 치료가 효과를 보인 경우가 많다”며 “세포나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게도 효과를 보이고 안전성을 입증할 확률은 1만분의 1~2로 낮다”고 말했다. 항암제와 구충제를 동시에 복용하면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체내 약물 농도가 높거나 낮아져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물 부작용으로 지금보다 회복이 더 어려운 상태에 이를 수 있고, 이런 경우 보상도 안된다”면서 “개인의 표현 자유를 빙자해 잘못된 정보로 유포해 한시가 아까운 암환자들을 자극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BBC한국어 방송도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 논란에 대해 알아봤다. 펜벤다졸은 몸속 특정 세포를 사멸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구충제다. 한국내에서 펜벤다졸은 개, 고양이의 회충 등 동물의 내부기생충 감염의 예방 및 치료제로 허가돼 사용되고 있다. 동물에게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허가된 이 펜벤다졸이 현재 ‘암’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폐암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 씨가 최근 펜벤다졸을 4주째 복용하고 있으며 통증이 반으로 줄었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한 번 펜벤다졸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해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또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없을 수 있으나 항암효과를 위해 고용량, 장기간 투여 시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존 항암제를 투약하고 있던 환자의 경우 펜벤다졸을 함께 복용할 시 약물 상호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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