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에 몰린 ‘황교안’의 헛발질 정치초년생이 정치9단들을 뭣으로 이기나?

이 뉴스를 공유하기

좌충우돌 리더십에 사방에서 ‘총선 필패론’

야당대표가
대통령병에 걸려
‘자멸의 길’
자초하고 있다

황교안문재인 정부는 이명박근혜 정권 9년의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을 등에 업고 탄생했다. 취임식을 통해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었던 지금 대한민국은 또 다시 가야할 길을 잃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였던 남북관계는 한발 짝도 앞으로 못 나아가고 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현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정의의 민낯이 드러났다. 경제도 바닥을 기고 있다. 경제불황의 여파가 본국은 물론 이곳 LA한인사회에 그대로 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대통령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야당이 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야당은 오히려 정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황교안 대표의 존재는 문재인 대통령의 폭주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가 대통령병에 빠져 아무 것도 보지 못하면서 이번 총선 역시 여당 승리가 거의 확실해 보인다. 특히 그는 전광훈과 같은 막말 사이비목사들이나 친박계 간신들 사이에서 한발 짝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스스로 망하는 길을 자초하고 있다. 총선을 약 100일 앞둔 상황에서 본국의 정치상황을 <선데이저널>이 짚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1월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 다음 달인 2월27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입당한지 불과 43일 만에 당대표가 됐다. 이후 10개월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종류의 투쟁을 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강경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황교안 대표는 초기에 당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대표가 되기 전부터 ‘컨벤션 효과’로 오르기 시작한 당 지지도는 20%대에 안착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도 한때 1위를 달렸다. 정치적 환경도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2019년 4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법, 공수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면서 여야 대치 국면이 시작됐다. 황 대표는 여야 대치 국면을 활용해 당내 리더십을 쉽게 굳혔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현직 의원도 아닌 그의 리더십에는 한계가 있었다. 계속되는 장외집회에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국 사태’가 터졌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는 악재였지만 황교안 대표에게는 호재였다.

20% 지지율 답보 ‘한계 드러나’

조국 전 민정수석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부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특별감찰반 논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이 드러나는 가운데, 황 대표는 조 전 수석에 대한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며 지난해 9월 16일 삭발식을 거행했다. 그 해 11월에는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 공수처법·공직선거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11월 2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결국 농성 8일차에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황 대표의 대여 강경 투쟁에도 불구하고 ‘4+1’의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이 연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로 기소했다. <선데이저널>이 줄기차게 10여회를 집중 보도했던 우리들병원 1400억 불법대출 비리관련 의혹을 비롯해 검찰이 던져준 먹이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 했다.

황 대표의 현실은 당지지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당 지지율은 지지부진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틀 간 정당 지지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41.9%, 한국당은 32.9%로 집계됐다. 양당 격차는 9%포인트를 기록했다. 중도층에서 민주당(39.0%→42.2%)이 40%대를, 한국당(29.0%→33.6%)이 30%대로 진입했지만, 한국당 지지율을 40%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황교안 리더십을 재점검해야 할 때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광훈과 같은 막말 사이비목사들이나 친박계 간신들 사이에서 한발 짝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스스로 망하는 길을 자초하고 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광훈과 같은 막말 사이비목사들이나 친박계 간신들 사이에서 한발 짝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스스로 망하는 길을 자초하고 있다.

그렇다면 황교안 대표가 그동안 한 일은 무엇일까. 주로 자신의 대선주자 이미지 쌓기였다. 자유한국당과 나라를 위해서는 별로 한 일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는 일과 관련해서는 거의 아무 것도 못 했다. 물론 그에게도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일단 원외 인사 출신 당대표라는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만 몰두했다. 자신이 대통령과 동급이라도 되는 양 1:1 영수회담만을 고집한 채 정권에 끌려 다녔다. 세력이 마땅치 않은 황 대표가 내부 반발을 뚫고 쇄신ㆍ통합 같은 난제를 달성하려면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하는데 태극기 부대와 같은 ‘아스팔트 우파’에 기대면서 황 대표의 지지 저변이 오히려 옅어졌다. 그렇다고 그가 대선주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한 것도 아니다. 실제 지난해 1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였던 황 대표는 6월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뒤 계속 2위에 머물고 있다.

끝까지 공천권 인사권 쥐고 안 내려놔

결국 상황이 이처럼 꼬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황 대표 자신에게 있다. 자기희생 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도 않고 있다. 통합을 위해서는 자신의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황 대표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고만 할 뿐 공천권과 인사권을 내려놓겠다는 말이 없다. 그게 바로 대통령병에 걸렸다는 의미다.

이번 총선에서 공천권과 인사권을 행사해야만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저 권력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해 11월 보수통합론을 제기하면서 “소아를 버리자, 대의를 위해 각자의 정치적 입지를 내려놓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자신은 내려놓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만 내려놓고 자신이 터 닦은 통합추진위회라는 집으로 무조건 들어오라는 식이다. 결국에는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이나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은 ‘총선이 다가워질수록 다급해지면 들어오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진들에게 험지출마를 요구하는 것도 리더십이 아닌 공천갑질이다. 정치인의 리더십은 솔선수범에 있다. 자신은 어디에 출마하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홍준표, 김병준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 등에게 무조건 수도권 출마를 요구하는 것도 정치도의에 벗어나는 일이다.

계속되는 헛발질에 퇴진론 확산

황교안 대표의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알려진 김종인씨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국민의당과의 분당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꺼내든 카드였다. 문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당 운영에서부터 공천에 이르는 전권을 넘겼다. 당시 문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다면 새정치연합이 20대 총선에서 127석을 확보하며 제1당에 오르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에게서 전권을 넘겨받은 김 전 비대위원장은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 가리지 않고 공천 쇄신의 칼을 휘둘렀다. 현재 민주당 1인자인 이해찬 대표를 포함해 친노 원로그룹인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정청래 전 의원 등이 당시 공천에서 모조리 배제됐다. ‘물갈이’와 함께 진행된 인재 영입은 대중에게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 김병관 웹젠 대표, 이철희 시사평론가, 박주민 변호사,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이 분야별 전문성을 인정받아 영입됐다. 이들은 새정치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대통령병에 걸린 황교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 기득권을 내려놓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당안팎에서 황 대표의 퇴진론이나 뒤이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황 대표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과거 두 차례 위기 때처럼 실기했다는 비판에 놓이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리더십이 약발이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황 대표의 퇴진론은 지난해 2월 27일 취임한 뒤 3번째 찾아온 위기다. “위기 모면용”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황 대표의 앞선 2차례 리더십 위기 대응 방식을 거론한다. 황 대표는 지난해 9월 ‘1차 위기’를 맞았다. 조국 사태 초기 주요 국면에서 대응이 늦어 실기(失期)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삭발을 통해 오히려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는 돌파구를 열었다. 황 대표는 지난해 11월 박찬주 전 대장 영입 논란,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사퇴 후폭풍으로 ‘2차 위기’에 몰리자 이번엔 단식으로 고비를 넘어갔다. 한국당 관계자는 “인재영입 논란이 일어났으면 영입 과정의 문제점을 찾아서 푸는 게 순서다. 그건 그대로 둔 채 삭발ㆍ단식 카드를 꺼내니 ‘위기 모면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대응 방식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 이들 사이에서도 ‘고구마 리더십’에 대해선 뒷말이 나온다. 결정이 늦고,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불만이다. 험지출마 선언도 진즉 했어야 한다는 말이 많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정치판에서 퇴진론은 한 번 불어지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그렇다고 황 대표가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고 방식은 정치인이 아니라 종교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마 그는 지금 물러나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물러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게 정치판의 생리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