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대우해양조선 미국 분식회계 사건 ‘딜로이트안진’에 사상최대 과징금부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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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해양조선 엉터리감사보고서 미 증권거래소 제출’로

공적자금 7조원 피해 끼쳤는데
과징금이 고작 35만 달러라니…

▲ 딜로이트안진 서울 여의도 빌딩

▲ 딜로이트안진 서울 여의도 빌딩

지난 2013년 5조7천억원대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눈감아 준 혐의로 적발된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과 안진의 회계사 2명이 지난해 말 미국 회계감독위원회로 부터 과징금 부과명령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딜로이트안진은 2014년 3월 회계감독위원회로 부터 감사통보를 받고도 약 한달 뒤 ‘적정’이라는 감사보고서를 발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한국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이 지난 2016년 말 이를 적발, 2017년 영업정지처분 등을 내린 것을 감안하면, 회계 법인을 감독해야 할 회계감독위원회의 과징금처벌은 늦장징계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미국의 대표적 분식회계사건인 ‘엔론사태’를 계기로 회계법인의 감사 실태를 자율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회계감독기구인 회계감독위원회[PCAOB], 이 기구가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관련,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과 소속 회계사 2명에 대해 제재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회계감독위원회는 지난해 10월 31일자로 회계감독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으며,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딜로이트안진에 35만달러, 위설향상무[회계사] 및 이현승 회계사에게 각각 1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본보가 확보한 제재명령서에 따르면 위설향상무는 대우조선해양 감사보고서 발행 최종책임자, 이현승 회계사는 감사실무책임자 로서 회계규정 등을 어기고 분식회계를 눈감은 혐의로 제재명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회계감독위원회가 한국회계법인에 부과한 과징금중 사상최대이다.

5조7천억원의 분식회계 눈감아줘

제재명령서에 따르면 회계감감독위원회는 지난 2014년 3월 25일 딜로이트안진에 ‘2014년 7월 14일부터 서울을 방문, 안진에 대한 현지감사를 벌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딜로이트안진은 이 같은 현지감사통보에도 불구하고, 약 5조7천억원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주고, ‘적정’이라는 판정을 담은 2013년말기준 대우조선해양 감사보고서를 작성, 같은 해 4월 30일 미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 대우조선해양 본사전경

▲ 대우조선해양 본사전경

회계감독위원회의 서울 현지감사는 2014년 7월 14일부터 7월 24일까지 약 11일간 진행됐으며, 이때 딜로이트안진측은 회계관련자료를 담은 디지털문서와 종이문서등을 제출했으나, 이 종이문서와 회계장부의 숫자가 변조돼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보고서 발행 책임자인 위상무와 감사실무책임자 이회계사등은 현지감사기간동안 수차례 회계감독위원회 감사팀을 만났지만, 감사팀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감독위원회는 제재명령 발부 10일 이내에 과징금을 납부하라고 명령했으며, 제재명령장 원본은 물론 한글번역본을 회사 전 직원들에게 30일간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또 90일내에 재발방지를 위한 적절한 내부절차를 수립하고, 90일내에 전직원에게 4시간동안 이를 교육하라고 명령했다.

회계감독위원회가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분식회계를 눈감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딜로이트안진에 대해 공식적으로 제재를 가한 것이다. 하지만 회계감독위원회의 이 같은 제재는 한국에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가 적발된 것이 2016년 말, 1년 업무정치저분이 내린 것이 2017년 3월임을 감안하면, 너무나 뒤늦은 늦장징계라는 비판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과연 자율적 감시기구의 자정능력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분식회계 적발하고도 ‘적정의견’ 보고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사건이란 2013년도 외부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이 5조7천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적발하고도 이를 묵인, ‘적정’의견을 내놓았다가 분식회계의혹이 불거지자 뒤늦게 이를 수정한 사건을 말한다. 딜로이트안진은 적정의견을 낸지 2년 뒤인 지난 2016년 3월 ‘2015년 추정 영업손실 5조5천억원가운데 약 2조원을 2013년과 2014년 재무재표에 나눠서 반영했어야 한다’며 대우조선해양측에 정정을 요청했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7700억원, 2014년 7400억원, 2015년 2조9천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며 재무제표를 수정, 공시했었다.

▲ 회계감독위원회는 딜로이트안진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관련, 지난해 10월 31일 35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 회계감독위원회는 딜로이트안진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관련, 지난해 10월 31일 35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 금융감독당국과 사법당국이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 검찰은 2016년 11월 2일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경영진이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수천억 원의 흑자를 냈다며 ‘적정’이라는 외부감사의견을 내줬다며 배모회계사를 구속했었다. 배씨외에도 엄모상무, 임모, 강모 회계사 등이 모두 구속 기소됐고, 1심에서 엄모상무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임모-강모 회계사에게 징역 1년 6월, 배회계사에게 징역 2년6월형이 선고됐고, 2017년 12월 7일 항소심에서도 1심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또 2018년 3월 5일 대법원도 이들의 상고를 기각, 유죄를 확정했다.

더 큰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은 딜로이트안진으로 부터 적정의견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3조원이상의 대출을 받았으나 갚지 못했고, 결국 공적자금이 7조원이나 투입됨으로써,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결과를 초래했고, 국가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3월 24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대해 2017년 4월 5일부터 2018년 4월 4일까지, 1년간 모든 상장회사와 금융회사에 대한 신규감사업무를 금지시켰었다. 또 대우조선해양에 분식회계와 공시위반혐의등을 적용, 최대행정재재인 과징금 45억4500만원을 부과했었다.

솜방이 처벌에 날개 달은 ‘안진’

이처럼 한국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 딜로이트안진의 부정을 밝혀내고 1년 업무정지의 중징계를 내렸지만, 정작 자율감독기구인 회계감사위원회는 지난해 말에야 뒤늦게 제재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늦장제재 덕택에 딜로이트 안진은 다시 국내최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외부감사인으로 지정되는 등 날개를 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사건이후 2017년 회계법인과 기업간의 유착을 막기 위해 ‘주식회사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감사인 지정제가 실시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처음으로 감사인 지정제가 적용돼 외부감사인 지정회사 220곳을 선정, 24개 회계법인에 제비뽑기식으로 나눠줬으며, 공교롭게도 분식회계를 눈감은 혐의로, 감사인 지정제도입의 단초를 제공했던 딜로이트안진이 국내최대기업 삼성전자를 꿰찬 것이다. 감사인지정제 원인을 제공했지만, 최대수혜자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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