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박근혜 옥중편지 ‘노림수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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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위선 독선적 정치로 인해 살기가 더 힘들어졌으니 뭉쳐라?’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 편지인가
정치적사면 노린 ‘꼼수’편지인가

박근혜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자필 편지’가 3월 4일 전해진 이후 본국 정치권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즉각 “천금과 같은 말씀”이라고 극찬한 반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악의 정치재개 선언”이라고 반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국기문란 행위” 등 격한 표현을 쓰면서 성토했다. 당장 시민단체는 박 전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3월 11일 이 사건을 공공수사부에 배당했다. A4 4장짜리 편지에 여야가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인 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 선거는 본국에서 치러진 그 어느 선거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정권 3년차에 치러지기 때문에 정권심판론과 국정안정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초대형 변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해도 총선은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야당의 일방적 승리가 점쳐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방역 대책에 대한 국제적 찬사가 나오면서 정부 야당이 완전히 불리한 국면으로 가고 있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조그마한 변수 하나가 선거판을 뒤흔들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과연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의 노림수는 무엇인지 <선데이저널>이 집중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3월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대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신에서 가장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 명이 되고, 30여 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부디 잘 견디어 이겨내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저는 지난 2006년 테러를 당한 이후 저의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고 그 삶은 이 나라에 바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췄지만, 북한 핵위협과 우방국과 관계 악화는 나라의 미래를 불완전하게 만들 수 있기에 구치소에 있으면서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하여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 잘못되는 거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 터진다는 목소리도 많았다“며 “하지만 저의 말 한마디가 또 다른 분열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 그렇지만 나라 장래가 염려돼 태극기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떠올리면 맘이 편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송구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민들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따라 이합집산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 드린다”며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며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며 글을 마쳤다.

“아직 내가 TK 여왕”

앞서와 같은 박 전 대통령 서신의 핵심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다. ‘코로나19’ ‘대구·경북’‘거대야당’ 등이 그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라는 현 상황에 대한 원인이 현 정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의 어려움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거대야당, 즉 미래통합당으로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보수 야권은 미래통합당 이외에도 자유공화당과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으로 분열되어 있는데, 이들의 공통분모는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편지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미래를 향한 전진 4.0이 합쳐 미래통합당이 출범했지만 총선 전까지 보수가 이 처럼 분열됐을 경우, 다가올 총선에서 자칫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박 전 대통령이 옥중서신 형태로 정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고통 받은 TK 지역의 여러 시민들에 대한 위로를 통해 ‘TK의 맹주는 본인이다’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서신을 통해 가장 강조하는 내용은 보수통합이지만, 편지 내용과 공개 시점 등을 따져봤을 때 진짜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으로선 미래통합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원내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향후 사면 등에 있어서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그 전제는 박 전 대통령 스스로가 미래통합당에 대한 최소한의 영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서신을 통해 총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은 분명하다. 박 전 대통령이 총선 승리를 갈망하는 이유는 현재 자신을 둘러싼 사법 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박 저 대통령은 32년형이 선고가 돼서 대법원에 파기환송심이 진행이 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재판 자체를 일종의 사법적 심판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 재판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걸 풀 수 있는 길은 사법 절차가 아니라 결국 정치적 해법이란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 정치적 해법을 풀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면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 보수 야권이 승리해야만 된다고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또 보수 야권이 승리해야만 자신에 대한 역사적 평가, 정치적 재평가도 가능할 수 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정치적 재기까지 꿈꿀 수 있다고 나름대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러올 가능성

총선을 한 달여 남긴 시점에 ‘옥중 정치’에 나선 것은 지지층을 규합하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 정치’가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수 야권의 통합을 촉진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국정농단’과 ‘탄핵’의 기억을 소환해 촛불세력의 재 결집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래통합당을 다시 ‘박근혜 영향권’으로 묶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메시지는 보수야당 입장에서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합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총선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 것이냐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인해 보수야권,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해서 통합을 하는 것 자체가 사실 새누리당으로 회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에는 정권 심판론보다는 야당 심판론이 부각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이 옥중에서 이런 식으로 선동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서 중도층, 무당층 표심도 부정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본국 경제지인 ‘서울경제’가 3월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에 반대하는 여론이 7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석방론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50.5%, ‘공감하지 않는다’는 17.7%였다. 석방론에 ‘매우 공감한다’는 여론은 13.9%에 불가했고, ‘공감한다’는 여론은 14.7%였다. 실제로 국가적 재난 상태에 있어서 여러 가지 국난 극복을 위한 메시지가 아니라 어느 특정정파의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보이는 행동이 중도층에는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반대적으로 봤을 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기존의 범여권의 지지층들이 상당히 결집하고 있다.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놓고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데에는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서신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에 비추어봤을 때 특정정치인을 지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사유 중에는 2004년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정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발언한 내용이 포함됐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공무원 신분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당시 헌재는 이런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헌재는 “선거운동의 개념은 ‘특정한’ 또는 적어도 ‘특정될 수 있는’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행위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특정 정당의 득표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도 그 정당의 추천을 받은 지역구 후보자의 당선을 목표로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도 선거운동의 개념을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 경우에도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통해 당선시키려고 하는 정당 후보자가 특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헌재는 “당시 발언이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았으므로 이런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이라는 ‘목적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2004년 4월 15일 총선과 시간상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만, 대통령 발언은 선거운동을 향한 능동적 요소와 계획적 요소를 인정할 수 없다”며 “선거운동의 성격을 인정할 정도로 상당한 목적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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