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 없는 감독 때문에…’ 4.15 총선 폭망 초읽기
황천(황교안 공천)으로
황교안 ‘황천길 가게 생겼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인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사리사욕이 통합당의 총선 패배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총선을 바탕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고 보니 불협화음이 나고, 여당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정치상황이 오든 권력이 한 쪽에게 쏠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고, 이를 위해 야당의 견제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헛발질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로 잘 알고 지내지 못하던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정윤회 무속인으로 알려진 이세민이지만 결국 서로의 욕심 때문에 두 사람은 전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는 잘 알려진대로 이번 총선을 계기로 차기 대선에 도전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 중이고, 김종인 위원장은 총선 승리 후 개헌을 하고 자신이 총리직을 하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지향점이 다르다보니 겉으로는 함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총선 후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딴주머니를 차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미래통합당은 당초 목표 과반수는 어림도 없고 130석을 넘기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원래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이런 얘기는 지난 주 본지가 보도했던 기사에도 나와 있다. 그런데 기자들이 본국 시간으로 지난 6일 김 위원장에게 황 대표와의 인연을 물었다. 기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황 대표의 장점을 묻자 “잘 모른다. 기껏해야 이번에 여기(통합당) 오면서 몇 번 만난 것밖에 없다”고 했다. “인간적으로 이 위원장이랑 더 가깝냐”는 말엔 긍정의 웃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스스로가 황 대표와 별 인연이 없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그렇다면 황 대표가 김 위원장을 찾아가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제안했던 데에는 반드시 그 연결고리가 필요했다는 결론이 난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지난 주 본지가 보도했던 정윤회 역술인으로 유명한 이세민이다. 본국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 위원장과 황 대표 사이에 다리를 놓은 인물은 이 씨를 비롯해 현재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중진 정치인과 재선 여성 국회의원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 의원은 김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몇 년 전부터 언론에 소개된 인물이다. 본국 한 취재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한 당 중역이 지난 2월 말에서 3월 초순 이 씨를 찾아가 김 위원장의 합류 여부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후 김 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다. 두 사람이 겉으로는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두 사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총선 이후 플랜이 달랐기 때문이다. 본국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한 후 이를 바탕으로 대선 후보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종인 위원장은 대권은 어렵지만 총선에서 승리하면 개헌 후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총리에 욕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아예 대권욕을 접은 것도 아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대선에서도 슬그머니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가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 바 있다.
황-김 헛발질에 모든 노력이 수포
전략적 계산으로 인해 두 사람이 손을 잡았지만 이런 동거가 총선 이후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단 황 대표가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저질러 놓은 실책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비교적 잡음 없이 진행됐던 통합당 공천은 황 대표 개입이 본격화되면서 엉망이 됐다. 일단 황교안 대표는 공천과정에서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으며 자기 사람을 챙겼다. 정치권에서는 공천 뒤집기가 결국 ‘친황계의 반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 체제 하에서 친황을 아우르는 친박계 혹은 황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며 ‘위기감’을 느끼면서 공천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결국 총선 이후를 위해서라도 황 대표가 ‘자기 사람 챙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 밖에 할 수 없다. 예컨대 두 번이나 뒤집힌 끝에 인천 연수을에서 살아남은 민경욱 의원이 ‘대표 친박’이자 황 대표 체제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점이 지적된다. 황 대표는 총선 후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전당대회에서도 자신과 가까운 의원을 밀어 대선 가도에 지장이 없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황 대표의 월권으로 미래통합당은 초유의 공천관리위원장 사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남기게 됐다. 황 대표가 공천에서 존재감을 드러낼수록 공천이 혼란상태로 빠져든 것이다.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공천과정은 그야말로 막장이 따로 없었다. 황 대표는 자신이 임명한 한선교 대표와 비례대표 공천 지분 싸움을 벌여 ‘막장 드라마’란 비판까지 받고 있다. 한 대표의 독자 행동이란 평가도 있지만, 한 대표를 임명한 사람은 황 대표다. 특히 지분 싸움이 본격화한 이후에도 명단 변경 과정까지 지켜본 뒤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시키고 한 대표를 사실상 사임시키면서 사태를 장기화했다.
이처럼 이미 리더십을 잃은 황 대표를 향한 당내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지상욱 중·성동을 후보는 6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우리가 열심히 새벽부터 뛰더라도 당 지도부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 나온다면 저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같은 표현이라도 적절한 표현 사용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지 후보는 “지역에서 뛰다 보면 당의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우려가 든다”며 “당의 메시지는 지역에 하달되는 만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황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문병호 영등포갑 후보는 “이번 선거는 경제 파탄, 경제 실정에 대한 대안 제시를 해야한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 중앙당 차원에서 메시지를 단일화해 일관적으로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김 위원장이 경제 전문가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스피커 용량은 최대한 키우고, 다른 지도부의 용량은 최대한 줄여서 메시지를 단일화해 내보내야 한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국민들이 중앙당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황 대표가 입을 다물어 달라는 얘기다.
앞서 이은권 대전 중구 후보는 5일 대전권역 선대위 회의에서 “유권자들에게 들은 말씀을 전달하겠다.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 선거법을 꼭 지켜라”면서 “그리고 중앙당 차원에서 제발 헛발질하지 않도록 건의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배경에는 수도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황 대표의 실언 논란이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황 대표가 조금 더 강한 발언, 조금 더 강한 워딩으로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모습에 수도권 후보들은 표가 떨어질라 전전긍긍 중이다.
김종인, 구원투수 아닌 패전투수 될 것
그렇다고 김 위원장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느냐,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통합당은 김 전 대표 영입을 통해 중도층 확장과 당력 결집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김 전 대표가 직전 총선에서 민주당 수장을 맡는 등 철새정치인, ‘정치 기술자’ 이미지가 강한 데다 선거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아 성과를 내는 구원투수가 되긴 힘들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본국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는 4월 2일 4월 1주차 주중동향을 발표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6%p 하락한 43.0%를 기록했다. 미래통합당은 1.8%p 하락한 28.2%다. 미래통합당 지지도는 창당 후 처음으로 30%대 밑으로 떨어졌다. 김 위원장을 영입했으나 오히려 지지도가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창당 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에게 남은 것은 총선 후 서로에게 패배의 책임을 돌리는 것뿐이다. 당장 총선 결과에 따라서도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이 높다. 패배할 경우 책임론을 놓고서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삼고초려를 해서 김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선거 패배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차원도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있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의 성격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과거 자신을 영입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결국 갈라섰다. 워낙 본인의 색깔이 뚜렷해 기존 주류 진영(친박·친문)에 좀처럼 녹아들지 못했던 탓이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친박 및 친문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황 대표가 김 위원장을 영입하면서 불거진 잡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둘 사이의 ‘불씨’가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