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압승에
황교안 김종인이 1등공신
4월 15일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유권자들은‘견제’나 ‘변화’ 대신 ‘안정’을 택했다. 특히 민주당은 기존 원내 1당을 사수하는 것을 넘어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단독으로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거여’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블랙홀’ 현상에 더해 공천 파동과 막말 논란 등 막판에 터진 각종 악재도 통합당 패배에 적잖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통합당은 출구조사가 현실화할 경우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민주당의 압승은 문재인 정부 하반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임기를 2년 정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은 여대야소 정국이 조성되면서 ‘레임덕̓이 없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게 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확보하면서 이른바 개혁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다.
개헌 빼고는 뭐든 할 수 있는 의석수
특히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토대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선거 운동 기간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당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권 4년차로 접어드는 시점에서는 여당 후보들이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 후보 중 누구도 대통령에 대해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 후반기로 갈수록 당청 관계에서 원심력이 커지면서 당이 전면에 나서는 경향이 있으나 이번에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했다는 평가에서다. 나아가 민주당이 실제 과반 의석을 달성하게 되면 정부·여당은 국무총리와 대법관 등 국회 인준이 필요한 인사에 대한 부담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야당의 반대에도 단독으로 인준 가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앞으로 국회 운영에 있어 민주당은 보다 과감하게 입법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가령 지난해 연말 패스트 트랙(신속처리 안건)정국에서 이전에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통합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군소 야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었으나 이제는 단독 추진도 가능해졌다는 점에서다. 만약 민주당과 시민당에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을 포함해 범진보 진영의 의석이 180석이 넘어갈 경우 국회 선진화 법도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패스트 트랙 법안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200석이 필요한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황교활의 몰락
반면 통합당은 선거 참배를 둘러싼 지도부 책임론이 터져 나오면서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당장 이번 선거에 일차적 패배를 지고 있는 황교안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으면서 대권주자로서 효용성을 상실했다. 당장 서울 종로에서도 패배한 황교안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탄핵 당시 총리였던 사람이 당의 얼굴이 되면서 선거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도층 민심을 얻는 데 근본적 한계를 갖게 됐다. 황교안 대표는 이후 당의 혁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작은 기득권에만 연연하는 인상을 줬다.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은 커녕 국민 앞에 내세울 대표 공약 하나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었다.
황 대표는 공천 막바지 ‘사천’ 논란과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한선교 전 대표와의 갈등,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불거진 ‘차명진 막말’ 파동 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 휘말린 상황이다. 특히 황 대표는 이번 선거가 본인에게도 차후에 당을 이끌어 갈 역량이 있는지 증명하는 바로미터였다. 민주당 세가 강해 험지로 평가받는 종로의 싸움에서는 패배하더라도, 총선 전반에서 통합당이 유리한 의석수를 점할 경우 당대표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100석을 간신히 넘는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측되며 황 대표의 당권·대권 행보도 결국 멈추게 됐다. 이렇게 되면 당 리더십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조기 전당대회 주장과 함께 당권과 노선 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