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참패 막전막후] 배부른 돼지의 비참한 몰락 대패 원인 5가지 키워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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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김종인 ‘전술 전략은 고사하고…작전도 없었다’

‘총선’을 보면
‘대선’이 보인다

의석수지난 4월 15일 치러진 총선에서 ‘배부른 돼지’ 미래통합당은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선데이저널>은 선거 두 주 전부터 통합당의 패배를 예고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수치스러운 패배를 당했다. 본지는 4월 초 보도에서 “미래통합당은 당초 목표 과반수는 어림도 없고 130석을 넘기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는데, 결국 100석을 간신히 넘기는 초췌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여당이 개헌 빼고는 뭐든 할 수 있는 의석을 얻었음에도 통합당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여전히 총선패배의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고 있다. 사전선거 투표함 조작과 같은 외부 요인이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이라는 어이없는 발상으로 본질을 빗겨나가려 애쓰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이토록 몰락한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를 <선데이저널>이 미래통합당의 5대 실책을 짚어 보았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미래통합당의 패배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나 좌파가 아닌 다름 아닌 내부에 있었다. 물론 코로나19라는 세기적 대변수가 있긴 했지만 코로나19가 없었다 하더라도 보수가 이기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미래통합당은 30%의 지지에 취해 변신에 실패했다. 한참이나 철지난 김종인 카드, 무능력하고 사리사욕 교만에 가득 찬 황교안 전 대표 등이 가장 큰 원인이고, 그 다음 두 번 째 원인이 막말논란이다. 이대로라면 2022년 총선에서도 문재인 정권의 폭주는 계속될 가능성이 자명하고 미래통합당이나 우파진영의 무참한 몰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는 그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천지분간을 모르고 무조건 목청만 높아대던 보수 우파 세력들은 전술 전략은 고사하고 작전 대열조차 갖추지 못한 채 철부지 황교안을 에워싸고 눈을 가리고 한참이나 철지난 구식 환상경제이론으로 경제 개혁을 외쳐댔던 철새 정치인 김종인의 영입에 유권자들을 눈을 돌렸다.

황교안패배원인1. 김종인과 황교안의 ‘막장 투톱’

<선데이저널>은 선거 전 두 번에 걸쳐 김종인 전 총괄선대본부장과 황교안 전 대표의 리더십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본국 언론 등에서는 김 전 본부장이 중도층의 표심을 어느 정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통합당은 노욕에 물든 김종인이라는 80노인의 환상에 빠져 있었지만, 사실 그는 구국충정의 달콤한 말 뒤에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리사욕에 빠져 있던 사람이었다.

지난 대선 때도 대통령 출마선언까지 했으나 그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전두환 노태우의 대표적 부역인물이며 동화은행 뇌물혐의 사건으로 구속돼 2년6개월의 실형을 살았으며 박근혜 문재인을 넘나들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던 구시대적 관료출신 정치인이다 . 또 그는 정윤회 역술인으로 알려진 이세민과 가깝게 지내는 등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었다. 김종인도 김종인이지만 황교안 전 대표는 패배의 일등공신이다. 당 선거에서도 지고, 본인 선거에서도 졌다. 그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막장 발언은 선거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 본지는 총선 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막장극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두 사람은 볼썽사나운 총질을 해대고 있다.

황교안-김종인, 두 사람은 애초에 결합이 불가능한 조합이었다. 황 전 대표는 잘 알려진 대로 이번 총선을 계기로 마치 차기 대통령이나 된 듯이 차기 대선에 도전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취해 있었고, 김종인 전 위원장은 총선 승리 후 개헌을 하고 자신이 총리직을 하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지향점이 다르다보니 겉으로는 함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총선 후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딴 주머니를 차고 있었던 것이다.

패배원인2. 부메랑으로 돌아온 막장공천

통합당의 공천에는 전략이 없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과감한 인재 영입을 통한 공천 혁신을 하겠다”고 장담했고, 민주당 586 운동권 세력 퇴출을 얘기했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공천을 하지 않았다. 통합당은 보수 통합 일정이 늦어지다 보니 단단하고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펼칠 시간이 없었다. 통합당의 공천 실기(失期)는 두 가지에서 두드러진다. 하나는 ‘기만적’ 청년 공천이고 다른 하나는 ‘공천 피로도’다.

3040세대에 취약한 통합당은 청년 인재 영입에 신경 써야 했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변화와 미래에 대한 어젠다를 선점했어야 했는데 이를 무시해 실패했다. 상징성 있는 청년 후보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경기도 지역구 10곳에 ‘청년벨트’를 설정하고 ‘퓨처메이커(미래 창조자)’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청년들을 배치했다. 그러나 김민수 후보(경기 분당을) 외에는 청년 후보들이 아무런 지역연고가 없었고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험지’에 거의 버려지듯 내리꽂혔다. 경험도 전무하고 당의 도움도 없다 보니 보수세가 강한 경기 분당 을에서 조차 패배했다.

현역의원 11명 중 8명이 대거 불출마 선언해 공천 길을 터준 부산은 오히려 가장 심각한 공천 논란을 일으킨 지역이 됐다. 논란의 핵심은 이언주 의원 공천, 후임 공천, 공천 번복이다. 이언주 의원의 부산 출마는 처음부터 명분이 없었다. 영도구 공천을 놓고 분란만 일으켜놓고 남구을에 안착함으로써 부산 전체 선거판을 뒤틀어버렸다. 불출마를 선언한 몇몇 의원은 자신의 직계 후임들에게 기회를 줬다. 부산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부산 공천 파동은 통합당 공천의 미비함을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반면 당의 ‘컷오프’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한 4명은 국회로 생환했다.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의원이다. 모두 ‘거물급’이다. 평소에도 막말로 분란을 자주 일으킨 차명진 후보를 공천하고, 민경욱 의원에게 재기회를 주고, 김미균 시지온 대표는 검증 부재 논란으로 하루 만에 공천이 번복되는 등 선거 직전까지 ‘공천 피로도’가 높아졌다. 그 과정에서 개혁 공천은 퇴색했다.

패배원인3. 제어못한 막말 유권자 피로감

선거에서 막말은 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프레임이다. 많은 사람은 타인의 영향으로 자신의 태도와 행위를 결정한다. 프레임이 개입되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고립되는 걸 염려한 나머지,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고 다수 의견이라고 생각한 것을 따라가게 된다. 표심을 정하지 않은 중도층은 이런 막말 프레임에 쉽게 동조된다.

김종인문제는 7일부터 터졌다. 선거운동 중반을 넘어가면서 중도층들이 본격적으로 표심을 정하는 시기다. 전날인 6일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가 3040 세대를 향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당 선대위는 ‘엄중 경고’로 넘어갔다.
김 후보는 바로 다음날인 7일 지역 토론회에서 “나이 들면 장애인이 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발언 자체가 너무 강했다. 당 지도부는 즉각 제명조치를 내렸다.

태풍급 논란은 8일 벌어진다. 이미 지난해 물의를 빚은 차명진 후보가 세월호 막말 논란을 또 일으켰다.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이 강하고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사실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세월호 피해자학생 부모들이 농성천막 안에서 ‘쓰리썸’을 벌였다는 추잡하고 더러운 표현을 쓴 게 결정적이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곧바로 제명하겠다고 밝혔지만 당 윤리위가 10일 ‘탈당 권유’ 조치를 내리면서 꼬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통합당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관련 발언이나 김대호 후보의 3040세대 비하 논란 등 총선 기간 내내 이슈가 됐던 막말은 평상시 같으면 큰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말이 프레임으로 변해 이슈가 되면 13일간의 선거 기간에 해명하는 데 급급하다 선거가 끝나버린다. 막말은 중도 무당층에 영향을 준다.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10% 이상의 중도 무당층에게 ‘제3자 효과’와 ‘밴드왜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치명적이다.

선거 과정에서 말 자체만 놓고 보면 “통합당은 쓰레기당”이라고 한 민주당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막말이 훨씬 치명적이다. 하지만 선거 전략상 상대방에 대한 막말은 중도층 유권자에게 오히려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막말이 박빙 지역의 많은 중도층에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광범위하게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교롭게도 평소 막말로 물의를 일으켰던 후보들은 대부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패배원인4. 무기력한 우파, 붕괴된 친박

21대 총선 승부를 가른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보수의 무기력함이다. 통합당은 젊은 세대 접근과 중도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돌발 변수가 있긴 했지만, 3년간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지쳐 있던 중도층과 무당층의 마음을 돌려세우질 못했다. 길게 보면 보수의 몰락 원인은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 보수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진보 쪽으로 운동장이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이명박·박근혜라는 걸출한 리더의 호조건 속에서 ‘친이’ ‘친박’으로 나뉘어 권력다툼을 벌이면서 보수는 서서히 붕괴했다. 그렇게 맞은 20대 총선은 보수 몰락의 서막이었다. 결과도 공개하지 않은 여론조사 경선에 국민은 경악했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당시 보수 여당의 행태에 국민은 철퇴를 내렸다.

단정적으로 표현하면, 한 사회 내에서 보수우파는 성장과 경제, 진보좌파는 나눔과 복지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승만의 건국, 박정희의 산업화를 뛰어넘어 새로운 발전 전략과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는 보수우파는 10년간 갈라져 권력다툼을 벌이며 자신들의 역할을 방기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편을 갈라 싸우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몰랐다. 세월호 사건으로 국가경영능력에 의심을 받기 시작한 보수우파는 20대 총선을 거치며 신뢰를 상실했고, 급기야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르렀다.

최근 4년처럼 보수가 이처럼 무기력한 적은 없다. 20대 총선 패배 이후 서로 남 탓하며 싸우는 데 여념이 없었고, 탄핵 후에도 제대로 된 평가나 전망을 고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이념과 입맛에 맞는 외부인사 몇 명 불러다 한쪽의 일방적 얘기만 듣기에 바빴다. 집토끼를 복원한다는 명분으로 팽배한 ‘우파 유튜버’에 의존하며 자기 쪽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에 바빴다. 21대 총선은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패배원인5, 코로나 19와 재난지원금의 효력

코로나19는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다. 유일한 외부적 요인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조국 사태, 경제 실정, 탈원전, 안보 파탄 같은 야당 이슈들이 개입할 공간이 없었다. 정권심판론도 사라졌다. 유일하게 재난지원금으로 얼마를 줄 것인지,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놓고 13일간 논쟁을 벌였다. 집권 여당의 이슈에 질질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동시에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통상적으로 국가적 위기가 오면 정부에 의지하거나 힘을 모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대는 코로나19 안내문자로 평소 느끼지 못하던 정부와 지자체의 ‘보살핌’을 피부로 느끼게 돼 알게 모르게 ‘정부 친화적’이 됐다.

재난지원금의 효력도 보인다. 투표 하루 전날인 4월 14일에는 경기 고양시, 부산 해운대구 등 여러 지역에서 재난지원금을 공식적으로 통보해 관권 선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재난지원금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했는지 객관적 통계는 없으나 ‘곳간에서 인심 나는’ 이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거에서 승리를 견인하는 법칙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도와 선거를 치른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노인기초연금 20만 원을, 2016년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아 30만 원으로 상향 발표하며 표심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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