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직면 뉴욕대교구
실제로 1억2천만달러대출 ‘왜?’
천주교 사제들에 대한 아동성추행 손해배상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천주교 뉴욕대교구 가 롯데뉴욕팰리스호텔 부동산을 담보로 거액대출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롯데 측은 호텔 부지소유주인 뉴욕대교구가 지난 2017년 호텔 토지 및 건물을 담보로 1억달러 대출을 받는데 동의한데 이어 지난해 말, 대출허용한도액을 2억달러로 늘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롯데 측은 대출기관으로 부터 뉴욕대교구가 대출을 갚지 못하더라도 롯데 측의 부동산 임대권리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뉴욕 주가 지난해 8월 1년간 한시적으로 소송시효를 없앤 아동성추행피해자보호법을 발효함에 따라 성추행소송을 감당하지 못한 천주교로체스터대교구가 1개월 만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을 감안하면 만약 뉴욕대교구가 파산한다면 호텔토지소유주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롯데 측은 지난해 말 스파(SPA)공사와 관련, 사기를 당했다며 유명건축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미장원공사를 하려다 사기를 당했다며 건축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해 8월 14일 발효된 뉴욕 주의 아동성추행피해자보호법의 불똥이 롯데뉴욕팰리스호텔로 옮겨 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성추행피해자보호법은 성추행관련 기존 민사소송의 시효를 1년간 정지시키고, 피해자가 55세 이하인 경우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특별법이다. 55세 피해자가 5살 때인 50년 전 성추행피해를 입었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사실상 1년간 소송시효를 50년으로 대폭 늘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법이 정식 발효된 지난해 8월 14일 새벽 0시가 되지 마자 소송이 봇물을 이루면서 하루 만에 100여건을 넘었고 피고의 대부분이 천주교 사제와 그 사제가 소속된 교구였으며 보이스카웃을 상대로 한 소송도 제기돼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천주교 로체스터 대교구 파산보호신청
아동성추행소송이 쇄도함에 따라 뉴욕인근의 천주교 로체스터 대교구는 이 법이 발효된 지 1개월여 만인 9월 21일 파산보호신청을 제기했고, 보이스카웃은 아예 파산을 신청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또 본보확인결과 지난달 25일까지 뉴욕 주 법원에 천주교 뉴욕 대교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만 327건에 달했다. 뉴욕대교구도 로체스터 대교구처럼 배상비용은 물론 소송에 따른 법률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천주교 뉴욕대교구가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 처하자 롯데뉴욕팰리스호텔 부동산을 담보로 JP모건체이스뱅크로 부터 1억2천만달러를 대출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천주교 뉴욕대교구는 아동성추행피해자보호법이 뉴욕주의회에서 논의될 당시인 지난 2017년 2월 3일 롯데 뉴욕팰리스호텔로 부터 토지뿐 아니라 건물인 호텔까지 담보로 제공하고 최대 1억 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다는 동의서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11월 6일 대출한도액을 2017년의 2배인 2억달러로 상향 조정한 뒤 JP모건체이스뱅크에서 실제로 1억2천만달러로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입수한 대출계약서에 따르면 뉴욕대교구는 상업용대출 7천만달러및 크레딧라인 5천만달러등 1억2천달러를 빌렸고 JP모건체이스는 1억2천만달러 부동산담보를 설정, 뉴욕시 등기소에 등기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확인결과 11월 6일자 대출동의합의서에는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을 대리해 최고 재무책임 자인 신경섭씨가 서명했으며, 지난 2017년 담보동의서에는 당시 롯데뉴욕팰리스호텔 최고 재무 책임자인 권혁범씨가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롯데 측은 대출기관인 JP모건 체이스로 부터 만약 뉴욕대교구가 모기지 대출을 갚지 못하더라도 롯데 측의 임대권리는 침해받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부동산소유주가 바뀌더라도 롯데 측 임대권은 보장된다는 각서를 받는 등 안전장치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뉴욕대교구가 파산하거나, 파산하지 않더라도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않아도 롯데측 권리는 침해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 측은 지난해 11월 최대 2억달러까지 뉴욕대교구의 대출에 동의함에 따라 뉴욕대교구는 대출액을 현재 1억2천만달러에서 언제든지 2억달러로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만약 대출을 갚지 못해 은행이 차압하고 부동산을 강제매각하면 새 소유주가 여러 가지 트집을 잡아 임대조건을 변경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롯데 측은 난데없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소송비 마련하려 부득이 담보권설정 대출
뉴욕대교구가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 담보권을 설정한 것은 이 호텔의 부지가 뉴욕대교구 소유이기 때문이다. 당초 뉴욕팰리스호텔은 지난 1974년 7월 26일 뉴욕대교구로 부터 토지를 99년간 임대, 호텔을 신축했고, 1980년 7월 31일 재계약 때 뉴욕대교구측이 토지는 물론 호텔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대교구측은 지난 2015년 8월 28일 롯데 측이 이 호텔을 5억9460만달러로 매입하기 전까지는 40년간 단 한 푼도 대출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롯데가 이 호텔을 매입한 뒤 1년 6개월 만에 대출동의서를 받은데 이어 지난해 말 갑자기 대출을 받은 것이다. 즉 45년간 토지소유주로서 임대료만 받다가 비교적 만만해 보이는 롯데가 호텔을 매입한데다 아동 성폭행소송으로 재정난에 처하자 갑자기 대출권리를 행사한 셈이다.
최초 임대계약서에 따르면 뉴욕팰리스호텔측은 뉴욕대교구 측에 1974년 7월 1일부터 1976년 6월 30일까지는 렌트비 연 1달러, 1976년 7월 1일부터 2001년 6월 30일까지는 렌트비 연간 백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또 2001년 7월 1일부터 2016년 6월 30일까지는 부동산평가액의 7.5% 또는 100만달러중 큰 액수를, 2026년 7월 1일부터 2051년 6월 30일까지는 부동산평가액의 7.5% 또는 2026년 렌트비 중 큰 액수를, 2051년 7월 1일부터 2073년 6월 30일까지는 부동산평가액의 7.5% 또는 2051년 렌트비 중 큰 액수를 연간 렌트비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즉 당초계약때 25년간은 렌트비를 사실상 백만달러로 고정하고, 그이후 부동산가치가 상승할 것을 감안해 렌트비를 부동산가격상승에 연동해 인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또 2002년 7월 1일, 2027년 7월 1일, 2052년 7월1일뒤 99년 임대기간중 3번 재계약을 체결해야만 임대가 연장되는 것으로 계약, 뉴욕대교구가 토지소유주로서 막강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으며, 소유주가 변경돼도 권리는 그대로 인정된다.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지난해 말부터 랜로드가 언제 변경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장사를 하는 셈이다.
또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지난해 12월 고급 스파를 만들다 유명건축가로 부터 사기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미용실을 신축하다 또 다시 사기를 당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좋지 않은 일이 연달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지난 3월 12일 뉴욕주 뉴욕카운티법원에 BDMC 건축회사를 상대로 약 12만천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측은 소송장에서 호텔내 미용실 신축을 위해 지난해 8월 BDNC와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지불했으나, 이 회사가 뉴욕시로 부터 관련허가를 얻어내지 못한 것은 물론 공사수행능력도 없어 지난해 10월 9일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BDMC는 롯데 측이 선 지급한 계약금등을 되돌려 달라는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돌려주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스파짓다 사기당해 건축사소송
롯데 측이 지난해 12월 30일 유명건축가인 쥐세페건축사무소를 상대로 9백만달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쥐세페건축사무소가 맞소송에 나서면서 지리한 공방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쥐세페 측이 최소 96만달러이상의 공사자재 대금을 횡령했다며, 계약위반에 따른 피해액 2백만달러, 스파개장지연에 따른 피해액등 9백만달러 손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쥐세페는 지난 2월 7일 답변서와 함께 롯데 측은 물론, 롯데 측이 지정한 자재공급회사 WTS인터내셔널와 인티그럴 건축등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하고 WTS측이 자재를 제때 공급하지 않음에 따라 공사가 지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지난 2월 26일 답변서를 통해 쥐세페 측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쥐세페 측의 횡령사실이 완벽하게 입증되는 만큼 약식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3월 17일 인티그럴 건축이 쥐세페의 주장을 반박하며 다시 쥐세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송이 혼전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최종판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호텔인수이후 뉴욕시 빌딩국으로 부터 각종규정위반으로 25차례나 적발됐으며, 이중 22건은 시정조치를 완료한 반면 엘리베이터 부실 등 3건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시 빌딩국은 지난해 3월 1일 안전문제로 적발된 데 이어, 지난해 5월 20일 엘리베이터 정기점검위반으로 적발됐고 지난해 9월 6일에는 또 다른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규정위반이 적발됐지만, 이 3건을 모두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베이터는 투숙객들의 안전과 직격되는 만큼 한시바삐 해결해야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최대 11개월에서 7개월이 지났지만 클리어가 되지 않고 있다.
한편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뉴욕최고의 호텔로 불리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과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핵심요지에 위치, 연방국무부가 자주 찾는 호텔로 확인됐다. 연방정부 조달데이터시스템 확인결과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호텔매입이후 연방국무보와 모두 62건, 899만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 돈이 모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1박 요금을 5백달러로 산정할 경우, 국무부가 무려 1만8천개 객실을 이용한 셈이다.
팰리스호텔 인수 뒤 연방국무부 단골확보
특히 롯데가 인수한 다음해인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국 안방그룹이 인수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버리고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을 택하는 등, 유엔총회기간 중 국무부에 객실을 대량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 측은 2016년 9월 13일 국무부와 61만5천달러 계약을 체결하는 등 2016년 9월에만 102만5천달러의 계약을 따냈다, 또 2017년 9월에는 115만달러어치를 국무부에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트럼프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한 지난 2018년에는 9월중 국무부 매출이 2017년 9월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9월 11일 무려 92만달러 계약을 하는 등 9월 국무부의 숙식비용만 264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9월 국무부 매출은 140만3천여달러로 다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유엔총회 기간이 아닌 다른 시기에도 국무부를 상대로 278만달러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정부에서 롯데뉴욕팰리스호텔과 계약을 한 기관은 연방국무부가 유일했다. 국무부손님을 독점하다시피 한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은 중국 안방그룹에 넘어간 뒤 국무부는 물론 연방정부 손님을 모두 잃었고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이 재빨리 국무부 고객을 흡수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뉴욕지역 호텔의 객실점유율이 5%대로 추락하면서 롯데뉴욕 팰리스도 전직원의 90%를 일시해고하는등 몸살을 앓고 있다. 호텔손님감소는 전체업계의 공통된 시련이지만, 천주교 뉴욕대교구의 호텔담보대출은 예사롭지 않다. 3백여건에 달하는 뉴욕대교구 아동성추행소송의 결과에 따라서는 롯데가 1억2천만달러의 대출금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롯데측은 이 호텔을 인수할 때 모기지 한푼없이 인수금을 전액 자체조달한 것으로 드러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에도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뉴욕대교구의 운명에 따라 롯데도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