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이어 계속되는 삼성일가의 반역적 진실] 입으로만 하는 사과는 악어의 눈물 이재용 ‘대국민 사과’는 ‘대국민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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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건희도 아들 이재용도’ 지키지도 않은 약속

말로만하는 대국민사과 누가 못하나

이재용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본국 시간으로 지난 5월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하지 준수하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심려를 끼쳤다”며 반성했다. 이어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도 부족함 있었고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면서 “이 모든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이고 저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이날 대국민사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11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총수인 이 부회장이 반성·사과하라고 권고했으며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포기를 표명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는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단 대국민 사과 한 달 반 전 한겨레 출신 삼성 준법감시위원이었던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자진사퇴하는 과정에서 준법감시위 내부에서 격론이 있었으며. 권 대표가 결국 들러리를 서기 싫다는 이유로 자진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들이 결국 준법감시위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다가 말뿐인 사과문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번 대국민사과를 둘러싼 내막을 <선데이저널>이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사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11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총수인 이 부회장이 반성·사과하라고 권고했으며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포기를 표명하라고 주문했다. 준법감시위가 요구한 대국민 사과의 1차 기한은 지난달 10일이었지만, 삼성 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권고안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연장을 요청해 이달 11일로 연장됐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하는 것은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사과한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 총수가 대국민 사과를 한 것도 1966년 이병철 창업주가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이 2008년 차명계좌 의혹으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이후 네번째이기도 하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 선고 직후 “과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업 본연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노조 와해 혐의로 삼성전자 경영진이 유죄 판결을 받자 사과문을 내면서 무노조 경영을 사실상 포기했고, 올해 2월 임직원의 시민단체 후원 무단 열람에 대해서도 사과한 바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지난해 10월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는 주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올해 2월 공식 출범한 외부 감시기구다.

‘알맹이 빠진 채 허울뿐인 사과’ 논란

한국 언론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대국민사과를 놓고 준법감시위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내분이 있었다. 이번 대국민사과가 알맹이는 빠진 채 허울뿐인 사과라는 내부의 비판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준법감시위원에서 사퇴한 사건도 있었다. 본국 언론에는 단신으로 소개됐지만 한겨레 편집국장 출신의 권태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3월 말 준법감시위원에서 사퇴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하면서 총 7명의 준법감시위원을 임명했다. 위원장으로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선임했고, 고계현 전 경제개혁실천연합 사무총장,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전 대검 차장, 심인숙 중앙대학교 교수, 이인용 전 삼성전자 사장,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지난 3월 권 대표가 돌연 사임했다.

당시 준법위 측은 “위원 간 문제 등이 생겨 사임한 것이 아니라 권 위원의 소속 시민단체 내부 이견이 생기면서 사임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 측은 준법감시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권태선 대표의 프로필을 삭제했다. 또한 삼성 준법위는 4월 2일 열릴 4차 회의에서 권 위원 사임에 따른 충원 여부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 측은 충원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준법감시위원회 프로필에 슬쩍 권 대표를 전임위원이란 이름으로 프로필을 다시 추가했다.

하지만 <선데이저널>이 취재한 결과 삼성준법감시위 내부에서는 시민단체 출신 위원 2인과 법조인 출신 위원들 간 사과 수위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으며 결국 권 대표의 사퇴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시민단체 출신이 준법감시인으로 들어갈 때부터 삼성 안팎에서는 이들을 구색맞추기용으로 끼워 넣었단 비판이 많았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특히 준법감시위원회의 위원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었지만,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이 위원회 일을 대부분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용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대학교 과 선배이자 현 삼성에서 정연호 사장과 함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가 준법감시위원으로 들어갔을 때부터 감시위의 활동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많았다. 결국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에는 알맹이가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6조 사회환원 약속도 흐지부지

또한 이번 사과는 과거 이건희 회장이 했던 대국민사과와 크게 달라지지 않다.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이 불거지자 이건희 회장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사과하며 △회장 일가 사재 8천억 원 사회 환원 △삼성 구조조정본부 축소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이하 삼지모) 운영 등을 발표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불법도청해 만든 자료에 삼성이 정치권과 검찰에 대규모 뇌물을 줬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파문이 컸지만 검찰은 이 회장을 기소하지 않았다.

▲ 대국민 사과 한 달 반 전 한겨레 출신 삼성 준법감시위원이었던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자진사퇴하는 과정에서 준법감시위 내부에서 격론이 있었으며. 권 대표가 결국 들러리를 서기 싫다는 이유로 자진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국민 사과 한 달 반 전 한겨레 출신 삼성 준법감시위원이었던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자진사퇴하는 과정에서 준법감시위 내부에서 격론이 있었으며. 권 대표가 결국 들러리를 서기 싫다는 이유로 자진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등에 건넨 자금은 이 회장의 사비라는 주장을 깰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죄를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이후 옴부즈만 성격으로 출범한 삼지모는 특별한 성과 없이 2년 만에 흐지부지됐다. 학계와 시민사회계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들에게 ‘쓴소리’를 듣겠다며 만든 모임이었지만 이학수 당시 삼성 부회장 등을 포함해 정식으로 진행한 회의도 5번 내외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사재출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8천억 원 중 4500억 원은 이미 이건희장학재단에 조성해 놓았던 돈이었다. 그런데 이 돈의 환원 역시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018년 1월 국회에 보고한 ‘이건희 차명계좌 관련 점검 결과’를 보면, 이건희 회장은 2007년 말 총 1229개의 차명계좌에 주식 1조7829억원을 비롯해 예금(2918억원), 채권(899억원) 등 2조1646억원어치를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주식은 삼성전자 263만주(1조4622억원)를 비롯해 삼성화재·전기·증권·물산·에스디아이(SDI), 에스원, 제일기획 등 상장사 8곳과 비상장사 2곳에 걸쳐 있었다.

이번 점검에서 계열사 3곳의 추가 차명주식과 계열사별 주식수 등이 새로 드러났다. 당시 차명재산 주식 1조7829억원은 2018년 1월 가치로 약 6조원대로 추정된다. 2008년 4월 삼성은 삼성생명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차명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또 이 회장의 자녀 재용·부진·서현씨가 불법 승계 과정에서 헐값에 취득한 주식의 추정이득을 토해내겠다고 했지만 실제 이득에 비해 출연한 돈은 ‘면피성’ 수준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자녀 3명이 합쳐 1300억 원 규모의 계열사 지분을 재단에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했는데, 이들이 헐값에 인수했던 에버랜드 주식 가치는 추후 회사가 상장하면서 수조 원대로 뛰었기 때문이다.

8000억 환원 약속해놓고 3조 6000억 이득

게다가 대국민 사과와 관계없이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목표한 것은 모두 손에 넣었다.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은 최대 3조6000억원 규모의 이득을 챙겼다는 주장까지 있다. 반면 두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던 국민연금은 최대 6033억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참여연대가 2019년 1월 27일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 합병비율 재추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양사의 합병비율이 순자산가치를 대입해 보수적으로 계산할 경우 최고 1(제일모직) 대 1.18(옛 삼성물산)까지 오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은 2015년 9월 1(제일모직) 대 0.35(옛 삼성물산)의 비율로 합병됐는데,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이고 옛 삼성물산의 가치는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합병한 것으로 참여연대는 보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최대주주로, 삼바의 분식회계로 제일모직의 한 주가 삼성물산 주식의 3배가량 뛰었다는 게 참여연대의 분석이다. 당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2대 주주인 삼성물산과 합병, 삼성전자의 경영권 승계를 받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참여연대는 최근 공개된 안진과 삼정 회계법인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두 회계 법인이 각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합병비율을 제시하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득 규모가 2조~3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참여연대는 밝혔다. 반대로 국민연금은 3342억~6033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게 됐다.
결국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는 자신의 이득은 모두 챙기고, 사과는 과거 부친의 행태를 반복하는 대국민사기극에 가깝다고 보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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