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들, ‘혐오범죄 바이러스’와 2차 전쟁
최근 COVID-19과 관련된 아시안 인종 차별과 증오 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보고된 사례 중 한인 에 대한 피해 사례 리포트가 2번째로 높아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여 급기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대유행 전염병(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세계 각지역에서 특히 아시안들을 대상으로 혐오 범죄도 확산되는 추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유학생으로 체류하는 한인 학생들 중에는 ‘인종 혐오’의 피해로 귀국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으며, 세계 각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코로나19 재난과 함께 동양인에 대한 기피 현상과 심지어 폭행과 테러행위까지 발생해 또다른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다. 이제는 한인을 포함, 아시안 아메리칸은 현재 또 다른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바로 ‘혐오 범죄 바이러스’이다. 뉴욕 지하철에서는 한 동양계 남성은 흑인으로부터 스
프레이 세례를 받고 “꺼져라!”라는 욕설도 당해 현재 뉴욕 경찰이 “인종 혐오”사건으로 수상중이다. 라크라센타에 거주하는 50대 한인 여성 이모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 25분쯤 약을 픽업하러 약국에 걸어가던 중 라크라센타 도서관 앞 풋힐 블러바드에서 갑자기 뒤에서 날아든 유리병에 깜짝 놀랐다. 유리병은 아슬아슬하게 이씨 옆으로 비껴가 이씨 바로 앞에서 떨어지며 깨졌다.
이씨는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놀란 가슴을 쓰러내려야만 했다. 이씨가 병이 날아든 쪽으로 뒤돌아보자 병을 던졌던 한 백인 여성은 이씨를 향해 욕설까지 했다. 이씨는 당시 한국어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걸어가자 그 백인 여성이 병을 던지고 관련 욕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씨는 뉴욕에서 한인 등 아시안이 인종 차별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한 라크라센타에서 직접 이런 일을 겪어보니 놀랍고 두렵다고 말했다. 이씨는 곧바로 LA카운티 셰리프국에 신고했는데, 셰리프 요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백인 여성은 이미 도주하고 사라진 뒤였다. 셰리프국은 이 사건을 인종 차별로 보고 용의자 인상착의를 토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탐사보도 전문 기관 CPI(Center for Public Integrity)는 최근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사업가 에디 송씨의 이야기를 통해 코로나 19 사태 가운데 급증하고 있는 아시안에 대한 인종 차별 문제를 집중 보도 했다. 뉴욕에 사는 송씨는 외출시 마치 전투를 하러 가는 비장함으로 집을 나선다. 마음가짐만 그런 게 아니다. 가죽 오토바이 재킷과 장갑을 착용하고 해골 모양의 마스크로 얼굴 전체를 가린다. 송씨는 “집을 나서자 마자 곧바로 ‘고프로(액션 카메라)’를 켜고 위협을 받는 상황에 대비한다”며 “만약 누군가 나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 공격하려 한다면 그들은 내가 완벽히 대응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괜한 조바심에 그러는 게 아니다.
‘외출할 때 전투복으로 무장해’
송씨는 지난 3월 코로나 19 사태가 불거진 후 아내와 함께 한 대형 마켓을 방문했다가 실제 인종 차별적 공격을 당했다. 송씨는 “쇼핑 카트를 끌고 가는데 한 남성이 내가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카트를 내놓지 않으면 얼굴에 주먹을 날리겠다’고 협박했다”며 “일주일 후 맨해튼 빌딩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사람이 ‘사람들은 당신같은 인종을 원하지 않아’라고 차별적 발언을 내뱉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 송씨는 이런 인식이 확산하고 있음을 직감,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하게 된 것이다. CPI는 송씨의 사례를 보도하면서 “연방 기관은 반아시안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아시안 아메리칸 정의진흥협회 스튜어트 쿼 대표는 “우리도 연방 기관들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한 상태”라며 “혐오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즉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총기 구입에 필요한 신원 조회가 지난 3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기 구입자의 인종을 따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복수 매체에 보도를 인용, “총기를 구입하기 위한 줄에는 아시안 아메리칸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내 아시아계가 느끼는 위협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편, 아시아태평양정책 기획위원회(A3PCON)에 접수된 아시안 아메리칸 혐오 피해 사례는 지난 4월 현재 1500여 건에 이른다. 이에 남가주 코리아타운 한인 단체 대표들은 지난 11일 우리 한인 및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를 대표하여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명해 공동성명을 통해 “아시안 차별과 증오 현상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이들 단체들은 공동성명서를 게리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에릭 가세티 LA 시장에게 보내어 이 문제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력히 촉구하였다. 이들 단체는 우리 커뮤니티가 직면하고 있는 인종 차별과 증오 현상에 대하여 지역사회 주민들이 소리내어 강경히 맞서고 계속하여 피해 사례를 신고하여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특히 폭행, 괴롭힘, 모욕, 협박 또는 증오 범죄를 당했거나 목격한 사람은 증오 범죄 사건 보고서(링크: Hate Incident Report Form)를 작성하거나, 2-1-1로 전화하여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어 신고는 A3PCON(A3PCON Korean-language hate reporting)에서도 접수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신고를 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전화 신고 또는 신고내용을 작성할 때 한국어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들 한인 단체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공동 성명에 참여한 단체는 LA한인회(KAFLA), 한미연합회(KAC), 앤더슨멍거패밀리 YMCA, 아태여성 보호 센터(CPAF), FACE(Faith and Community Empowerment‧구 KCCD), 이웃케어 클리닉 (Kheir Clinic), 한인가정 상담소(KFAM), 한인타운 노동연대(KIWA),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National Museum), 민족학교(KRC) 그리고 한인타운 청소년회관(KYCC) 등 총 11개 단체이다.
✽문의: Ireh Yoon
(213) 365-5999/ ireh@kacl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