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재편되는 세계구조 향배…자급자족 경제-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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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은 저주아닌 기회
‘더이상의 패권주의는 없다’

윗부분아무리 선진국이라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피해갈 수 없고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대륙을 강타하면서 전세계의 기존 사회‧경제 시스템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무차별 개인 정보 수집과 사용관행을 비판해 왔던 미국과 유럽 각국이 잇따라 공권력으로 위치 추적과 강제 구금을 허용하는 극약 처방을 내놓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던 유럽에 ‘빅브라더’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미국이 더이상 세계 최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더이상 “종이 호랑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영향으로 미국이 세계 중심의 축이였다면 이번 여파로 중국이 세계 중심의 축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19 이후 달라지는 세계 재편상황을 짚어 보았다. <특별취재반>

세계적인 ‘팬데믹’은 세계 곳곳을 파헤쳐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런 현상들은 미국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코로나 19가 세계경제의 향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지만 이미 시작한 트렌드를 가속화시킬 뿐이다. 미국의 저명한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전세계의 12명 석학들에게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한 자문을 들었다. 포린폴리시는 최근 판에서 국제 정세 전문가들을 인용해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의 경제‧사회 시스템을 뒤흔드는 대규모 전염병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장하고 있는 극단 처방들이 ‘뉴 노멀((New Normal‧새 시대의 표준)’로 자리 잡으면서 전체주의적 권력의 공고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잠자던 호랑이 중국이 눈을 떴다’

전 싱가포르 UN 대사였으며 현재 싱가포르 국립대 총장인 키쇼레 마부바니(Kishore Mahbubani)는 폴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환경이 미국 중심의 세계화가 중국 중심의 세계화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인들은 세계화와 국제무역에 대한 믿음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있든 없든 미국인들은 자유 무역이 손해라고 인식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이 믿음을 상실하지 않았다. 왜 그러한가? 깊은 역사적 이유가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1842년부터 1949년까지 지속된 “100년 간의 치욕”이 중국이 스스로 만족하며 세계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최근의 경제적 부상은 WTO 가입 등 세계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에 엄청난 문화적 자신감도 얻었다. 이들은 이제 세계 어디에서든 경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 키쇼레 마부바니는 자신의 신작 “중국이 승리한 것인가?(Has China Won?)”이라는 저서에서 밝혔듯이 미국이 두가지 중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만약 미국의 최우선적 목표가 패권 유지라면 중국과 정치적/경제적 제로미중섬 게임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만약 미국의 목표가 악화된 미국인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있는 것이라면 중국과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권고하는 지혜로운 길은 후자의 길이다. 그러나 미국 내 극단화된 정치여론을 생각 해볼 때 지혜가 승리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이다.

AP통신은 ‘팬데믹’이 78억명에 육박하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20억명에게 “집 안에 머물라”는 권고와 명령이 내려졌다고 추산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람들의 발이 묶인 것은 제 1차, 제 2차 세계대전 등 전시에도 전례를 찾아보기 드문 일이다. 이에 따른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충격은 점점 커지고 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 또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은 세계를 흔들어 놓는 대사건이며, 그 영향은 대단히 크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전염병이 수많은 삶을 파괴하고, 시장을 교란시키고, 정부들의 유능과 무능을 드러낸 것처럼, 이는 정치적과 경제적 파워를 중대하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세계 인구를 1로 묶어둔 ‘팬데믹’

코로나 19는 세계의 권력과 영향력을 서방에서 동방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덜 개방적이고, 덜 풍요로우며, 덜 자유로운 세계”가 도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스티픈 M. 월트(Stephen M. Walt), 하버드대 교수는 작금 판데믹은 국가와 국수주의를 강화할 것이며 정치체제를 가리지 않고, 세계각국 정부는 금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조치를 도입하고 있고, 이들은 위기가 지난 후에도 새로 획득한 힘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코로나 19는 또한 권력과 영향력을 서방에서 동방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싱가포르의 대응은 우수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중국은 초기의 잘못 이후에는 적절히 대응했는데 유럽과 미국은 느렸고, 혼란스러웠다면서 이에 “서구(The West)”라는 브랜드에 먹칠이 칠해졌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갈등”(conflict)”
이라는 국제 정치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그는 과거의 전염병들-가령 스페인 독감과 같은-또한 강대국 간의 경쟁을 멈추게 하지 못했고, 또는 국제 협조를 이끌어 내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지도 못했다면서 코로나 19도 예외는 아니다 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날의 하이버세계화(Hyperglobalization)의 후퇴를 목도할 것이라며 세계 각국 국민은 자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고, 기업들은 미래의 취약점을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코로나 19는 ‘보다 덜 개방되고, 덜 풍요롭고, 덜 자유로운 세계’를 만들 것이다. 꼭 이렇게 될 필연은 없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 적절하지 못했던 계획, 그리고 무능한 리더십이 합쳐져 인류를 매우 우려스러운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편 로빈 니블렛 (Robin Niblett) 영국왕립 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 이사장은 이번의 자국 국민들에게 코로나 19 위기를 성공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정치 지도자는 어느정도 자신감을 얻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지 못하는 지도자는 다른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촉발된 ‘팬데믹’은 경제적 세계화라는 낙타의 혹을 터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부상으로 인해 미국의 여야는 중국과 디커플링에 합의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 및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코로나 대책으로 정치 지도자 판별

그리고 동맹들로 하여금 미국을 따르도록 강제하려고 한다며 또한 탄소배출 감소를 중시하는 많은 시민들은 기업들이 장거리 공급 사슬에 의존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고 코로나 19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제적 고립에 적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21세기 초반을 특징지었던 “상호 보완적인 세계화”로 회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세계경제 통합으로 이룩한 공동의 이익을 지키는 인센티브 없이는 20세기에 만들어 졌던 경제 관련 국제팬더믹기구들은 빠르게 형해화 될 수 있다. 전면적 지정학적 경쟁으로 나가지 않고, 국제 협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들의 엄청난 자재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리차드 하스 미국외교 협회장은 코로나 19로 국제 생산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자급자족 경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전염병 피해를 복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자국 내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이민자 및 외국인 혐오가 확산되고, 기후 변화 등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국제 공조는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글에서 “코로나 위기를 맞아 인류는 특별히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고 말했다. 전체주의적 감시 체제와 민족주의적 고립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시민사회의 역량강화와 글로벌 연대의 길로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라리는 이미 중국과 이스라엘이 개인의 생체정보까지 활용해 코로나19 밀착감시 체계를 꾸리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정부의 감시 체계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모든 걸 통제하는 빅브라더 사회의 출현을 경고한 것이다.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전체주의적 감시 체제를 가리킨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빅브라더가 된 국가권력은 코로나 19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시민에 대한 통제와 생체 측정 방식의 감시 시스템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보통때는 몇 년의 숙고가 필요한 미성숙하고 위험한 기술들이 위기상황에는 손쉽게 합법성을 부여받는다”며 “중앙 집중식 감시와 가혹한 처벌만이 정부 지침을 따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과 공권력,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라리 교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중 보건’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가치라며 한국을 비롯한 대만, 싱가포르는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두 가치의 조화를 이룬 모범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중앙집권적 시민 통제와 감시, 강한 처벌보다는 시민권 수호를 통한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와 정부에 대한 믿음이 느리지만 팬데믹 극복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 와의 전쟁에서 ‘빅브라더’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유의 여신’이 승리한다고 본 것이다. 188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뉴욕 리버티 섬의 자유의 여신상은 전세계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른손에 자유의 빛을 상징하는 횃불을 든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 동판에는 엠마 라자루스의 시 ‘새로운 거상’이 새겨져 있다. “자유를 숨쉬기를 열망하는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한국, 대만, 싱가포르 승리한 국가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 협회장은 코로나 19로 국제 생산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자급자족 경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염병 피해를 복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자국내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이민자 및 외국인 혐오가 확산되고 기후 변화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국제 공조는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의 여파로 반(反)세계화 조류가 강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하라리 교수는 “감염병 자체도, 그에 따른 경제적 여파도 모두 전 세계적 문제지만 두가지 모두 전세계적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고립은 절대로 전염병을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유일한 해결책은 정보를 최대한 빠르고 널리 공유하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교류와 활동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 왔으나 사실 민족과 국가 이상으로는 그 연대의 틀을 넓히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연대의 범위를 파격적으로 넓혀야 한다.

인류는 공통의 적을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하나’(We are the World)임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최근 영국 찰스 황태자와 캐나다 트뤼도 총리 부인, 영화배우 톰 행크스가 확진자로 판명되었듯 바이러스는 인종, 국적, 문화, 종교, 직업, 재정 상황, 명성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한편 김세원 건국대 초빙 교수는 <코로나 이후 두개의 지구가 기다린다, 동물 농장과 사람 세상>이란 글에서 코로나의 ‘팬데믹’이 인류의 대재앙이 될지 진정한 지구촌 시대를 이끌어 내는 촉진제가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놓친 자기 성찰을 할 중대한 기회를 맞은 것인지도 모른다. 전염병의 고통이 인류에게 그런 마음의 길을 열어 자기 수정을 가능하게 한다면, 뜻밖에 성숙해진 세계를 우리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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