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기동민 등 정권실세 이름들이 줄줄이…
모든 의혹은 한 곳을 향하고 있다
<선데이저널>이 올해 초부터 정권형 비리로 지목하며 보도해 온 라임 펀드 투자사기 사건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며 수사가 점점 정권의 가장 깊숙한 심장에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신라젠 투자사기 사건에서 정권과의 연결성을 찾지 못한 검찰은 불명예를 씻기 위해 라임 사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임 사태는 2008년 월가 사상 최악의 금융사기 사건인 ‘메이도프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와 비슷한 사건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시중은행·증권회사에서 ‘폰지 사기’ 수법으로 부실 라임 헤지펀드를 팔아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선데이저널>이 본국 검찰 관계자 등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진술과정에서 이름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라임 사건 핵심 피의자들이 라임 투자 과정에서 정치권 로비 창구로 이용되거나 투자 환매 과정 문제가 불거지자 구명운동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여러 인물들이 가리키는 곳은 단 한 곳 청와대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라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여당 국회의원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된 것은 한 달 전일이다. 그런데 최근 검찰이 사건 피의자들로부터 이들과 관련한 구체적 진술을 받아낸 것은 최근이다.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라임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인물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4년 전 기동민 의원에게 현금 수천만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한 기 의원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현금을 편지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기 의원을 두 번째로 만나 또다시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당시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벤츠 차량에 현금 수천만원을 싣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도 선거운동 기간 중 두 차례 기 의원의 선거 사무소를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기 의원을 두 차례 대면하고 현금을 전달한 뒤 기 의원이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하자 맞춤 양복을 선물했다는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광주MBC간부 출신인 이모 대표가 여권 고위층과 나를 연결시켜 줬다”면서 정관계 로비 목적으로 이 대표를 영입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2016년 기 의원을 방문할 때 이 대표 또한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 의원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국회의원 당선 축하 명목으로 양복을 선물 받은 사실을 이미 인정한 만큼 진술에 신빙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검찰이 김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본격 수사에 나설 경우, 기 의원에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정치자금부정수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성립 요건은 △회계보고 누락 △정치자금 활용 여부 등 크게 두 가지다.
정권실세들에 돈 줬다는 김봉현
김 전 회장이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라임 구명 관련 로비를 시도했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한다. 지난해 7월 28일 김 전 회장과 동업했던 이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청와대 강 수석에게 찾아가 “라임으로부터 전환사채(CB) 투자금을 받아야 하는데 라임 부실 의혹이 불거져 어려워졌다”며 도움을 청한 것으로 전해했다. 스타모빌리티는 라임으로부터 CB 대금 200여억원을 지난해 7월 23일 추가로 받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부실 의혹이 불거지며 투자를 받지 못했다.
이 사건에 현정권 실세들이 깊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라임 사건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개입이 있었던 정황이 여러 군데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이었던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씨가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근무하는 동안 라임 사태를 무마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라임의 배후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김 전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았으며, 청와대 관련 정보를 라임 측에 전달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가 금감원에서 지난해 4월 작성된 ‘라임 관련 사전조사서’를 외부로 유출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금감원 관련 정보가 라임 측에 전달된 것이 김 전 행정관 단독 범행인지, 청와대 또는 금감원 인사가 개입한 것인지 등을 수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인사들의 구체적 이름이 나오는 만큼 사건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