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품으로 간 최재경… ‘대한민국 법조계의 슬픈 자화상’

검찰에 있을 땐 ‘면죄부’주고
퇴임 후에는 ‘방패막이’ 노릇

▲ 최재경 변호사(전 민정수석)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가리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오는 6월 26일 열린다. 최근 삼성 총수 일가를 두둔하는 내용의 칼럼 기고 등으로 공정성 논란을 빚고 있는 양창수 수사심의위원장이 위원장 업무를 수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검찰청은 수사팀 주임검사와 이 부회장 변호인 양쪽에 오는 26일 수사심의위를 열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1일 부의심의위원회 회부 결정(위원 15명 중 찬성 9명, 반대 6명 의견) 내용을 담은 수사심의위 의결서와 소집 요청서를 다음날인 12일 오전 대검에 보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당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

이재용, 최재경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앞으로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사건을 심의할 현안위원회를 구성한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등 수사심의위 위원 150~250명 중 무작위 추첨으로 심의기일에 출석 가능한 현안위원 15명을 선정한다. 현안위원 명단이 외부로 유출될 우려를 고려해 위원 15명의 추첨은 오는 26일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임검사와 이 부회장 변호인은 심의기일 전날까지 에이(A)4 용지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삼성 측이 수사 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한 것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이 제도를 만든 후 처음이다. 삼성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한 것은 검찰보다 외부인사들의 판단을 받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처에 삼성 장학생들이 포진해 있는 작금의 상황이 삼성에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런 전반적인 그림을 그린 것도 바로 특수통 칼잡이로 불리던 최재경 변호사(전 민정수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이미 <선데이저널> 보도처럼 준법감시위원 구성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고, 이번 사건을 수사심의위로 끌고 가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그는 공식적으로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그가 삼성 안팎에서 사실상 법무실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가 삼성 측으로부터 우회적으로 받기로 한 금액만도 천문학적 액수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성 장학생이 퇴임 후 삼성 방패막이

그는 현재 삼성그룹 내에서 제2의 이종왕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과거 삼성그룹을 쥐락펴락 한 것은 구조조정본부였다. 이학수 전 부회장을 필두로 그 밑에 있는 법무실이 삼성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했고, 경영권 승계 작업도 진두지휘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삼성그룹 구조본이 대한민국 경제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실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가신이었다면, 외부에서 영입된 실세로는 검찰 특수통 대부 이종왕 법무실장이 뽑혔다.

최재경 변호사는 2005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삼성 수사 당시 주임검사 역할을 했던 인물로 삼성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성된 800억원대 삼성 채권의 사용처를 수사해온 대검 중수부는 2005년 삼성 채권이 노무현 캠프와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사실 등을 추가로 밝히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검찰은 삼성 채권의 총규모를 837억원으로 결론 내렸으며, 수사 과정에서는 퇴직 임원들에게 20여억원의 채권이 전달되고 이들이 증여세를 내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삼성에 공이 많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도 기여한 사람들에게 준 격려금이니 그냥 넘어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날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에 있어서 결정적 면죄부를 준 그가 변호사가 되어서 삼성의 방패막이가 되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다.
통상적으로 법조계에서는 대기업이 잘나가는 검사나 판사들을 방패막이로 고용할 때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있어 최재경 변호사 역시 삼성으로부터 100억대 이상의 계약금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어 사실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

수사심의위원장 양창수 전 대법관,
‘이재용 사건’심의에서 손 떼는 이유

삼성 최지성 前 미전실장과 오랜 친구사이 ‘심의 적절치 않다’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 적절성을 판단할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창수(68·사법연수원 6기) 전 대법관이 26일 열리는 이번 사건 심의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양 위원장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오는 26일 개최되는 (수사심의)위원회 현안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회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사건의 피의자인 최지성과 오랜 친구관계”라며 “이번 위원회 회부 신청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여도 공동 피의자 중 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하진 않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이다. 양 위원장과 최지성 실장은 서울고 22회 동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