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사상 벌금 6580만달러…추징금 260만달러

연방검찰과 ‘유죄’인정 합의

SK그룹의 건설담당회사인 SK E&C가 평택미군기지 이전공사와 관련, 미공병단에 뇌물을 준 혐의를 시인하고 6840만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특히 SK E&C가 납부하는 형사 벌금 6058만달러는 테네시서부연방법원이 부과한 형사벌금중 사상최대의 액수다. 하지만 연방검찰은 양형기준상 최저 벌금이 1억4500만달러, 최대 벌금이 2억9천만달러라고 밝혀 SK E&C는 수사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벌금을 엄청나게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금품수수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원 2명은 현재도 도주중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SK는 이중 최소 1명을 아직 중역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2008년부터 평택미군기지이전관련 토목공사 수주를 위해 미군 공사담당자에게 뇌물을 주고 같은해 12월 24일 4억달러의 공사를 수주했으며, 실제로는 공사가 추가되면서 2009년까지만 7억달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SK E&C, 연방법무부는 지난 10일, SK E&C가 뇌물을 주는등 사기로 미군기지이전공사를 따내서 미국정부에 피해를 입힌데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과 추징금등 6840만달러상당을 납부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SK E&C가 유죄를 인정한 것은 연방검찰이 지난 2015년 불법수주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지 약 5년만이다.

이에 따라 SK E&C가 납부해야 할 돈은 형사벌금 6058만달러, 민사벌금 520만달러와 추징금 260만달러등이다. 특히 SK E&C가 납부하는 형사벌금 6058만달러는 테네시서부연방법원이 부과한 형사벌금중 사상 최대의 액수이다.

▲ 테네시서부연방검찰이 지난 6월 10일 연방법원에 제출한 SK측의 유죄인정합의서에 따르면 SK측은 지난 4월 2일 신재동 국제법무팀장이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공사수주 5년 만에 유죄인정

본보가 SK E&C 유죄인정합의서를 검토한 결과, SK E&C가 미군에 뇌물을 제공한뒤 3289만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기본벌금은 부당이득의 2배인 7250만달러이며, 양형기준상 기본벌금의 최대 2배인 1억 4500만달러에서 4배인 2억9천만달러 부과가 가능했다. 하지만 연방검찰은 SK E&C의 적극적인 수사협조와 유죄인정합의 등을 감안, 6578만달러의 민형사상 벌금만 부과했다. 역설적으로 SK E&C는 벌금 등을 납부하지만 최저 8천만달러에서 최대 2억2천만달러상당을 절감한 셈이다.

SK E&C는 연방검찰과의 유죄인정에 대한 논의를 한 뒤 초안을 작성하고, 이사회를 개최, 이에 대해 인준을 하고, 4월 2일 국제법무팀장 신재동씨가 유죄인정합의서에 서명했으며 SK를 대리한 로펌은 3월 17일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SK E&C는 연방법원에 제출한 이사회 결의문에 따르면 안재현 대표이사와 6840만달러 벌금납부와 사내준법감시시스템 강화에 합의했으며, 법무팀장인 이인기, 케이시 정 부사장, 국제법무팀장 신재동, 국제법무팀 변호사 박상용씨등에게 유죄인정합의에 대한 전권을 부여해다. 이 이사회 결의문은 4월 2일 이인기 법무팀장이 SK E&C를 대표해 서명했다.

연방검찰은 지난 2017년 9월 수사시작 2년여만에 뇌물을 받은 한국계 미군 군무원 듀안 니시[한국명 서재현]을 기소했고, 한국국방부에서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담당하던 이승주 중령도 기소했다. 그뒤 지난 2018년 11월 8일 뇌물수수및 수사방해등의 혐의로 이형원 전무와 이동걸 상무를 기소했으며, 현재 도주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SK E&C는 2010년 3월 22일 6백만달러규모의 ‘JT016’ 공사를 수주한뒤 이형원전무의 지시에 따라 닐시와 이승주 중령이 설립한 ‘에스테올’이라는 회사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위장, 280만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테올은 뇌물수수를 위해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로, 하청을 받았지만 공사는 하나도 하지 않고 SK E&C가 다른 하청업체에 지시해 에스테올대신 공사를 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 지난해 5월 7일 ‘SK건설, 한전KPS와 노후발전소 현대화사업추진’이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형원 SK건설 에너지기술사업부분장이 양해각서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는 양해각서 체결식 사진까지 실었으며, 이 사진은 SK건설이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름 값 담합혐의로 피소 ‘사면초가’

이와는 별도로 SK에너지는 주한미군 기름납품과 관련, 국내 4대 정유회사와 기름 값을 담합한 혐의를 인정하고 형사벌금 3400만달러와 민사배상금 9038만달러등 1억2438만달러를 올해초 연방정부에 납부했다. 또 지난달 4일 캘리포니아주 검찰로 부터 캘리포니아주 기름공급과 관련, 가격을 담합 1억5천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피소됐으며, 소비자들로 부터도 집단소송을 당한 상태다.

한편 SK 그룹은 미연방검찰이 2018년 11월 뇌물수수등의 혐의로 기소한 이형원 전무등을 기소이후에도 임원으로 기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SK 건설은 지난달 15일 금융당국에 제출한 2020년 1분기보고서의 ‘임원 및 직원현황’에 따르면 이형원전무가 임원으로 재직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무는 1960년 2월생으로 현재 에너지기술사업부문장을 맡고 있으며, 1993년 4월 19일부터 이 회사에 계속 근무하고 있다. 또 지난해 5월 7일 ‘SK건설, 한전KPS와 노후발전소 현대화사업추진’이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형원 SK건설 에너지기술사업부분장이 양해각서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는 양해각서 체결식 사진까지 실었으며, 이 사진은 SK건설이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SK E&C가 이사회를 열고 6840만달러 벌금 납부결의, 준법시스템강화등을 골자로 한 유죄인정합의서에 서명한 시기가 4월 2일, SK를 대리한 로펌이 서명한 시기는 3월 17일임을 감안하면, SK는 유죄를 인정하고도 미연방검찰이 기소한 뇌물수수 혐의자를 고위임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특히 이씨가 기소된 시점으로 부터 1년 6개월가량 이씨를 중용하고 있어 SK는 미국사법당국을 농락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