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주가조작 라임투자사기 이어… 옵티머스 펀드사기의 핵심 컨트롤타워
‘양호’ 전 나라은행장…드디어 일냈다

▲양 호 전 LA나라은행장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과 라임투자 사기 사건에 이어 또 다른 금융피해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옵티머스 펀드로 불리는 5500억짜리 금융사기 사건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라임 판박이라고 입을 모은다. 본국 굴지의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이 이 가운데 4700억원이 넘는 펀드를 팔아 고객 피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옵티머스는 공기업 대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장외기업의 부실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이 드러난 가운데 뒤를 봐주는 정관계 비호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게다가 옵티모스펀드를 운용한 옵티머스자산운용사 자문단에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핵심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서 결국 사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이혁진 문재인후보 금융정책특보 등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사건에는 양호 전 LA나라은행장(뱅크호프 전신)이 최대주주로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곳 한인사회에서도 후폭풍이 일 가능성이 있다. 양 전 행장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지분 14.8%를 가지고 있는 있다. 조국펀드, 라임펀드에 이어 본국 정가를 뒤흔들 또 하나의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는 옵티모스 펀드 사건을 <선데이저널>이 추적했다.
리차드윤(취재부기자)
옵티머스는 지난 18일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만기가 도래한 돈(각각 217억원·167억원)을 줄 수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증권사들은 옵티머스 측에 환매 불가 이유를 물었고, 옵티머스 측은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했다고 증권사들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이름도 알 수 없는 기업들의 회사채가 발행한 사채에 투자했다는 설명이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NH투자증권은 이에 대해 “상품 자체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매출 채권 자산으로 하는 상품이었고 계약서에도 다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환매 중단 사유를 물으니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양도통지도달 확인서 등을 위변조했다고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면서 “옵티머스 측은 법무법인이 위조를 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고객들에게 펀드를 판 NH투자증권 측은 펀드를 기획·설계한 자산운용사에 속았고, 자산운용사는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법무법인이 또 속였다는 주장이다.
티머스 펀드 대부분 대부업체에 몰빵
문제는 증권사들이 해당 펀드를 2~3년 전 부터 판매했고,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해 ‘안전성’을 강조한데다 연 3% 안팎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고 판매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옵티머스 펀드는 출시 후 1조원 넘게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런데 이 같은 옵티머스 펀드 자금의 대부분은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부띠크성지종합건설(엔드류종합건설의 후신), 라피크 등 5개 비상장 업체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인수하는데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대부업체인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부동산 중개 및 대리업체인 씨피엔에스와 라피크라는 업체의 대표는 동일인물로 대부업자 이모(45)씨다. 대부디케이에이엠씨는 무늬만 대부업체이지 실질적으로 부동산 관련 업체에 자금을 내보냈다. 그 역할을 한 회사가 트러스트올이라는 회사인데, 트러스트올에 빌려주면 즉시 이 돈을 다른 부동산 회사에 대줬다. 이 트러스트올은 상장 폐지된 성지건설의 최상위 지배기업이고, 엠지비파트너스는 성지건설을 인수했다. 트러스트올, 엠지비파트너스도 모두 대표이사는 앞서 언급했던 이씨다. 결국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옵티머스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실제로는 2년여간 대부업체 대표에 몰아주기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현재 만기가 남은 잔액은 4월 말 기준 5565억원이다. NH투자증권이 4778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았고, 한국투자증권(577억원)·케이프투자증권(146억원) 순이다. 3사 비율이 전체 판매의 99%에 달한다. 이 금액이 모두 환매 연기될 경우, 피해 규모로만 라임 사태의 1조7000억원(4개 모펀드)에 이은 역대 두 번째다. 현재 환매가 중단됐거나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옵티머스크리에이터 사모펀드에 NH투자증권을 통해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800여 명 수준이다. 이들의 투자금액은 약 21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이 2억6000만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이나 케이프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에서 옵티머스운용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들을 포함하면 전체 개인 투자자 수와 투자 금액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라임이 성장하게 된 것도 라임 임직원들과 친분이 있었던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펀드를 집중적으로 팔아줬기 때문인 것처럼 옵티머스 펀드 역시 NH투자증권이 사실상 영업을 대신해줬다.
옵티머스 최대주주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
옵티머스의 전신은 2009년 이혁진 대표가 세운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에스크)’다. 2013년 이 전 대표의 횡령·배임 의혹이 일었고 이사회는 이 대표를 해임하는 안건까지 의결했다. 하지만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던 신영증권이 이 전 대표 손을 들어주며 갈등을 일단락한 뒤 2015년에는 사명을 ‘AV자산운용’으로 바꿨다.
2년 뒤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 또 한 번 이름을 바꾸게 된다. 그러나 금감원이 2018년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횡령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금감원의 제재 공시를 보면, 이 전 대표는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423회에 걸쳐 회사 계좌에서 자금을 이체 받아 10억원 이상을 개인 용도로 횡령해 사용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며 현재 김재현 대표 체제가 들어섰지만, 새로운 체제에서도 대부분 부동산 시행이나 사행성 사업 등에 치우진 사업을 펼쳤다.
현재 최대주주는 LA출신의 양호 전 나라은행장(14.8%)이며 그 뒤로 본국 몇몇 상장사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양 전 행장은 평소 가장 친분이 두터운 이헌재 전 부총리를 자문단으로 끌어들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주주는 양 전 은행장이지만 옵티머스는 전신 에스크를 세운 이혁진 전 대표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 전 대표는 정치에 진출한 적도 있다. 지난 2012년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전략 공천을 서울 서초에 출마한 것. 낙선한 뒤에는 18대 대선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금융정책특보를 지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옵티머스 자문단에는 최근까지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물들이 포진돼 있었다. 이번 옵티머스 펀드를 주도한 양호 전 나라은행장은 노무현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장관 (1대 금융감독원 원장·8대 증권감독원 원장·18대 은행감독원 원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한국에서 ‘내노라’ 하는 저명인사들을 옵티머스자문단 멤버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선 전까지 원장으로 있던 재단법인 여시재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자문단 리스트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회사 홈페이지에도 존재했고 작년 말까지도 자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가 자문단 자체를 만든 것도 흔치 않은데, 거물급 인사의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더욱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LA재력가들도 펀드 투자했을 가능성
옵티머스 사건은 여러 가지 면에서 라임 투자사기 사건과 판박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투자자에게 조 단위 손실을 입힌 라임자산운용 역시 부실 자산에 투자하고 펀드 수익률 돌려 막기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라임의 수익률 부풀리기가 투자자 유치를 위한 목적이었던 것에 비해 옵티머스는 투자처를 바꿔치기 한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다. 다만 옵티머스 펀드 운용사 임직원들이 투자금을 횡령할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특정인의 사업에 도움을 주려던 것인지는 이후 있을 관계당국의 조사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양호 전 LA나라은행장은 평소 LA 재력가들과 상당한 친분관계에 있으며 LA 경제단체 세미나에 초빙돼 자주 강연을 했으며 직접 펀드운용 회사를 했던 점으로 미뤄보아 LA인사들이 양호행장이 주도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는지 여부에 비상한 관심과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이강세 전 광주MBC 사장 구속 후폭풍
라임 사건 “올 것이 왔다…”
라임자산운용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정치권과 이어 준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구속됐다. 이씨의 구속을 계기로 라임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이 씨는 광주MBC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사장까지 오른 인물로 호남 지역에서는 마당발로 통한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장 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은 피해 투자자에게 김 회장을 두고 “로비를 어마무시하게 하는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검찰은 19일 이씨의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김 회장과 회사 대표직을 놓고 다투는 과정에서 각자 상대방을 횡령 혐의로 고소한 만큼 일단 회사 자금과 관련된 혐의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선 이씨가 대표 취임 후 김 회장을 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고 다녔고, 스타모빌리티 자금 횡령 혐의로 김 회장 측으로부터 고소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알선수재도 혐의에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광주MBC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사장까지 오른 이씨는 지난해 7월 김 회장이 실소유주인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맡았다. 당시 스타모빌리티는 라임을 통해 200억원을 투자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라임이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환사채를 편법으로 거래한다는 의혹이 불거져 금감원 조사가 시작됐고, 이 투자도 불발될 위기에 놓였다.
이 씨는 김 회장을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라임 사태 해결을 부탁했다. 강 수석이 이 씨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또 김 회장 및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당시 정무위 소속이던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씨나 김 회장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대가성 금품을 제공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하면 해당 인사들을 직접 불러 조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씨는 “금감원 조사를 빨리 진행해 달라고 말한 것일 뿐 금품을 주거나 조사를 무마해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로비를 위해 이씨를 대표로 영입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기동민 의원이나 강기정 수석의 이름도 김봉현 회장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검찰의 정치권 수사는 김 회장을 통해 어느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는지에 따라 범위나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진술 외에는 아직 알려진 물증이 없고 로비 대가로 현금이 오갔다면 당사자들이 부인할 경우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